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말, 씀
글순희 지음 / SISO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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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철살인(寸鐵殺人)이란 말이 있다. 조그만 쇠붙이로 사람을 죽인다는 뜻으로, 간단한 말로도 대중을 감동시키거나 부패한 권력자의 약점을 찌를 수 있음을 이르는 말이다. 평론가나 사회비평가들이 평론을 할 때 긴말이나 긴 글을 사용하지 않고 비유적으로 짧은 글이나 말로 허점을 짚어내 상대를 무너뜨릴 때 이 말을 사용한다.

즉 위트나 재치 넘치는 한마디 말로 상대에게 큰 아픔을 주는 말이나 글에 이 말이 사용된다. 시인에게도 붙일 수 있고 방송 비평을 할 때도 자주 쓰인다. 이런 말이나 글을 적절한 곳에 사용하면 그 사람의 위트나 재치를 높게 평가한다. 사회가 어지러울수록 촌철살인의 독설가가 많이 출현한다. 대중은 부조리나 부패를 느껴도 간단한 말이나 글로 표현하기가 어려울 때 이런 표현을 듣고 공감을 느끼면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도 있다. 잘못 돌아가는 사회를 향해, 권력자를 향해 촌철살인의 비수를 던지면 대중들은 열광한다. 자신의 말을 대신해주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촌철살인의 말도 잘못 사용하면 웃음거리가 되기 십상이니 주의할 일이다.

 


 

직업적으로 간단한 말을 사용하는 사람들도 있다. '광고의 꽃'이라고 하는 카피라이터들이다. 카피라이터들은 소비자가 듣고 공감하고 오래 기억할 수 있는 말들을 만들어낸다. 상품 광고, 공익 광고 가릴 것 없이 훌륭한 카피는 대중의 기억에 오래 남아 단어 하나, 어구 하나로 상품을 기억해내면 성공한 카피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카피라이터들은 '광고계의 시인'이라는 별칭도 있다.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는 말 중에는 어원을 따라가보면 카피에서 비롯된 것도 많다. 가히 '국민 카피'로 대접받을 만하다.

이 때문에 카피라이터들은 기본적으로 언어에 관한 한 위트와 재치로 가득하다. 언어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어야 한다. 가끔은 지나친 욕심으로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인 말 사용으로 비난을 받기도 하지만 기본적인 것은 재치와 위트다. 그들의 글 센스는 탁월하다. 글 센스가 탁월하니 언어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창의력과 상상력 담긴 언어를 통해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언어의 마술사'로 비유되는 이유다.

 


 

이 책 『별말, 씀』의 저자 글순희는 카피라이터다. 몇 줄의 글로 무릎을 탁 치게 하는 공감과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확 깨주는 기발함으로 읽는 재미를 더해주는 이 책은 저자 글순희가 지친 하루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작은 위로와 웃음을 주는 말들의 모음이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지?’ 싶은 저자만의 특별한 글센스가 한 장 한 장 넘기는 즐거움을 준다. 짧지만 긴 여운과 생각을 남긴다.

한 번 읽어서 이해하지 못하면 다시 읽게 되는 진흙 속의 진주를 찾는 느낌으로 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 즐거움과 위로, 현실을 잊는 기쁨도 맛볼 수 있다. 저자의 문장 한 편 한 편은 일상을 살면서 불현듯 떠올라 여러 번 곱씹게 한다. 재치와 위트, 감수성, 기발함, 글센스가 가득한 카피라이터 글순희의 별의별 말들은 우리 독자들에게 미소를 되찾게 하고, 공감으로 카타르시스도 가져다 준다.

 


 

이 책은 한 면에 글자 수를 셀 수 있을 정도로 짧은 단어들이 많지 않게 나열돼 있다. 어떤 것은 위로도 주고, 어떤 것은 슬픔을 느끼게도 하며, 어떤 것은 분노로서 공감하는 단어들이다. 대부분이 우리 일상에서 맞닥뜨리는 상황이고, 애증의 감정이고, 그것들이 짧은 단어와 문구로 표현된 것들이다. 카피라이터의 시선으로 수많은 문장 속에서 찾아낸 빛나는 문구들이 우리의 마음에 닿아 콕콕 박힐 때마다 감정이 정화됨을 느낄 수 있다.

몇 마디 안 되는 짧은 글들은 우리의 마음을 웃기기도 하고 울리기도 한다. 때로는 장황하게 늘어놓는 말보다 “잘하고 있어, 수고 많았어”와 같은 진심이 담긴 한 마디가 더 힘이 되고 위로가 되는 것처럼 말이다. 『별말, 씀』은 응원하고 싶은 누군가에게, 또는 오늘 하루를 잘 이겨낸 스스로에게 건네는 멋진 선물이 되어줄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이 책의 구성도 독특하다. 흔한 1부, 2부도 아니고 1장, 2장도 아니다. 그러나 흔한 방법이 아니지만 한눈에 들어와 금세 머리에 박힌다. 그리고 독창성과 위트, 재치가 느껴진다. 그리고 기억된다. 카피라이터의 힘이다.

 

첫 번째 말, 씀_ 일상스럽게 쓰고 이상스럽게 쓰고

두 번째 말, 씀_ 나랑 너랑, 사랑 씀

세 번째 말, 씀_ 인생은 쓰니까 인생을 쓰니까

 


 

이 책은 서점 분류상 '에세이'에 속하지만 사실 조금 더 생각해보면 '어휘력 높이기'에 가깝다. 언어는 생각에서 나온다. 생각하지 않은 언어는 '소리'이지 '말'이 아니다. 저자의 생각이 우리가 표현하는 방식과 다르다고 해서 우리 언어로 썼는데 못 알아듣는다는 것은 독자 자신의 부족함에서 온다. 어휘력을 늘리기 원하는 독자라면 이 책을 필사책으로 사용해도 무리가 없을 듯하다. 글자체를 따라 쓰는 것이 아니라 어떤 단어가 어떤 뜻으로 왜? 거기에 쓰였는지를 생각해보며 필사를 하면 놀라울 정도로 어휘력이 늘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한 자 한 자 저자의 상상력과 연상력, 창의력과 적용력, 언어의 기능과 언어의 역할 등을 모두 역량을 짜내어 거기에 썼다. '말도 안 되는데' '문법에 맞지 않는데' '언어유희에 불과해'라고 생각해서는 이 책에 실린 글의 참뜻을 알기에 실패할 것이다. 그렇게 이 책을 통해 수련을 한 다음 글을 쓸 때 저자가 했던 식으로 단어와 문장을 만들어보면 얼마나 힘들게 나와 거기에 쓰였는지 알게 된다. 그것은 글쓰기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 감히 독자는 생각해본다.

 

저자 : 글순희

 

삶의 모든 순간을 찾아서

별의별 말을 다 쓰는 사람.

글을 가지고 노는 것이

정말 정말 즐거운 사람.

글쓴이, 글순희입니다.

인스타그램 @andwriter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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