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혹하는 이유 - 사회심리학이 조목조목 가르쳐주는 개소리 탐지의 정석
존 페트로첼리 지음, 안기순 옮김 / 오월구일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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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우리가 혹하는 이유』의 저자 존 페트로첼리는 사회심리학의 권위자로 손꼽히는 분이라고 한다. 그가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명확하다. 바로 '개소리(bullshit)'에 대한 비판적 고찰이다. 이른바 '개소리'는 욕설에 가까운 말로, 사전적으로는 '아무렇게나 지껄이는 조리 없고 당치 않은 말을 비속하게 이르는 말'로 풀이되고 있다. 즉 사회에 도움이 안 되는 거짓말이나 다수를 현혹시키는 말을 통칭해 '개소리'라 말한다. 다만 이를 비속하게 이른 말일 뿐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황당한 말이나 아무 도움이 안 되는 쓸데없는 소리를 '개소리'라고 일축하기도 한다.

그런 말이 미국 사회라고 없겠는가? 어쩌면 표현의 자유가 우리보다 더 확대된 사회라고 하니 과연 어떤 '개소리'가 있는지 관심이 간다. 저자는 이런 개소리가 사회에 얼마나 악영향을 미치거나 참혹한 결과를 가져오는지 '사회심리학적' 관점에서 분석한다. 독자는 사회심리학도 생소한 분야이고 심리학이나 사회학에 문외한이지만 우리 사회에 이런 기만성 말들이 어떻게 만들어져 어떻게 나쁜 영향을 미쳤는지를 알기 위해 읽어볼 가치를 찾았다. 저자가 이 논저를 통해 개소리에 대한 분석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는 점에서 교양 확장 차원에서 필독서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사실과 과학에 뿌리 내리지 않은 안개 같은 말들을 ‘개소리’로 규정하며 이런 말들이 어떻게 사람들을 사로잡고,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며, 한 개인을 넘어 집단의 신념으로 번지는지 그 심리적 측면을 파헤쳐 해법을 모색한다. 저자에 따르면 사람들은 대개 자신은 합리적이며 사리분별을 썩 잘한다고 착각한다. 그러나 논리적 탐정의 대명사 셜록 홈즈를 창조한 코넌 도일조차 황당하게도 요정의 존재를 믿었다. 그는 요정의 존재를 입증해내겠다며 그 증명 방법을 진지하게 고민하기까지 했다.

『쉽게 속아 넘어가는 속성의 역사』라는 책을 집필해 거짓말의 역사를 집대성하고 속임수라는 빤한 수를 읽는 방법을 탐구한 심리학자 스티븐 그린스펀 또한 주식 사기에 걸려들어 거액의 돈을 날렸다. 그뿐인가. 세계적인 농구 스타 카이리 어빙은 팔로워가 400만이 넘는 자신의 트위터에 지구는 평평하다고 글을 올려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놀랍게도 ‘페이스북의 평평한지구학회’는 무려 22만 6,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팔로잉 중이며 개중에는 이름이 알려진 지식인도 여럿 있다. 왜 똑똑하고 많이 배운 사람들이 이상한 믿음을 갖고 바보 같기 짝이 없는 선택을 하는 걸까? 저자는 이것은 뛰어난 두뇌와 지식, 재능도 개소리 앞에서는 힘을 못 쓴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말한다.

 


 

사실 개소리는 인간이 언어를 발명한 순간부터 어디에나 존재했지만 오늘날과 같이 모두가 매 순간 실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끝없는 개소리에 노출된 적은 없었다. 웨이크포리스트대학교에서 ‘개소리연구소(BULLSHIT STUDIES LAB)’를 운영 중인 이 책의 저자 존 페트로첼리는 인간의 본성 및 의사결정 과정을 보여주는 다양한 심리 실험과 탄탄한 연구 자료를 토대로 개소리를 포착할 과학적 방법을 알려준다. 독자들은 책을 통해 우리 자신에 대한 착각을 바로잡고, 생각의 토대를 이루는 기제들을 다시 점검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이토록 개소리에 취약할까? 어떤 조건에서 개소리가 촉발되며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자신이 가진 지식을 넘어서서 말해야 할 때, 자신의 말을 평가하는 사람이 없을 때, 전문성을 입증하라는 사회적 압력을 받을 때, 책임지지 않아도 될 때, 진실 여부에 관심이 없을 때, 커뮤니티에서 지지받을 때, 자신의 주장이나 결정이 옳다고 확신받고 싶을 때 당신은 개소리를 하거나 이런 상황에 놓인 대상으로부터 개소리를 들을 가능성이 크다.

 


 

책에 따르면 천문학적인 금액의 주식 투자 사기를 저질러 150년 징역형을 선고받은 버나드 메이도프는 나스닥 증권거래소 회장을 역임하고 기업을 성공적으로 일군 금융업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인물이었다. 조금만 관심을 갖고 데이터를 들여다봤다면 사기 수법을 눈치챌 수 있었지만 아무도 메이도프를 의심하지 않았다. 그의 전문성과 자신의 결정을 맹목적으로 신뢰했기 때문이다. ‘촉진된 의사소통’이라는 자폐증 치료 프로그램을 개발해 큰 반향을 부른 비클렌의 연구 또한 검증 연구에서 실효성을 입증받지 못해 과학계는 그의 프로그램을 속임수로 규정했지만, 자폐아 부모들은 자신들의 희망사항을 부추기는 그에게 여전히 지지를 보낸다.

이처럼 개소리는 사람들의 사고를 불완전한 정보에 집중시키거나 인지적 착각에 빠뜨리고 이성 보다는 감정에 호소한다. 한번 인지 오류와 합리화, 섣부른 직관과 편향에 빠지면 크고 작은 일을 결정할 때 어리석은 결정을 할 가능성이 높다. 저자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언제 어느 상황이든 써먹을 수 있는 5가지 유형의 개소리 탐지 질문을 제시한다.

 


 

저자는 권위자와 전문가를 비판하기를 꺼려하고, 지적으로 게으르다면 개소리를 탐지할 수 없다고 단언하며, 마치 과학자가 된 것처럼 단호하게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것만이 개소리를 탐지하는 유일한 길임을 책을 통해 시종일관 상기시킨다. 그는 비판적 사고에 능숙한 사람들은 개소리에 노출되었다고 의심하거나, 자신의 신념과 행동이 개소리에 근거할 가능성이 있을 때 다음의 다섯 가지 유형의 질문을 자신에게 던진다고 언급한다.

① 데이터 수집 : 주장을 이해하고 평가할 수 있는 올바른 정보를 가졌는가?

② 편견 인식 : 내 감정적 반응을 근거로 진실인지 거짓인지 추측하는 태도를 자제하면서 주장에 함축된 뜻을 객관적으로 살폈는가?

③ 편견 최소화 : 주장을 뒷받침하는 논거와 결론을 공정하고 정확하게 식별했는가?

④ 결론의 타당성 평가 : 결론은 타당한가, 독립적인 관점과 출처를 갖춘 증거로 뒷받침되는가?

⑤ 구상과 적용 : 나는 비판적인 제3자에게 정보에 근거하고, 제대로 추론하고, 합리적으로 도출한 결론을 설득력 있게 제시할 수 있는가?

 


 

개소리를 잘 탐지할 수 있을 때, 우리는 더 이상 아무것도 모르면서 헛소리를 늘어놓는 사람들에게 귀 기울일 필요도, 근거 없는 논쟁에 휩쓸려 갈팡질팡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중요한 계약을 할 때 무능한 사람들에게 의존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또한 사실과 증거를 기반으로 삶의 모든 순간에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이 책은 의사결정을 앞둔 사람에게 유용한, 개소리를 탐지할 수 있는 질문 리스트부터 자신의 판단을 점검하는 체크리스트까지 실천적인 지침들을 상세하게 소개한다. 현명한 선택을 망치는 온갖 기제로부터 자신을 지켜내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가장 먼저 읽어야 할 지침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우리나라 정치 상황에서도 적용해볼 것을 독자들에게 권한다.

 

저자 : 존 페트로첼리

사회심리학자로서 의사소통 및 의사결정을 과학적으로 연구하고, 글을 쓰고, 강연한다. 웨이크포리스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개소리연구소(BULLSHIT STUDIES LAB)’를 열고 사회심리학의 최신 연구 성과를 다양한 분야에서 실험하고 있다. 개소리는 인간이 언어를 발명한 순간부터 어디에나 존재했지만, 오늘날과 같이 모두가 매 순간 실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끝없는 개소리에 노출된 적은 없었다. 페트로첼리는 사실과 왜곡이 뒤섞인 혼란 속에서 솔깃하게 들리는 개소리를 포착할 과학적 방법을 대중들과 공유하는 한편, 의심과 회의, 질문, 비판적 사고를 통해 생각의 균형을 잡고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법을 알려준다. 페트로첼리의 연구 성과는 《성격및사회심리학저널(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을 포함한 다수 의 학술지와 테드(TED) 강연 등을 통해 소개되었다.

 

역자 : 안기순

이화여자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교육대학원에서 영어교육을 전공했다. 미국 워싱턴대학교에서 사회사업학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시애틀 소재 아시안카운슬링앤리퍼럴서비스(THE ASIAN COUNSELING&REFERRAL SERVICES)에서 카운슬러로 근무했다. 현재 ‘바른번역’에서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번역서로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일론 머스크, 미래의 설계자》 《그라운드업: 스타벅스 하워드 슐츠의 원칙과 도전》 《옵션 B》 《언택트 교육의 미래》 《리얼리스트를 위한 유토피아 플랜》 등 다수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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