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다는 건 울어야 아는 것 - 당연한 건 아무것도 없는 호주의 삶 그 안의 행복에 대하여
김별 외 지음 / SISO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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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한 번도 이민을 생각해본 적이 없다. 우선은 가고 싶은 곳으로 갈 여건이 안 되어서겠지만 이민자들의 고생을 너무 잘 알게 된 게 이유였다. 말도 안 통하고(요즘은 언어 걱정은 없을 정도로 외국의 말을 잘 하지만) 기후나 문화, 생활 여건이 잘 맞지 않을 것이란 우려 때문이기도 했다. 몸이 좀 약한 편인 독자는 우리 땅에서도 걸핏하면 병원을 들락거리는 체질로 외국 생활을 버텨내기 힘들 것이란 판단도 있었다. 물론 훨씬 큰 이유는 가고 싶은 곳에서 살 만한 경제적 여건도 안 되기 때문이기도 했다.

호주로 이민 간 친구의 말을 빌리자면 체력은 물론 100만 달러 정도의 여윳돈이 없다면 고생만 하다 되돌아오기 쉽다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돈이 없이 노동력만 가지고 가는 것은 노동자 이민을 잘 받아들이던 때 얘기고 이제는 어느 정도의 돈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곳에 정착할 때까지 범죄 수법이 아닌 정상적인 직업과 일을 해서 돈을 벌 수 없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타국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아마 몇 배로 힘든 사회적 차별과 장벽을 마주하는 일이 아닐까 싶다. 각자의 상황으로 인해 한국에서 호주로 이민을 선택해 십수 년을 살아온 다섯 여성의 이야기를 담아 이 책 『살아 있다는 건 울어야 아는 것』이 발간됐다.

 


 

이 책 저자들은 각자 다른 스토리를 안고 한국에서 호주로 장거리 이사한 다섯 명의 여성이다. 책에 쓰인 그녀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그곳이 어디든 우리가 이 여정에서 그토록 찾고 싶어 하는 것은 ‘행복’과 ‘사랑’임을 분명히 알게 된다는 생각이 굳어진다. 앞서 말한 독자의 여건은 별 문제가 안 되는 모양이다. 그러나 이민 허락이 나올 정도의 여건이면 호주 당국에서 이민을 허락할 정도의 여건이 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행복'이나 '사랑' 타령을 하는 것 아닐까 하는 의심을 품었지만 책을 읽고 나니 저자들의 문제는 이민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문제에 담겨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프롤로그」에 담긴 글에서 저자들의 생활 여건이나 그들이 안고 있는 삶의 문제가 드러난다. "이사를 했다. 시드니 올림픽 파크의 넓은 공원이 내려다보이는 전망의 작은 서재도 생겼다. 난생처음 가지는 서재인데 어쩐 일인지 한 달이 지나도록 편안한 느낌이 들지 않았다. 전에 살던 아담한 집에는 나만의 공간이 없어 베란다에서 책을 읽거나 공부를 했다. 그 작은 베란다는 햇살이 내려앉은 둥지처럼 나의 몸과 영혼을 따뜻하게 품어 주었건만 넉넉한 공간의 이 집은 나에게 제 품을 내어주지 않는 것만 같았다."

 


 

호주라는 새로운 삶의 터전이 자신에게 내어주는 품을 찾기까지는 결코 쉽지 않았을 터다. 삶은 자상한 선생님이 아니니까. 각자의 인생 문제지를 풀며 때로는 많이 울고, 때로는 사무치게 그리워하면서 행복해지는 법을 배워간 여정, 타국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다섯 여성의 고군분투기 속에 반짝이는 웃음과 눈물, 소소하지만 의미 있는 일상들이 이 책에 담겨 있다. 각자의 지난 기억을 복기해 글로 써 내려가고 서로의 글을 읽으며 마음의 치유를 얻었던 것처럼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그 안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한국이든 호주든, 그 어느 하늘 아래서든 삶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은 단 한 가지인 것 같다. 자신만의 삶의 여정에서 ‘행복’을 알아보는 눈을 뜨는 것. 그러려면 때때로 실컷 울어도 괜찮을 것이다. 호주에서의 삶을 우리는 꽤 괜찮은 삶일 거라고 생각한다. 넓은 땅에 많지 않은 인구, 여유 있는 그들에게서 풍기는 따뜻한 마음씨, 살인 사건 등 강력 범죄가 거의 없는 나라. 특히 시드니로 대표되는 호주의 도시들 대부분은 일년 연중 온화한 기후에 깨끗한 환경과 자연의 모습들만 상상하면 '살 만한 곳'을 넘어 '살고 싶은 곳'임에 틀림없다. 저자들은 각자의 삶을 이어가면서 공감을 보이고 있는 부분이 분명하다. "삶은 결코 자상한 선생님이 아니다. 각자의 인생 문제를 놓고 우리는 수없이 울고 아파한다. 살아 있다는 건 울어야 아는 것이기에…"

 


 

그러나 막상 거기서 사는 이민자들은 무엇 때문에 힘들어 할까. 이 책 제목인 '살아 있다는 건 울어야 아는 것'이다는 저자 중 한 명인 김별이 「프롤로그」에 잠깐 언급한다.

"한국이든 호주든, 그 어느 하늘 아래서든 삶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은 같다. 자신만의 삶의 여정에서 '행복'을 알아보는 눈을 뜨는 것. 그러려면 때때로 울어도 괜찮다. 박노해 시인이 '울어야 산다'고 노래했듯 살아 있다는 건 울어야 아는 것이니까"라고 썼다. 그리고 부제에 '당연한 건 아무것도 없는 호주의 삶 그 안의 행복에 대하여'이다.

제목과 부제의 부조화인 듯 조화로운 듯 깊이 생각할수록 많은 뜻이 내포돼 있는 느낌이어서 한참을 들여다본다. 이 책은 다섯 명의 저자들이 각각 한 챕터씩 다섯 챕터로 이루어져 있다. 각각의 삶의 다른 점과 공통점을 통해 한 권의 책으로 나오기까지 저자들간 생각과 삶을 공유했을 것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들이 한목소리로 호주의 삶에 대해 말하는 것은 '행복'과 '사랑'이다. 이들 저자가 추구하는 행복은 각각의 제목에서도 잘 드러난다.

제 1장 여전히 잘고 소중한 행복들

제 2장 삶은 조금씩 깊어져 가고

제 3장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해

제 4장 누구에게나 인생은 쉽지 않다

제 5장 인생의 가장 좋은 것을 기다리는 일

 


 

저자 : 김별

글 쓰는 한국어 교사. 시드니의 한글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영어 교육을 공부하러 호주 유학길에 올라 그대로 정착한 지 17년 차다. 10여 년 전 난치성 희귀병을 얻어 길고 어두운 고통의 터널로 들어갔지만, 독서와 감사를 통해 삶의 아름다움에 눈을 뜨게 되었다. 아파서 할 수 없는 것보다 살아 있어 누리고 도전할 수 있는 게 더 많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매일 아침을 선물처럼 맞이한다. 저서로는 《하루 세 번 감사의 힘》이 있다.

 

저자 : 박은지

공립학교 도움반 보조 선생님으로 일하며 27주 이른둥이로 태어난 아이와 열심히 25년 차 호주살이 중이다. 어른이라 생각하며 보낸 시간들은 특별한 아이를 만나고 다른 세상을 보게 해줬다. 내가 하지 못하는 일에 연연하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에 감사하며 더 잘하려 노력 중이다.

 

저자 : 선율

공연하는 필라테스 강사. 엄마 사람. 더불어 사는 세상을 꿈꾸는 오지라퍼. 누군가에게 기쁨이 되고 위로가 되고 도전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희망과 바람으로 현실에 살고 있는 몽상가. 타향살이 9년 차, 여전히 호주와 친하게 지낼 궁리를 하며 또 하루를 감사하게 살아낸다.

 

저자 : 장겸주

응급실 전문간호사로 호주 시드니의 한 공립병원에서 22년 동안 일하고 있다. 감사일기를 통해 도전과 작은 성취들을 이루며, 제2의 인생을 위해 공부와 준비를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내면과 영혼의 성장을 위해 시드니 여성 교민을 모아 독서모임을 운영하면서 멤버들과 함께 행복한 삶을 향한 작은 성공 여정들을 만들어 가고 있다. 저서로는 《하루 세 번 감사의 힘》이 있다.

 

저자 : 조소연

국제결혼을 했으며 한 살 된 강아지 두 마리랑 엎치락뒤치락 가족을 이루며 살고 있다. 아직도 작가가 됐다는 게 믿기지 않지만, 글쓰기는 생각보다 즐거운 작업이다. 호주에서 평범하게 살며 무탈하게 지나가는 매일에 감사하다. 내 글을 쓰면서 알게 된 건 과거의 힘들었던 일들이 현재엔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많이 힘들었지만 지금은 생각도 안 난다. 결국 다 지나가는 일들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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