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입은 당신에게 글쓰기를 권합니다
박미라 지음 / 그래도봄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글을 쓸 때 느끼는 점은 마음이 평온할 때 가장 잘 써진다는 점이다. 분노나 우울 등 감정이 올라 있을 때 글이 잘 써질 것 같아 써놓고 나중에 다시 보면 '내가 쓴 글이 맞나?' 할 정도로 문맥이나 문의 호응이 잘 안 되는 경우가 많다. 뿐만 아니라 감정이 노골적으로 드러나 보이고 논리적으로 앞뒤가 잘 맞지 않는 글도 많다. 여기에 감정만 앞서서인지 뭘 쓰려고 한 것인지 읽는 사람에게 공감은커녕 이해도 안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즉 글은 평온한 마음에서 차분한 마음으로 써야 자신이 원하는 바를 제대로 쓸 수가 있다는 생각이다. 다른 말로 바꿔 말하면 감정의 찌꺼기를 남김 없이 없애는 방법은 글쓰기가 유효하다는 말이 될 것이다.

그래서 글쓰기가 상처 입은 마음 치유에 큰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 이해된다. 이 책 『상처입은 당신에게 글쓰기를 권합니다』에서 저자 박미라가 쓰려는 것도 제목에 나타나듯이 마음의 상처 치유에 글쓰기가 좋다는 점을 말하려 한다. 주제가 마음 치유라면 나머지는 글쓰기 방법이다. 무엇을 어떻게 써야 마음의 상처가 치유될 것인가. 글쓰기로 마음 치유를 하는 독자라면 당연한 이야기여서 쉽게 이해가 되고 굳이 이 책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되겠지만 마음 치유를 위해 글쓰기를 해본 적이 없는 일반 독자들에게는 귀중한 책 읽기가 될 것으로 독자는 판단한다.





이 책은 글쓰기 방법을 돕는 책이 아니라 글쓰기를 통해 마음의 상처를 씻어내는 '치유의 글쓰기'에 관한 책이다. 저자는 지난 30여년 간 '치유의 글쓰기' '글쓰기를 통한 마음 치유'에 집중했던 분이다. 저자 박미라는 이 책을 상처 곁에서 오래 서성인 독자들에게 상처 치유 글쓰기를 권유한다. 치유 글쓰기의 전제 조건은 자신의 성찰이다. 자신의 상처를 자세히 들여다볼 용기도 필요할 것 같다. 그 후에 성찰을 통해 왜 글을 쓰려 하는지라는 목적에 다가가야 한다.

저자는 글쓰기로 마음을 치유한다는 게 무엇이며, 성찰적 글이 어떤 것인지, 깊은 슬픔이 글쓰기를 통해 어떻게 따뜻하고 아름다운 시가 되는지, 그들의 글을 통해서 경험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미 심리 에세이 심리 에세이 『천만번 괜찮아』, 심리상담 칼럼집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나는 왜 나를 사랑하지 않을까』를 이미 출간해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작가다. 이 책들은 저자가 심리 상담사로서, 마음칼럼니스트로, 치유하는 글쓰기 안내자로 살면서 만난, 글쓰기 프로그램 참여자들이 스스로를 치유하고 구원할 수 있음을 증명한 현장 보고서이자 글쓰기 안내서이다.



‘치유하는 글쓰기’는 ‘나를 표현하기, 거리두기, 직면하기, 명료화하기, 나누기, 사랑하기, 떠나보내기, 수용하기’까지의 과정을 거치면서 스스로 내면의 상처를 극복하고 한 단계 성장하는 길로 안내한다. 죽도록 미운 당신에게 쓰는 편지부터 나의 핵심가치를 찾아 떠나는 여행까지, 치유 글쓰기 프로그램에서 단계적으로 다루는 일련의 소재들을 통해 얼룩졌던 내면의 상처가 조금씩 아물어가고 우리의 마음이 조금 더 단단해짐을 느낄 수 있을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저자는 이 책을 읽은 것만으로 치유하는 글쓰기를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1부에서는 ‘글쓰기, 그 치유의 힘’에서는 글쓰기가 가진 치유의 힘의 정체와 그 힘을 배가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안내했다. 2부 ‘무엇을 쓸까 : 글감 찾는 법’에서는 다양한 글감 찾는 방법을 소개했으며, 3부 ‘어떻게 쓸까 : 글쓰기 방법’에서는 치유를 위한 글쓰기 방식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저자는 책을 통해 ‘치유 글쓰기’란 자신을 정직하게, 뿌리까지 낱낱이 이해하고 깊게 껴안는 작업이라 말한다. 이를 위해 심리학적 지식을 알기 쉽게 설명했고, 치유 글쓰기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람들이 쓴 진지하고 감동적인 사례 글을 많이 소개했다. 글쓰기로 마음을 치유한다는 게 무엇이며 성찰적인 글이 어떤 것인지, 깊은 슬픔이 글쓰기를 통해 어떻게 따뜻하고 아름다운 시가 되는지 그들의 글을 통해서 경험할 수 있다.



책에 따르면 인간의 고통과 상처가 글로 진지하게 기록될 때 전혀 다른 모습으로 드러난다. 자기 긍정과 희망이 그것이다. 이 책의 핵심 역시 ‘자기 이해’와 ‘자가 치유’에 대한 믿음이다. 즉, 답은 자기 안에 있고, 그것을 종이 위에 발설하고 직면하는 과정에서 ‘자기 이해’와 ‘자가 치유’가 이뤄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참가자들이 직접 글을 쓰고, 그 글을 다른 이들과 나누면서 자기 내면에 숨겨진 비밀을 스스로 알아내고, 깊은 위로와 위안을 얻었다고 한다. 그들이 걸었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생각지 못한 삶의 해답이, 자기 이해가, 통찰이 종이 위에 펼쳐질 것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나의 과거에 들어가고, 나의 현재를 짚어보고, 나의 미래에 대해 희망을 갖는 것, 그리고 나를 스스로 돌아보게 된다는 것. 글을 써서 스스로의 내면과 이야기를 나누면 짙은 외로움이 고요한 평온함으로 바뀌는 걸 경험할 수 있을 것으로 저자는 기대한다.




이 책에는 다양한 슬픔을 지닌 이들이 등장한다. 알코올 중독인 아버지, 집 나간 어머니, 편부모 가정, 전쟁, 지독했던 가난과 상대적인 박탈감, 숨기고 싶은 치욕적인 과거, 성폭력의 아픔까지 온갖 상처들로 가득하다. 이러한 상처들은 아무 소리 없이 숨어 있다가 어느 순간 일상을 무너뜨리기도 한다. 그것들을 끄집어내 종이 위에 쏟아내는 순간이 치유의 끝은 아니라고 저자는 언급한다. 외면하고 싶고, 거부하고 싶고, 그냥 덮어두고 싶은 욕망도 수면 위로 고개를 쳐들 것이다. 글쓰기의 탁월함은 마음 치유의 다양한 방법들이 그 안에 모두 들어 있다는 점이다. 나를 표현하기, 거리두기, 직면하기, 명료화하기, 나누기, 사랑하기, 떠나보내기, 수용하기까지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자기 치유, 평화를 얻게 된다고 저자는 조언한다.

"일단 써라!" 고통스러운 이야기를 한 자 한 자 글로 옮기다 보면 어느새 괴로움이 옅어지면서 안개 속에 가려진 문제의 실마리를 찾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치유하는 글쓰기는 완전한 ‘자기 용서’와 ‘자기 수용’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바로 지금 여기,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바라보고 인정하고 애도하는 것이 글쓰기의 전제 조건이다. 그것이 바로 치유의 출발점이자 원동력이며, 어찌 보면 완성이기도 하다는 저자의 주장은 설득력을 가진다.



지금 행복하지 않은 독자들에게 저자는 묻는다. 이 세상 하나뿐인 ‘나’에게 행복할 권리를 스스로 뺏고 있지는 않은가. ‘치유하는 글쓰기’를 통해 자신도 몰랐던 자신의 근원적 상처를 발견하고 치유함으로써 미래의 삶을 긍정적으로 바꿔나갈 수 있음을 잊지 말라고 강조한다. 상처를 치유하는 글쓰기에는 몇 가지 주의 사항이 있다. 저자는 책의 뒷부분에서 몇 가지 조언을 덧붙인다. 독자가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이기도 하다. '솔직하게 써라'는 것이다. 저자는 솔직하게 쓰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저자는 먼저 안전한 공간을 마련할 것을 주문한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글을 쓰는 공간, 그리고 쓴 글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누군가 내 글을 읽을지도 모른다는 감시의 눈초리를 지속해서 느끼며 글을 쓰게 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스스로의 내면을 충분히 드러낼 수 없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내 마음의 검열 장치가 나의 글을 감시한다는 데 있다는 게 저자의 충고다. 일기보다 더 솔직하게 쓴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라고 한다. 독자 입장에서도 가만히 생각해보면 상처 부분은 일기보다 솔직하게 쓰기 어려울 것이라고 쉽게 짐작된다. 저자의 지적에 용기를 얻어 글을 써도 아직 남은 문제가 있다. 상처를 건드리고 회고하는 데 감정이 안 올라올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균형 감각을 잘 유지할 것을 주문한다.


글을 쓰다가 가슴에서 어떤 느낌이 온다면 당신이 가고 있는 길이 맞다. 그 길을 따라가면 된다. 또 어떤 글쓰기 대목에서 유난히 가슴과 몸이 반응한다면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무의식에 남았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차려야 한다. 머릿속으로는 이미 해결됐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감정적인 반응이 따라온다면 또 다른 차원의 의식에서 어떤 문제가 해결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p.274)

모든 균형감각을 유지하는 주체는 글을 쓰는 나 자신이다. 지금까지 이 책에서 주문한 여러 가지 글쓰기 방법도 마찬가지다. 스스로 알아차리고 선택해야 한다. 자신의 상태는 자신이 가장 잘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선택의 기준은 물론 ‘더 행복해지기’다.(p.302)

저자 : 박미라

치유하는 글쓰기 안내자로, 마음 칼럼니스트로, 그리고 심리상담자로 살아가고 있다. 존재의 본질을 찾고 싶어 하는 성격 때문에 가족학과 여성학, 나아가 심리학과 자아초월심리학까지 공부했다. 글쓰기는 이 모든 과정에서 훌륭한 도구가 돼주었다. 사회생활을 기자로 시작했으며 이후 잡지 편집장, 출판사 편집자, 인터넷 콘텐츠 팀장을 거쳐 지금은 글쓰기를 심리치료에 적용하고 있으니 말이다. 글쓰기로 마음을 표현하고 어루만지는 과정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은 ‘자기 용서’와 ‘자신에게 따뜻해지는 법’이다.

주요 저서로는 치유 글쓰기를 경험하는 실습서 《모든 날 모든 순간, 내 마음의 기록법》과 이 책의 인문학적 근거가 되는 《상처 입은 당신에게 글쓰기를 권합니다》가 있으며, 상담칼럼집 《천만번 괜찮아》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나는 왜 나를 사랑하지 못하는 걸까》, 그리고 오래된 지혜 차크라의 올바른 활용을 위한 심리서 《심리학자는 왜 차크라를 공부할까》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