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여행입니다 - 나를 일으켜 세워준 예술가들의 숨결과 하나 된 여정
유지안 지음 / 라온북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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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우리가 흔히 쓰는 말의 참뜻을 확인하는 느낌이었다. 배우자와의 이별에 큰 아픔과 슬픔이 있었지만, 극복해야 할 상실감이었고 슬픔이었기에 조금 무리하더라도 저자는 치유의 방법으로 '세계 여행'을 선택했다. 그것도 젊은 나이에도 쉽지 않은, 수도승의 고행 같은 배낭 여행 결정은 슬픔과 상실감에 대한 치유의 여행이자 삶의 의지에 대한 재확인 겸 삶의 용기를 되찾는 희망의 여행이었다. 저자 자신에게 위로는 물론 독자들에게도 큰 용기를 북돋아 준다.

예순의 나이에 시작한 세계 배낭 여행은 바람이 되고 싶다던 남편의 마지막 소원을 이뤄주고 싶은 마음이서였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렇게 배낭 하나 둘러매고 떠난 여행은 어느새 900일가량의 긴 시간을 보내게 했다. 저자는 수 세기 전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의 마음에 감동을 일으켰던 예술가들을 만나러 전 세계를 다니기 시작했다. 100여 곳의 예술가들의 생가와 작업실 등을 찾아다니며 그들의 작품과 인생, 이야기 속에 남편과 아버지에 대한 상실감, 몸의 고통을 한 줌씩 꺼냈다.

 


 

오르한 파무크의 소설 『순수 박물관』의 케말로부터 상실의 아픔을 극복하는 방법을 묻고 싶어 터키 이스탄불에 있는 ‘순수 박물관’으로 향했고, 러시아에서 예세닌의 묘 앞에 서서 그의 유작 시를 떠올리며 삶의 고통을 생각했다. 그렇게 터키, 영국, 프랑스, 러시아 등 31개 나라와 160개 도시를 다닌 저자는 그 속에서 아픔을 치유하며 위로받고, 또한 그 안에 숨겨져 있던 용기와 열정을 회복했다.

이 책 그렇게 터키, 영국, 프랑스, 러시아 등 31개 나라와 160개 도시를 다닌 저자는 그 속에서 아픔을 치유하며 위로받고, 또한 그 안에 숨겨져 있던 용기와 열정을 회복한다. 이 책 『오늘이 여행입니다』는 상실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길에서, 예술가들의 삶에서 그리고 여행하며 만난 소중한 인연에게서 얻은 위로를 한 줌씩 독자들에게 전하기 위해 쓰였다. 그리고 저자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아픔을 흘려보낼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가진 후에야 비로소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을 침묵 속의 글로써 독자들에게 전한다. 저자는 자신의 여정이 독자들의 삶에 한 줄기 위로가 되고 삶의 용기가 되길 바라고 있다.

 


 

배낭 여행을 통해서인지 가는 곳마다 저자는 세밀한 감성이 듬뿍 표현해 애정을 표현하고, 그곳의 예술가들의 열정을 아낌없이 글로 풀어낸다. 캐나다에에서 태어난 『빨간머리 앤』의 녹색 박공집을 찾아가 앤이 명명한 ‘기쁨의 하얀 길’과 ‘반짝이는 호수’를 걸으며 평화와 행복을 듬뿍 느끼기도 했다. 또 스웨덴에 있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생가에서는 사장(死藏)되었던 예술에 대한 열정이 다시 불타오르기도 했다. 그렇게 저자의 마음속에 있던 괴로움들이 조금씩 치유되고, 슬픔에 가려져 있던 용기와 열정, 도전 정신과 친화력, 끼를 발견하며 하루하루 여정을 이어간다. 마치 예술 순례길을 나선 여행자 같은 느낌이 든다.

이 책은 여행을 통해 자신들이 행복을 되찾은 것처럼 생을 놓아버리고 싶었던 순간 저자의 손을 잡아줬던 예술가 33명을 특별히 선별해, 그들을 만나며 느꼈던 이야기들을 실었다. 시간 순서가 아닌 출발, 치유, 열정, 용기, 미래 총 5개의 주제로 나눠 이야기를 묶었다. 각 주제별로 어떤 이유로든 상실의 늪에서 희망을 다시 소환하여 살아가고자 하는 이들에게 길 위에서 얻게 된 살아 있는 체험을 들려준다. 더불어 문학과 예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 혼자만의 세계여행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여행의 스타일을 안내한다.

 


 

자신의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고, 그보다 아픈 사랑하는 남편과의 이별을 극복하는 길로 선택한 세계 배낭 여행은 저자의 희망대로 삶의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어 주었고, 슬픔과 상실감을 잊게 해주었으며 삶의 이유까지도 새롭게 가슴속에 아로새길 정도로 큰 힘이 되었다. 가는 곳마다 예술가들의 숨결과 하나 된 여정은 저자에게 자신만의 만족에 그치지 않고 많은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는 자상한 감성도 끌어냈다.

오스트리아 빈 미술관에서 만난 조지아 오키프의 「흰 독말풀」을 보고 저자는 깊은 감명을 받았고, 죽음에 생명을 불어넣은 그녀의 강렬한 작품을 보고 노년의 화가를 꿈꾸었다. 이탈리아 피사 인근의 모딜리아니 생가가 있는 리보르노로 찾아가 직접 본 「잔 에뷔테른, 작가 아내의 초상」을 보며 그들의 불행했던 인생을 투영한 듯 슬픔을 느끼기도 했다. 1917년 그들이 처음 만났을 때 미술학도인 그는 열아홉 살, 모딜리아니는 서른세 살이었다. 1920년 온갖 병을 달고 살았던 모딜리아니는 결핵성 뇌막염으로 쓰러졌다. 그가 사망한 후 이틀 뒤 그녀는 스스로 목숨을 던졌다.

 


 

2004년 개봉한 영화 〈모딜리아니〉에는 “당신의 영혼을 알게 되면 눈을 그릴 수 있을 거야.” 모딜리아니는 아내 잔의 영혼이 담긴 눈을 그리고 싶었고, 작품 「스카프를 맨 잔 에뷔테른」 속에는 그녀의 눈이 희미하게 보인다. 또 여정을 따라 세잔의 숨결이 살아 숨쉬는 엑상프로방스의 생트빅투아르산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도 흥미로웠다. 세잔은 다른 날짜와 시간대별로 산이 가지는 다양한 모습을 캔버스에 담았다.

 

미레이, 그녀의 승용차를 타고 병풍처럼 펼쳐진 생트빅투아르산을 감상하며 물랑세잔에서 14킬로미터 거리에 있는 퓌루비에(Puyloubier) 마을에 도착했다. 미레이는 마을과 산, 포도밭 등을 둘러본 후 버스를 타고 자기 집 앞에 내려서 들르라고 한 후 돌아갔다. 퓌루비에는 생트빅투아르산 아래 12세기 중세에 조성된 아담하고 아름다운 마을이다. 그곳 정류장에는 세잔이 그린 생트빅투아르산 그림과 그에 대한 설명이 있다. 산 아래 펼쳐진 노랗게 물든 포도밭이 장관이다. 하얀 산과 푸른 나무, 붉은 빛깔의 땅과 포도밭, 중세시대 건물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마을. 타임머신을 타고 중세 마을에 와 있는 듯하다. 해가 이동함에 따라 산의 색깔이 시시각각 변한다. 세잔은 생트빅투아르산에서 자연의 색을 찾았으리라.(p.116)

 


 

저자의 눈길을 끌었던 것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렘브란트 광장의 모습이라고 책에 썼다. 렘브란트 판 레인은 빛과 어둠을 절묘하게 이용한 화가이다. 그의 대표작 중 「야경」은 렘브란트의 명성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의뢰받은 집단 초상화이다. 작품의 진짜 제목은 「프란스 반닝코크 대장의 민방위대」다. 이 작품이 <「야경」으로 알려진 이유는 그림을 보호하기 위해 표면에 바른 니스가 시간이 지나면서 검게 변했기 때문이란다. 엄연히 낮을 배경으로 한 이 그림이 지금은 마치 밤의 한 장면을 그린 듯 어둡게 보인다. 저자는 렘브란트 생가를 방문해 애칭 룸과 침실과 렘브란트 광장에 있는 「야경」의 동상으로 가득 찬 야경 기념비를 소개한다.

이 작품이 동상으로 존재하다니 정말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저자가 소개한 여정 중 독자가 개인적으로 꼭 가보고 싶은 곳도 많다. 특히 도스토옙스키의 흔적이 살아 숨쉬는 상트페테르부르크와 헤세의 동상이 있는 독일 칼브는 죽기 전에 꼭 가서 직접 그들의 숨결을 느껴보고 싶다. 요즘 코로나 팬데믹의 5차 대확산으로 우리나라도 다시 강화된 거리두기가 시행됐다. 지금은 가보고 싶어도 가볼 수 없지만 언젠가 꼭 가볼 곳 리스트에 적어놓고 자료를 부지런히 더한다는 의미에서도 이 책은 오래 보관하고 싶다. 여기에 실린 내용뿐만 아니라 시각적으로도 요란하지 않고 차분한 분위기에서 위로와 위안이 되는 책이다.

 


 

감옥박물관을 나와 하마몬(Hamamon) 역사(歷史) 주택거리로 향했다. 나짐 히크메트가 1938년에 감옥에서 쓴 시 〈오늘은 일요일〉이 적힌 건물 안에서 한 할아버지가 나를 부른다. 자신을 야사르라고 소개한 화가 할아버지는 모자를 만드는 여성작가 세빔과 함께 역사 거리에서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들이 작품 전시를 하는 첫날이라며 함께 가자고 나를 이끌었다. 시가 적힌 벽 앞을 지날 때 야사르가 “이 시는 나짐 히크메트의 주머니 속에 있던 작은 노트에서 발견한 작품이에요”라고 설명했다. ‘오늘은 일요일 / 처음으로 그들은 나를 오늘의 태양 앞으로 끌고 나왔다.’ 자유를 박탈당한 시인의 모습을 떠올리는 순간, 우울과 고독 속에 갇혀 나 스스로 자유를 속박하고 있었음에 흠칫 놀란다.(p.58~59)

 

저자 : 유지안

 

중·고등학교 교사와 문학 읽기 지도교사로 오랜 세월 아이들과 함께하며 2011년 아동문학가로 등단했다.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에서 미술창작 공부를 하고 인도 첸나이 그리고 도쿄, 베이징, 부산 등 동북아시아 아트페어 초대전에 참가하며 어린 시절 꾸었던 작가와 화가의 꿈을 늦은 나이에 이루며 살았다. 상실의 고통과 투병 중, 쉰 후반에 조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대학원에서 공부를 마친 후, 홀로서기를 위해 2017년 10월 인도를 시작으로 900일간의 세계 배낭여행을 하고 돌아왔다. 예순의 나이에 인생을 리셋하면서, 현재 여행하고 글을 쓰며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아가고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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