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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건 다 네 앞에 있어 - 지금 내 앞에 있는 좋은 것을 보게 해주는 혜안의 글
성전 지음 / 마음의숲 / 2021년 12월
평점 :
품절
힐링이나 위로를 위한 에세이와 자기계발 책들이 쏟아져 나온다. 원래 우리 독자들은 에세이와 자기계발 독서가 가장 많은 것으로 매해 대형 서점 집계는 알려주고 있다. 독서의 이유가, 살아가며 느끼는 감정의 폭발을 잠재우고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책을 읽는다고 생각해볼 수 있는 부분이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된 2년 전부터 에세이나 자기계발 책의 범위가 더 넓어지고 더 많은 책이 나오는 현상을 서점에 가본 독자들은 피부로 느낄 것이다. 독자 역시 가끔 한 번씩 정기적으로 서점을 들르는 편인데 언제나 베스트셀러 판매대에는 에세이가 가장 많다. 또 자기계발 책이 심리학과 정신분석학 연구자들까지 범위에 가세하는 것 같다.
정신의학에서 심리학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란 사실을 이젠 독자들도 모두 알 수 있는 정도다. 어렵게만 느껴지던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 칼 융의 분석심리학, 알프레드 아들러의 개인 심리학 등이 원용되며 심리학과 자기계발을 접목시킨 책들이 번역돼 출판계의 흐름이다. 종교적으로는 불교가 가장 많은 에세이를 내고, 개인 심리학과 가장 가까워서인지 모르지만 스님들이나 불교 신자들의 책들도 독자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책 『좋은 건 다 네 앞에 있어』의 저자 성전도 불교계의 수행 방법이나 불교의 자신을 다스리는 방법을 동원해 대중의 마음에 위로를 주고, 평온함을 선사하는 좋은 내용의 말과 글을 독자들에게 선물하고 있다. 불교계에서는 자기수련법으로 수행을 가장 앞선 덕목으로 친다고 한다. 수행이란 우리가 말하는 참선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삶을 살아가면서 자신을 돌아보고 뉘우침과 깨우침으로 삶을 평온하게 살아가는 방법이다. 이 깨우침, 깨달음에 이르는 과정이 수행이란 말이다.
수행의 가장 좋은 방법은 '집중'이라는 것은 불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책을 통해 한두 번쯤은 모두 들어봤을 이야기다. 지금, 오늘, 현재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수행의 기본이고, 가장 요구되는 일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저자의 말」을 통해 "맑은 마음을 지니고 살아가자고 마음먹은 순간부터 마음의 변화를 살폈습니다. 마음엔 수시로 먹구름이 떠다니고 때때로 천둥이 울고 번개가 쳤습니다. 제 마음에 저도 무서웠습니다"며 세상의 모든 일이 번뇌 그 자체라고 인식한다. 그래서 저자는 수행을 통해 "살아가는 것은 마음을 바꾸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란 명제를 이끌어낸다.
책에 따르면 과거도 미래도 아닌 잠시도 머무르지 않는 바쁜 현재를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진정한 삶의 의미와 목적을 찾기란 쉽지 않다. 느리고 빠를 때가 있는 것이 인생이라지만 우리는 늘 급하게 결과만 좇는 일에 집착하다 보니 쉼 없는 빠른 길을 택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좌절과 절망이 나를 짓누르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런데 그 길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주위를 둘러보면 당신에게 의미 있는 좋은 것들이 다가온다. 왜냐하면 이 순간에도 세상 모든 것은 나를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다만 당신이 눈치채지 못하는 것뿐이다.
"세상을 너무 부정적으로 보지 마세요. 우리 앞에는 의외로 좋은 것이 참 많습니다. 다만 당신이 그 좋은 것을 못 보고 있을 뿐입니다. 세상이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 우리 마음 시각이 부정적인 것입니다. 세상은 당신이 보는 대로 보입니다. 그런데 당신은 왜 그것을 보지 못할까요. 매일 반복되는 보통의 일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내 앞에 있는 것을 사랑하지 않고 좋은 것은 밖에 있고 멀리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세상은 당신이 만드는 것입니다. 당신이 만든 세상 안에 당신이 살고 있을 뿐입니다. 좋고 소중한 것들은 지금 다 당신 앞에 있습니다."
- p.17, 〈좋은 것은 다 당신 앞에 있습니다〉 중에서
저자는 탐욕에 대해 '당무유용(當無有用)'이라는 말로 설명한다. ‘그릇은 비어 있으므로 그릇으로서의 쓰임이 생긴다’라는 뜻이다. 없애야 채울 공간이 생긴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지만, 우리는 명예에 대한 탐욕, 권력에 대한 탐욕, 그리고 재물에 대한 탐욕 등을 마음에 가득 담고 살고 있다. 결국 즐거움을 채워야 할 공간이 부족해 제 발로 들어오는 행복도 받아들이지 못하고, 정작 비워야 할 것에 자신을 옭아매며 지친 하루를 만들고 있다. 무소유가 불안으로 다가오더라도 내 것이 아님을 알고 과감히 버릴 수 있어야 내 앞에 즐거움과 행복이 찾아온다고 이 책에서는 말한다. 비움은 곧 아름다운 채움이 되기 때문이다. 자연에서 마주하는 나무의 푸름도 향기로움도 모두 비움의 표현임을 예로 들며 스님은 내 앞의 즐거움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연습해야 하는지 올바른 길을 안내한다.
"나무가 그렇게 온통 자신을 비우며 떠난다는 사실을 바라보며 나무의 한 생애가 비움의 시간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나무의 푸름도 향기로움도 모두 비움의 표현이었던 것입니다. 비우면 향기롭고 아름다워진다는 것을 나무는 온몸으로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역시 비우면 향기로워질 수 있을까요. 우리가 향기롭지 못한 것은 비우지 못한 채 살아가기 때문일 것입니다."
- p.222, 〈비우라고 숲이 말해주었습니다〉 중에서
소통과 관계에 대한 저자의 말도 묵직한 울림을 준다. 저자에 따르면 관계의 중요성은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한 번의 사랑으로 인연이 되기도 하고 한 번의 미움으로 악연이 되기도 한다. 싫어하는 사람이든 좋아하는 사람이든 인연이라는 관계, 진리 속에서 나타난 것이다. 불교에서는 삼천 생의 인연이 있어야 사람과 사람이 만날 수 있다고 한다. 즉 지금의 만남은 너무나도 긴 시간 후에 찾아오는 행운과 같은 것이다. 우리가 만약 누군가를 미워한다면 삼천 생의 긴 시간을 미워하는 것이고 우리가 지금 이 만남을 사랑한다면 삼천 생의 긴 시간을 사랑하는 것이다. 인연은 모든 만물에 적용된다. 살아가며 만나는 풀 한 포기, 꽃 한 송이, 반짝이는 별빛, 서글픈 빗물 모두 어둠에서 밝음으로 인도하는 당신을 위한 소중한 인연이다.
"망망대해 같은 시간의 바다에서 한 잎 나뭇잎 같은 우리의 만남이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요. 그리고 오늘 우리 헤어지면 어떻게 다시 만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요. 지금 만났듯이 먼 훗날 어쩌면 우리는 또다시 만날 것입니다. 한 그루 나무로, 나뭇가지 사이를 지나는 바람으로, 꽃으로, 물방울로 혹은 아득한 어떤 메아리로 우리는 다시 만나 흐를지도 모릅니다. 인연은 인연을 낳습니다. 그것이 우리들 시간의 법칙입니다. 지금 우리의 만남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요. 얼마나 가슴 벅찬 인연인지요. 당신을 다시 만날 수 있어 기쁩니다."
- p.154, 〈우리는 가슴 벅찬 인연입니다〉 중에서
한국 불교계의 대표적인 문장가로 꼽히는 저자 성전 스님은 산승의 모습을 품고 늘 수행자의 마음으로 살아가며 매일 아침 라디오 방송으로 신도들과 만나고 있다. 어려운 불교 용어와 거창한 교리 전달보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고 위로받을 수 있는 짧고도 시적인 문장을 통해 종교를 넘어 대중에게 사랑받고 있다. 한 해를 마감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메시지는 무엇이며 최고의 선물은 무엇일까? 『좋은 건 다 네 앞에 있어』는 힘들 때 누가 곁에서 힘듦을 나눠주는 따뜻한 친구이자 조언자로서 당신의 올겨울을 좋은 것으로 가득 채워줄 최고의 선물이 될 것이다. 저자는 매일 아침 9시 불교방송 프로그램 〈좋은 아침 성전입니다〉를 오랫동안 진행하며 남녀노소에게 인생의 지혜와 더불어 따뜻한 조언을 해주고 있다. 그러면서 스님이 자주 사용하는 말이 바로 “좋은 건 다 네 앞에 있어”다. 짧지만 모든 긍정의 에너지가 함축된 이 문장을 통해 특히 힘들어하는 청소년들과 젊은이들은 큰 위로를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행복과 평화는 비움의 길에서만 만날 수 있습니다. 채우고 소유하는 것은 결코 행복을 위한 일이 아닙니다. 가진 것까지도 버리고자 할 때 안으로 풍성해지고, 무소유가 불안으로 다가올 때 안은 그만큼 황폐해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세상의 많은 부자가 행복하지만은 않고 세상의 많은 가난한 사람이 꼭 불행하지만은 않은 것은 행복이 마음의 문제임을 일깨워줍니다."
- p.257, 〈행복은 마음의 문제입니다〉 중에서
지금 당장 내 앞이 캄캄하고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더라도 좋은 것을 보고 찾고 만들어내는 혜안과 마음을 기르는 연습을 할 때 분명 긍정의 힘이 올 것이다. ‘좋게 보면 내가 좋아집니다’ ‘진정 소중한 사람은 내 앞에 있습니다’ ‘자신을 바꾸는 일이 모든 것을 바꾸게 합니다’ ‘지금 이 순간 내 앞의 가장 좋은 나와 만나세요’ 등과 같이 지금 내 앞에 있는 좋은 것을 보게 해주는 문장들을 이 책에 가득 담았다.
돈과 물질의 풍요만이 좋은 것은 아니다. 좋은 사람이 많고 좋은 바람과 하늘을 만나러 나만의 좋은 곳을 찾으면 내 앞의 진정한 풍요를 만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거친 말과 비난, 헐뜯음이 난무하는 요즘이지만 기쁜 일은 나누면 두 배가 되듯 좋은 말 역시 많이 나눌수록 우리에게 긍정의 에너지가 닿아 삶의 좋은 기운으로 작용할 것이다.
저자 : 성전
월간 『해인』의 편집장과 불교신문 주간을 역임했다. 현재 BBS불교방송 [좋은 아침 성전입니다]를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이 세상에 당신과 함께 있어 기쁩니다』 『어떤 그리움으로 우린 다시 만났을까』 『비움, 아름다운 채움』 『그래, 다 이유가 있는 거야』 『괜찮아, 나는 나니까』 등이 있다. 현재 천흥사에 머물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