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와 인재, 제대로 감별해야 한다
김영수 지음 / 창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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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리더와 인재, 제대로 감별해야 한다』의 저자는 대한민국의 중요한 기로인 내년 대선과 연이은 총선, 지방선거에서의 국가와 사회지도자의 등장을 바라고 있다. 경제적 성공으로 부를 이룬 대한민국은 선진 복지국가로서의 면모를 아직 갖추고 있지 못했기 때문이다. 돈은 많이 벌어 세계 7위의 경제대국으로 올라섰지만 아직 복지 부분의 여러 수치가 복지와는 거리가 먼 상태이기 때문에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이끌면서 복지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어느 때보다 '인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지난 30여년 간 사마천과 그의 저서 『사기(史記)』에 천착해온 역사학자로서 사마천뿐만 아니라 중국과 우리나라의 인재들에 관한 것들을 이 책에 담았다. 사마천은 ‘지난날을 기술하여 다가올 일을 안다(술왕사述往事, 지래자知來者)’고 했다. 역사, 즉 과거 자체에 미래 예견력이 내포되어 있다는 뜻이다. 역사에는 사마천과 같은 인식을 보인 선각자들이 즐비하다.

그동안 수많은 학자들이 주목해왔던 인물들은 말할 것도 없고, 조명 받지 못한 선각자들도 많다. 우리의 역사에도, 중국의 역사에도 뛰어난 재능과 학식을 갖추고 세상을 이끈 인물들은 어떤 자질을 갖추고 그들을 알아본 사람들은 누구였을까. 과거 인물들을 살펴보고 현재의 시점에서 리더와 인재를 구별하는 방법을 주목하고 있다. 저자 김영수는 역사 인물들을 살피다 '시대가 인재를 낸다'는 옛말에 근거, 역사 속 인물들이 어떻게 발탁됐고, 무슨 기준으로 선발되었을까에 관심을 가졌다. 물론 역사 속에 묻힌 인물도 많겠지만 그것은 후세의 우리가 이들의 탁월하고 깊은 통찰력에 주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사람의 과거 언행을 포함한 행적(성과)을 잘 살피면 그 사람의 수준과 인격은 물론 윤리관과 도덕성 나아가 사상까지 검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있다가 리더가 된 다음 무슨 무슨 일을 하겠다는 사람이 아닌, 지도자가 되기 위해 어떤 어떤 일을 해낸 사람에 우선 주목해야 한다.

 


 

저자는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리더와 인재를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을 들라면 당연히 그 사람의 ‘과거’라고 말한다. 특히 언행을 중심으로 한 지난날의 행적이 절대 기준이다. 현재의 언행 역시 과거 언행의 연장선에 있을 수밖에 없다. 현재는 과거의 그림자이자 미래의 그림자이기 때문이다. 이는 역사과학이다. 이 책은 이상과 같은 생각을 바탕에 깔고 동서양 역사에서 남다른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사상가·역사가·정치가·실천가·학자·문학가들이 제시한 사람을 보는 안목, 인재를 식별하는 방법, 리더가 갖추어야 자질, 간신과 소인을 가려내는 방법, 세태와 인간의 변질 현상 등을 소개하고 있다. 책의 말미에 「부록」으로 서양의 사상가, 조선시대 지식인, 현대 작가들의 관련 글들과 역대 고전 속에 보이는 명언 명구들을 제시했다.

익히 보고 들은 내용들이지만 이를 하나의 초점으로 모아 보았다는 저자의 설명이다. 아무쪼록 큰 선택을 앞둔 깨어 있는 우리 국민의 결단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아가 다음 정부가 혁명보다 어렵다는 개혁을 확실하게 밀고 나갈 때 꼭 필요한 인재를 기용하는 기준과 원칙을 세우는 데 의미 있는 참고 자료가 되기를 저자는 바라고 있다. 국가의 미래는 인재 등용이라는 시대적 사명과 맞물려 중요한 시기라는 점을 저자는 인지하고 국민들의 선택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역사' 속에서 찾으려 했다. 역사에서도 특히 중국은 넓은 영토를 다스리기 위한 수많은 영웅과 인재들이 활약했던 역사를 갖고 있다. 인구도 많은 만큼 인재의 능력은 그만큼 중요하다. 어떻게 역사를 이어오고, 어떻게 흥했는지, 어떻게 망했는지를 살펴보는 일은 한 왕조가 우리보다 짧았던 중국의 역사 속에서 찾는 것이 더 빠를 수도 있다는 데 독자도 인식을 같이한다.

 


 

책에 따르면 한(漢)나라는 지주계급이 주축이 된 통치집단은 조직적이고 계획적으로 인재를 양성하여 기용했고, 이에 따라 인재 선발이나 인재를 기용하는 문제에 있어서 계통적인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유례가 없는 인재사의 번영기를 이룩했다. 한 무제 시대에는 문학가 사망상여, 역사가 사마천, 외교가 장건, 경제학가 상흥양, 천문가 낙하광, 농학가 조과, 경학가 동중서, 군사가 위청과 곽거병 등 기라성 같은 인재가 배출되어 "한은 인재를 얻음으로써 흥성해졌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비록 동한 후기로부터 삼국에 이르기까지 사회가 불안정했으나 조조, 손권, 유비 및 제갈량은 서로의 필요에 따라 앞다투어 인재를 초빙하여 각자의 정권에 도움이 될 인재 집단을 육성하는 데 힘을 기울였다. 이 때문에 치열한 인재 쟁탈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전체적으로 보아 이 시기 용인의 주요한 특징은 통치 집단이 용인 문제에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태도를 보임으로써 많은 인재가 계획적이고 조직적으로 개발되고 발탁되어 각자의 역할을 마음껏 발휘한 데서 찾을 수 있다. 인재의 필요성에 늘 따라 붙는 문제가 '인재의 식별법'이다. 인재에게도 겉으로만 드러나는 이미지와 거짓 형상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재에 대해서는 전면적이고 깊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저자는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른 관찰법도 이 책에 여러 가지를 기술해 놓았다.

 


 

이 책의 인재와 관련한 인물들은 우리가 잘 아는 인물들도 다수 있지만 독자로서는 처음 들어본 이름도 많다. 그만큼 저자의 깊은 연구와 몰입의 성과라고 이해된다. '리더의 안목'을 말하는 1부에서는 독자들이 잘 아는 '강태공'과 '한비자'가 등장한다. 강태공은 리더는 인재를 갈망하는데 성과가 없는 까닭과 진짜 인재를 기용하지 못하는 주요한 원인은 리더가 세상 사람들의 평가, 즉 ‘세평(世評)’에만 의존하는 데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강태공이 말하는 ‘세평’을 지금 우리 사회의 사이비 ‘언론(言論)’으로 바꾸면 무릎을 칠 정도로 정확한 진단이 된다. 이른바 사이비 언론에는 개인의 탐욕을 채우기 위한 출세욕에 사로잡힌 자들의 여론 조작도 포함된다.

또 한비자의 ‘법·술·세’ 이론과 간신을 분별하고 방지하는 방법은 허례 의식에 빠진 유가의 위선을 벗어던지고 통속적으로 용인에 따른 손익 관계를 설파하고 있다. 한비자는 이를 통해 법으로 통제하고 권술로 인재를 기용하라는 이론을 도출해내고 있다. 그 방법과 술수가 가혹하고 잔혹하긴 하지만 사람의 본질을 간파하고 용인 문제의 본질을 들췄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또 한비자의 이론은 그 어떤 이론보다 진보적이어서 인재를 발탁할 때 상당히 유용하게 적용할 수 있다. 물론 권술과 이해관계만으로 군주와 신하의 관계를 제약하게 되면 이상적인 군신관계를 이룰 수 없고, 기용한 인재의 작용도 충분히 발휘할 수 없게 된다. 이는 한비자의 법가 학설이 갖는 역사적 한계이자 시대의 한계였다.

 


 

2부에 나오는 '여불위'는 상인으로 당시 가장 강했던 진나라의 승상이 되어 실권을 휘두른 인물이라 한다. 그가 진나라의 최고 권력자가 된 까닭은 그의 남다른 투자 안목 때문이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역사 지식이 짧은 독자로서는 처음 듣는 이름이지만 저자의 안내에 따라 인재 식별(검증)에 독특한 기준과 철학이 있었던 사람인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글에서 소개하는 두 편의 글 중 '논인(論人)'은 '사람을 아는' 도리를 밝히고 있는 글로써 '정치는 다른 사람이 할 수 있지만, 그 사람을 취하기 위해서는 내 몸을 먼저 바르게 해야 한다'라는 『중용』의 사상을 연상시킨다. 그러면서 사람을 알고 논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으로 '팔관육험'과 '육척사은'을 제기한다. 팔관육험은 그 사람이 처해 있었던 상황에서 어떤 언행을 보였는지를 살피고, 또 따로 특정한 상황을 만들어 그 사람의 반응을 살피라는 상당히 구체적인 방법론이다. 이어 제기하고 있는 육척사은에 대한 검증은 지금 우리에게 더욱필요해 보일 정도로 한 사람을 알고 평가하는 원칙과 핵심을 건드리고 있다.

"사람이 크게 미혹되는 데에는 반드시 사물 중에 서로 비슷한 것이 있기 때문이다. 옥을 다루는 장인은 옥처럼 보이는 돌 때문에 곤혹스러워하고, 검을 감별하는 사람은 오나라의 보검인 간장(干將)처럼 보이는 검 때문에 곤혹스러워하며, 현명한 군주는 지식이 해박하고 말을 조리 있게 잘해서 통달한 자처럼 보이는 사람 때문에 곤혹스러워한다. 나라를 망칠 군주는 지혜로운 것처럼 보이고, 나라를 망칠 신하는 충성스러운 것처럼 보인다. 서로 비슷한 사물, 이것은 어리석은 자가 크게 미혹되는 까닭이지만, 성인이 더욱 깊이 성찰하는 까닭이기도 하다.(p.130)

 


 

이 밖에도 굉장히 많은 인재 및 인재 식별법 등이 소개되고 있지만 유독 독자의 눈길을 끌었던 우리나라 이희승 선생의 '딸각발이' 정신에 대한 저자의 소개가 담겨 있어 여기에 일부만 소개한다. 일석 이희승(1896~1989) 선생은 〈지조〉라는 글에서 권력욕에 눈 멀고 소신을 밥 먹듯 굽히는 이른바 '정조 대매출가'이자 '낙지족'들의 행태를 신랄한 필치로 꼬집고 있다.

"이 세상에는 부정, 불의를 행하는 일이 너무도 많다. 이것을 모르고 행하는지, 번연히 알면서도 행하는지 일률적으로 꼬집어서 말할 수는 없으나, 남이 보아서 그 하는 짓이 뚜렷한 부정, 불의라고 인정할 때에 그 자신이 그것을 전혀 모를 리가 만무하다. 사람이란 누구나 사람인 이상 다소의 양심을 지니고 있는 것이요, 이 양심 또는 양식이 일말의 흔적이라도 남아 있을 것 같으면 정(正)ㆍ부정(不正), 의(義)ㆍ불의(不義)쯤은 넉넉히 판별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세상에는 부정, 불의를 몰라서 행하는 사람보다도 알면서 행하는 사람이, 또 행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을 것임에 분명하다. 알면서도 왜 이런 짓을 하느냐 하면 그것은 과도한 욕심으로 인하여 일시 양심과 양식이 질식되고 말기 때문이라고 보야야 할 것이다. 양심의 질식이 자주 되풀이되면 곧 양심이 마비되게 마련이요, 양심이 마비된 후에는 어떠한 부정, 불의라도 기탄없이 감행하게 된다. 처음에는 이런 짓을 하는 것이 마음에 찔리는 바가 있다가도 나중에는 조금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게 되어버리고 만다. 이러한 경지는 실로 위험천만한 것이다."(p.316, 이희승 〈지조(志操)〉 중에서)

 


 

"고상한 사람이라 해서 결코 신비로운 존재가 아니다. 그가 고상한 인격의 소유자라는 평을 듣는 것은 끊임없이 자신의 결점과 잘못을 고치고 바로 잡으면서 진보하기 때문이다. 중국 공산당의 설립자 이대소(李大釗)는 역사란 ‘진보의 진리’를 찾는 과정이라 했다. 인간의 삶 역시 자기개선을 통해 끊임없이 진보하는 것이다. ‘개과천선(改過遷善)’의 힘을 믿어야 한다."

 

저자 : 김영수

 

이 책을 펴낸 김영수(金瑛洙)는 지난 30여 년 동안 사마천(司馬遷)과 《사기(史記)》, 그리고 중국을 연구하고 25년 동안 중국 현장을 150차례 이상 탐방해온 사마천과 《사기》에 관한 당대 최고의 전문가이다. 저자는 지금도 사마천과 중국의 역사와 그 현장을 지속적으로 답사하고 미진한 부분을 계속 보완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주요 저서와 역서로는 《완역 사기》 시리즈를 비롯하여 《역사의 등불 사마천, 피로 쓴 사기》 《사마천과 사기에 대한 모든 것 1 : 사마천, 삶이 역사가 되다》 《절대역사서 사기 - 사마천과 사기에 대한 모든 것 2》《인간의 길》이 있고, 최근에는 《리더의 망치》 《리더의 역사 공부 - 사마천, 우리에게 우리를 묻는다》 《사기, 정치와 권력을 말하다》《사마천 다이어리북 366》을 펴냈다. 또한 《난세에 답하다》 《사마천, 인간의 길을 묻다》 《제자백가의 경제를 말하다》 《사마천과 노블레스 오블리주》 《사기를 읽다》 《1일 1구》 《태산보다 무거운 죽음 새털보다 가벼운 죽음》 《백양柏楊 중국사 1, 2, 3》 등이 있다. 영산 원불교대학교 교수를 지냈으며, 현재는 사단법인 한국사마천학회 이사장으로 활동하면서 집필과 강연을 병행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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