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무엇이, 사랑을 죽였을까 - 자본주의와 페미니즘
이영철 지음 / 북퍼브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 『누가 무엇이, 사랑을 죽였을까』는 자본주의와 페미니즘에 대한 소고(小考)이다. 저자 이암은 스스로를 '잡부'라고 표현하며 일체의 개인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 그를 처음 대하는 독자로서는 오히려 궁금하다. 책 뒷표지 날개 부분에 있는 그의 전작 『나는 잡부로소이다』, 『순수의 시대』만이 책에서 제공하는 전부다. 이 책을 독자가 '소고'라고 표현하는 것은 저자가 '자본주의와 페미니즘'이라는 부제를 붙여놓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시(詩)처럼 짧은 글을 주인공 개인의 시선으로 일관되게 일상을 조명하고 있다. 시처럼 제목 하나에 짧은 글을 계속해서 썼다. 즉 개인의 일상적인 서사를 쓴 것이다. 거기에는 일상의 스토리가 담겨 있다. 그런데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일상적이지 않은 사회의 커다란 흐름, 즉 자본주의와 페미니즘 중심으로 서술하고 있다.

 


 

저자는 역시 짧은 「서문」을 통해 'PC주의'에 대해 언급한다. 여기서 PC를 퍼스널 컴퓨터로 오인해서는 안 될 일이다. 독자처럼. 독자도 처음엔 생소한 단어가 맨 첫머리에 튀어나오자 적잖게 당황했다. 그는 "처음 PC주의는 인종, 성별, 성적지향, 종교, 직업 등과 관련해 기존 편견을 버리자는 운동이었다"는 짧은 설명을 썼다. 아무런 사전 장치 없이 불쑥 PC주의에 대한 설명으로 당혹감을 느꼈다. 독자로서는 'PC주의'란 용어를 처음 접했다. 독자의 시사 상식의 부족이겠지만 이런 말이 있는지조차 몰랐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어쩔 수 없이 백과사전을 찾아볼 수밖에 없다.

사전에 따르면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 PC)은 말의 표현이나 용어의 사용에서, 인종ㆍ민족ㆍ언어ㆍ종교ㆍ성차별 등의 편견이 포함되지 않도록 하자는 주장을 나타낼 때 쓰는 말이다. 특히 다민족국가인 미국 등에서 정치적인 관점에서 차별·편견을 없애는 것이 올바르다고 하는 의미에서 사용하게 된 용어이다. 이 주장 가운데 일부는 언어의 문법 구조가 그 언어를 구사하는 인간의 사고에 영향을 준다는 사피어-워프 가설과 관련되어 있다.

 


 

사전은 다소의 설명을 덧붙인다. "일부 언어학자들이 어떤 종류의 언어를 쓰느냐가 인간의 사고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준다고 여기고 있지만, 이 가설을 확대해서 해석하면 언어가 인간의 사고에 절대적인 영향을 준다고 볼 수도 있다. 곧 성차별적인 어휘를 쓰면 성차별주의자가 된다고 주장할 수 있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차별적이라고 여기는 용어를 바꾸려고 할 때 그 용어를 당사자들은 오히려 수용하려고 하는 경우가 있어 문제가 더 복잡해지는 경우가 많다. 정치적 올바름에 비판적인 시각을 가진 평론가들은 정치적 올바름이 지나치게 만연하게 되면, 사회가 전체주의 사회가 되고, 집단적인 압력이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현상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차별금지법 제정과 같은 정치적 올바름의 법제화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표명한다."(위키백과)

 


 

이 책의 제목과 부제목의 부자연스러운 연결이 비로소 해독된다. 저자는 「서문」에서 어쩌면 PC주의 이전의 보편적인 가치라고 PC주의 운동의 시작이라고 밝힌다. 저자의 설명에 좀 더 귀를 기울여 본다. "자유 민주주의가 지향하는 목표였고, 또 각 개개인의 인권을 신장시키는 일을 누가 반대할까.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끊임없이 소통하고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서, 서서히 간극을 좁혀가는 일. 이 얼마나 멋지고 아름다운 세상일까. 하지만 세상 어디에도 절대적 가치는 없다. 그래서 혹자는 인정하지 않고 따가운 눈총을 받는다. 다수의 사람들은 설득을 넘어서서, 인정할 때까지 따라다니는 것을 주저하기 않는다.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인정하게끔 만들려고 노력한다.

어느 순간부터, '다름'이 아니라 '옳고, 그름'으로 판단하고, 다시 참과 거짓, 또는 선과 악으로 변질되어 가고, 마침내 그들은 강제하고 강박하며 궁지로 몰아넣는다."(p.4) 뒤에 이어지는 설명에서 저자는 비단 PC주의뿐만 아니라 모든 이념과 사상 등이 변질되어가는 과정이다"고 서술하며 "아마 혹자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게 아니었을까. 그는 보편적인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 반대하지 않았을까. 어떻게 자유 민주주의에서 모든 사람이 똑같은 가치와 사상을 가질 수 있을까 싶다"며 말을 맺는다.

 


 

이 책은 4개의 장으로 이루어진다. 1장 자본, 자본주의에 대해 쓰고 2장 혼돈의 시작이란 제하에 사회 생활을 하는 한 개인의 일상 주변의 상황을 말한다. 또 3장 페미니즘에 대해 같은 방법으로 법률적인 문제까지 다루고 법과 일상 생활의 다소 유리되는 느낌을 강조한다. 마지막 4장은 시시포스에서는 일상이 개인에 미치는 영향 등을 신화 속 인물과 등치시키며 마친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전혀 문장부호를 사용하지 않은 특징이 있다. 말없음표(······)와 작은따옴표(' ')만 사용됐고, 마지막 글 「마침내」에서 단 한 번 쉼표가 사용됐는데 의도적이라기보다 페이지 넘김에서 줄이 바뀌는 것을 표시하기 위해서인지, 오탈자인지 가늠이 안 된다. 어쨌든 이 작품에는 쉼표도 마침표도 없다. 시작부터 끝까지. 다만 독자를 위해 띄어쓰기와 줄 바꿈만이 독자의 호흡을 돕고 있다.

 


 

한 남자의 시위로 글이 시작된다. 무언가 사연이 있어 보이는 시위이다. 얼굴도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누군가에 의해 모든 것이 무너진다면 어떻게 감당해내야 할까?'자본주의'. 현 시대를 사는 사람에겐 가장 중요한 부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집, 소비생활, 먹거리 등 자본의 손을 타지 않는 것이 없다 보니 점점 더 가치가 높아질 것이다. 직장의 손실 그에 따른 화자의 심리상태를 덤덤하게 잘 나타내고 있다.

'페미니즘'은 누군가는 긍정적인 의미, 누군가는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할 것이고 현대사회에서 여성과 가장 밀접한 단어라고 생각된다. 여성의 인권신장에서 시작한 페미니즘은 다양한 변화를 이끌어 내었고 그 활동의 영향으로 미투라는 행동도 발생하였다. 많은 것들이 폭로가 되었고 가해자에 대한 비난과 필요한 조치들이 취해졌다. 다만 모든 일은 오류가 있고 그에 따른 피해를 보는 사람들도 반드시 존재한다. 이런 내용들이 분란을 조장하여 갈등을 야기하기 보단 서로 조금 더 이해하고 조심할 수 있는 부분으로 받아들여지면 좋을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