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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지도, 그러다 떠날지도 - 지리덕후들의 입체적 문학 여행
김경혜 외 지음 / 하모니북 / 2021년 1월
평점 :
무척 재미도 있고, 역사 지식도 높이고... 굉장히 의미 있는 에세이이다. 이 책 『읽을지도, 그러다 떠날지도』는 여러 명의 작가가 저마다의 여행지를 따라 그곳의 역사와 문학 속의 무대가 된 이유를 알아볼 수 있는 여행 안내서 같다. 그러나 단순한 여행이 아니다. 목적 있는, 시사성 있는 한국의 근현대의 무대로 떠나기 때문에 역사는 물론 그곳 사람들의 당시 생활상도 유추해볼 수 있는 큰 의미가 함유돼 있다. 이 책에는 4명의 저자가 여섯 편의 한국의 근현대 문학의 무대가 되었던 곳들을 직접 살펴본다. 또 내친 김에 역사적 사건이나 당시의 상황을 비교적 상세하게 자료를 찾아 독자들에게 안내한다. 한 편의 문학 작품을 대할 때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공간적 배경부터 찾아봐야 한다늘 말에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사람이란 너무나 복잡한 존재여서 안정된 거주지와 배우자 이외에 또 다른 것들이 필요하기도 하다. (중략) 행복해지는 방법이 정해져 있지는 않을 거다. 사실 그럴 수도 없고.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에 등장한 친구들만 보아도, 계나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행복하게 다가갔다. 삼미 친구들이 보여준 방법은 순수하게 좋아하는 것을 더 많이 하는 것이었다. 얼마나 잘하느냐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책 속의 사람들은 이 팬클럽과 아마추어 야구단 활동을 통해서 사회의 보편적 기준과 가치관을 따르지 않고 제멋대로 사는 방법을 찾아냈다. 타인의 기준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몰입은 그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주었다. 행복을 갖는 또 다른 방법은 계나처럼 싫어하는 것을 제거하는 것이다. - 「프로를 요구하는 사회에서 나만의 행복을 찾는 법」 중에서
문학 속 장소를 지도에 찍어보며, 평생을 한 동네에서 살았다면 그토록 편협한 사고를 가졌을 법하다며 주인공의 상황을 이해한다. 작품 속 배경으로 직접 여행을 다녀와, 주인공이 ‘동네 사우나탕 정도의 규모를 지닌 해수욕장’이라고 했던 말이 아주 거짓은 아님을 증명한다. 작가들이 직접 그린 지도와 생생한 여행 후기를 통해서 공간을 통한 문학 읽기의 새로운 재미를 찾아주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문학 이해를 위해서는 역사적, 지리적 배경과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미리 이해한다면 작품에 대한 이해가 훨씬 깊고 넓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문학의 공간적 배경과 연관된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지고, 현재 우리의 삶에 비추어 해석하고 있다. 저자들은 민주화 운동을 겪었던 두 지역을 함께 돌아보다, 부모님께 "그때 그 사건이 정말 북한 괴뢰군 소행이었다고 믿었어요?"라는 다소 불온한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또한 호주나 남양주에 가면 정말 우리가 원하는 행복을 찾을 수 있는지
꼼꼼히 따져본다. 비록 노답 세상에 대한 교과서적 정답을 찾지는 못한다. 하지만 공간의 한계를 극복할 방법을 함께 고민하며, 같은 고민을 가진 모든 이에게 유쾌한 공감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제 지도 없인 못 살겠나요?” 그렇다면 이미 당신도 ‘호모 지오그래픽쿠스’.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지도 앱과 내비게이션을 켜고 길을 찾는다. 매일매일 정신없는 세상에서 ‘내가 지금 어느 길에 서 있는지’, ‘그래서 어디로 가야 하는지’ 항상 알고 싶어하는 마음이 자연스레 반영된 것일까? 이렇게 지도 검색이 일상이 된 시대답게, 『읽을지도, 그러다 떠날지도』는 문학 작품을 읽을 때에도 지도를 활용해볼 것을 제안한다.
“책 속에 나오는 장소가 어디지?”라는 단순한 질문이 필요할 때마다 저자들은 문학을 읽으며 이야기 속에 나오는 장소가 궁금할 때마다 지도 앱을 켰다. 그리고 책 속의 장소를 지도에 표시하기 시작했다. 때로는 그 지도를 따라 함께 여행을 떠났고, 상상하던 곳을 직접 보고 느끼며 걸었다. 자연스럽게 장소와 연계된 역사적 사건들이 궁금해했고, 여행에서 돌아와 관련된 정보를 찾았다. 그리고 함께 나눈 이야기를 모아 책으로 엮었다. 이렇게 종이에 쓰였던 2차원적인 텍스트는 지도를 통해 3차원의 시공간으로 확장되었고, 다시 책으로 만들어진 셈이다.
“이 소설이 그런 얘기였다고?” 알고 읽으면 훨씬 더 재밌는 한국소설 6권이 나온다. 책장을 넘기면, 저자들이 직접 여행을 하며 새롭게 해석한 한국문학 6권을 만나게 된다. 교과서에서 접했던 작품도 있고, 흥미롭게 읽었던 소설도 있고, 서점의 베스트셀러 코너에서 제목만 봤던 책도 있다. 1장에서 다루는 『김약국의 딸들』과 『운수 좋은 날』은
1920년대 일제 강점기에 쓰여진 소설로, 각각 통영과 서울(경성)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동시대의 다른 공간에서 사람들은 각각 어떤 삶을 살아갔는지’에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2장의 『소년이 온다』와 『차남들의 세계사』는 1980년대 초반을 시간적 배경으로 하며, 광주 민주화 운동을 중요한 소재로 다루는 소설이다. ‘하나의 역사적 사건이 광주와 원주라는 각각의 도시에서 어떤 형태로 다르게 나타나는지’를 살펴본다. 3장의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은 2003년에 출판된 소설로, 19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의 시기를 다룬다. 『한국이 싫어서』는 2015년에 출판되었고 동시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두 작품을 통해서는 ‘오늘날 한국에서 살아가는 청춘들의 행복에 공간이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묻는다.
『김약국의 딸들』 - 박경리(통영)
『운수 좋은 날』 - 현진건(경성)
『소년이 온다』 - 한강(광주)
『차남들의 세계사』 - 이기호(원주)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 박민규(인천)
『한국이 싫어서』 - 장강영(시드니)
이 책은 소설 속 주인공들이 등장했던 곳들을 소개하고, 그 시절의 뉴스 기사 등을 통해 소설 속 주인공이 정말 이 무대에 존재했던 것처럼 믿게 해준다. 공감되고, 안타깝고 또 같이 웃기도 할 수 있다. 소설 속 주인공과 같은 삶을 이해하고 실제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대체적으로 공감이 간다. 저자들은 지금의 당시의 신문 기사 등 자료를 함께 게재해 실감을 더해주고 작품 이해의 폭을 넓혀준다. 이 책을 읽다보면 책의 제목처럼 '읽을지도, 그러다 떠날지도' 모른다. 문득 문득 여행에 대한 갈망이 높아지고, 또 때로는 오랫동안 여행을 못했구나 하는 아쉬움의 현실로 되돌아오면서 독서의 재미를 높여준다. 에세이에 등장하는 소설 속 현장에 대한 상상을 하면서 소설의 내용을 더듬어보기도 하고, 못 가본 곳에 대한 동경심도 생겨 코로나가 끝나면 첫 번째 여행지로 꼭 가봐야 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현장에서의 생생한 표현이 그 갈망을 더욱 끌어올려 당시 소설책 한 권을 들고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을 체크해 보기도 한다.
'내가 지금 사는 시대가 어떤 사회인가'에 따라서도 개인의 삶이 너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스스로 아무리 최선의 선택을 했더라도, 사회적 한계에 부딪히기도 한다. (중략) 지리적 한계보다는 시대적 한계가 개인의 운명과 삶에 더 큰 영향을 미친 셈이다. (중략)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더 많은 기회는 '삶의 반경을 넓혀야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중략) 게다가 삶의 반경은 육체적으로 직접 가볼 수 있는 물리적 공감은 물론이고, 오늘날에는 가상의 공간까지도 동시에 포함하는 확장된 개념이다. 자신이 원하는 방향이 무엇인지를 스스로 인지하고, 그에 따라 내 삶의 반경을 정하는 것. 그것이 가장 이상적인 삶의 모습이 아닐까. 「삶의 반경은 삶의 방향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중에서
한나 아렌트는 2차 세계대전 나치 정권 아래 유대인 수송의 총 책임자였던 아이히만을 통해 '평범한 악'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사실 악이라는 건 어쩌면 대단히 거창한 것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무심히 행한 일들의 합일지도 모르겠다. (중략) 또한 대부분 사람은 그들 모두가 일상 속에서 가해자였다는 사실도 깨닫지 못한 채,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살아가고 있다. - 「두려움의 일상화, 공포의 지형도」 중에서
저자 : 김경혜
간호사 중 제일 기동력 좋은 간호사라고 자부한다. 커피 마시고 싶다고 춘천에 다녀오다가, 하늘이 맑아 별이 잘 보이겠다며 강화도로 느닷없이 운전대를 꺾어버리는 낭만파니까. 오늘도 인류 건강에 소소하게 이바지하며 다음엔 또 어디로 떠나볼까 즐거운 고민을 한다.
저자 : 윤메솔
한 때는 은혜로운 회사느님 덕분에 일 년에 한 달씩 외국여행을 다니기도 했다. 새로운 여행지 후보를 지도에서 찾아보는 건 이제 관뒀지만, 술만 마시면 2차 장소를 찾아가며 “나 지도 잘 봐, 길 완전 잘 찾아.”라고 갈지자로 파워워킹하는 술버릇은 여전하다.
저자 : 이수연
매일매일 세상의 온갖 제품들을 팔던 PD가 드디어 자신의 책도 팔게 되었다. ‘이렇게 언젠가는 모든 꿈이 이루어지겠지’ 낙관하며 슬렁슬렁 산책하는 일을 좋아한다. 그리하여 주변의 낯선 동네와 골목을 탐방하는 것이 일상의 취미다.
저자 : 정민화
여행을 통한 직접체험만큼이나 독서를 통한 간접 체험을 좋아한다. 어릴 때 이 세상의 모든 책을 읽고 모든 장소를 여행하는 것을 꿈꾸기도 했었다. 현재는 방학을 이용하여 여행을 즐기고 일상에서 틈틈이 책을 만나는 선생님의 삶을 살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