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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보다 아이 - 불안하고 예민한 나와 마주하기
신소율 지음 / 북스토리 / 2021년 11월
평점 :
“결혼 2년차. 2세 계획에 대한 질문이 많아졌습니다”라는 책의 첫 문장으로 신소율은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거듭 질문을 받으면서, 선의로 건넨 말인 줄 알면서도,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솔직한 고백이다. 마음에 불편함이 쌓이면서 급기야 몸이 통증을 호소했다. “왜 이렇게 과민하게 반응하게 되었는지” 질문을 붙들고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봤다. 그리고 편지를 썼다. 2세 계획을 함께 상의하고 선택해야 할 한 사람, 남편에게 보내는 편지였다. 그 편지를 시작으로 이 책에서 하고 싶은 말을 천천히 써나간다. 솔직한 마음을 담은 글과 함께 심리 상담도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나 분명 시작은 아이에 대한 질문이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또 다른 ‘아이(I, 나)’와 깊이 만나게 됐다고 말한다.
내 안의 불안, 두려움, 진짜 나의 모습과 직면했다. 그 시간과 과정과 변화에 대한 이야기가 작가로서의 첫 에세이 『아이보다 아이』에 담겨 있다(독자로서는 궁금했던 제목 『아이보다 아이』의 아이가 왜 '아이(I, 나)인 줄 알게 됐다). TV, 스크린, 무대를 가로지르며 뚜렷한 존재감을 남겨온 배우 신소율은 그렇게 작가로서 첫 발을 내디뎠다. 밝고 발랄한 이미지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결혼 후 지적이고 성숙한 면모를 보여주는 등 다양한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처럼 보였던, 그리고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했던 그가 예민하고 불안한 ‘나’를 만나고 품어가는 과정을 진솔한 필치로 담담하게 적어낸 에세이로 풀어냈다.
저자 신소율은 편지를 써내려가면서 아이를 가지고 싶지 않은 이유를 찾았다. ‘마음에 드는 현재의 내 모습이 사라질까 봐’ ‘남편과의 관계가 변할까 봐’ ‘엄마의 역할을 잘할 자신이 없어서’ 등 여러 가지였다. 이런 과정에서 끊임없이 걱정을 만들어내는 ‘나’를 발견하게 됐다. 좋은 사람이고 싶고, 미움 받고 싶지 않고, 더 나아가 행복해지고 싶어서 외면해왔던 불안하고 예민한 ‘나’가 마음속에 숨어 있었다는 점을 깨달았다. 열심히 노력하면서 작은 목표들을 차근차근 이뤄왔고, 그 달성된 작은 목표들이 쌓여 행복으로 이끌어줄 것이라 생각했던 그가 막상 마주한 것이 우울한 삶이라는 것은 대단히 충격적인 일이었음을 고백한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삶을 돌아보고 그간 쌓인 상처를 치유할 기회로 받아들였다. 그는 심리 상담, 글쓰기 그리고 누구보다도 기댈 수 있는 삶의 동반자인 남편과의 대화를 통해 아팠던 마음을 조금씩 보듬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배우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사는 동안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다. 가족의 일원으로서,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직장인으로서 기대되는 바가 있고, 그에 맞춰 살아가게 된다. 그러다가 점점 타인의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게 되고, 끝내 내가 누군지,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 수 없게 되어버린다. 『아이보다 아이』는 이렇게 타인의 기준에 맞춰 재단된 ‘나’가 아닌 진정한 ‘나’를 바라볼 용기를 주는 책이다.
저자인 신소율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기에, 비슷한 고민을 해본 사람이라면 이 책에 쉽게 공감할 수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더 심한 사회적 압박을 받고 있는 '여성'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내가 누군지 헷갈릴 때, 삶이 불안하고 우울하게 느껴질 때, 내 마음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를 때 잠시 멈춰 서서 이 책에 나온 고민의 순간들을 함께해보기를 권유한다. 섬세하고 다정한 친구처럼 독자들의 짐을 조금은 덜어줄 것으로 독자는 기대한다. "인생은 많은 고민과 선택들을 반복해야 하는 여정이잖아요. 그 과정에서 오히려 소홀하게 여겼을 수 있는 나의 진짜 마음을 돌아보고 어떤 상처와 아픔들이 숨어 있는지 물어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을 것 같습니다." 모 책 관련 사이트와 인터뷰를 하면서 밝힌 내용이다. 그가 배우로서가 아니고, 아내로서, 글을 쓰는 작가로의 길로 접어들며 부쩍 생각이 성숙해졌음을 알게 된 독자들은 깜짝 놀랐을 것이다.
사실 저자 신소율은 개인적으로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스스로 조금씩 나아지고 성장하는 경험을 했다고 자신의 기억을 되살린다. 이 마음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서 첫 에세이를 출간했다. 글을 쓸 때는 철저하게 혼자가 된 느낌이었는데 그 외로움의 시간이 지난 후, 이제 독자들을 만날 생각을 하니 설레기도 하고 긴장도 된다고 미소짓는다. 평소 책과 글을 너무 사랑해서 세상의 모든 작가들을 존경하고 동경해왔었는데 이번 일을 계기로 그 마음이 더 커졌다고 말한다.
남편에게 쓴 편지의 내용을 바탕으로 심리 상담을 받은 내용도 책에 담겨 았다. 사회를 이루는 구성원으로서 시기별로 해내야 하는 기본적 과제 같은 것들이 있다. 결혼 후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으로 따라오는 질문인 걸 알면서도 2세 계획에 대한 이야기는 어느 순간 불편함을 넘어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그게 과민반응으로까지 나타나자 저자 신소율의 마음에 도대체 무슨 문제가 생긴 건지 알아봐야 했고, 남편에게도 자신의 심정을 털어놓기로 마음먹었다. 진심을 담아 말보다는 편지로 전하고 싶었고, 편지를 쓰면서 차분히 과거를 돌아보기도 하고, 평소에는 하지 않았던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되면서 자신의 내면을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오히려 인정하기 싫었던 진짜 자신의 모습과 마주하게 되면서 감정이 무너져 내렸고, 스스로 감당하기 버겁다고 느껴져 상담을 받았다는 것.
책에 따르면 직업의 영향도 분명 있겠지만, 어느 누구에게도 미움 받고 싶어 하지 않는 본성 때문으로 판단했다. 그동안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를 조금씩 포장해왔었다고 반성도 했다. 쌓이고 쌓여 그 벽이 너무 단단해지고 두꺼워져 진짜 모습을 꺼내놓기가 무서웠다. 하지만 극복해야 할 부분이었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라고 바꿔 생각했다. 마음을 열려고 다방면으로 여러 번 노력한 결과 조금 편해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쉽지는 않았다. 스스로를 완벽히 드러내는 것에는 익숙지 않았기 때문에 정말 모든 마음을 다 꺼내놓고 싶을 때는 조용히 방에 혼자 앉아 전화 상담을 신청하기도 했다.
에세이 장르로 분류된 책을 많이 읽고 위로를 받기는 했지만 에세이를 직접 쓸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는 것이 그의 솔직한 고백이다. 작가의 꿈은 초등학교 저학년 때 쓴 대본이 학예회에서 공연으로 올려지고 나서 늘 가지고 있던 꿈이긴 했다. 이후 학생기자로 활동하며 글을 쓰기도 했지만 계속 연결되지 못하고 잠시 멈추어 있다가, 배우가 되고 나서는 언젠가 꼭 시나리오를 써보고 싶다는 막연한 꿈이 생겼다고. "사실 조금씩 쓰고 있기는 했지만 에세이를 먼저 쓸 줄은 몰랐네요. 말 그대로 정말 “꿈”같은 일이에요.저는 앞으로도 꾸준히 배우로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글쓰기도 멈추지는 않을 것 같아요.
책을 집필하는 과정 동안 조금의 부담과 스트레스는 있었지만 분명 행복한 일이었고, 즐거웠어요." 그는 마음이 힘들 때 좋은 책을 읽고 글귀에 위안을 받아 다시 삶의 원동력을 만들어가는 것처럼 사실 자신의 진솔한 이야기를 쓰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일로도 많은 힘을 받을 수가 있다는 걸 느꼈다고 책 출간의 소감을 말한다. "요즘 사실 짧은 소설들을 쓰고 있습니다. 언젠가 공개가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즐겁게 임해볼 생각입니다." 짧은 귀띔이다.
우리는 모두 약하고 깨지기 쉬운 존재예요. 이 세상은 혼자 살아가는 것이기도 하지만, 주위에 도움을 요청해 손을뻗을 용기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스스로를 지킬 생각이 없이 어딘가에 기대기만 바라면서 사는 건 더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하기도 하니 늘 주의 깊게 자신을 관찰해야겠지만, 적어도 스스로를 고립시키며 모든 것을 자신만의 숙제라고 여겨 감당할 수 없는 무게의 짐을 혼자 짊어지다가 넘어지게 되는 일도 없어야 하지 않을까요?
- 「상담을 무서워하지 않기」 중에서
저자 : 신소율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배우가 되었다. 비혼주의자이지만 결혼을 했다. 살아가면서 항상 ‘나 자신’을 중심에 두고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해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이 문제’에 이르자 문득 혼란스러워졌다. ‘왜 나는 아이를 갖고 싶지 않은 걸까?’ 나 자신을 알기 위해선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할 것 같았다. 이 책 『아이보다 아이』는 그 답을 찾는 과정 속에서 쓰였다. 그 과정에서 당신의 답도 찾았으면 좋겠다. <티끌모아 로맨스>, <나의 PS 파트너>, <경주>, <상의원>, <검사외전>,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더 펜션>에 출연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