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임 워칭 유
테레사 드리스콜 지음, 유혜인 옮김 / 마시멜로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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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실수였다. 이제는 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건 기차에서 어떤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정말 솔직한 대답을 듣고 싶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어떻게 생각했을까?

내게 내숭 떠는 면이 있다는 생각은 그때까지 해본 적 없었다. 순진하다는 생각도. 그래, 뭐, 꽤 옛날식 교육을 받고 자라긴 했다. 온실 속의 화초였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제는 나이도 먹고, 배울 만큼 배웠다. 도덕의식을 수치로 측정할 수 있다면 중간은 가지 않을까? 그 소리에 충격을 받은 것도 그래서였다.

정말 얌전한 애들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소설은 애나의 실종 당일, 엘라가 위험한 상황의 소녀들을 외면하면서 시작된다. 런던으로 가는 기차 안에서 매력 넘치는 소녀 애나와 세라를 보게 되고, 또래로 보이는 칼과 앤터니가 소녀들에게 다가가는 것을 목격한다. 그러다 교도소에서 막 나왔다는 두 남자의 정체를 알고 그녀는 걱정되는 마음에 도움을 주기로 결심하지만, 어떤 계기로 인해 마음을 바꿔 그대로 지나치고 만다. 다음 날 아침, 엘라는 기차에서 봤던 소녀 애나가 실종되었다는 뉴스를 보고 충격에 빠진다.

“내가 개입했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까?”

 


 

소설은 애나의 실종을 둘러싸고 목격자 엘라와 친구 세라, 아버지 헨리, 탐정 매슈의 시점이 교차하며 각자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순수한 소녀라고 생각했던 세라의 행동에 배신감을 느끼고 상황을 외면했던 엘라, 과거에 괴로워하면서도 애나에 대한 열등감을 잘못된 방법으로 이기고 싶었던 세라, 자신의 치부를 숨기고자 했던 아버지, 마지막으로 가장 가까운 곳에서 이들을 관찰하는 한사람의 정체까지.

탐정 매슈는 유일하게 제3자의 시선에서 이성적으로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가며 진실에 다가선다. 비밀을 지키기 위해 거짓 증언을 하고 이기적으로 행동하면서도 애나의 실종에 대한 죄책감과 후회 속에서 번뇌하는 인물들의 모습이 섬세하고 입체적으로 전개되며 사실감을 더한다. 애나 실종사건에 대한 진실을 파헤칠수록 하나둘 드러나는 비밀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사건의 진실을 예측할 수 없게 만든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애나의 행방은 여전히 알 수 없다. 사람들의 비난과 지독한 죄책감에 시달리던 엘라는 협박 메시지가 담긴 검은 엽서를 받게 되고, 그녀는 자신을 원망하는 애나의 엄마 바버라가 보냈다고 생각해 사설탐정 매슈를 고용해 조용히 경고를 하고자 한다. 바버라를 만난 매슈는 그녀가 엽서의 범인이 아님을 직감하지만, 애나의 가족들에게서 무언가 석연치 않는 느낌을 받는다.

실종 1주년 방송을 계기로 애나의 가족과 친구들도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세라는 애나가 사라진 날 밤의 진실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 문자도. 애나의 아빠 헨리는 ‘역겨워···’라고 말하는 딸의 환청에 시달리며 자살을 시도한다. 그러던 중 유력한 용의자였던 칼과 앤터니의 사건 당일 알리바이가 증명되며 사건은 또다시 미궁에 빠지고 만다. 불안에 떨던 세라는 언니인 릴리에게 그날의 진실에 대해 털어놓는데······

 


 

「조심해. 내가 지켜보고 있으니까···」

한편 칼과 앤터니의 혐의가 벗겨짐에 따라 애나의 실종과 관련이 없어졌음에 안도하던 엘라는 또다시 온 검은 협박 엽서에 공포에 빠지고, 이어 누군가 자신의 주변을 맴도는 듯한 불길한 느낌을 받기 시작한다. 애나가 사라진 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엘라를 지켜보는 사람의 정체는 누구일까? 뒤엉킨 거짓말 속 진실을 찾기 위한 수사가 계속된다.

 

이 소설 『아임 워칭 유』는 출간과 동시에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 팬들의 뜨거운 반응을 일으키며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선정되고, 전 세계 22개국에 번역 출간되어 100만 부 이상이 판매되었다. 각 인물의 시점으로 긴박하게 진행되는 서사와 섬세한 심리 묘사, 예측 불가한 결말은 ‘환상적이고 긴장감 넘치는 미스터리 스릴러’라는 평을 받았고, 지금까지도 전 세계 수많은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사라진 소녀, 죄책감에 시달리는 목격자, 뒤엉킨 거짓말, 모두의 거짓말 속 진실은 무엇인가? 독자들은 심리 스릴러의 요건을 두루두루 갖추고 저자의 유기적 구성 솜씨에 탄복라면서 이 스릴러 작품을 즐길 수 있다.

 


 

그때 무언가가 보인다. 익숙하지만 소름 끼치는 검은색 봉투. 얇고 허접하고 섬뜩한 봉투의 앞면에는 하얀색 주소 라벨이 붙어 있다. 도저히 이해되지 않아 벽에 몸을 기댄다. 이제 다 끝났잖아. 나는 아무 죄가 없다. 칼과 앤터니 잘못이 아니면 내 잘못도 아니라는 뜻인데. 정말로.

심장이 쿵쾅거린다. 잠시 이성을 찾고 매슈가 알려준 대로 하자고 다짐한다. 주방으로 가서 경찰이 준 보호 장갑과 증거 봉투가 있는 작은 상자를 꺼낸다. 봉투를 열지 말고 그대로 보관할까 생각하지만 그럴 수는 없다. 왜 아직도 내게 이 짓을 하는지 알아야 한다. 아니, 보낸 사람도 뉴스를 봤을 것 아닌가. 처음부터 칼과 앤터니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 것이다. 그런데 왜 아직 이러지? 왜?

장갑을 끼고 봉투를 찢어서 연다. 저번처럼. 이제는 내 숨소리가 들린다. 무의식적으로 복도를 통해 주방을 다시 살핀다. 뒷문은 걸쇠로 단단히 잠겨 있다. 다행히.

엽서는 다시 검은색이다. 잡지에서 글자를 오려 붙였다. 지저분하게. 줄도 맞지 않는다.

「내가 지켜보고 있어.」

글자를 뚫어지게 보면서 몇 번이고 반복해 읽고 핸드백에서 휴대폰을 꺼낸다. 애써 호흡을 가라앉힌 나는 매슈의 번호로 전화를 건다.(pp.342-343)

 

BBC TV 뉴스의 앵커로 활동하며 오랜 시간 범죄를 다뤄온 저자 테레사 드리스콜은 범죄가 무고한 피해자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가족, 친구 그리고 목격자의 인생까지 잔인하게 뒤흔드는 모습을 수없이 지켜보며 큰 충격을 받았다. 그녀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집필한 『아임 워칭 유』에서 인간의 마음속 이기심, 욕망과 위선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잘못된 욕망이 사람을 어디까지 이기적이게 만들 수 있으며, 진실을 왜곡하는가. 외면한 진실 뒤엔 무엇이 남는가.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쯤에는 예상치 못한 결말에 놀라면서도 ‘나였다면 어떻게 했을 것인가’와 같은 인간의 본성에 대해 고찰하게 될 것으로 독자는 기대한다.

 


 

저자 : 테레사 드리스콜

15년간 BBC TV 뉴스의 앵커로 활동하고, 신문, 잡지 등의 저널리스트로 25년 넘게 활동하며 인생의 어두운 이면을 자주 접해 왔다. 오랜 세월 범죄를 다뤄온 테레사는 범죄가 무고한 피해자는 물론이고 가족, 친구, 목격자의 인생을 뒤흔드는 모습을 수없이 지켜보며 큰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그와 같은 불안과 고통을 목격하고 경험하며 집필한 작품이 바로 《아임 워칭 유》다. 이 책은 출간과 동시에 독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으며 큰 주목을 받았고, 전 세계 22개국과 판권 계약하며 100만 부 이상의 판매를 기록했다. 현재 테레사는 아름다운 데번에서 남편, 두 아들과 살고 있다. 그녀의 SNS와 웹사이트를 방문하면 자세한 작품 정보를 알 수 있다. 국내 출간본으로는 《인생 레시피》가 있다.

트위터: @TeresaDriscoll

페이스북: www.facebook.com/TeresaDriscollAuthor

웹사이트: www.teresadriscoll.com

 

역자 : 유혜인

경희대학교 사회과학부를 졸업했다. 글밥아카데미 출판번역 과정을 수료하고 현재 바른번역에서 영어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봉제인형 살인사건』 『꼭두각시 살인사건』 『인어 다크, 다크 우드』 『우먼 인 캐빈 10』 『위선자들』 『악연』 『세상의 주인』 등이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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