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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핍의 위로 - 흐린 날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
장일 지음, 남수현 그림 / 넥서스CROSS / 2021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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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결핍의 위로』는 독자에게 '결핍'이라는 단어가 주는 위로의 참뜻을 깨닫게 해주었다. 그동안 독자는 결핍이란 낱말의 의미를 부정적인 의미로만 사용해왔다. 영양 결핍, 노력의 결핍, 사랑의 결핍 등 많은 좋은 의미의 단어와 결합해 독자 개인에게 좋지 않은 점을 강조할 때 사용해 왔다. 결핍이란 단어에 진지한 사색이 결핍됐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기도 했다. 결핍은 사전에서는 '있어야 할 것이 없어지거나 모자람'으로 풀이하고 있다. 사전적 해석으로 그친다면 우리 삶에서는 결코 긍정의 의미보다는 부정의 의미가 강조될 수밖에 없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나 결핍에 대한 의미를 공자가 사용할 때나 성경에서 나오는 의미는 사전적 의미를 훨씬 넘어선 풀이가 있다.
공자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논어에서 말했다.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는 뜻이다. 지나치게 풍요로운 것은 오히려 조금 결핍인 삶이 더 낫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 책의 저자 장일은 희귀난치성 질환 크론병을 17년째 앓고 있는 목사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그 결핍을 채워준 눈물겨운 사건들, 결핍의 렌즈로 들여다본 우리 교회 그리고 결핍의 사회 대한민국의 모습을 담고 있다. 저자 자신이 결핍이 없었다면 결코 깨닫지 못할 많은 기적 같은 일들을 경험하면서 결핍으로부터 위로를 받았음을 말하고 있다. 독자도 이 책을 읽으면서 결핍의 의미에 대해 사유의 기회를 얻었다는 점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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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하루아침에 감당하게 된 일들의 목록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신체의 연약함에서 비롯된 일들은 삶의 곳곳에 침투해 일상을 어그러뜨렸다. 청년 시절 군에서 강제전역을 해야 했고,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려 할 때 붙잡을 수 없었고, 목숨을 내주어도 아깝지 않은 하나뿐인 딸과 양껏 놀아주지 못했다. 한때는 진지하게 개그맨을 꿈꿨던 사람이 자신의 의지로 어찌할 수 없는 몸을 갖게 된 이후의 날들과 그런 자신을 받아들이게 된 이야기, 약함을 받아들이자 일어난 삶의 변화를 이 책에 담았다.
책에 따르면 불면증에 시달리다 겨우 일어나 아이의 등원을 챙기고 다시 잠이 든 저자는 낮 12시가 넘어서야, 출근한 아내의 기상 연락에 잠에서 깨는 날들이 많다. 그럴 때면 ‘다른 이들은 오전 업무 마치고 점심 먹고 티타임을 즐길 시간에 나는 이게 뭐하는 것인가’ 하는 패배감을 피할 수 없었다. 패배감에 자신을 채찍질하던 어느 날 이건 건강한 자극이 아니라 학대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어 자신의 연약함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요즘 컨디션이 많이 떨어졌나 보다. 부드러운 죽으로 속을 좀 달래고 일과를 시작해야지.’ 하고 불필요한 엄격함을 내려놓고 결핍을 끌어안으니 깨어 있는 시간을 더 집중하여 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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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핍이 아니었다면 몰랐을 일상의 경험에서 그는 혈루증을 앓는 여인을 떠올린다. 주님 앞에 최선을 드린 여인, 세상에서는 배신으로 돌아왔던 그 최선을 주님은 오롯이 받으셨다. 주님 앞에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드리는 일상에서 얻는 것은 세상이 줄 수 없는 평안이자 살아갈 수 있는 힘이었다.
“할 수 있다. 하면 된다. 해보자!”
“다 잘 될 거야. 하나님 믿는 사람이 축 처져 있으면 안 되지.”
“하나님이 다 크게 쓰시려고 그러는 거다.”
얼핏 힘을 실어주는 말 같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말들은 오히려 당사자의 고통에 절망과 무기력을 더했다고 한다. 아프기 전에는 어렵지 않게 썼던 이런 말들이 아픔을 겪는 사람에게는 공허한 종교적 수사로 들릴 수 있다는 걸 깨달은 후로는 이런 말들을 쉽게 내뱉지 않는다. 특히 담임 목회를 하고 있는 지금, 코로나19를 겪으며 어려움을 겪는 성도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생각과 말과 행동을 고르고 고른다. 이 외에도 결핍이라는 렌즈를 통해 얻은 세상을 향한 새로운 시각과 지혜가 그에게 넘쳐난다. 결핍으로 점철된 삶에서 길어올린 저자의 글은 고통의 시대를 사는 이들에게 명확한 위로가 될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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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있는 것이라곤 건조한 침대에 누워 창밖을 바라보는 것뿐이었다는 저자는 주위에서 마음으로 위로의 언어, 긍정의 언어, 고상한 신앙의 언어까지 총동원했지만 모두 공허하게 들렸다고 말한다. 그렇게 한동안 꺾인 날개를 부여잡고 침묵과 고통의 나날을 보냈다. 그러나 결핍과 오랜 세월 함께하며 사색 끝에 깨달은 점이 컸다고 언급한다. 주위를 보면 사회적 지위와 상관없이 결핍은 모두의 문제임을 알 수 있었다. 특히나 코로나 팬데믹, 기후 위기, 사회적 양극화를 통해 보듯이 이미 현대사회는 어떤 것도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성의 시대로 깊숙이 진입했다. 그만큼 앞으로 인간이 느끼는 결핍의 크기도 더욱 커져갈 것이다. 한때는 희망마저 삼켜버린 결핍이 너무도 가혹하게 느껴졌다고 저자는 고백한다. 스스로 안고 있는 결핍이 너무 치명적이라 생각했기에 무엇으로도 메울 수 없다고 체념했다고. 하지만 오병이어의 사건*처럼 텅 빈 자리는 역설적으로 풍요를 맛볼 수 있는 최적의 입지임을 깨닫게 됐다고 강조한다.
* 오병이어 사건 : 누가복음 9장 1~17절,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신 이유는 하나님 나라를 이루기 위함입니다. 예수님께서 3차 갈릴리 사역을 시작하면서 제자들을 파송하고, 오병이어의 기적을 주셨습니다. 나는 하나님을 사람임을 확신하며 감사하고 있는지 되돌아보는 하루가 되어야 하겠습니다.(독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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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글쓰기에 대한 에피소드는 독자에게 특별한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책을 쓰기로 마음 먹고 혼신의 힘을 다해 원고를 쓰고 출판하기까지의 이야기를 책 안에 간단하게 썼다. 책에 따르면 모 출판사 부장님은 "목사님, 올해 들어온 메일 제목 중에 대상감입니다."라는 피드백을 주어서 용기를 얻었다. 출판사에 보낼 기획서를 보낼 때 제목에 "띵동~ 여기 혼을 갈아넣은 출판기획서가 도착했습니다'란 제목이다.
'혼을 갈아넣었다'라는 표현은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 첨부파일에 넣은 출판기획서와 10페이지짜리 샘플 원고를 작성하기 위해 무려 4개월 동안 새벽 2~3시까지 모니터 앞에서 씨름했다. 단군 이래 최악이라는 출판 경기에 투고를 뚫기란 정말 낙타가 바늘구명을 통과하는 격이었다. 과분하게도 출판사 여러 곳에서 연락을 받았고 그중 가장 잘 맞을 것 같은 곳과 계약하게 되었다. 저자는 "우리의 삶은 남들만큼 비범하고, 남들의 삶은 우리만큼 초라하다." 허지웅 작가의 에세이 〈살고 싶다는 농담〉(웅진지식하우스 2020)에서 건진 문장임을 고백한다. 저자는 흔히 사람들은 자신이 걸어온 삶의 이야기를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며 책을 읽고 글을 쓰려는 독자들에게 용기를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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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장일
학창시절부터 빼어난 입담으로 유재석, 신동엽과 같은 개그맨을 꿈꾸었다. 군 복무 중 희귀난치성 질환인 크론병을 진단받고 투병 중에 목회자의 소명을 발견했다. 극한의 상황에서 신학의 문을 두드렸기에 정형화된 목회가 아닌 본질이 궁금했다. 올해로 17년째 결핍과 동거하며 일상과 신앙, 시대와 성경을 묵상하며 길어올린 글을 묶어 인생의 흐린 날을 지나고 있는 이들에게 가벼운 힐링을 넘어 기독교적 위로를 전하고자 이 책을 집필했다. 광신대학교에서 개혁주의 신학을, 에스라성경대학원대학교에서 복음주의 성경학을 전공했다. 현재 프란시스 쉐퍼에 의해 시작된 국제장로회(INTERNATIONAL PRESBYTERIAN CHURCH) 소속 목회자이며, 2018년부터 하나님 나라 제자도를 비전으로 팔로우교회를 섬기고 있다.
그림 : 남수현
화려하진 않지만 누군가에게 영감을 주는 작가이기를 원합니다. 인스타그램 @NAMSU_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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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