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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의 역사 - 지도로 그려진 최초의 발자취부터 인공지능까지
맬컴 스완스턴.알렉산더 스완스, 유나영 옮김 / 소소의책 / 2021년 10월
평점 :
이 책 『지도의 역사』는 역사적인 지도 제작에 평생을 바친 한 지도 제작자가 지금까지 알려진 최초의 세계지도부터 역사적으로 중요한 주제도의 원본들과 항공사진까지, 65점의 지도를 완벽하게 되살린 책이다. 이들 지도 제작에는 세계 너머를 이해하고픈 충동에 이끌려 지도 제작자가 된 아버지를 따라 역시 지도 제작자가 된 아들이 함께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여러 곳을 직접 방문하면서 그에 연관된 각종 주제도를 보여주고 역사적 사건까지 세심하게 곁들이는 여정에서, 지도 제작의 가장 극적인 변화로 20세기 초의 항공사진 개발을 꼽는다. 기본도를 준비하기 위해 수많은 측량사와 지도 제작자를 파견하여 도보로 경관을 측량하던 이전과 달리, 고해상도 카메라 한 대와 공중 임무 한 번이면 수천 제곱마일을 기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에 따라 인류 역사를 재현하는 지도 제작자는 끝없는 도전에 직면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인공지능이 통계를 기반으로 이주, 인구 증가, 기후변화 같은 전 세계 사건들의 지도를 만들고 끊임없이 업데이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렇지만 지도는 여전히 주변 세계를 이해하고 주변 세계와 관련 맺는 능력을 반영하며, 지도 제작은 우리의 과거를 이해하고 미래가 나아갈 길을 가리키는 데 특별한 구실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해와 달과 천체의 움직임을 통해 계절의 변화를 읽고 시간의 개념을 발전시킨 고대인들은 자기 주변의 세계와 환경을 이해하기 위해 지도를 만들었다. 이후 지도는 종교, 새로운 땅을 발견하기 위한 탐험과 이주, 무역 확대, 전쟁, 영토 분할 등 인류의 문명 발전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특히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이전보다 훨씬 다양하고 정밀한 지도를 만들게 되었다. 이 책은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지도가 그려지기까지 끝없는 도전과 연구를 거듭한 지도 제작자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펼쳐 보인다. 이 책의 첫 지도는 인류의 기원인 호모 사피엔스의 이주경로가 담긴 것이다. 이동시기와 함께 현재의 지도에 이동경로가 표시되어 있기 때문에 아프리카에서 시작하여 남아메리카 최남단까지 약 12만년 동안의 이동경로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아프리카에서 가장 먼저 이동한 곳이 기원전 3만5,000년께의 유럽이 아닌 기원전 9만년께의 아시아라는 것도 알 수 있다. 오스트레일리아도 유럽보다 1만년 전에 이주되었다는 것도 나와 있다. 독자들에게 귀한 경험을 지도를 통해 생생하게 보여준다.
책에 따르면 1881년 한 고고학자가 한때 오스만 제국의 일부였던 바그다드 서쪽에서 쐐기문자가 새겨진 점토판 조각을 발견했다. 그것은 세계를 위에서 똑바로 내려다본, 가장 오래된 세계지도였다. 두 동심원 사이의 공간은 세계를 둘러싼 소금 바다이고, 그 안쪽에 ‘알려진 세계’가 있으며 유프라테스 강으로 해석되는 표상이 이 ‘세계’를 관통하여 흐른다. 강 주변으로는 산, 늪지, 운하 등으로 표시된 기호를 비롯해 주요 도시와 중심지를 표시해놓았다. 기원전 6세기에 만들어진 이 세계지도에서 바빌로니아인들은 원을 360조각으로 등분하고 1년의 길이를 약 360일로 정의했다. 이러한 계산법은 현대에도 여전히 유용하며 지도 제작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지도 제작의 효시다.
『지도의 역사』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를 설명하기 위해, 그리고 온갖 역경과 고난 속에서도 미지의 공백을 채우기 위해 끊임없이 탐사하고 사실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불굴의 노력을 기울인 지도 제작자들의 이야기다. 단순히 세계 역사서도 아니고 전쟁사도 아니다. 저자들은 고대인들이 만든 최초의 세계지도부터 첨단 장비를 동원한 과학적 측량으로 오늘날의 세계지도가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보고 지도 제작의 미래를 가늠해본다. 50여 년간 지도를 제작해왔고 100여 권의 각종 분야사와 역사상 가장 많은 주제도를 만들어낸 지도 제작자의 풍부한 안목과 식견을 바탕으로 한 책이다. 수천수만 점의 사례 중에서 엄선한 65점의 지도를 저자들이 직접 재현하면서 각각의 지도가 들려주는 역사적 이야기를 담아내는 식으로 책을 구성했다.
이 책은 먼저 고대인들이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어떤 연구를 수행했는지, 그 성과는 무엇이었는지를 살펴본다. 탈레스의 제자로 추정되는 아낙시만드로스는 세계가 ‘무한’ 가운데에 떠 있지만 원통형이라고 믿었다. 따라서 그의 세계지도는 인간이 거주할 수 있는 윗면이 고리 모양의 대양으로 둘러싸여 있다는 바빌로니아인들의 관념을 연상시킨다. 다방면에 박식했던 고대 그리스의 에라토스테네스는 지구의 크기를 측정하고 지도 제작의 기본 규칙 중 일부를 확립했으며 이후의 많은 지도 제작자에게 천문학의 중요성을 주지시켰다. 위선과 경선을 최초로 사용하고 천문 관측을 통해 장소들의 위치를 명시한 프톨레마이오스의 지도와 저작들은 세계에 기하학적 질서를 적용했을 뿐만 아니라 이후 오래도록 지속되어 르네상스 이후까지 많은 영향을 끼쳤다. 특히 그의 기념비적인 연구의 결과물인 '지리학'은 서양에서 향후 2,000년간의 지도 제작을 규정하게 된다.
'신의 시대' 중세에는 ‘기독교 지리학’이 지배한다. 지대형 지도를 비롯해 T-O 지도(3분할 지도), 베아투스 지도(4분할 지도), 복합형 지도(그레이트 맵) 등 다양한 형태의 마파문디가 전해져 내려온다. 그중에서 가장 유명한 헤리퍼드 마파문디(1300년께 제작)는 거대한 크기의 피지 한 장에 성서의 열다섯 가지 사건과 고대 신화의 다섯 장면, 420개 도시와 소도시, 그리고 사람들과 동식물이 묘사되어 있다. 당대 이슬람 지도 제작의 대표자는 알 마수디다. 그의 세계지도는 아랍 전통에 따라 남쪽이 위로 가게 놓고 세계를 보았다. 그리고 이슬람과 기독교의 지리 전통이 결합된 알 이드라시의 지도는 제작된 이후 거의 300년 가까이 정확성의 표준이 되었다.
대항해 시대의 이야기를 다룬 부분에서는 바스코 다 가마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 페르디난드 마젤란 등이 어떠한 경로로 대양과 신대륙을 탐험하고 교역로를 열고 정착지를 개척했는지의 이야기가 생생하게 펼쳐진다. 또 역사상 가장 유명한 ‘메르카토르’ 투영법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모든 항해사에게 활용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들여다본다. 독자들은 지도 한 장으로 신대륙 발견과정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 제임스 쿡을 비롯한 유럽 탐험가들의 오스트레일리아 발견 과정과 노예무역, 정확한 정보와 삼각측량 기술을 적용하여 현재의 우리에게 익숙한 형태를 갖추기 시작하고 체계적인 지도 제작을 위한 기준을 정립함으로써 각국의 지도 제작 사업을 위한 기틀을 닦은 카시니 집안의 이야기도 독자들의 흥미를 끌 것이다.
대항해 시대에 새로운 땅이 발견되면서 영국,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 등 전 세계로 제국을 확장하고자 한 유럽 열강들의 식민지 쟁탈전은 우리가 세계 역사에서 이미 배운 대로 더욱 치열해졌다. 곳곳에서 자국 영토와 식민지 측량이 진행되고 국가 간 합동 조사까지 시작되면서 더욱 정밀한 지도의 필요성이 높아졌다. 그 사례 중 하나로 인도 전역에 걸친 대삼각측량을 들 수 있다. 이 엄청난 측량 조사는 1802년부터 1871년까지 진행됐다고 한다. 그 덕분에 영국 행정부는 인도 아대륙 내의 영토를 한눈에 꿰뚫어볼 수 있게 됐다.
지도 위의 선 하나가 크나큰 의미로 작용하는 경우도 있다. 1763년 이후 브리튼 제도에서 영국의 북아메리카 식민지로 향하는 이주민의 수가 급증하면서 이전까지 영국 정부가 불하해온 토지를 근거로 만들어진 부정확한 지도 때문에 식민지에서 토지 분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러한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그어진, 가장 유명한 경계선이 있다. 바로 ‘메이슨 딕슨 선’인데, 식민지 아메리카에서 측량한 이 선은 메릴랜드와 펜실베이니아와 델라웨어 사이의 영토 분쟁을 해결했을 뿐만 아니라 문화적 경계선까지 만들어냈다. 북부와 남부, 자유민과 노예, 반란군과 연방군을 가르는 문화적 분계선이 된 것이다.
전쟁에서 지도의 역할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전황을 살필 뿐만 아니라 전략과 전술을 실행하는 데 결코 빠뜨릴 수 없다. 이 책은 성스러운 폭력이라는 종교적 신념으로 무장하고 4차에 걸친 십자군의 이동 경로, 미국인 모두의 기억에 끔찍한 상처를 남긴 남북전쟁에서의 주요 전투도 담았다. 또 독일, 오스트리아-헝가리, 오스만 투르크, 제정러시아 등 4개 제국의 종말을 가져온 제1차 세계대전에서의 작전 계획과 교두보 확보 전투 등을 지도로 보여준다. 또한 제2차 세계대전에서는 전쟁의 승패를 가름할 정도로 치열하고 중요했던 네 차례의 전투로 꼽히는 영국 본토 항공전, 바르바로사 작전, 미드웨이 전투, 오버로드 작전을 통해 전쟁의 향방을 정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
이 책은 런던, 파리, 뉴욕의 도시 역사도 이야기한다. 뿐만 아니라 런던 지하철 노선도를 최초로 디자인했고 전 세계의 지하철 및 기타 노선 지도에 영향을 끼친 해리 벡의 지도도 재현해냈다. 이 밖에 시민과 노동자들의 봉기로 수립된 혁명적 자치정부인 파리 코뮌의 진형도, 이전의 형태를 오늘날까지 고스란히 간직한 뉴욕의 모습 등 각각의 도시를 서사적으로 표현하는 지도를 함께 보여준다.
저자 : 맬컴 스완스턴(MALCOLM SWANSTON)
30여 년간 함께 고대 로마로부터 베트남에 이르는 광범위한 주제로 역사에 대한 글을 쓰고 지도를 만들어왔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에 대해 다년간 조사, 집필하고 1939년부터 1945년까지 벌어진 중요한 전투와 사건을 지도로 구현했다. 최근작은 『남북전쟁 아틀라스(THE ATLAS OF THE CIVIL WAR)』, 『성서 역사 아틀라스(THE HISTORICAL ATLAS OF BIBLE)』, 『기사와 성의 역사 아틀라스(THE HISTORICAL ATLAS OF KNIGHTS AND CASTLES)』 등 다양한 주제에 걸쳐 있으며, 국내에 소개된 책으로는 『아틀라스 전차전』, 『아틀라스 세계 항공전사』 등이 있다.
저자 : 알렉산더 스완스턴(ALEXANDER SWANSTON)
30여 년간 함께 고대 로마로부터 베트남에 이르는 광범위한 주제로 역사에 대한 글을 쓰고 지도를 만들어왔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에 대해 다년간 조사, 집필하고 1939년부터 1945년까지 벌어진 중요한 전투와 사건을 지도로 구현했다. 최근작은 『남북전쟁 아틀라스(THE ATLAS OF THE CIVIL WAR)』, 『성서 역사 아틀라스(THE HISTORICAL ATLAS OF BIBLE)』, 『기사와 성의 역사 아틀라스(THE HISTORICAL ATLAS OF KNIGHTS AND CASTLES)』 등 다양한 주제에 걸쳐 있으며, 국내에 소개된 책으로는 『아틀라스 전차전』, 『아틀라스 세계 항공전사』 등이 있다.
역자 : 유나영
서울대학교 고고미술사학과를 졸업하고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했다. 옮긴 책으로 『네 번째 원고』, 『민족』,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왜 지금 지리학인가』 등이 있다. 개인 블로그 ‘유나영의 번역 애프터서비스(LECTRICE.CO.KR)’를 운영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