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의 비행
헬렌 맥도널드 지음, 주민아 옮김 / 판미동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간이 자연과 공존해야 한다는 것은 이제 우리의 당면 과제이자 미룰 수 없는 상황에 맞닥뜨렸다. 기후 변화로 생태계가 파괴되고 그 영향은 자연만 받는 게 아니라 인간에게도 똑같이 불어닥친 재앙으로 다가왔다. 미세먼지뿐만 아니라 각종 바이러스 창궐도 자연 생태계 파괴로부터 비롯되었다는 학설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어서 자연 생태계의 보존이 곧 인간의 존속과 직결된다는 데 이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20세기 들어 수많은 생태계 학자들이나 환경론자들의 끊임없는 관심 속에 기후 문제가 제기됐을 때 직접적으로 느끼지 못한 일부 국가들은 아예 관심조차 두지 않았다. 그러나 식민지 건설과 산업혁명으로 최고의 혜택을 누린 서방 선진국과 신흥 강대국의 미국에서는 기후 변화에 대한 큰 관심을 갖고 대응하기 시작했다. 이른바 '굴뚝 산업'으로 불리는 이산화탄소 대량 배출 산업의 대규모 공장들의 개도국 이전이다. 개도국들은 당장 먹거리 해결부터 해야 하는 상황이라 무차별적으로 이들 공장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결과적으로 혜택은 서구 선진국들이 누리고, 책임은 고스란히 개도국이 지는 상태로 된 것이다. 그러나 그 이후 결과적으로는 전 지구의 자연에 영향을 미쳐 인류 전체에 악영향을 줄지는 생각을 하지 않았던가, 지금은 헤어날 수 없는 기후 변화의 깊은 수렁으로 빠졌다. 이젠 빙하가 녹아 바다로 유입되면서 한류와 난류의 뒤섞임으로 어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불어난 해수로 일부 국가는 물속에 잠기는 등 지구 전체가 신음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처럼 병들어 있는 지구의 한쪽 구석에는 환경과 자연 생태계를 응시하며 공존의 필요성을 인간에게 알리는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이는 사람들도 있다. 아직은 지구를 살릴 기회가 있다는 기대와 믿음을 준다. 이 책 『저녁의 비행』은 인간과 자연의 경이롭고 우연적인 만남을 다뤘다. 그 아름다운 만남에 대한 시인이자 동물학자인 헬렌 맥도널드가 에세이로 풀어냈다. 어릴 적 고향에 대한 향수부터 숲에서 야생동물을 지켜보는 기쁨, 어느 이민자의 이야기까지 다양한 감성의 에세이가 함께 실려 있다. 《타임》 《워싱턴 포스트》 《USA투데이》 등에서 올해 최고의 책으로 꼽았다. 《가디언》 선정 최고의 자연과학 책, 아마존 최고의 논픽션ㆍ최고의 회고록으로 선정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두루 인정받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지금이 지구상 여섯 번째 거대한 멸종의 시대이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자연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방식으로 상호작용해야 할지 공들여 깊이 생각해 봐야 할 시기라고 지적한다. 작가가 되기 이전에 과학역사가였던 저자는 과학자의 시선과 문학가의 열정을 공유하는 폭넓은 시각을 보여 준다. 역사의 흐름과 변화를 따라가며 인간과 자연이 더불어 살아가는 지속가능한 세계에 대한 관심을 환기해 준다. 그의 아름다운 필치와 묘사 등은 아름다운 자연에, 경이로운 생태계를 언어로 풀어 우리에게 전달해준다. 독자들에게는 경이로움ㆍ신비로움뿐만 아니라 감동이 함께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저자는 전작 『메이블 이야기』로 논픽션계의 아카데미상이라 불리는 새뮤얼 존슨상과 영국의 권위 있는 문학상 코스타상을 석권하고, 《가디언》《이코노미스트》《뉴욕 타임스》를 비롯해 전 세계 유력 언론으로부터 ‘올해 최고의 책’으로 선정되며,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는 등 작품성과 대중성을 검증받은 헬렌 맥도널드는 상자 안에 산호, 화석, 바위, 깃털 등을 수집하는 16세기 수집 열풍 ‘분더카머(Wunderkammer)’처럼 이 책이 문학판 호기심 상자라고 말한다. 책에는 송골매, 칼새, 찌르레기, 토끼, 소, 돼지, 백조, 편두통, 브렉시트, 발전소 굴뚝 등 전혀 무관한 듯 보이는 주제들이 한데 모여 서로에게 이야기를 건네는 것처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관찰과 매혹, 시간과 기억, 사랑과 상실에 대한 41편의 에세이를 통해 우리를 둘러싼 다양한 존재를 바라보는 새롭고 다채로운 시각을 일깨워 준다. 이 책에 대한 각계의 평가도 최고의 찬사들이 줄을 잇는다. 독자들이 읽어보면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내용들이다.

 

"맥도널드는 자연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면밀하게 살피고,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의 가치를 온전히 전달하려 한다. 그것이 작가로서 자신의 책무라는 생각을 여실히 펼쳐 보인다."(워싱턴 포스트)

 

"경이로움과 향수, 깊은 생각과 애수로 가득 차 있다. 이 책 전반에 흐르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어쩌면 지금의 세상도 내일이 되면 그 모습 그대로가 아닐 수 있으니 세상 전부를 당연하게 받아들여선 안 된다는 점이다. 이 책은 독자들이 방구석을 떨치고 자연과 세상으로 나아가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들게 할 것이다."(퍼블리셔스 위클리)

 


 

저자는 자연 세계와 그 속에 사는 생명체들을 고요한 마음으로 관찰한다. 이 책이 자연에세이란 평을 듣는 이유다. 새들의 둥지와 알을 관찰하며 집이라는 개념을 반추해 보고, 개발업자들에게 팔려 버린 초원을 찾아가 그럼에도 땅속 층층이 훗날을 기다리는 씨앗들이 살아 있다는 희망을 떠올리는 등 자연과의 만남에서 뜻밖의 위안과 감동을 찾아낸다. 자연뿐만 아니라 도시의 일상에서도 우리 주변의 다양한 존재들과의 관계와 그 역사를 돌아본다. 문명의 상징인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꼭대기에서 철새 이동을 관찰하며 650피트 높이의 하늘에서는 도시와 시골 사이의 구분이 없어진다거나 템스강 백조를 조사하는 연례 행사에 참여해 국가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고, 헝가리에서 자유롭게 날아가는 수만 마리의 두루미를 지켜보며 국경이라는 경계에 좌절하는 난민들을 떠올리기도 한다. 저자는 그것이 자신의 글에 흐르는 주제인 사랑이라며, 특히 “우리를 둘러싼 모든 빛나는 존재에 대한 사랑”이라고 정의한다.

 

겨울 숲에는 생명의 표징들이 겨울 숲에 드물게 들어오는 빛의 그림자처럼 점점이 찍혀 있다. 그것은 어디에 눈길을 돌려도 곳곳에 생명이 넘쳐나는 울창하게 성장한 여름의 초목으로선 보통 이해하기 어려운 표징들이다. 딱따구리가 콕콕 만든 나무 구멍, 사슴들이 조금씩 뜯어 먹은 어린나무들, 여우 땅굴, 낮은 가시나무에 걸린 오소리 털 뭉치! 겨울 숲에서 만날 수 있는 이런 소소한 생명의 표징들을 사람들은 얼마나 알아챌 수 있을까. 그리고 내 발이 지난해 나뭇잎을 밟고 있는 동안, 내 머리 위로는 벌써 다가올 봄의 나뭇잎들이 잔가지 끝의 봉오리 안에 고이 접혀 있다.

- p.141~142, 「겨울 숲」 중에서

 


 

저자는 지금이 지구상 여섯 번째 거대한 멸종의 시대이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자연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방식으로 상호작용해야 할지 공들여 깊이 생각해 봐야 할 시기라고 지적한다. 작가가 되기 이전에 과학역사가였던 저자는 과학자의 시선과 문학가의 열정을 공유하는 폭넓은 시각을 보여 준다. 인간이 초래한 환경과 서식지 파괴의 규모를 확인하여 통계를 내고 그 원인과 적절한 대책을 알아내는 것은 과학의 역할이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 해마다 빈 곳이 늘어나고 고요함이 자리를 잡아 갈 때 그 상실과 사멸이 무엇을 뜻하는지, 가령 영국의 숲에서 빠르게 사라져 가는 숲솔새가 어떤 새이고 그 새를 잃는다는 건 어떤 의미인지 전해 주는 것은 문학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지금껏 문학이 제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했다며, 문학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가치를 알리고 이야기해 준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그들을 구하기 위한 길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또한 발전소 굴뚝과 송골매의 이야기를 통해 생명체뿐 아니라 오래되고 낡은 사물까지 사색의 영역을 넓혀 간다. 이렇듯 이 책은 역사의 흐름과 변화를 따라가며 인간과 자연이 더불어 살아가는 지속가능한 세계에 대한 관심을 환기해 준다.

 

요즈음 나는 동물들이 나와 같지 않다는, 그리고 그들의 삶이 인간의 삶을 설명하거나 거울 역할을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면서 진정으로 마음에 위안을 받곤 한다. 우리 집 하늘 위에서 떼까마귀는 날아다니고 있고, 나는 우리 집 뒷마당에서 그 새들을 바라보고 있다. 그렇다면 집이란 건 저 새와 나에게 모두 나름의 의미가 있는 셈이다. 나에게 그 집은 보금자리이다. 과연 떼까마귀에게 이 집은 무엇일까? 이동하는 여정에 잠시 들르는 중간역일까, 아니면 그냥 기와와 경사가 모여 있는 곳일까, 그도 아니면 잠시 내려와 앉는 횃대로 쓸모 있는 곳일까, 아니면 가을이면 마구 부수어 알을 쏙 빼서 먹을 수 있는 호두알이 툭 떨어지는 그런 곳일까! 어쩌면 그 모두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겠지.

- p.480, 「동물이 주는 교훈」 중에서

 


 

저자 : 헬렌 맥도널드(HELEN MACDONALD)

작가이자 시인, 일러스트레이터, 역사학자, 동물학자. 케임브리지 대학교 지저스 칼리지 연구교수를 거쳐, 동대학교 과학사-과학철학과 소속 연구학자를 지냈다. 전문적인 매 조련사로 유라시아 전역에서 펼쳐진 맹금류 연구와 보존 활동에 참여했다. 지은 책으로는 『메이블 이야기』, 『팰컨』 등이 있다. 특히 야생 참매 메이블을 길들이며 아버지를 잃은 슬픔을 견뎌 나가는 치유의 과정을 담은 『메이블 이야기』로 논픽션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새뮤얼존슨상과 그해 최고의 책에 주어지는 영국의 대표적인 문학상인 코스타상까지 석권하며, 평단과 대중의 사랑을 받는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현재 헬렌 맥도널드는 문학, 역사, 철학을 기반으로 인간과 자연을 섬세한 문체로 그려 내는 최고의 저자로 꼽힌다.

『저녁의 비행』은 새를 비롯해 다양한 야생동물을 지켜보면서 우리가 자연과의 관계를 어떻게 맺고 있는지 섬세하게 묘사하는 41편의 에세이 모음집이다. 출간되자마자 《뉴욕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타임》, 《가디언》 등 전 세계 언론으로부터 “올해 최고의 책”으로 꼽히며 상찬을 받았다. 이 책에서 저자는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꼭대기에서 철새의 이동을 관찰하고, 헝가리에서 수만 마리의 두루미를 지켜보거나, 포플러 숲에서 마지막 남은 유럽꾀꼬리를 찾아다니면서 개인적인 자연 경험으로부터 역사적이고 철학적인 다양한 사색을 이어 나간다. 자연과 인간의 의미 있는 만남을 담고 있는 『저녁의 비행』은 우리를 둘러싼 세상을 더 깊고 섬세하게 바라보게 해 줄 것이다.

 

역자 : 주민아

번역가, 에세이스트. 경희대학교에서 영문학으로 석사학위를 받고 박사학위과정을 수료했다. 푸른 나날 대부분을 경희대학교와 창원대학교 교정에서 영문학을 공부하고 연구하고 강의하며 살아왔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인문(人文)의 흔적을 캐면서 번역하고 글을 쓰며, 무엇보다 사랑하며 살아갈 것이다.

옮긴 책으로 『닥터 도티의 삶을 바꾸는 마술가게』, 『다섯 개의 초대장 : 죽음이 가르쳐주는 온전한 삶의 의미』, 『현대인의 의식 지도』, 『파이브 : 왜 스탠포드는 그들에게 5년 후 미래를 그리게 했는가』,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 천재심리학자가 발견한 11가지 삶의 비밀』, 『나눔의 행복』, 『이제 사랑을 선택하라』, 『살아있는 목적 BE』, 『지금 행동하라 DO』, 『신념의 힘 FAITH』, 『100년 라이프스타일』, 『기호와 상징』, 『전쟁에 대한 끔찍한 사랑』, 『암살단: 이슬람의 암살 전통』, 『1000명의 CEO』등이 있으며, 지은 책으로 『그대 영혼을 보려거든 예술을 만나라』, 『주민아의 시네마 블루』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