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낀대세이 - 7090 사이에 껴 버린 80세대 젊은 꼰대, 낀대를 위한 에세이
김정훈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1년 10월
평점 :
얼마 전까지 우리 사회 문제의 큰 이슈는 '양극화'였다. 자본주의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부익부빈익빈'이 심화되면서 나타나는 사회적 병폐라고 알려진 현상이다. 그러나 자본주의 자유경쟁 체제 아래서는 이 현상이 점점 극단으로 치닫는 문제점을 안고 있어 오래 전부터 학자들 사이에서 지적돼 왔다. 독자도 학창시절 배운 바 있다. 그래서 대안으로 공산주의가 대두되고 20세기 세계를 휩쓸었다. 채 100년도 버티지 못하고 공산주의는 막을 내렸다. 자본주의와의 경쟁에서 진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후 새로 등장한 사회 문제는 '경계인'이었다. 사회 중심부, 상류층에 오르지 못했거나, 혹은 밀려난 사람들이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사회 계층의 경계에서 방황하고 있는 계층을 말하는 것으로 그들은 소속감이 없어 적극적 사회 활동에도 참여하지 않아 차츰 소외계층으로 밀려난 처지일 가능성이 높다. 또 우리 나라가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인근 동남아 국민들이나 중국 동포 등 저소득 국가의 국민들이 우리 나라에 불법 체류하며 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을 경계인으로 표기하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소설에서는 이승과 저승의 중간에 있는 사람을 경계인으로 표기하기도 했다. 이렇듯 사회에는 늘 중심부와 소외계층, 그리고 그 사이에 있는 경계인들이 존재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얼마 전까지 기성세대와 신세대로 구분하는 단순 계층 차이만 존재했다. 그러던 계층, 세대 차이가 10년마다 세대를 가르게 된 것은 어쩌면 급변하는 사회 때문일 것이다. 이 책 『낀대세이』가 의미하는 것은 70년대 기성세대와 90년대 신세대 사이에 끼어 애매해진 80년대생 끼인 세대를 지칭하며 줄여 '낀대'라고 한 것으로 보인다. 『낀대세이』는 위에서 짓누르고 아래에서 치고 올라와 양쪽 눈치를 볼 수밖에 없어진 ‘불쌍한’ 80년대 세대를 위로하는 공감 에세이라고 저자 김정훈은 말한다. 중간에 위치해 이도 저도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사람들. 낀대가 탄생하게 된 배경, 낀대들의 고충, 남들을 괴롭게 만드는 낀대 등, 80년대생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법한 에피소드가 가득 담겨 있다.
가벼운 읽을거리이지 사회에서 정식으로 인정되는 세대는 아님을 저자도 밝히고 있다. 저자는 「에필로그」를 통해 책 마지막 부분에서 "사실 708090의 단순한 숫자로 나누는 세대론은 큰 의미가 없다"며 "세대론이라는 건 그저, 점점 더 세분되고 첨예해지고 있는 가치 대립 전쟁 사이에서 갖고 싶은 일종의 보편적 소속감일 뿐 술자리 이야기를 쉽게 하기 위한 유희적 단어"라고 밝히고 있다. 아무튼 이 책에는 80년대생인 저자가 사회 생활과 일상에서 보고 느낀 점을 공감할 수 있는 글로 풀어낸 것이며 언제 어디서든 가볍게 펼쳐 읽기 좋은 글이다. 더 나아가, 비단 80년대생뿐만 아니라 기성세대인 70년대생, 이미 자신이 꼰대라고 느끼는 90년대생이 읽더라도 절로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게 될 것으로 저자는 기대한다.
저자는 80년대생이 ‘불쌍한 세대’라고 불리워진다고 말한다. 재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적응하기 위해 온갖 실험을 당해야 했던 세대라는 것이다. 70년대 기성세대와 90년대 신세대 사이에서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세대. 꼰대이긴 꼰대인데, 젊은 꼰대. 김정훈의 『낀대세이』는 이러한 80년대생 ‘끼인 세대’(이하 낀대)에 대해 적나라하게 설명하고 낀대들의 고충 등을 재밌게 풀어냄으로써 낀대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에세이다.
『낀대세이』는 특히 김정훈 특유의 시니컬하면서도 자조적인 태도가 읽는 재미를 더한다. 흔히 말하는 ‘자해 개그’에 가까운 말투다. 그 누구보다도 찌질하고 불쌍해 보이지만 어딘지 모르게 안쓰럽기도 하고 귀엽다고 느껴지기까지 한다. 애교 섞인 투덜거림이라고 하면 좋을까? 80년대생이라면 이 책을 읽는 내내 공감하며 자조적 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을 것이며, 다른 세대 역시 이런 낀대들의 고충을 이해하며 ‘그럴 수 있지’라는 유쾌한 생각을 하게 된다.
80년대생이 유지해야 할 개인 거리는 어느 정도일까. 90년대생에게 너무 가까이 다가가 부담스럽게 친한 척해서도 안 되고 70년대생에게서 너무 멀리 떨어져 그들을 외롭게 해서도 안 되는 애매모호한 거리 두기 속 슬픈 존재여.
- p.67, 「거리 두기」 중에서
가벼운 공감 에세이임에도 읽는 이에게 힐링을 전하는 책 『낀대세이』는 ‘낀대, 왜냐하면-’, ‘낀대, 그리고,’, ‘낀대, 그래서?’, ‘낀대,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 4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파트 ‘낀대, 왜냐하면-’에서는 80세대가 왜 낀대가 되었는지, 어떻게 낀대가 탄생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고찰, 두 번째 파트 ‘낀대, 그리고,’에서는 낀대들이 살아오며 겪어야 했던 수많은 선택지들(도시락과 급식, 삐삐와 시티폰, 아날로그와 디지털 등)에 대한 공감, 세 번째 파트 ‘낀대, 그래서?’에서는 그래서 탄생하게 된 낀대들의 이야기, 마지막 네 번째 파트 ‘낀대, 그럼에도 불구하고!’에서는 이런 씁쓸함 속에서도 파이팅을 외치는 낀대의 성장통을 이야기한다. 각각의 에피소드가 길지 않아 언제 어디서든 부담스럽지 않게 꺼내 읽어볼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나는 80년대생 꼰대다. 70년대생과 90년대생 사이에 껴 버린 젊은 꼰대. 끼어 있는 세대라는 의미로 '낀대'라고도 불린다. 우리는 위에서 까이고 아래에서 치이는, 양쪽 눈치 다 보느라 정신없는 '불쌍한' 세대다.
- p.11, 「프롤로그」 중에서
그렇다면 ‘낀대’는 80년대생만이 낀대일까? 저자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당신도 낀대였고 낀대이며 낀대일 것이다. 어차피 모두가 낀대가 된다.’라고 말한다. 이미 지나간 기성세대도, 곧 다가올 신세대도 결국 낀대였거나 낀대가 될 것이라는 뜻이다. 이는 즉, 비단 80년대생뿐만 아니라 7090년대생 역시 『낀대세이』를 읽으며 공감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다른 세대의 공감은 80년대생에 대한 더 깊은 이해를 끌어내고, 화해와 친목의 장을 만들어 줄 것이다. 『낀대세이』를 통해 전 세대가 ‘낀대’와 함께 조화로운 사회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휴대폰 없이 공중전화나 집 전화로만 통화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는 반강제로 주변 사람들의 전화번호를 외워야 했다. 나와 친하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연락처를 외우는 게 당연했다. 어렵지 않았다. 그 암기 과정에서 곱씹게 되는 관계의 중요성. 그것에 묻어 나오는 반짝이 같은 애정. 그때의 낭만.
- p.284, 「코로나 시대의 사랑」 중에서
당신도 낀대였고 낀대이며 낀대일 것이다. 어차피 모두가 낀대가 된다.
- p.304, 「에필로그」 중에서
80년대생은 하이브리드다. 스토리 기반이었던 세대에 태어나, 캐릭터 기반 콘텐츠의 주된 소비자가 되어 살아가고 있다. 캐릭터도 중요하고 스토리도 중요하다. 과정도 중요하고 결과도 중요하다. 성공한 70년대생들의 스토리를 갖고 싶고, 90년대생들의 쎈캐도 멋져 보인다.
- p.148, 「스토리 and 캐릭터」 중에서
1980년대에 태어나서 88올림픽을 아주 어렴풋이 기억하고, 국민학교를 입학해 초등학교를 졸업한 세대. 급식도 도시락도 먹어본 세대. 삐삐와 PC통신, 시티폰과 음성사서함, 스마트폰과 인터넷, 마을버스와 메타버스까지 한꺼번에 경험한 세대.
- p.269, 「액체 괴물」 중에서
저자 : 김정훈
1984년 2월생 물고기자리, AB형. INFJ지만 가끔은 ENFJ. 불만보다 불안과 친해지는 편이 낫다고 생각해 방송국 PD로 일하던 중 사표를 던지고 글쟁이가 됐다. 책과 칼럼을 가끔, 드라마를 주로 쓴다. 《미생》, 《동네의 영웅》, 《아는 와이프》 등의 작품에서 작가 팀으로 활동 후 《귀신데렐라》, 《완미적타 : 완벽한 내 남자친구》를 메인으로 썼고, 최근에는 넷플릭스 시트콤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를 각색했다. 《연애의 맛》, 《박은영의 FM대행진》 등 TV와 라디오, 유튜브 출연도 종종 하지만 카메라 앞보단 뒤가 역시 편하다. ‘편식男’이란 단어를 만든 장본인인데, 편식과 미식의 경계는 여전히 어렵다. 사람을 좋아하고 사랑에 관심이 많다. 지은 책으로는 『연애전과』, 『요즘 남자 요즘 연애』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