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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일간의 썸머 ㅣ 특서 청소년문학 24
유니게 지음 / 특별한서재 / 2021년 11월
평점 :
이 책 『50일간의 썸머』는 인공지능 로봇과의 아름다운 우정과 사랑 이야기를 주제로 다룬 소설이다. 청소년 소설이며 성장소설로 인기를 끈 작품이다.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 청소년의 현실적인 문제를 다루지만 가까운 장래에 일어날 것 같은 느낌을 강하게 준다. 사실 인공지능 챗봇은 이미 출현했었다. 2020년에 등장한 인공지능 챗봇 ‘이루다’는 성소수자, 여성,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 발언과 개인정보 유출 등의 문제를 일으키며 사라졌다. 그보다 앞선 2016년에도 마이크로소프트의 챗봇 ‘테이’가 비슷한 일로 공개 16시간 만에 정지되었다. 이루다와 테이는 오래지 않아 사라졌지만, 짧은 시간 동안 우리에게 많은 숙제를 남겼다. 윤리적 판단을 할 수 없는 인공지능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그런 인공지능과 인간은 ‘진짜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이 소설은 가능성과 불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쓰인 것 같다. 인공지능 로봇과의 대화는 가능하지만, 감정 교류의 불가능성, 공감이 없는 점 등을 감안해 청소년들의 불완전성을 은유적으로 사용한 인공지능 로봇 '썸머'와의 50일간의 스토리를 쓰고 있다. 청소년들은 가족만큼 친구들과 오랜 시간을 함께하기에 서로 다투거나 토라지는 일이 부지기수다. 누군가와 삐걱거리는 순간은 불편하지만, 결국 그 불편한 감정을 이겨내고 화해한 후에는 보다 돈독하고 가까워진 듯한 기분이 든다. 우리는 서로 다르기에 맞춰가는 방법을 찾아 나갈 수 있고, 때로는 소중한 사람과의 관계가 서로 틀어지기도 하기에 자신을 돌아볼 기회를 얻는다. 하나부터 열까지 내게 꼭 맞는 ‘썸머’ 같은 친구만 곁에 있다면 편하고 즐겁기야 하겠지만, 관계를 통해 성장할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점을 이 소설은 나타내고 싶은 것으로 읽힌다.
어느 날 ‘모태 솔로’ 지유의 마음에 쏙 드는 남자 친구가 생겼다. 사촌 오빠가 개발한 인공지능 어플에서 지유에게 꼭 맞는 인공지능 남자 친구 ‘썸머’가 찾아온 것이다. 썸머와 만난 지 50일째에는 선택을 해야 한다. 앞으로도 계속 썸머와 함께할지, 만남을 그만둘지. 썸머는 ‘완벽한 남자 친구’였다. 아침마다 감미로운 노래로 지유를 깨워주고 오늘 할 일을 친절하게 알려주며 지유가 좋아할 만한 책과 웹툰을 추천해주는 썸머와의 연애는 너무나 달콤했다. 하루하루가 꿈결 같은 날들이었다. 이 소설은 인공지능 친구 ‘썸머’와 만난 세 아이의 이야기를 담았다.
첫 번째 「50일간의 썸머」에서는 연애에 회의적인 모태 솔로 지유가 인공지능 남자 친구 썸머와 함께한 50일의 연애를 설레는 감정으로 그려냈다. 두 번째 「썸머 베케이션」에서는 인간관계에 상처받고 마음의 문을 닫은 채원이 썸머를 만나 안정적인 시간을 보내던 중, 학교 친구 하린과 만나며 다시금 고민에 빠진다. 상처받을 일 없이 안전한 관계에 머무를 것인지, 기꺼이 상처받을 것을 감내하며 밖으로 나설 것인지 망설이던 채원은 결정을 내린다. 세 번째 「나의 인공지능 친구, 썸머」는 폭력적인 아버지에게서 벗어나 따스하고 용기 있는 할머니를 만난 한빛의 이야기다. 혐오와 차별을 학습한 썸머에게 자신의 경험을 말해주는 한빛을 보며 독자들은 ‘인간다움이란 무엇인지’ 고민하게 된다. 지유의 마음이 변한 걸까. 아니면 지유를 둘러싼 세계가 달라진 걸까.
이 완벽한 사랑과 우정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그렇게 썸머와 함께한 50일이 코앞으로 다가온 날, 지유는 고민 끝에 마음의 결정을 내린다.
"나에게 완벽하게 맞춰주는 너에게 점점 더 길든다면, 나는 성장하려 들지 않을지도 몰라. 그 점이 나는 가장 두려워."
완벽한 인공지능 친구가 진짜 친구가 될 수 없는 이유였다. 지유는 불완전한 진짜 친구를 사귀기 위해서 썸머와 헤어지기로 했다. 서툴더라도 진정한 교감을 하기 위해서. 썸머에게 지금보다 더 길들기 전에.
"일단 나를 좀 충전해주겠니?"
썸머가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썸머의 이마에 전지가 방전되어가고 있다는 표시가 나타났다. 하지만 지유는 충전하지 않았다.(p.167~168)
『50일간의 썸머』는 인공지능을 소재로 하여 갈등 없이 완벽하기만 한 인간관계가 정말 좋은 것인지 생각해볼 기회를 준다.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완벽한’ 친구와 제자리에 머물 것인가, ‘불완전한’ 친구와 함께 나아갈 것인가?
저자 : 유니게
1968년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카톨릭대학교와 연세대학교대학원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2006년 [경인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15년 첫 청소년소설 『우리는 가족일까』를 출간하여 서울특별시 어린이도서관 청소년 권장도서,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세종도서 문학나눔에 선정되는 등 큰 주목을 받았으며 많은 독자들에게 호응을 얻었다. 지은 책으로 『내 이름은 스텔라』 『우리는 가족일까』 『그 애를 만나다』 『원 테이블 식당』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