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받은 아이는 외로운 어른이 된다 - 어린 시절의 나를 만나 관계를 치유하는 시간
황즈잉 지음, 진실희 옮김 / 더퀘스트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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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상처받은 아이는 외로운 어른이 된다』의 주제는 제목에 드러난 그대로이다. 살면서 외로움을 느끼는 어른들은 어렸을 때 성장 과정에서 받은 상처를 치유하지 않은 채 그대로 자란다면 그 상처가 마음에 남아 성격이나 감정 성숙 과정에 영향을 끼친다는 이야기다. 사람은 사는 동안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그런데 대인 관계에 문제가 드러나는 사람들은 어렸을 때 성품 형성 과정에서 트라우마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심리 상담은 이 마음의 상처를 찾아내 치유의 방법을 찾아내 적용시킬 경우 치유가 가능하다는 이론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다른 사람과의 관계는 말처럼 자연스럽지만은 않다. 그 관계가 가족 등 가깝다고 예외가 아니다.

저자에 따르면 관계 문제는 같은 패턴을 반복한다. 어떤 상황에서든 "노(No)"라고 말을 못 해 손해 보는 일이 반복되거나 매번 같은 이유로 연인과 갈등을 겪거나 매서운 자기방어로 오해가 생기는 일이 반복되는 등 내가 겪는 문제는 늘 같은 양상을 띤다. 관계 문제만큼 사람을 힘들게 하는 일이 있을까? 살아가는 동안 누구나 '관계'를 제대로 해가는 사람은 드물다. 이 책의 저자 황즈잉은 “지금의 관계 문제는 어릴 적 가족으로부터 받은 상처에서 기인한다”고 말한다. 그의 심리 상담 치유의 출발점이자 이 책의 집필 이유다.

 


 

아이들은 가족에게 사랑받기 위해 자신만의 생존전략을 발전시키는데 이것이 성인이 되어 대인관계에서도 깊게 영향을 끼친다. 예를 들어 엄한 부모에게 사랑받으려고 무조건 순종했던 아이는 자라서 자신을 억누른 채 상대에게 맞추려다 문제가 생긴다. 모든 걸 지적하는 부모 앞에서 완벽해지려고 애썼던 아이는 자라서 상대를 만족시키기 위해 억지로 자신을 바꾸려다 문제가 생긴다. 시간이 흐르고 상황과 상대가 바뀌었는데도 어릴 적 생존전략을 고집하다가 관계가 어긋나는 것이다.

저자 황즈잉의 심리 상담은 이 때문에 상담을 통해 내담자의 어렸을 때의 성장 과정에 주목한다. 저자는 이 책을 알아차림을 통해 피해자 역할에서 벗어나고 각자의 인생에서 주인이 될 수 있게 돕는 수준 높은 자가 치유 가이드북이라고 심리학 교수 두수편(杜淑芬, 중원대학교 교육연구소 상담교육학부)은 추천한다. 두 교수는 또 이 책을 읽고 우리 모두의 상처와 생존 수단이 어떻게 뒤엉켜 불편한 문화와 환경을 구축하게 되었는지, 그것이 어떻게 교조나 관습의 형태로 자리 잡아 모든 부당함을 강요하고 말과 행동을 제약하는지 알아차리길 바란다고 「추천사」를 통해 덧붙인다.

 


 

저자는 책의 「서문」을 통해 두 가지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첫째, 우리는 누구나 어릴 적부터 가정에서 키워온 자신만의 생존 전략을 가지고 있다. 이 생존 전략은 사람마다 유형이 다르다. 그 유형이 방어하기, 움츠러들기, 비위 맞추기, 순종하기, 반항하기 중 무엇이든 우리는 가정 안에서 자기 역할을 설정하고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특정 생존 전략을 끊임없이 반복 사용한다. 이러한 전략은 존재 가치가 있다. 가정에서 생존할 수 있도록 공간을 확보해줄 뿐만 아니라 이해받지 못해 좌절하거나 자아가 산산조각 나지 않도록 스트레스를 조절해주기 때문이다.

둘째, 어른이 된 사람은 자신의 대인 관계 패턴을 인지할 수 있고 타인이 자신을 그 패턴대로 대하도록 내버려뒀다는 점을 알아차릴 수 있다. 일단 알아차리면 어린 시절에 겪었던 곤경에 또다시 빠졌을 때, 과거의 상처를 쥐고 자신을 아프게 찌르는 일을 멈출 수 있다. 그런데 심리상담소를 찾아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현 상황이 만족스럽지 못해 타인을 바꾸고 싶어 한다. 인생의 특정 단계에서 겪는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서 찾아오는 분들도 많다. 저자는 이런 상담을 통해 '상대방을 바꿀 수 없다고 불평하면서도 자신이 피해자 역할을 계속하도록 상대방을 내버려두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한다.

 


 

이에 따라 저자는 이 책에서 사람과 사람의 상호작용이 서로를 끌어당긴다는 점을 강조한다. 즉 사람은 상대방에게 불평하는 동시에 관여하고 있으며 자신을 그렇게 대하도록 단련시키고 있다. 일이 이렇게 돌아가는 이유는 지나치게 경험에 의존해 상대방의 반응을 예측하기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상상 속의 전략을 반복해서 되풀이하다 보니 원치 않는 역할을 또다시 맡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지금 당장 내면의 힘을 발견하고, 믿고, 치유 방향으로 되풀이 반복해 마음을 단련해 나갈 수 있다"는 점을 말한다. 이 책에는 억압을 견디는 다양한 유형의 사람이 등장한다. 아시아 문화는 오랫동안 온화, 선량, 공경, 검소, 겸양이라는 다섯 가지 미덕을 중시했다. 한 발 뒤로 물러나 양보하는 것이 자신을 지키고 나도 배려하는 사리 밝고 철든 성인의 상징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그런 의로운 행위 뒤에서 삶의 통제권과 참여권도 내어줘버린다면 그에 따른 타인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러한 매커니즘을 알아차려야 자신의 인간관계에서 반복되는 패턴과 습관을 알 수 있다. 알아차리지 못한 부정적인 대인관계 패턴은 상대방을 끊임없이 끌어들여 곤경을 복제하고 한 번도 원하지 않았던 무력한 상황을 재현시킨다. 알아차리지 못한 사랑은 다시는 서운한 일이 없을 거라고 믿었던 관계가 서운함 자체가 되게 한다. 알아차리지 못한 가족 간의 감정은 인생의 결핍을 메울 기회를 다른 사람에게 넘기고 그 사람이 내 인생의 결핍이 되게 한다. 저자는 또 어떤 대인 관계는 우리가 스스로 만들었다고 언급한다. 이러한 인생의 딜레마는 두려움과 불안에 악령처럼 달라붙어 무게를 보탠다. 부모는 전지전능하다는 환상을 지속하는 것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우리는 흔히 자신의 상황을 과거의 부모 탓으로 돌리지만, 부모가 전지전능하다는 환상을 깨지 못하면 스스로 변화할 힘을 키울 수 없다고 강조한다.

 


 

자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설령 아무것도 변하지 않더라도 여전히 변화를 선택할 수 있음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마음 깊이 자신을 아껴주고 싶다고 생각한 순간, 자신에게 허락과 힘과 지지를 보내기로 선택한 것이다. 그래서 변화는 자신에게 몰두할 때 조용히 일어난다. 이 책 속에 실린 '마음의 쉼터'에 자기 이야기를 적어 넣으면서 과거의 상처를 미래에 담지 않겠다고 선택할 수 있길 바란다고 저자는 덧붙인다. 독자들도 '마음의 쉼터'를 적극 활용하다 보면 흥미도 있고, 더욱 자신을 알아차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 상처 치유를 주도할 수 있을 것으로 독자는 기대한다. 그렇게 이 책과 함께 저자의 말대로 실천만 하더라도 분명 그 다음에는 어떤 일이 생기더라도 자신과 사이좋게 지낼 수 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저자는 "연약한 자신의 일부를 고이 받쳐 들고 "이것도 사랑스러운 내 일부야"라고 말할 수 있을 때까지 적극적인 실천을 당부한다. 만일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아무도 독자들에게서 삶의 에너지를 앗아가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독자들은 그저 경험을 넓히고 더 큰 행복을 만들어가는 데만 집중하면 된다. 오직 자신만이 자신의 가장 눈부신 내일 자체이기 때문이라는 저자의 말에 신뢰를 보낸다.

 

"특질화 감정은 한 사람의 운명에 하나의 기조를 정하고 나아가 이러한 특질로 인한 ‘특질화된 관계’를 발전시킨다. 우리는 모두 관계에 한 조각의 책임이 있다. 상대방이 나를 그렇게 생각하고 그렇게 대하도록 내가 허락했기 때문이고, 또 어느정도는 상대방이 그렇게 행동하도록 내가 끌어당겼기 때문이기도 하다."(p.295)

 


 

저자 : 황즈잉(黃之盈)

 

대만의 심리상담사. 대인 관계와 가정 문제를 주제로 100회 이상의 워크숍과 실습을 병행하며 상담을 이어오고 있다. 그녀는 관계에서 오는 모든 문제가 어린 시절 경험과 연결되어 있다고 말한다. 마음에 남은 오래된 상처로 인해 관계에서 같은 문제가 나타나고 같은 패턴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어린 시절의 상처를 인지하는 일이다. 문제의 근원을 찾아야 잘못된 패턴이 반복되지 않기 때문이다. 온, 오프라인으로 열정적인 강연 활동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누군가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있다면 아무도 미치지 않을 것이다’라는 말을 믿으며 성심을 다해 사람들 말에 귀를 기울이고 다친 마음을 치유하고 있다.

 

역자 : 진실희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에서 국제회의 통역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한국일보 정치부 기자를 거쳐 삼성전자 중국 법인에서 동시통역사로 일했다. 책 읽기와 글쓰기를 사랑하여 진정한 출판 번역을 통한 ‘덕업일치’의 경지를 꿈꾼다. 현재 전문 통번역사로 활동하며 번역집단 실크로드에서 중국어 전문 번역가로 일한다. 옮긴 책으로 《황권》, 《살인마에게 바치는 청소지침서》, 《내 몸 내 뼈》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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