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와 우파의 개소리들 - 정치적 개인주의 선언
이관호 지음 / 포르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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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대한민국은 대선 정국이다. 내년 3월 대통령 선거를 석 달 남짓 남겨둔 현재 정치ㆍ사회 비평서 한 권이 눈길을 끌고 있다. 좌도 아니고 우도 아닌, 굳이 따진다면 '중도' 입장에서 우리 정치에 대한 신랄한 비판의 목소리를 담아내고 있다. 저자는 여도 야도 지금의 정치 태도로선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정치를 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집필 이유다. 이 책 『좌파와 우파의 개소리들』의 저자 이관호는 우리 정치의 극한 대립은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기 어렵다는 것이 지론이다. 국민을 위해, 국민을 감동시키는 정치인이 나서기를 바라며 이 책을 썼다.

"우리는 왜 대한민국 정치에 감동을 느끼지 못할까?" 바로 우리나라 좌파, 우파 정치인들이 진보와 보수를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실현하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판단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진보와 보수라는 개념이 생겨난 배경을 이야기하며 진짜 진보와 진짜 보수의 자세를 설명한다. 하지만 보수와 진보는 근대의 개념일 뿐, 빠르게 바뀌는 세상에서는 새로운 정치 세력이 나와야 한다고도 말한다. 그리고 새로운 정치 세력의 형성을 위한 기본자세로 정치적 개인주의를 선언한다. 이 책은 좌파도, 우파도 싫은 국민에게 새로운 정치 신념의 방향을 제시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제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이 조항을 구체화한 것이 바로 만 19세 이상 국민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선거권이다. 하지만 선거철이 되면 모두가 고민한다. 대한민국 건립 이래 지속되어온 좌파와 우파의 양당 체제. 국민이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두 가지로 제한되기 때문이다. 진보 진영도, 보수 진영도 싫은 사람들이 갈 곳은 어디에도 없다. 그렇다면 무당층은 어떻게 주권을 행사해야 하는가? 저자는 바로 이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방향을 제시한다.

저자는 진보와 보수가 근대의 유산이라고 설명하면서 이제 시대가 바뀌었으니 근대적 프레임에서 벗어나 지금 우리가 살아갈 시대를 이끌 새로운 정치 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새로운 정치 세력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답은 중도층에게 있다. 중도층이란 다른 말로 무당층, 프레임 이론 아래에서 좌에도 우에도 속하지 않는 이들이다. 최근 이들의 세력이 날로 커지고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지난 5월에 진행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무당층이라는 답변이 좌나 우를 지지한다는 답변보다 많이 나왔다. 무당층이 주류 세력이 됐다는 뜻이다. 문제는 이들을 뭉뚱그려 중도층이라고 부르긴 하지만, 이들은 좌파도, 우파도 싫어한다는 것 외에는 공통점이 없다는 것이다.



저자의 주장과는 별도로 독자는 최근 TV나 신문을 통해 발표되는 여론 조사 결과에 주목한다. 좌우로 각각 나눈다면 40% 안팎을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는 이른바 '무당층' '중도파' '부동표'로 불리우는 중간층이 차지한다. 아직 뚜렷하게 표의 향방을, 찍을 후보를 확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즉 부동층의 표가 선거를 좌우한다는 결론에 쉽게 이를 수 있다. 저자가 이 책에서 지적하는 대로 좌우 프레임에 갇히지 않은, 확고한 지지층을 넘어선 것은 대체로 부동층으로 분류해도 틀릴 일이 없다.

21세기 들어 대한민국 대선에서는 늘 그래왔다. 그래서 여든, 야든 '중도 확장' 여부가 선거의 향방을 가른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또 다당제 체제로 전환하려는 일부 노력이 있었으나 대한민국 국민들은 혼란을 우려해서인지 양당의 세력이 너무 세서인지 번번이 실패했다. 결국 양당간 대결로 압축될 것 같다는 게 여론조사 분석이다. 민주당과 국민의 힘 양당 후보가 여론조사 지지율이 70%에 이르고 나머지 후보와 당에 돌아가는 지지율이 한자릿수에 불과할 뿐이다. 다당제를 바라기는 비관적인 결과다. 제 3지대에서 양당을 제외한 후보들이 연합한다 해도 실제 득표율이 10% 미만이라면 연합하기도 힘들고 명분도 생기지 않을 터다. 이 때문에 내년 대선도 양당제로 치러진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저자가 다당제를 지지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양당제도 원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저자의 관심은 보수와 진보의 현 체제가 거대 양당이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정치를 하기보다 권력 쟁탈에 더 힘을 기울이고 있는 한 우리의 정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데 관심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저자는 이들이 한데 모일 축, 즉 시대의 가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과거 보수와 진보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였던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이 가치를 찾을 때, 새로운 정치 세력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으로 설명한다. 저자는 모든 이의 삶의 토대가 될 만한 키워드를 축으로 삼아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 전 분야를 관통하는 새로운 세계관과 노선을 정립해야 한다고 말한다. 뒤이어 저자는 가치의 예시를 제시하면서, 이 가치를 찾기 위해서는 정치적 개인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인다.

정치적 개인주의란 무엇인가? 저자는 미래 시대를 이끌어갈 유의미한 정치적 세력을 형성하기 위한 기본 자세, 홀로 스스로의 생각을 발견하기 위한 자세라는 설명이다. 저자는 책을 통해 정치적 개인주의자가 갖추어야 할 덕목을 언급한다. 이 덕목은 인류가 남긴 여러 가치와 사유를 위한 자세에서 찾아볼 수 있다. 책에 따르면 에드먼드 버크는 『프랑스혁명에 대한 성찰』을 통해, 토마스 페인은 『상식』, 『인권』을 통해 각각 보수와 진보라는 가치의 초석을 닦았으며, 마르크스ㆍ엥겔스는 『공산당 선언』으로 사회주의의 체계를 확립했다.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과 『도덕감정론』에서, 존 롤스는 『정의론』에서 각각이 생각하는 자유와 정의를 외쳤다. 모두 프랑스혁명부터 미국의 독립까지 근대 정치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친 인물과 그들의 저서다.



보수와 진보는 고유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 정치는 두 가치의 조화를 이루어 국민을 위한 정책을 만들어가야 하지만, 우리 정치사는 상대를 짓밟고 무너뜨려야 내가 살 수 있다는 강박을 드러낸다. 저자는 책에서 보수의 가치와 진보의 목소리를 모두 설명한다. 우선 보수의 6가지 정신을 말한다. ① 보수는 기존의 것을 활용하려 한다 ② 불평등은 보완될 뿐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③ 보수는 가치보다 현실에서의 실용에 관심을 둔다 ④ 인간은 늘 실수를 저지르는 불완전한 존재다 ⑤ 인간의 욕망을 억제하는 정책은 실패하기 쉽다 ⑥ 현실 문제는 단순한 이론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등 6가지 덕목을 말하고 있다. 이를 열거한 이유는 현재의 보수당 원조를 자처하는 국민의 힘에게 보수의 가치를 구현해야 진정한 보수임을 각성시키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와 함께 진보의 다섯 가지 목소리도 정리한다. ① 적폐 청산을 주장한다 ② 단순한 해법을 제시한다 ③ 오래되었다고 정당성이 확보되지는 않는다 ④ 증세를 통해 복지를 확장하려 한다 ⑤ 토지는 개인의 것이 아니다 등 5가지 목소리를 대신한다. 진정한 진보가 추구하는 방향을 소개한 것이다. 이를 언급하고 있다는 것은 대한민국의 보수와 진보는 무늬만 맞고 내용은 다르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다.



진보의 마지막 목소리 '토지' 문제에 집중해 따로 읽어본다. 독자가 요즘 부동산 문제로 실정 비난 여론에 대해 토지의 개념과 기본부터 알아야겠다는 생각에서다. 토지 재산의 관념은 어떠헥 생겨났을까? 책에 따르면 사냥꾼의 상태에서도, 양치기의 상태에서도 토지 재산은 존재할 수 없었다. 그것은 경작과 더불어 형성되었다. 경작으로 이루어진 발전을 모태인 토지 자체와 분리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경작 토지의 소유자는 누구나 공동체에 자신이 소유한 토지에 대한 지대를 내야 한다."(p.72)

보수에서 강조하던 정신에 비해 조금 더 구체적이고, 직관적인 감이 있다. 뭔가 정의로워 보이는 부분마저도 있다. 진보는 〈공산당 선언〉이라는 체계적인 이론 위에 그려졌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조금만 더 깊이 들여다보면 모호한 구호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는 한계점도 보인다. 어디까지를 청산의 대상인 적폐로 봐야 할지부터가 애매모호하다. 청산의 주체가 청산의 대상이 되는 아이러니는 진보의 역사에서 흔한 일이다. 프랑스혁명을 주도한 부르주아들이 이후 공산당혁명에서 타도의 대상이 된 것처럼 말이다. 진보 세력은 시대 전환을 읽지 못할 경우 새로운 세력에 의해 타도의 대상이 된다. 현 정권 초기에 단행되던 적폐 청산의 칼끝이 지금 어디를 겨누고 있는가.



저자는 지금 대한민국의 진보와 보수 거대 양당의 체제 및 가치 체계, 대책 등을 알아보기 위해 여러 예를 들며 유명 인물들의 책과 이론 등을 설명했다. 진보와 보수 모두 민주주의 발전에 필요한 가치이고 세력이다. 어떻게 양 날개가 균형을 맞추어 사회 발전과 국민을 위한 정치의 경쟁 체제에 들어가는 일만이 대한민국 발전에 기여할 것이리라고 역사적 사실과 이론을 밑바탕으로 설명했다. 독자의 판단대로라면 저자의 생각은 중도층이 정확한 판단이 결국 우리 양당 정치 세력의 균형 발전을 가져오고 국민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저자의 마직막 설명은 독자의 판단에 결정적 요인이 된다. 유발 하라리는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에서 인류가 생각해야 할 여러 담론을 제시한다. 저자는 그중에서도 정치적 개인주의자에게 필요한 덕목은 아리스토텔레스와 사서(四書)의 중용(中庸)이라고 말한다. 중용이란 ‘모든 이가 추구해야 할 윤리학, 정치철학’이며, 상황판단력을 갖추어야 함을 뜻한다. “우리는 모두 정치적 개인주의자가 되어 진영 논리에 흔들리지 않는 현명한 유권자가 되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저자 : 이관호

연세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철학과에서 〈퇴계 이황의 ‘천(天)’ 사상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사회적기업 ‘인문학카페’를 설립하고 다수의 기업체, 관공서, 지방자치단체, 학교 등에 문제 해결을 위한 인문학 프로그램을 공급했다. 미래전략 싱크탱크(THINK TANK)인 여시재의 솔루션디자이너(SD)를 거쳐 현재 삼육대 스미스학부대학 선임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철학 에세이 《이제라도 삶을 고쳐 쓸 수 있다면》이 있다. 한줌도 안 되는 직업 정치꾼들과 언론, 시민단체가 연대해 좌우 진영을 나눈 후, 온 국민을 대상으로 한쪽에 들어가 싸울 것을 강요하는 현실을 오랫동안 참아오다 이 책을 썼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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