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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인문학 - 위태로운 존재들을 위한 견고한 철학적 기초
마틴 하글런드 지음, 오세웅 옮김 / 생각의길 / 2021년 11월
평점 :
이 책 『내 인생의 인문학』은 인문학 분야에서 놀라울 정도로 담대하고 선명한 목소리를 내는 철학자로 불리우는 마틴 하글런드의 저서다. 제목에 이끌려 읽기 시작했지만 내용은 철학도 정치도 잘 모르는 독자가 읽기에는 다소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 책은 여러 언론과 학자들에게 '새로운 고전'이라는 극찬을 받았지만 동시에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고 한다.
이 책은 그러나 독자가 읽은 바로는 '민주사회주의' 정치 체제의 성격이나 원칙, 목적 등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물론 우리 삶을 형성하는 죽음, 불안, 믿음, 자유, 존재 등의 실존적 문제를 다룬다. 그러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민주사회주의라는 새로운 정치비전에 이르기까지 인생철학, 정치철학의 전면적인 통합을 이루어내며 개인적ㆍ 사회적ㆍ정신적ㆍ실천적 존재로써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명료한 철학적 기반을 제공한다. 이 책은 우리에게 자신의 인생철학을 세울 수 있는 견고하고 일관된 기초를 제공하는 데 목적이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직면하는 죽음, 상실, 불안, 두려움 등 존재의 위태로움을 외면하지 않고 우리 삶의 근원으로 치환해 내며 삶을 역동적으로 일으킨다.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것에 따라 인생을 영위할 수 있도록 견고한 철학적 기초를 제공하는 데 목적을 두고 쓰였다.
이 책은 두 개의 파트로 이뤄져 있다. 첫 파트에서는 「인생은 살 가치가 있다는 통속적 믿음」의 든든한 철학적 기초를 제공한다. 우리가 늘 고민하는 〈믿음〉 〈사랑〉 〈책임〉의 문제를 각각 별도로 탐구한다. 두 번째 파트에서는 「우리가 누구이며, 무엇이 중요한지를 이해하기 위한, 정신적 자유」에 대해 말한다. 이를 위해 〈자연적 자유, 정신적 자유〉를 다루며, 〈유한한 시간의 가치〉 〈민주사회주의〉 〈결론 : 우리의 유일한 삶〉 등을 집중 탐구하고 분석한다. 이 부분이 저자가 하고 싶은 논저의 중심이라 할 것이다.
이 책에 대해 유명 언론들은 '현대철학의 혁명적 업적'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가디언(The Guardian)은 진리에 기반을 둔 인생철학, 정치철학의 견고한 기초라고 평했고, USA Today는 "우리는 어떻게 함께 살고 협력해야할까? 자유와 웰빙, 인간다움을 증진하고 지구를 태우지 않도록 사회를 조직할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은 무엇일까? 사람들이 자본주의에 대한 이 불만의 순간을 포착하고 몇 가지 근본적인 질문을 하도록 돕는다."는 평을 내놨다. 또 New Statesman은 "강하지만 명료하며 때로는 아름답다, 하지만 목적에 있어서는 매우 급진적이다. 가치에 대한 우리의 이해, 경제 및 삶에 혁명적 변화를 가져오길 원한다."고 호평했다.
“삶의 희열이 주는 빛이 당신의 삶에 가득한 순간에도, 그 빛에는 상실의 그림자가 있다. 그러나 그 그림자가 바로 삶을 가치 있게 만든다.”, “삶의 기로에서 죽음을 떠올리는 행위는 그의 시선을 그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집중시키고 그가 보고 있는 것에 헌신하며 그들의 독특한 존재를 선명하게 하는 방법이다.”라고 쓰고 있어 저자의 삶에 대한 사유의 깊이를 느낄 수 있다.
책을 읽는 동안 "나를 살아 있다고 느끼게 하고 내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중심에 놓는 삶, 그런 삶은 어디에서부터 시작될까?"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던지게 한다. 이 책은 우리 자신을 우리 삶으로부터 분리시키는 존재의 불안을 어떻게 껴안아야 하는지, 내 삶을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만들어가기 위해 어떤 정신적 기반이 필요한지, 한번 사는 인생에서 우리가 품어야 할 태도와 가치적 우선순위를 고전을 기반으로 저자는 철저한 사유를 통해 재정립한다. 우리의 삶은 오히려 유한하기 때문에 가치 있는 것이라는 말이 궤변으로 들리지 않는 이유다. 그 유한함이 우리가 모든 것을 소중히 여기고 몰두하는 담보가 되며, 유한함이 보장하는 자유에 몰두하고 헌신할 때 우리의 삶은 그 인간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다는 저자의 주장에 공감한다.
저자 하글런드 교수의 철학은 난해한 이론적 증명에 치우치지 않고 놀랍도록 명료하게, 그리고 즐겁게 읽힌다. 이 같은 명제에 도달하기 위해 그는 문학에서 프루스트, 크나우스고르, 도스토예프스키, 단테를 파헤친다. 또 철학에서는 아리스토텔레스, 마르크스, 헤겔, 키에르케고르를 비롯해 종교적 리더며 학자들, C. S. 루이스와 마틴 루터, 마틴 루터 킹 주니어, 그리고 밀, 케인즈, 하이에크 등의 사회학자와 경제학자들의 저서를 깊고도 명쾌하게 재해석한다. 지적으로 정교하며 새롭고 확고한 그의 사유를 따라가면 이 같은 고전들이 지금 우리의 삶, 현재 우리의 공동체들을 변화시킬 놀라운 생명력으로 되살아나는 느낌을 받는 것은 놀라운 경험이다.
"내면의 무한한 열정(누군가를 위해 혹은 어떤 것을 위해)은 늘 객관적인 불확실성(헌신의 대상을 빼앗을 가능성이 있는 시간적인 유한함)과 대립한다. 따라서 어떤 것에 전념할수록 즉, 자신이 누구인지를 정의하기 위한 열정이 주어질수록 위험에 처할 수 있게 된다. 사람, 정치적 투쟁, 삶의 방식에 몸을 바침으로써 우리는 그 존속이 객관적으로 불확실할 무엇인가에 의존하게 된다. 그래도 키르케고르는 우리가 그러한 실존적인 헌신을 통해서만이 자신(자아)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생물학적으로 우리는 인간으로서 설명될지도 모르지만, 키르케고르의 실존적인 의미에서 우리가 누구인지는 우리가 헌신하는 것들과 그에 대한 헌신을 유지하는 것에 의해 정의된다."
이 책은 또 우리가 누구인지는 우리가 소중하다고 인식하는 것들에 충실하고 그에 대한 헌신을 유지하는 것에 의해 정의된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우리가 누구이며 우리에게 무엇이 중요한지를 이해하기 위한 시간, 우리 자신을 배우게 할 시간, 우리에게 진정으로 유의미한 행위가 무엇인지를 탐구할 시간이라고 강조한다. 이러한 시간들은 우리 삶을 우리 자신과 분리하지 않고 우리 인생을 온전히 소유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하지만 자신의 인생을 소유한 사람은 상실, 고통, 실패, 불안의 경험 또한 피할 수 없다. 이러한 실패나 상실의 고통을 피하려고 자신과 삶을 분리하면 결국, 막히고 만다.
공허, 우울, 의미의 결핍으로 이어지거나 세상을 냉소적으로 거부하게 된다고 말한다. 무슨 말인지 조금 헷갈리기는 하지만 번역의 차이에서 오는 불가피한 점을 감안한다면 저자가 다루는 문제가 우리 삶의 안에 모두 포함된 일반적인 일이란 것을 깨닫게 된다. 이 책이 나 자신으로 산다는 것,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 우리 삶을 온전히 소유하는 것은 어떤 것인지, 그런 삶과 멀어질 때 우리는 결국 무엇과 맞닥뜨리게 되는지, 또한 우리가 그러한 삶을 살아가려고 할 때 발생하는 위험들을 어떻게 이해하고 삶의 긍정적 기재로써 사용할 수 있는지 명료한 언어로 정리해내기 때문이다.
“올바른 형태의 자비심은 영원한 행복의 약속을 제공하는 게 아니라, 이세상의 사회적 고통의 여건을 바꾸는 것이다.”
“우리의 경제를 조직하는 방법은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방법과 분리할 수 없다. 왜냐하면 우리가 경제를 조직화하는 방법은 최종적으로는 우리의 우선순위와 가치관을 표현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민주사회주의의 목적은 우리의 경제적 문제에 완전한 해답을 주는 게 아니라 우리가 공유생활의 가장 중요한 문제로서 그 문제를 ‘소유’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민주사회주의는 자본주의적 가치의 척도의 근본적 혹은 실질적인 재평가를 필요로 한다. 가치의 재평가는 경제의 정치적 개혁을 통해서만 이룰 수가 있다. 이에 따라 사회적으로 유용한 자유시간을 그 자체의 목적으로서 인식할 수가 있다. 이처럼 경제의 개혁은 내가 민주사회주의라고 일컫는 것의 핵심이다.”
'민주사회주의'에 대한 저자의 연구와 사유가 얼마나 깊고 통찰력이 있는지, 우리 삶을 얼마나 풍요롭게 해줄지에 대한 해답이 될 수 있다. 저자는 인간의 노동이나 지구의 환경까지 사유의 폭을 넓혀 사회적 혹은 제도적 형태의 공동체는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지에 대한 답변을 해주고, 우리는 어떻게 함께 살고 협력해야할까에 대한 단초를 제공해 주기도 한다. 자유와 웰빙, 인간다움을 증진하고 지구를 태우지 않도록 사회를 조직할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은 무엇일까?에 대한 탐구 부분에서 저자의 주장과 논거는 명쾌하다.
이 책은 이와 함께 사람들에게 자본주의에 대한 이 불만의 순간을 포착하고 몇 가지 근본적인 질문을 하도록 돕는다. 또한 불공정과 불평등이 심화될 수밖에 없는 자본주의의 내재된 모순에 대한 명료한 통찰과 날카로운 비판 통해 더 인간적이고 정의로운 사회를 위한 새로운 철학적 모색을 제공한다. 우리 삶의 장기적인 비전을 사회의 근본적인 변화에 초점을 맞추어 어떤 종류의 사회가 삶을 가장 충만하게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심오한 통찰을 제공한다.
저자 : 마틴 하글런드
예일대학교 인문학과 교수. 젊은 나이에 예일대학교 비교문학과 학장이 된 철학계의 스타. 하버드 대학 펠로우 협회의 회원으로, 높이 평가된 세 권의 책을 썼고, 그의 작품은 8개 언어로 번역되었다. 그가 태어난 스웨덴에서 25세에 낸 첫 철학서 『크로노포비아』는 학계의 호평을 받았으며 그의 첫 번째 영어 책인 『급진 무신론』은 코넬 대학과 옥스퍼드 대학 콘퍼런스의 주제였다. 그의 최근 저서인 『시간의 죽음』은 로스엔젤레스 리뷰 오브 북스에서 ‘혁명적인’ 업적으로 환영을 받았다. 2018년 구겐하임 펠로십을 비롯해 스웨덴아카데미가 수여하는 최고 문학비평상인 슈억상을 수상했다.
역자 : 오세웅
일본 유통경제대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작가 및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번역 책으로는 『자본론을 읽어야할 시간』, 『물리학의 길』, 『만화 양자론』, 『경제는 지리』, 『데이비드 볼의 물리화학』, 『너무 재밌어서 잠못드는 세계사』, 『나는 더 이상 휘둘리지 않기로 했다』 등이 있고 지은 책으로는 『앨런 머스크의 가치 있는 상상』, 『7분간의 기적』, 『두번째 인생』, 『더 서비스』, 『마인드맵으로 영어잡기』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