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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트 - 왜 혐오의 역사는 반복될까
최인철 외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21년 9월
평점 :
혐오(嫌惡)란 어떠한 것을 증오, 불결함 등의 이유로 싫어하거나 기피하는 감정으로, 불쾌, 기피함, 싫어함 등의 감정이 복합적으로 이루어진 비교적 강한 감정(사람이 느끼는 것을 기준으로 함)을 의미한다고 사전에는 풀이돼 있다. 인간에게 있는 기본적 감정이긴 하지만 이 감정이 강하고 지속적으로 느껴진다면 차별이나 부당한 대우, 심지어는 사람을 죽이는 일도 벌어진다. 특히 대상이 물건이나 무생물일 경우에는 사회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동물이나 사람에게까지 이어진다면 큰 사회 문제로 부각되기도 하고 역사적인 비극을 불러일으킨 사례도 많다. 특히 동물이나 특히 인간에 대한 혐오는 범죄와 직결되기 때문에 혐오감을 느끼지 않도록 교육이나 사회 환경 조성에 힘써야 할 테마이다.
지금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는 차별 의식도 혐오감에서 비롯된 것이 많다. 인종, 종교, 이념에 대해 상대적 혐오감은 인간의 감정에 의해 갈등과 심각한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우리 사회에서도 예전에 없던 남녀 혐오감에 의한 범죄가 잇따라 일어나는 바람에 사회문제로 발전된 후 치유되지 않고 점점 확대되고 있는 모습이어서 우려되고 있다. 미국 사회도 오래된 인종 차별이 여전히 국가사회적 문제로 남아 있다. 역사적으로는 마녀 사냥이나 홀로코스트가 혐오감이 일으킨 커다란 문제가 된 사례로 구분된다.
현대는 '혐오의 시대'라 할 만큼 많은 개인적, 사회적, 국가적, 역사적 문제의 원인이 되고 있다. 과거 마녀사냥이나 홀로코스트와 같은 비극적 사건을 접할 때면 어떻게 인간이 인간에게 그토록 잔혹할 수 있을까 하는 충격과 슬픔이 함께 밀려온다. 안타깝게도 그러한 어둠은 지금도 다른 양상으로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2년 동안 장기화된 코로나 팬데믹의 위협 아래 전 세계적으로 격화되는 인종차별과 증오범죄는 물론이고, 가정과 학교와 일터 등 우리 이웃의 크고 작은 사건과 사고 소식에서도 그 흔적이 뚜렷하다.
코로나 확산을 계기로 원인을 소외계층이나 소수자의 탓으로 돌리려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이는 명백한 혐오감을 드러내는 것이며 팬데믹 위기 상황을 얼마나 최악의 상황으로 끌고 갈지 우려되는 대목이다. 더욱이 생명을 꺾는 잔인한 흉기가 되기도 하는 인터넷상의 독설과 악성 댓글에서도 혐오라는 것이 누구나 습격할 수 있는 위험임을 절감하게 된다. 이렇듯 인류의 곁을 떠나지 않는 혐오는 어떻게 이어져 왔으며 누가 끊어낼 수 있을 것인가? 쉽지 않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혐오의 실체를 제대로 이해해야만 한다.
중요하지만 선뜻 공론화되지 않았던 이 ‘혐오’의 문제에 주목한 선구자적 노력이 대한민국 사회에서도 2020년부터 공론화되기 시작했다. '공감인재' 양성을 위해 노력해온 티앤씨재단이 주최한 APoV 컨퍼런스 Bias, by us(우리에 의한 편견)를 통해 심리학, 법학, 미디어학, 역사학, 철학, 인류학 등 국내 최고 학자들의 강연과 토론이 펼쳐진 것이다.
우리 시대의 온오프라인에서 벌어지는 문제를 비롯해 십자군, 마녀사냥, 홀로코스트 등의 역사적 사례까지 혐오의 씨앗에서 자라난 비극이 주는 교훈을 조명하는 기회가 마련되었다는 평가를 받은 토론회다. 강연의 시청을 위해 수많은 이들이 설문과 사전 신청에 기꺼이 응했고, 유튜브 업로드 후에는 사흘 만에 조회 수 1만 회 돌파하면서 열띤 호응과 관심을 증명했다. 이 책 『헤이트(Hate): 왜 혐오의 역사는 반복될까』는 바로 그 아홉 교수진의 강연과 토론, 토크 콘서트의 감동을 온전히 담아낸 결과물로서, 각 영상을 먼저 접한 이들의 간절한 요청에 응답하여 탄생하게 되었다는 게 출판사 측의 설명이다.
이 책은 편안하게 전달되는 해설과 생생한 대화에 담긴 토론을 통해 과거와 현재의 혐오 이슈를 고르게 진단한다. 1부에서는 ‘공감’이라는 미명 아래 나와 유사한 집단만을 옹호하며 타인을 향해서는 오히려 편향된 시선을 던지는 모순된 현실을 지적하고, 어느새 스며들고 교묘해져 그것이 혐오인지도 알아차리지 못한 채 배척을 일삼거나 문제 해결보다 분노를 쏟아낼 희생양을 찾는 행태에 경각심을 품게 한다. 나아가 온라인상에서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혐오표현 현상을 분석하며 대안을 모색한다.
2부에서는 인류사의 중요한 비극을 통해 오늘의 우리가 결코 놓쳐선 안 될 절절한 교훈을 되짚어낸다. 각 장을 거치며 혐오의 실체에 점차 다가선 독자들은 이것이 머나먼 이야기가 아닌 지금 우리의 문제임을 깨닫게 된다. 그렇게 시작한 여정은 진정한 화해와 공존을 향한 소중한 걸음이 된다. 각 분야의 저명한 인사들이 입을 모아 이 책의 의미에 힘을 싣는 이유도 다름 아닌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뿌리 깊은 혐오를 극복할 수 있는 희망이기 때문이다.
현대의 혐오 이슈를 다룬 1부에서는 공감이란 그저 선하고 좋은 것이라고 단편적으로 생각해온 우리에게 새로운 인식을 열어준다. 1장에서는 어느 한쪽을 향하여 치우치고 과잉된 공감은 동시에 다른 한쪽을 향한 극렬한 혐오와 폭력성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통찰을 전한다. 2장의 사회 경제적 위기 속에서 나타나기 쉬운 경향, 희생양을 찾아 불안을 해소하려는 본능에 대한 설명은 현재 우리 현실에서 나타나기 쉬운 여러 위험을 일깨워준다. 인터넷이란 매체에서 더욱 극심한 혐오표현들이 넘쳐나게 되는 현상을 다양한 이론을 통해 풀어낸 3장과 온라인상의 혐오표현이 갖는 위험과 양상을 여러 사례를 통해 진단한 4장에서는 이런 현실에서 우리 모두의 노력으로 만들어가야 할 대항표현과 같은 대안을 제시한다.
역사 속 혐오의 나비효과를 돌아보는 2부에서는 5장의 홀로코스트 사례를 통해 잘못된 방향으로 치닫는 혐오를 멈추지 못했을 때 빚어진 크나큰 비극에 대한 경각심을 전해준다. 6장에서는 이슬람혐오를 둘러싼 흐름을 살피면서 단편적인 인식 속에 범하기 쉬운 오해의 격차를 좁힌다. 남아프리카 공화국과 르완다에서의 갈등과 화해의 사례를 다룬 7장을 통해서는 차별과 학살이라는 비극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집단정체성에 대한 올바른 추구가 무엇일지 생각하게 된다. 8장에서는 십자군 전쟁, 페스트, 마녀사냥의 역사를 통해 혐오의 속성을 들여다봄으로써 우리 시대에 혐오의 만행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다짐을 준다. 9장은 근대 식민주의의 산물이라 할 수 있는 인종주의가 홀로코스트라는 엄청난 폐해를 낳게 된 역사적 경과를 다룬다. 이를 통해 잘못된 이분법을 반성하며,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포용하는 성숙을 지향하게 한다.
마지막 3부에서는 컨퍼런스 당시 이어졌던 토론 세션을 비롯해 시청자들이 직접 올린 질문과 강연자의 답변으로 채워진 토크 콘서트 1, 2부의 생생한 목소리를 고스란히 전해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