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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물쇠 속의 아이들 - 어린 북파공작원의 비밀
김영권 지음 / 작가와비평 / 2022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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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파공작원'이란 단어는 듣기만 해도 어마어마하게 무섭다. 그들이 공식적인 조직도 아닌데다 임무가 북한에 직접 침투해 수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반 군인들도 쉽게 할 수 없는 일들이다. 발각되거나 잡히면 대부분 죽을 사람들로 생각했기 때문에 그 단어에서 받는 느낌은 공포 그 자체였다. 북파공작원들은 한국전쟁중인 1952년부터 1972년 7ㆍ4남북공동성명 발표 때까지 북한 지역에 파견되어 활동한 무장첩보원이란 사실은 뒤늦게 알려졌다. 또 실제했더라도 그 존재를 아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그런 사실은 그들이 더 공포스럽게 비쳐졌고, 아무도 극비활동을 했다고 말하는 사람이 없어 실체는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도 했었다.
이들의 존재가 대중들에게 알려진 사건이 터졌다. 이른바 '실미도 사건'이다. 그들은 김신조 등 31명의 남파 무장공비에 대해 똑같은 보복을 이유로 인천 앞바다 실미도에서 비밀 특수훈련을 받았다. 그러나 남북간에 채택한 7ㆍ4남북공동선언(1972)으로 부대의 해체가 불가피해지자 당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고 대우를 제대로 해주지 않았다는 점이 사건이 터진 것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실제 언론을 통해 제대로 국민들에게 알려지지 않았고, 그때 훈련받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망했기 때문에 사건 발생 이유가 제대로 밝혀질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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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파공작원의 임무 자체가 정부나 군 당국에서 공식적으로 밝힐 수 없는 첩보작전 등이다. 이런 첩보 작전을 맡은 곳에서 그들에게 제대로 대우를 해주면 비밀 누설 가능성 때문에 제대로 대우를 해줄 수도 없었을 것이다. 특히 한국(남한)과는 달리 거주 이동의 자유가 없는 북한 지역에서 첩보 활동은 더 어려울 것이란 것은 상식적인 일이다. 이들은 특수훈련을 받고 무기 없이도 적의 목숨을 순식간에 빼앗을 수 있는, 말 그대로 '인간 병기'로 추정할 정도로 대단한 사람들로 알려졌다.
이 소설은 실제 운영됐던 북파공작원 임무를 띠고 지금까지 살아 존재하는 일부 사람들이 보상을 요구하는 시위를 함으로써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이 소설 『자물쇠 속의 아이들』은 그들의 과거를 직접 인터뷰한 저자가 쓴 것이다. 이때 북파공작원 중에는 공작원 대결이 가장 치열했던 1960~1970년대에는 실제로 8~17세의 어린 소년들이 중정 물색조의 허풍에 속거나 반강제적인 방법에 의해 첩보 부대로 끌려갔고, 북파공작을 수행하다 목숨을 잃거나 행방불명되었다는 사실은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저자의 전작 『선감도-사라진 선감학원의 비극』의 후속작 성격을 띠고 있어 사실성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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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파공작원들은 최초 한국전쟁 당시 남한에 있는 지리산 빨치산처럼 북한의 후방을 교란시킬 목적으로 양성됐다고 한다. 시사상식사전에 따르면 적 생포 및 사살, 적군진지 주요시설물 폭파, 적지에서 각종 테러를 통한 사회혼란 야기, 첩보수집, 첩보망 구축 등을 주임무였다. 이들을 선발, 양성한 부대는 'HID(Headquarters Intelligence Department)'로 불리는 '육군첩보부대'가 모체인 것으로 알려졌다. 1948년께 만들어진 이 부대는 60년대말부터는 'AIU(Army Intelligence Unit)'라는 이름으로도 불렸다.
이 곳 말고도 `실미도' 부대 등 북파공작원을 관리하는 특수 침투부대는 여러 곳 더 존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국군이 아닌 미군 정보부대에 소속돼 북파공작에 종사했던 요원들도 수천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후 공작원 양성기능은 1968년 청와대 습격사건 직후 창설된 공군 특수부대를 거쳐 국군정보사령부로 이어졌다. 북파공작원들은 원래 군인 신분이었으나 1953년 정전협정이 남과 북의 무력도발을 금지한 까닭에 군과 군의 공개적 전투행위는 불가능해짐에 따라 이후 민간인 신분으로 훈련받고 북파되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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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당국은 그동안 북한과의 관계를 우려해 북파공작원의 실체를 공식 인정하지 않았으나 1999년경부터 유족들이 이들의 명예회복과 보상을 요구하고 나서기 시작했다.그러다가 2000년 10월 민주당 김성호 의원이 북파공작원 양성ㆍ파견부대였던 HID(첩보부대) 소속 북파공작원 가운데 1953∼1956년까지 활동했던 HID 1기∼3기 366명의 명단을 생존 공작원중 1명으로부터 입수해 공개함으로써, 북파공작원 실체가 처음 공개되었다. 1953년 휴전 이후 72년 남북 공동성명 때까지 북파된 공작원은 1만여명에 달하며 그중 사망ㆍ실종된인원은 모두 7726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소설은 주인공 ‘청운’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앞서 언급한 저자의 전작 『선감도』에 나온 주인공이 이 소설에서도 활약하므로 『선감도』의 속편 격이다. 1부에서는 선감학원에서 탈출한 청운이 엄마를 찾기 위해 사이비 종교에 침투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그곳에서 청운은 해괴망측하고 경악스러운 사이비 종교의 실체를 발견한 후 쫓겨나다시피 그곳을 나온다. 2부에서는 방랑자 신세가 된 청운이 중정 물색조의 감언이설에 속아 첩보 부대에 들어가고, 그곳에서 북파공작원이 되기 위해 목숨을 건 훈련을 받는 모습을 그린다. 3부에서는 청운이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일부 동료들과 훈련을 마무리하고 북한으로 올라가 임무를 수행하는 이야기가 긴장감 넘치게 전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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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사이비 종교’에 갇혀 국가의 보호를 받지 못한 아이들과 국가에 속은 채 첩보 부대에 들어가 목숨을 잃는 아이들을 통해 국가의 민낯을 그려내며, ‘과연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의문을 독자들의 가슴속에 던진다. 특히 어린 북파공작원들의 이야기는 우리들의 무관심 속에서 베일에 가려진 채로 점점 잊혀져 가고 있다. 어쩌면 '소년 공작원'이란 말을 처음 들어본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독자도 마찬가지다. 영화나 책 등 이런 저런 이유로 북파공작원의 실체는 규명됐으나 '소년'들이 포함돼 있었다는 사실은 충격을 더한다.
책에 따르면 국가를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목숨을 바쳤지만 이들에게 돌아온 건 지옥 같은 현실뿐이었다. 책 제목의 ‘자물쇠’는 바로 그러한 의미로 저자가 정했다고 밝히고 있다. 국가에 속고 권력에 이용된 아이들의 삶은 마치 폐쇄되고 거짓스러운 비밀 자물쇠 속에 갇혀 있는 것과 같다는 의미라고 한다. 과연 주인공 청운과 아이들은 ‘자물쇠’ 속에서 나와 희망의 빛을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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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고아가 되어 세상을 헤매다가······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선감도 청소년 수용소에 끌려가서 생지옥을 체험하기도 하고······ 바다를 헤엄쳐 탈출하던 도중에 죽을 뻔하기도 했지만······ 바다는 정말 두려워······ 수중고혼이라도 빨리 꺼내줬으면······."
* "이 이야기는 어느 일간지의 미담란에 소개된 기사를 바탕으로 119대원을 수소문해 당시의 상황을 전해 듣고 또한 주인공 노인을 직접 찾아가 인터뷰한 후 사실에 따라 재구성한 것이다." - 지은이
저자 : 김영권
진주에서 태어나 사범대학에서 교육학을 전공했다. 한국문학예술학교에서 시와 소설을 공부했으며, 농민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소」가 당선됐다. <작가와 비평>에서 장편소설 『성공광인의 몽상 : 캔맨』을 출간하며 소설가의 길로 들어섰다. 지금은 문예지에 『잘난 니 똥』이라는 제목으로 우리 시대의 부조리를 풍자한 이야기를 연재하고 있다. 선생님은 어른들을 위한 소설도 쓰지만, 청소년 소설에도 관심이 많다. 그것은 어린 시절에 읽은 좋은 책 한 권이 인생에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사람들의 따뜻한 이야기를 소설로 펴낼 예정이다. 낸 책으로는 『수상한 형제복지원과 비밀결사대』,『수상한 선감학원과 삐에로의 눈물』, 『선감도』, 『어린 북파 공작원』, 『형제복지원』, 『보리울의 달』, 『동상의 꽃꿈』, 『퀴리부인 : 사랑스러운 천재』, 『몽키 하우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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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