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글씨가 나를 바꾼다 - 글씨를 보면 사람이 보인다
북카라반 편집부 지음 / 북카라반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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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학생 시절 때 '글씨를 잘 쓴다'는 말을 들은 적이 많다. 글씨를 잘 쓰고 못 쓰고의 판단은 사실 글쓰기 공부를 할 때가 아니다. 즉 초등학교 때가 아니고, 중고등학교 때다. 선생님이 칠판에 적어주며 설명하는 것을 받아 노트에 적는 것이었다. 그 선생님은 다른 선생님과 달리 '노트 검사'를 하셨다. 가끔 한 번씩 하는 검사로 평소엔 글씨 쓰는 것을 손에 익지 않는 한 제대로 잘 쓰지 않는다. 독자는 그 선생님으로부터 칭찬을 받았다. 그리고 성적도 괜찮은 편이어서 더욱 선생님으로서는 신이 나셨다. '글씨는 글씨만 봐도 그 사람의 성적을 구별할 수 있다"는 선생님의 지론을 확인시켜주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그때는 사실 입시도 없는 중학교 때여서 글씨에 집중할 수 있었을 때다.

 


 

그러나 고등학교에 입학하고서부터는 그런 말씀을 하신 선생님도 없었을 뿐 아니라 글씨를 정성들여 쓸 여유도 없었다. 입시 때문이다. 대학 입시가 있기 때문에 글씨를 잘 쓰고 못 쓰고는 판단의 기준이 될 수 없었고, 모두들 바쁘니 글씨체에 신경 쓰지도 않았다. 각자 자신의 방법으로 선생님의 설명이나 풀이를 노트나 책 귀퉁이에 적기 바빴다. 글씨체로 그 사람의 됨됨이를 판단할 때가 아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선 닥치는 대로 많은 지식을 축적하기에 바빴지 글씨체는 문제가 아니었다. 그래도 글씨체는 망가지지 않았다. 수시로 글씨를 썼기 때문이다. 정작 독자의 글씨체를 망가진 것을 확인하는 것은 컴퓨터로 글을 쓰기 시작한 지 10년쯤 지나서였다. 메모 이에외는 일체의 글을 써본 적이 없다가 손글씨에 대한 관심이 다시 집중될 무렵 편지를 직접 손으로 써서 보내려고 조금 긴 글을 쓰는데 좀처럼 마음에 들지 않았다. 수년 동안 글씨를 안 쓰면 '글자체가 망가지는구나'를 확신하게 된 것이다. 아직도 글자체를 예전 수준으로 돌리지 못하고 있다.

 


 

예부터 내려온 말 중에 '신언서판(身言書判)'이라는 한자어가 있다. 선비가 지녀야 할 네 가지 덕목-용모, 언변, 글씨, 판단력-을 이르는 말이다. 중국 당나라 때에 관리를 등용하던 기준이었다고 한다. ‘글씨는 곧 그 사람의 성품이다’는 경구도 있는데, 이처럼 글씨는 고금(古今)을 막론하고 매우 중요한 ‘자기계발’의 한 덕목임에 분명하다. 반듯하고 정갈한 글씨는 개인의 학식과 교양, 인품을 대변하는 거울이기도 하다. 그러나 사실 여기에서 '서(書)'는 글자체라기보다 글솜씨가 더 중요하고, 그걸 보았으리라 짐작되지만 사실은 글자체는 매우 중요하다. 특히 한자어에서는 글자체가 바르지 않을 경우 획수가 많은 글자는 쓰기 어렵기 때문이었으리라 추측된다. 아무튼 글의 내용도 글자체도 모두 중요시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책 『손글씨가 나를 바꾼다』은 손글씨를 잘 쓰고 싶어 하는 독자들을 위해 펴낸 책으로 옛날 초등하교 일학년 때 한글을 막 배우기 시작했을 때 한 자 한 자 또박또박 쓰도록 가르칠 때 배웠을 것 같지만 독자는 고백하자면 막 한글을 배우기 시작했을 때의 기억은 없다. 이 책을 읽게 된 동기이기도 하다. 이 책은 컴퓨터로 글을 쓰는 세대에게나 어울릴 법한 올바른 글씨체를 쓰도록 펴낸 책이다. 컴퓨터로 글을 쓰더라도 아직은 손글씨가 꼭 필요할 때가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책은 「머리말」을 통해 손글씨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정확성' 또는 '명확성'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정확성'과 '아름다움' 둘 중 하나를 굳이 택해야 한다면 정확성을 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도 그럴 것이 모든 글자는 기록과 소통이 가장 중요한 목적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 책은 원리와 실전, 그리고 종합편으로 구성했다. 첫째, 원리편에서는 가장 중요한 핵심 원리를 간략하고 알기 쉽게 소개했다. 모든 학습에는 기초가 매우 중요한데, 한글과 손글씨의 기초 원리를 명확하고 효율적으로 정리함으로써 독자들이 ‘손글씨 잘 쓰는 법’을 빠르게 습득할 수 있도록 했다. 둘째, 실전편이다. 손글씨를 연습할 때 어떠한 단어와 문장으로 할 것인지도 매우 중요하다. 이 책에서는 자음과 모음, 받침 등 한글을 이루는 여러 단어를 다양하고 조화롭게 배치했으며, 평소 즐겨 쓰는 단어는 물론 문화, 경제, 문학, 과학, 교양, 고사성어 등 유익한 단어와 문장을 두루 포함했다.

마지막 장인 종합편에서는 한국단편소설의 백미라 할 수 있는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 이상의 〈날개〉 중 주요 문장을 소개했다. 아름다운 우리 문학 작품 가운데 다소 긴 문장을 연습함으로써 손글씨에 더욱 자신감을 얻을 수 있도록 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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