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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 - 노래 중의 노래
이문열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11월
평점 :
이문열은 한국문단에 큰 족적을 남긴 소설가이다. 작품의 양만 떼어놓고 봐도 수많은 작품을 한국인의 가슴에 남겼다. 질 부분 역시 『사람의 아들』로 대표되는 그의 문학에 대한 열정은 업적으로 불리울 만큼 대단하다. 특히 그의 소설을 한 편만 읽어봐도 그를 좋아할 정도로 독보적인 작품이 많다. 그의 작품은 글쓰기의 모범으로 대표될 만큼 정석에 가깝다. 독자들은 물론 문학에 뜻을 둔 문학도들에겐 교과서라고 불리우고 있다. 그는 글쓰기 뿐만 아니라 생각(사유)의 깊이 쉽게 헤아리기 어렵다.
『사람의 아들』에서 그의 사유는 깊고 또 깊다. 문학에 대해, 종교에 대해, 철학에 대해 깊은 사유를 거듭한 끝에 태어난 작품으로 여겨진다. 문단에서도 한국문학사에 손에 꼽을 정도의 평가를 받고 있다. 그의 문학적 열정과 깊은 사유는 발표하는 작품마다 대중의 인기를 한몸에 받을 정도로 열풍을 불러 일으켰다. 독자도 그를 작품을 통해 알게 된 얼마 안 돼 그의 작품이 교과서에 실렸다는 것을 알았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다. 이 작품은 1987년 제11회 이상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영화화돼 더욱 널리 알려졌다. 1992년 박종원 감독에 의해서다.이 영화는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한국영화 1001』(이세기 저, 마로니에북스 간)에도 포함됐다. 올해 출판된 이 책 『아가(雅歌)』는 2000년에 발표된 작품을 재출간한 것이다.
저자 이문열은 「작가의 말」을 통해 "이 작품을 쓰기 시작할 때 나를 사로잡은 것은 변화의 열정이었다. 나는 상위모방(上位模倣)의 긴장에서 벗어나고 싶었고, 과도한 개입에 요구되는 부담도 지지 않을 작정이었다. 교양 욕구에 지나친 배려를 보내는 일, 미문(美文)의 만연함에 도취하는 일도 피해 보려 했다. 그러나 다 써놓은 지금에 보니 열정은 열정으로 끝난 것 같다. 변하고 싶었지만 변하고 싶은 만큼 변하지는 못했다."고 썼다.
하지만 그래도 위안은 있었다고 한다. 한 시도로서 전혀 무용(無用)하지는 않았다는 느낌이 든다고 한 것을 보면. 아무튼 이때 저자가 시도하려는 변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는지 독자로서는 알 수 없지만 소설가 이문열이 이 작품을 쓸 때까지의 최근 삼 년은 '실로 괴이쩍은 질풍노도에 휩쓸려 있었던 것은 틀림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저자는 틀림없이 소모이고 낭비였지만, 이제 그것들이 진지한 문학적 투입으로 전환되는 날을 기대한다고 한 말이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지 여부는 큰 관심이 아니다. 그가 고희의 나이를 지나 이젠 70대 중반의 나이이니 독자로서는 건강만이 걱정될 뿐이다.
『아가』는 정신적, 신체적으로 온전하지 못한 여인 '당편'이가 주인공이다. 소설 속에 묘사된 당편이의 모습은 이렇다. "아마 어렸을 적 가벼운 소아마비를 앓은 탓이겠지만 그녀는 손발의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했다. 또 구루병의 증상도 있었던지 목이 짧고 등이 굽어 어깨가 귀 가까이 솟아 있었다. 키도 제대로 자라지 않아 그녀는 성년이 된 뒤에도 초등학교 상급반이었을 때의 우리보다 작았다. 거기다가 유인원을 연상시키는 길쭉한 얼굴이 가슴께까지 묻혀 있어 어깨가 귀 위로 솟은 듯할뿐더러 어떤 때는 얼굴 길이가 그녀 키의 삼분의 일은 되는 듯 느껴졌다."(p.23)
산업화가 시작될 무렵 우리는 무척이나 가난했다. 가난한 시절, 우리 공동체 안에는 앉은뱅이, 절름발이, 언청이, 외팔이, 땅딸이, 난쟁이, 맹추 등으로 불리던 환유들이 있었다. 그들은 과거 우리 곁에 있었고 우리와 함께 세상을 이루었다. 그러나 지금 이들은 정신병원과 각종 수용소, 재활원, 보호소 같은 시설들로 하나둘 사라지며 모습을 감추어 버렸다.
이문열은 이것에 주목했다고 한다. "그 옛날 우리의 공동체 안에서 이들은 단순히 성한 사람들의 짜증 섞인 동정 위에 더부살이한 것 같지만은 않다. 지금보다 훨씬 살기 어려운 시절에도 그들을 부양하기 위해 추가된 부담을 마냥 힘들어하지 않은 것하며, 그들 환유의 특성이 우리 삶에 끼치는 여러 불편이나 혼란을 웃음으로 참아 넘긴 것도 어쩌면 그게 우리가 그들에게 해 주어야 할 당연한 보상이었기 때문인지 모른다."
이문열은 『아가』에서, 한 개인이 속한 사회 속에서 어떤 기능을 수행하며 어떤 기호로 존재할 수 있는가에 대하여 말한다. 존재한다는 것은 ‘거기에 있다’는 것뿐만 아니라 ‘거기에 속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거기에 속한다’는 것은 달리 말하면 거기 있는 다른 존재들과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이 된다.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존재, 누구 또는 무엇과도 관계를 맺고 있지 않은 존재는 없다. 당편이는 저자의 고향에 실재했던 인물로, 그에게 남아 있던 막연한 인상과 두세 개의 에피소드 위에 소설적 상상력이 더해져 창조되었다고 밝혔다.
출판사 측에 따르면 이문열은 1997년 『선택』을 발표하며 여성의 미덕 및 사회적 역할에 대한 페미니즘 논쟁에 불을 지폈다. 그로부터 3년 뒤 출간한 『아가』는 장애인에 대한 비하나 전통적 여성성의 왜곡 같은 혐의로, 대놓고 욕을 퍼붓지는 못하지만 돌아서 입을 비쭉거리는 듯한 느낌만 받았다.
한 여인의 희극적이면서도 슬픈 삶의 진상을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를 더듬어가며 들려주는 『아가』는, 변하고 싶었지만 변하고 싶은 만큼 변하지는 못했던, 그래도 이문열에게는 한 시도로서 전혀 무용하지는 않았다는 느낌을 주는 위안의 책이다. 2021년, 마지막 교정교열 판이 될지 모른다는 느낌으로 출간한 이번 책에서 이문열이 가장 고심한 부분은 부제이다. ‘노래 중의 노래’라는 부제를 새롭게 넣어 출간하였다.
한편 '아가'는 『구약성서』 중의 <제서(諸書)>에 속하는 책이다. 헤브라이어 원제는 <노래의 노래>(영어로는 『Song of Songs』)로, 가장 좋은 노래라는 뜻. 이 책이 경전으로서 구약에 들어간 이유에 대해서는 각종 설이 있는데, 건전한 남녀의 사랑을 신이 좋다고 보았다는 견해가 현대에서는 가장 이해하기 좋을 것이다. 사실 이 책에 들어있는 것은 남녀간의 사랑을 노래하고 있으며, 그 근간은 동지중해 세계(이집트를 포함)에 가장 깊게 접한 솔로몬왕의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이 점에 대해서는 각종 설이 있다. 이 책의 구성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견해가 있는데, 단편적, 민간적인 노래를 모은 것이라고 보는 사람, 드라마적 구조를 상정하는 사람, 서정시로서 일관성을 인정하려는 사람들이 있다.(종교학대사전)
저자 : 이문열
1948년 서울에서 태어나 경북 영양, 밀양, 부산 등지에서 자랐다. 서울대학교 사범대학에서 수학했으며. 197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 「새하곡」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이후 「들소」, 「황제를 위하여」, 「그해 겨울」, 「달팽이의 외출」,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등 여러 작품을 잇따라 발표하면서 다양한 소재와 주제를 현란한 문체로 풀어내어 폭넓은 대중적 호응을 얻었다. 특히 장편소설 『사람의 아들』은 문단의 주목을 이끈 대표작이다. 한국 전쟁 당시 공산주의자였던 아버지 이원철이 홀로 월북을 하는 등 순탄치 않은 어린 시절을 보내고 중고등학교 중퇴 후 검정고시로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에 입학하였으나, 다시 사법고시를 준비하는 등의 굴곡 많은 인생을 살아왔다. 그의 창작에 대한 열정은 남다르다. [대구매일신문]에 「나자레를 아십니까」가 가작으로 뽑힐 때까지 많은 좌절을 경험한다. 초등학교를 제외하고는 서울대 사범대까지 모두 중도에 포기했으며, 신춘문예, 사법고시 등에서 연이어 실패를 맛 보았다.
1994년 학문 연구의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교수제의를 받아들여 세종대 강단에 섰으나 3년만에 개인적인 이상실현의 문제와 작가로서 충분히 작품 세계를 이룩할 시간적 여유가 부족해지는 것을 우려, 창작에 전념하기 위해 교수직을 사임했다. 2003년 12월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였다. 현재는 조각가 친구의 권유로 경기도 이천에 작업실을 마련했고, 그곳에 인문학적 교양을 쌓고 깊은 학문 연구를 할 수 있는 조그만 자리를 젊은 친구들에게 마련해주고자 뒷동산 부아악(負兒岳)이라는 산 이름을 따와 「부악문원」을 설립하여 새로운 지식의 샘을 젊은 학도들과 함께 탐구하려는 열정을 보이고 있다.
2000년 5월 이문열의 책 판매량이 2천만 권을 넘어섰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 가운데 삼국지, 수호지 평역을 제외한 순수 창작물의 판매량이 천만 권 이상이라니, 한국인 4명에 한 명은 그의 소설책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각종 문학상 수상작품집 등을 따지면 그의 글을 집에 가지고 있지 않은 한국인은 없다고 해도 무리한 주장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상업적 성공은 이문열을 이해하는 단서 가운데 작은 하나일 뿐이다. 한국문학에 미치는 영향력이 워낙 커서 문학 작품이 발표될 때마다 많은 찬사와 비판을 동시에 받고 있지만, 가장 많은 독자층을 가지고 있는 이 시대 대표 작가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 오늘의 작가상, 동인문학상, 이상문학상, 현대문학상, 호암예술상 등을 수상하였으며, 2015년 은관문화훈장을 수상했다. 그의 작품은 현재 미국, 프랑스 등 전 세계 20여 개국 15개 언어로 번역, 출간되고 있다.
작품으로 장편소설 『젊은날의 초상』, 『영웅시대』, 『시인』, 『오디세이아 서울』, 『선택』, 『호모 엑세쿠탄스』 등 다수가 있고, 단편소설 『이문열 중단편 전집』(전 6권), 산문집 『사색』, 『시대와의 불화』, 『신들메를 고쳐매며』, 대하소설 『변경』(전12권), 『대륙의 한』(전5권)이 있으며, 평역소설로 『삼국지』, 『수호지』, 『초한지』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