치유와 힐링의 시간 - 탈무드가 일러주는
주원규 지음 / 마리북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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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은 대부분 "왜 이스라엘(유대인)은 머리가 좋고 위기에 강한가?"라는 질문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독자 역시 어렸을 때 중동 전쟁 얘기를 선생님으로부터 들으면서 유대인은 강한 사람들이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중동 전쟁 때 미국 유학생들 중 이스라엘과 아랍 유학생들이 취한 행동에서 그 답을 찾았던 것이 선생님의 이야기였다. 자신들의 조국이 전쟁에 돌입하자 짐을 싸던 아랍인들은 왜 짐을 싸느냐는 미국인들의 질문에 고국에 돌아와 전쟁에 참여하라는 통지가 올까 연락이 안 되는 곳으로 피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이에 반해 이스라엘 유학생들은 고국으로 돌아가 참전하기 위해서였다고 답했다고. 그 유학생들의 답에서 전쟁의 승패는 이미 갈렸다고 선생님은 평가해 알려주었다.

600만 명의 유대인이 수억 명의 아랍인을 막아내고 전쟁에 이긴 비결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오랜 역사와 찬란한 문명을 가진 아랍 학생들과 핍박 받고 전 세계를 나라 없는 민족으로 2,000년이 넘게 떠돌던 유대인들은 강한 결속력을 갖고 있었을까. 종교의 힘? 종교의 힘이라고 설명할 아무런 근거가 없다. 두 민족간의 종교는 뿌리가 같고 가지가 갈라 나왔으니 종교가 달라서 생긴 결속력이 아니다. 그렇다면 그들은 어떻게 배워서 수천 년의 핍박을 받았으면서도 살아 남았고 여전히 강한 결속력을 갖고 있을까. 그 답이 유대인들이 배운다는 '탈무드'의 영향이라고 말한다.

 


 

탈무드란 무엇인가. 두산백과에 따르면 유대인 율법학자들이 사회의 모든 사상(事象)에 대하여 구전ㆍ해설한 것을 집대성한 책이라 풀이돼 있다. 탈무드는 유대교의 율법, 전통적 습관, 축제ㆍ민간전승ㆍ해설 등을 총망라한 유대인의 정신적ㆍ문화적인 유산으로 유대교에서는 《토라(Torah)》라고 하는 ‘모세의 5경’ 다음으로 중요시된다고 쓰여 있다. 유대인의 정신을 한데 묶을 수 있는 일종의 경전으로 생각된다. 물론 실생활에서 배우고 익히는 경전이다. 전해져오는 탈무드는 팔레스타인에서 나온 것(4세기 말경에 편찬)과 메소포타미아에서 나온 것(6세기경까지의 편찬)의 두 종류가 있는데, 전자는 ‘팔레스타인 탈무드’ 혹은 ‘예루살렘 탈무드‘라 부르며, 후자는 ‘바빌로니아 탈무드’라고 부른다.

이 책 『탈무드가 일러주는 치유와 힐링의 시간』은 저자 주원규가 요즘처럼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시대 마음 치유를 위한 '힐링'을 전하기 위해 '탈무드'의 관련 내용을 요약 해설한 책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전작 『탈무드 : 오늘 하루 첫 번째 날처럼 마지막 날처럼』에서 소개한 바 있듯이 탈무드는 소소한 일상에서 우리가 잊고 지나치기 쉬운 교훈을 담은 격언집이라고 소개한다. 즉 필요에 따라 마음 치유 책으로 활용할 수 있는 책이란 뜻이다. 저자는 탈무드를 단순히 유대인의 종교적 가르침을 담는 것을 넘어 삶의 철학과 소소한 일상의 지혜를 길어 올리는 우물과 같은 것이라는 설명이다.

 


 

저자는 「머리글」을 통해 "복잡한 삶을 꾸려 가며 지금을 살아야 하는 우리에게는 답이 하나라는 건 어쩌면 우리의 삶과 가장 거리가 먼 이해하기 힘든 이야기"라며 "이제 '어떤 식으로 알아라'라는 식으로 불변의 지혜를 제시하는 것은 우리 삶에 더는 맞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탈무드의 정답은 하나가 아니다. 오히려 탈무드의 지혜는 우리 각자의 일상과 특별한 상황에 맞추어 적용할 수 있는 책이라는 설명이다. 저자는 탈무드의 열린 특성, 끊임없이 계속되는 삶의 여러 복잡한 측면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인간의 감정 치유와 회복에 집중한다. 섣불리 답을 결정하지 않고, 그렇다고 우리의 복잡한 삶의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마주할 때, 우리는 비로소 각자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희망의 이름으로 바꿀 수 있다. 이것이 저자가 탈무드에서 찾는 '힐링'이다.

저자는 말한다. 진정한 힐링은 어떤 것일까? 지금도 SNS에서 ‘힐링’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1600만 개가 넘는 게시물이 검색이 된다. 포털 사이트에 힐링을 검색하면 ‘힐링 여행’ ‘힐링 데이트’ ‘힐링 글귀’까지 다양한 연관 검색어가 뜬다. 그만큼 사람들은 힐링을 얻기 위해 오늘도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이 책에서는 ‘감정의 조화’야말로 갈수록 피폐해지는 세상을 살아가는 나에게 주는 진정한 힐링이라고 말한다. 감정이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수많은 감정이 서로의 결핍된 부분을 메워 주며 빈자리를 채우도록 해야 한다. 결핍을 인정하고 그 자리를 내어 주면, 그 채워진 자리를 통해 감정은 소모되는 데 그치지 않고 조화를 이룰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은 말처럼 쉽지 않다. 빈자리를 메울 적절한 감정을 찾는 것도, 각자의 색이 분명한 감정이 어우러지게 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이 책은 감정이 조화를 이루는 과정으로 ‘세상을 이해하는 마음가짐을 달리할 것’을 제안한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상황을 이해하느냐에 따라서 그 상황에서 상처를 받을 수도, 담담히 넘길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상황을 보며 느끼는 감정에도 변화가 생긴다. 그렇기에 단단하고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세상과 나의 깊은 내면을 들여다보는 일은 항상 중요하다. 이 책을 읽으며 나의 내면을 잠시라도 들여다보자. 탈무드 랍비들의 지혜 속에서 나와 내가 사는 세상을 편안하게 들여다보는 치유와 힐링의 시간, 그렇게 삶을 이해하는 시간만큼 의미 있는 일이 또 있을까. 먹고, 마시고, 사랑하는 것. 이 세 가지는 인간에게 주어진 가장 기본적인 불변 가치이다.

아마 당신은 오늘도 밥을 먹었고, 물을 마셨고, 점심에는 차를 마시기도 했을 것이다. 그리고 연인이나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하루를 보냈을 것이다. 많은 사람은 어떤 행동을 하면서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당연한 하루라고 생각하며 보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불변 가치는 우리 삶에서 매우 중요하다. 계속 지속할 수 있어야 하는, 더 정확히 말하면 계속 지속해야 하는 가치이기 때문이다. 불변 가치가 무너지는 순간, 그 무엇을 해도 내 마음에 힐링을 줄 수 없다.

“불변의 가치는 날마다 새로운 의미로 재구성해야 할 가치이다.” 저자의 이 말처럼, 불변의 가치가 우리 삶을 충만하게 채울 때야말로 비로소 살아 있다는 사실에 감격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 불변의 가치를 새롭게 재구성해보자. 그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자연스레 생겨날 것이다. 이제 우리에게 주어진 권리이자 의무인 ‘먹고, 마시고, 사랑할 것’을 제대로 누릴 시간이다. 자, 이제 이 탈무드의 감정 처방전과 함께 우리의 감정을 돌아볼 시간이다.

 


 

책에 따르면 상처받지 않는 사람은 없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세상 속에서, 다양한 관계로 연결된 사람들 속에서. 다만, 누군가는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고, 누군가는 회피하고, 누군가는 그 상처에서 헤어나지 못할 뿐이다. 우리는 살면서 수없이 상처를 받는다. 그런데도 왜 내 마음을 지키고 달래주는 감정 훈련을 하지 않는 것일까. 건강을 지키기 위해 운동을 하고 영양제를 먹고, 밤길에 낯선 사람에게 위협받을 때를 대비해 호신술을 익히듯 말이다. 이 책에서는 나를 지키기 위해 꼭 필요한 ‘감정 훈련’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지금의 내 감정과 마주하며 소통하고 치유하기를 더 이상 미루지 말 것을 당부한다. 인간의 감정이 가장 거부하는 것은 내 마음이 원하지 않는 길을 따라가는 것이다.

때로는 내 마음이 원하지 않는 길이지만 꼼짝없이 따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도 발생한다. 더욱이 이런저런 이유로 사회적인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는 요즘, 우리는 다양한 제약과 상처를 애써 ‘괜찮다, 괜찮다’ 받아들여도 내 마음은 받아들이지 못할 때가 많다. 예고 없이 우리 삶에 불쑥 나타나는 복병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그것들을 우리 삶에 받아들이지만, 우리 마음 곳곳에 생채기를 남긴다. ‘이 힘든 시간이 지나면 성장할 것이다.’ 이런 지극히 이상적인 생각 하나를 붙잡고 버티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의 다친 감정을 치유하지 않고 회복하지 않은 채 하루하루를 버티는 건, 그저 고통의 시간을 연장시킬 뿐인지도 모른다.

 


 

나를 지킬 수 있는 감정 훈련의 핵심은 무엇일까. 자신의 마음을 중요하게 여기고 마음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강한 인간이다. 강해지려면 쉽게 상처받지 않고,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마음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다친 마음을 치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상처받고 다친 마음은 시간이 흐른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다.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그만큼 상처가 더 깊어지기도 한다. 우리는 마음이 힘들 때면 주변 사람에게 조언을 구한다. 나와 비슷한 일을 겪은 사람, 현명하다고 생각되는 사람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도움을 청한다. 그렇게 얻은 답으로 상처받은 마음과 지친 감정을 치유한다. 탈무드에서 치유와 힐링의 방법을 찾아보는 이 책은 그런 우리에게 더없이 좋은 인생의 안내자가 되어줄 것이다. 탈무드는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다시 강조한다. “인간이 사는 모습은 다 똑같다고 말하면서도 불변 가치를 계속해서 추구하는 이유는 그 안에 우리 삶의 모습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라고. 1200년의 세월 동안 인간의 마음과 세상사의 지혜를 차곡차곡 쌓아온 탈무드는 우리에게 감정을 들여다보고 치유하는 법을 알려준다.

 

“인생은 우리의 마음으로 결정되지. 마음은 기뻐하고, 슬퍼하고, 화내고, 무서워하고, 설득하고, 증오하고, 사랑하고, 사색하고, 반성해. 이게 마음이지. 그러므로 네 마음을 중요하게 여기고 조절할 수만 있다면, 그가 세상에서 가장 강한 인간이라고 할 수 있어.”(p.37)

 


 

마음은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할 수 있도록 우리를 도와주는 완충 지대와 같다. 감정이 상했을 때, 결정해야 하는 순간을 마주할 때, 우리는 마음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 하나의 원칙만을 고집하며 자기 자신에게 강요하는 마음의 소리가 아니라, 스스로를 위로하며 변화하는 상황을 자신에게 설명하고 납득하도록 설득하는 마음의 소리 말이다.(p.39)

 

저자 : 주원규

 

소설가이자 목사. 서울에서 태어나 2009년부터 소설을 발표하며 본격적인 글쓰기를 시작했다. 2017년 tvN 드라마 [아르곤]을 집필했고, 2019년 『반인간선언』을 원작으로 한 OCN 오리지널 드라마 [모두의 거짓말]의 기획에 참여했다. JTBC, 연합뉴스, MBN 등에 패널로 출연해 세상과 이야기 사이의 교감에 힘써왔다. 현재는 소수가 모여 성서를 강독하는 종교 활동에 집중하고 있으며, 일상의 예술과 문화 발견을 탐색하는 공유문화연구소 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제14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인 『열외인종 잔혹사』를 비롯해 장편소설 『메이드 인 강남』, 『반인간선언』, 『크리스마스 캐럴』, 『기억의 문』, 『너머의 세상』, 『광신자들』, 『망루』, 『무력소년 생존기』, 청소년소설 『한 개 모자란 키스』, 『주유천하 탐정기』, 『아지트』, 에세이 『황홀하거나 불량하거나』, 청소년 인터뷰집 『이 괴물 희생자』, 『힘내지 않아도 괜찮아』,평론집 『성역과 바벨』, 번역서 『원전에 가장 가까운 탈무드』 등을 펴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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