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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시작하는 그리스 로마 신화 - 유럽의 문화와 예술을 깊이 이해하기 위한 필독서 ㅣ 지금 시작하는 신화
양승욱 지음 / 탐나는책 / 2022년 1월
평점 :
절판
독자가 '그리스 로마 신화'를 처음 읽었던 것은 중학교 1학년 때였다. 초등학교 때 읽었던 세계문학전집 1, 2권에 그리스 로마 신화가 있었던 것은 기억하지만 어려운 용어가 많아서 읽지 않은 채 결국 폐기처분됐다. 그래도 책이름이 기억이 나서 중 1때 읽었던 책에서 인류 최초의 서사시 『일리어드』, 『오딧세이』로 소개됐던 것으로 독자의 기억에 남아 있었다. 물론 최근엔 인류 최초의 서사시는 그보다 전 바빌로니아에서 발견된 『길가메시』로 정정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아무튼 중학교 1학년 때 읽었던 그리스 로마 신화는 무척 재미있어서 며칠간 읽었다.
번역 발췌본인데도 그랬다. 그러나 학년이 올라갈수록 입시에 매달리면서 당시 읽었던 내용이 그리스 로마 신화에 대한 독자의 지식 전부였다.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 생활하면서 그리스 로마 신화는 상상 이외로 광범위하게 인용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TV 등에서도, 심지어는 우리나라 문학 출판물에도 끊임없이 등장하면서 다시 전체를 읽어야겠다는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었다. 그러나 기회는 쉽지 않았다. 성인이 되어서 읽을 때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분량이 만만찮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차일피일 미루다 결국 이 책 『지금 시작하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먼저 읽기로 결심했다. 그리스 로마 신화의 개요나 지금도 몹시 헛갈리는 신들의 이름이라도 제대로 알아야겠다는 생각에서다.
그리스 로마 신화는 3,000여년 전 그리스에서 시작하여 로마를 거친 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시대마다 많은 사랑을 받아오고 있다. 특히 세계 문명의 표준이 되다시피 한 유럽 문명은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부터 시작된다고 그들이 주장하기 때문에 더욱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그리스 로마 신화는 지중해와 에게해 그리고 필로폰네소스 반도와 그리스 본토는 몰론 시칠리아와 남부 이탈리아 및 소아시아를 무대로 펼쳐진 이야기로서 지중해 문명을 꽃피우며 유럽문화의 뿌리가 되었다.
유럽문화와 예술은 모두 그리스에 그 뿌리를 두고 있고, 그리스 문화와 예술의 핵심은 그리스 로마 신화에 담겨 있다. 신화의 주요 신들과 영웅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는 유럽의 로마, 파리, 베를린, 비엔나, 밀라노 등 대도시의 조각으로 장식되었다. 또한 나이키와 스타벅스, 마세라티, 헤르메스 등 유명 브랜드는 물론 수많은 영화와 연극, 드라마, 소설 등 이야기의 원천 소스로 활용되고 있다.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는 것은 넓게는 유럽문화와 예술을 이해하는 것이며, 좁게는 신화가 제시하는 삶의 전형을 통해 나를 이해하는 것이다. 이 책은 그리스 로마 신화의 세계로 첫 발걸음을 떼는 독자들에게 친절한 안내서가 되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책에 따르면 구전으로 전해져오던 신화는 문자로 기록되면서 여러 시인들의 노력으로 내용이 더욱 풍부해졌다. 로마로 계승된 그리스신화는 로마의 시인들에 의해 새로운 해석이 덧붙여지고 여러 에피소드들이 첨가되면서 그리스 로마 신화로 거듭났다. 그리스와 로마라는 서로 다른 두 문화가 만나 그리스 로마 신화를 공동 작품으로 완성한 것이다. 그리스 신화를 다룬 문학 작품 중 가장 오래된 것은 호메로스가 쓴 『일리아드』와 『오디세이』이다. 뒤를 이어 헤시오도스는 『신통기』와 『일과 날』을 발표하면서 그리스 신화의 기본적인 뼈대를 세웠다.
그리스 신화를 계승한 로마의 시인 오비디우스는 열다섯 권으로 구성한 『변신 이야기』를 썼다. 『변신 이야기』의 이야기 구조는 유럽과 미국에서 그리스 로마 신화의 표준이 되었다. 저자 양승욱은 『지금 시작하는 그리스 로마 신화』는 호메로스와 헤시오도스, 오비디우스의 작품을 중심으로 서술하였으며,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신화에 담긴 의미를 이해하도록 구성했다고 밝혔다. 신화 연구가인 저자가 새롭게 구성한 이 책이 그리스 로마 신화의 세계로 첫 발걸음을 떼는 독자들을 도와 놀랍고 신비스러운 이야기 속으로 안내한다.
그리스 신화는 고대 로마제국으로 전해지면서 로마인들이 믿던 신들과 하나가 되었다. 예를 들면 그리스 신화의 주신인 제우스를 로마의 라틴어로는 '유피테르'라고 하는 등 거의 같은 이미지의 신에 대한 복수의 명칭이 존재했다. 여기에 로마 시인들이 새로운 해석을 만들거나 에피소드를 첨가하면서 이야기는 더욱 다채로워졌다. 앞서 언급한 대로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로마의 시인 오비디우스가 쓴 『변신 이야기』와 더불어 고대 로마의 가장 위대한 시인으로 꼽히는 베르길리우스는 서사시 『아이네이아스』를 썼다.
이 작품은 트로이 전쟁에서 살아남은 영웅 아이네이아스가 로마의 건국 시조가 되기까지의 여정을 담고 있다. 파우사니아스는 2세기경 활약한 그리스의 지리학자이다. 그는 그리스의 여러 지방을 여행하고 10권으로 된 『그리스 주유기』를 썼다. 이 작품은 지리, 유적, 전승, 신화, 역사 등에 관해 소상하게 기록하고 있다. 그 외에도 『황금당나귀』를 쓴 아풀레이우스와 『그리스 신화』를 쓴 아폴로도로스가 자신의 저서를 통해 신화의 전승에 크게 이바지했다. 이러한 여러 시인들의 노력에 힘입어 마침내 『그리스 로마 신화』가 완성되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 책은 모두 8장(章)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태초에 신들이 있었다」에서 카오스와 대지의 여신 '가이아' 및 프로메테우스, 판도라의 상자, 신들의 전쟁을 다루고 있다. 2장은 「올림포스의 신들」로서 제우스, 헤라, 포세이돈, 데메테르, 아폴론, 아테나, 아레스, 아르테미스, 아프로디테, 헤파이스토스, 헤르메스, 디오니소스 등 낯익은 이름들의 신들이 등장한다. 우리가 영화, 문학 등 예술에 자주 등장하는 이름들이다. 이들은 모두 신들의 이름이며 우리 인간과 같은 감정을 갖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3장 「하데스의 세계」엔 저승의 왕 '하데스'와 저승을 찾아간 '오르페우스', 하데서를 속인 '시시포스', 신들을 시험한 '탄탈로스'의 이야기가 나온다.
또 4장 「올림포스 밖의 신들」에는 헬리오스(태양의 신), 케이론(현자), 판(목신), 레토(아르테미스의 어머니)이 등장하고 무사이(예술과 학문의 여신), 키르케(마녀로 불린 여신)도 이야기된다. 5장은 「영웅의 시대」이다. 이 장엔 '헤라클레스의 12과업', 페르세우스와 메두사, 다이달로스와 이카로스, 벨레로폰과 천마 페가수스, 사냥꾼 처녀 아탈라테에 관한 이야기가 나와 독자의 기억을 도와준다. 6장은 괴물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100개의 눈을 가진 '아르고스', 반인반마 '켄타우로스', 죽음의 노래를 부르는 '사이렌', 외눈박이 거인 '키클롭스', 황소머리 괴물 '미노타우로스' 등이 등장해 우리의 호기심을 한껏 부풀게 한다. 또 7장 「사랑 그리고 비극」에는 문학 작품에서 많이 다루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거인 오리온의 사랑', 메아리가 된 요정 '에코', 아도니스 콤플렉스, 신과 재주를 겨룬 아라크네 등이 이야기 속으로 안내한다. 마지막 8장은 「트로이 전쟁」이다. 영화 〈트로이〉에서 나오는 헬레네, 아킬레우스, 로마의 시조 등에 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매우 긴 여러 책을 한 권으로 압축시킨 이 책은 '그리스 로마 신화'를 안내하는 일종의 가이드북이다. 스토리와 신들의 이름의 유래, 신들의 이름에서 나온 말들이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말의 어원이 된 것도 많아 저자는 직접 하나하나 지적하며 독자들의 흥미를 끌어들인다. 헤시오도스의 『신통기』에 따르면 태초에는 카오스(chaos)만이 존재했다. 시간과 하늘, 그리고 땅은 무질서하게 뒤섞여 있었고, 거기에 이성이나 질서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 끝은 무한하여 알 수 없고, 앞은 아무것도 분간할 수 없을 만큼 어두웠다.
카오스는 원래 '크게 입을 벌리다'를 의미하는 동사인 카이레인(Xairein)이나 카스케인(Xaskein)과 같이 '입 벌림, 틈, 하품'을 의미하는 카(Xa)에서 파생되었다. 카오스에서는 쌍둥이 남매인 어둠의 신 에레보스(Erebus)와 밤의 여신 닉스(Nyx)가 태어났다. 닉스는 밤의 여신이지만 그 말 자체가 '밤'을 뜻한다. 여기에서 '밤'을 뜻하는 라틴어 '녹스nox'가 나왔다. 또한 야상곡을 뜻하는 영어 '녹턴(noctturne)', 밤을 뜻하는 프랑스어 '뉘'도 여기에서 비롯되었다. 에레보스와 닉스는 서로 결합하여 낮의 여신 헤메라(Hemera)와 창공의 신 아이테르(Aether)를 낳았다. 푸른 하늘을 뜻하는 '이터르' 혹은 '에테르'는 창공의 신 아이테르에서 나온 말이다. 이렇게 탄생한 헤메라는 낮이 되고, 아이테르는 높은 하늘이 되어 타르타로스 및 가이아와 신들이 지내는 곳 사이의 경계가 되었다. 이렇게 해서 우주의 기초가 완성되었다.
프로메테우스는 ‘먼저 아는 자’로 미래를 내다보는 통찰력을 지녔으나 동생인 에피메테우스 는 ‘나중에 이해하는 자’로 매우 우매했다.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에게 끌려가 코카서스 산에 서 형벌을 받기 전 미래를 내다보고 동생에게 당부를 했었다. “제우스가 만약 선물을 보내거든 절대 받아서는 안 된다. 혹시 받더라도 즉시 돌려보내야 한다. 명심하도록 해라.” 하지만 판도라의 아름다움에 마음을 빼앗긴 에피메테우스는 형의 당부를 까맣게 잊어버렸 다. 그는 제우스의 속셈도 모르고 신이 나서 판도라를 신부로 맞았다.(p.50)
고르디우스는 왕으로 추대된 것을 기념하면서 신탁을 내린 신전에 소달구지를 바쳤다. 그리고 멍에를 복잡한 매듭의 고삐로 묶어놓은 뒤 이 매듭을 푸는 사람은 앞으로 아시아의 지배자가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그 후 많은 사람들이 이 매듭을 풀려고 시도했으나 어느 누구도 성공하지 못했다. 그때부터 ‘고르디우스의 매듭Gordius Knot’은 복잡하게 얽혀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불가능한 문제를 뜻하게 되었다.(p.140)
저자 : 양승욱
현재 신화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동서양의 신화와 고전을 주제로 다양한 연구와 저술활동을 하면서 학교와 관공서 등에서 강의한다. 특히 동서양의 신화 속에 등장하는 정령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연구하고 책을 냈다. 그동안 『그리스신화』, 『표준국어대사전』, 『중국어사전』, 『음악의 역사』, 『삼국지』 등 다수의 출판 기획 및 저술 작업에 참여했으며, 최근작으로 『존재하지 않는 것들의 세계사』가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