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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풍경 - 식물의 사색과 명상으로 만난 마음 공부
김정묘 지음 / 상상+모색 / 2021년 10월
평점 :
이 책 『마음 풍경』은 에세이다. 에세이라고 해서 산문만 있는 것이 아니다. 시(詩)와 불교 경전의 문구, 불교적 시도 함께 어우러져 독자들에게 삶의 지혜를 깨닫게 하는 글들이 촘촘히 적혀 있다. 생각거리가 많은 글들이다. 특히 선원에서 사시사철을 구분케 해주는 나무와 풀, 그리고 자연의 신비를 담아 사계(四季)의 온도와 함께하고 있다. 이 책은 이래서 사계의 온도를 품고 있으며 자연과 함께함으로써 따사로움과 서늘함이 공존한다. 독자들에게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고 읽으면서 명상을 하는 느낌을 전달한다.
겨울 쓸쓸하고 움츠린 마음엔 빛고운 양달의 햇살 한 줌 같은 따사로움을 두 손에 받쳐주는 듯하고, 복잡하고 열 오른 머리엔 한여름 서늘한 그늘의 냉수 한 잔 같은 청명함을 전해주는 듯하다. 깨끗하고 깊은 글이 품은 여유와 품격에서 신비로움이 흘러나온다.
이 책 『마음 풍경』은 선원에서 들은 공부 말씀과 나무와 풀꽃을 공부하며 명상한 사유를 곰삭혀 시적 감수성으로 걸러낸 시산문집이다. 오랜 인연을 이어 온 선원에서 나눈 차담 말씀을 받아적은 ‘선원 공책’은 막막하고 불안하고 힘겨울 때마다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거울이 됐다. 선원의 산길을 오가며 만나는 숲의 거주자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세상을 경이롭게 바라보는 안목과 삶에 대한 감사함을 일깨워준다.
특히 저자의 사유는 우주 질서에 순응하는 나무의 존재 방식을 통해 갈등과 불안을 안고 사는 우리 삶을 돌아보게 하며, 지구별의 모든 생명체와 더불어 살아가는 나무의 나눔과 성실함을 통해 생의 용기와 지혜를 알려준다. 무한경쟁의 속도에 지친 우리 삶을 위로하며, '코로나 블랙'의 암울함을 극복하고 자연과 함께 사는 방법을 일깨워주기도 한다.
어둠이 깊을수록 별은 빛난다고 해서 우리는 별을 찾는다. 하지만 별은 어둠을 바탕으로 빛나기에 어둠은 어둠으로만 남지 않는다. 무슨 뜻인가 헷갈리다 다음 글을 읽고 최악의 상황에서 우리는 지혜를 얻는다는 말을 하기 위함을 안다. ‘코로나 블랙’은 블랙으로만 남지 않을 것이다. ‘느리게 출현하고 끈기 있게 성장’하는 나무처럼 인류에게 자정 능력을 일깨우고, 결핍에서 깨닫게 된 지혜로 더 풍성한 연대감을 갖게 할 것이다는 지혜를 일깨우는 말을 덧붙인다.
‘지혜는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요행이 아니라 지금 할 수 있는 일 속에 관심이 피어나면 지혜가 열린다.’라는 스님 말씀처럼 일상생활의 익숙한 것에도 관심을 두게 될 때, 새롭게 보이고, 새롭게 들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막힌 곳에 답이 있다고 한다. 삶의 어느 순간 막다른 곳에 이르게 된다면, 나무의 보이지 않는 뿌리처럼, 삶의 중심을 잡아주는 내면의 빛을 찾아 스스로의 마음의 풍경을 고요히 돌아보는 데 많은 영감을 준다.
저자는 책 서두에 「들어가며」를 통해 풀, 꽃, 나무 등 자연과 함께한 사계에 대해 말문을 연다. "식물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것은 신비함과 경이로움 그 자체였습니다. 나무 이야기, 풀꽃 이야기를 책으로 만나는 일은 숲에 들어가는 일 못지않은 설렘을 안겨주었습니다. 식물이 주는 내밀한 생명력을 알아가면서 저의 감각 시계는 자연 계절의 흐름을 따라갔습니다. 나무와 풀꽃을 통해 하늘이 보이고, 날씨가 보이고, 계절이 바뀌는 산등성이가 눈에 들어오고, 바람 소리에 귀가 열리고, 달과 별을 품은 어둠이 보였습니다. 풀 한 포기 안에도 우주의 시공간이 펼쳐졌습니다."
저자는 일상에서 익숙한 것 속에서 삶의 중심을 잡아주는 신비한 힘을 끌어올렸고, 고요와 정적 속에서 끊임없이 생명력을 이어가는 나무의 나눔과 성실함을 통해 삶의 용기와 지혜를 깨달았음을 독자들에게 알린다.
촘촘한 나뭇잎 틈으로 내리꽂히는 햇빛처럼 희고 붉고 노란 꽃들을 보고 꽃은 밝음과 어둠을 가리지 않고 참으로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모양으로, 자신만의 색을 입고 피어나고 있음을 보고 그저 아기처럼 꽃으로부터 ‘예쁘다’라는 말을 배운다.
저자는 또 단풍든 나뭇잎 한 장에 고스란히 녹아있는 빛의 시간을 들여다본다. 짙은 초록으로 시작해서 연노랑, 감빛 노랑, 붉은 노랑, 검붉은 빨강으로 물든 빛의 걸음을 따라가기도 한다. 빛의 걸음이 지나간 그 길에는 ‘봄의 소쩍새 울음과 먹구름 속의 천둥과 간밤에 내린 무서리’와 밤잠을 설치며 뒤척이던 누군가의 고뇌가 스며있다고 나직이 일러주는 소리가 들린다. 이제 가을비 그치면 단풍은 빛을 쫓던 걸음을 멈추고 흙으로 돌아갈 것이다. 저자의 깨달음은 글을 통해 자연의 진리와 지혜에 접근한다.
저자의 명상과 사색은 언제 어디서나 계속된다. 살면서 누구나 이런저런 상처를 받는다. 내 안에 옳다고 정해진 게 많을수록 상처도 많다. 그 상처를 보는 인식에 따라 맑은 기운도 되고 어두운 기운도 된다는 것을 깨닫는다. 상처를 아우른 흔적이 곧 그 사람만의 향기가 되는 것 같다는 결론에 이른다.
선원에서 귀에 못이 박이게 들은 '말씀', 고(苦) 앞에서 ‘그냥 바라보기’다. 그것이 얼마나 오래 걸릴지, 얼마나 아플지, 어떤 모양으로 변할지, 미래의 걱정으로 도망가지 않는다. 누가 상처를 냈는지, 왜 나에게 이런 상처가 왔는지, 과거의 후회로 도망가지 않는다. 내 탓, 남 탓으로 도망가지 않는다. 그게 전부다. 깨달음은 말씀 공부와 사유를 거쳐 지혜의 깨달음에 이른기도 한다.
머뭇거리는 사이, 불안이 덮친다. 하지만 머뭇거림. 멈칫, 멈춤이 나를 흔들어 깨운다. 생각에 싸여 고정되어 있던 의식을 흔들어 새로운 눈으로 앞을 보는 기회가 온 것이다. 산 비탈길에 멈춰 서서 내가 걸어온 발자국을 돌아본다. 아주 오래전의 내 모습을 다른 누군가가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처럼, 눈길에 찍힌 발자국마다 내가 서 있었다. 너는 거기에 그냥 있어라. 나는 다시 걷는다. 손바닥만 한 마당에서 저마다의 이름을 달고, 저마다의 빛깔로, 저마다의 향기로 생의 절정 노래를 부르고 있다. 선원에서도 수백 번 강조해도 모자라지 않다고 주신 말씀이 바로, 수행자의 삶은 ‘쓰고’, ‘놓고’가 분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행자 의식주의 모든 선택은 단순하고 극명하다. 수행에 이익이 되면 쓰고, 이익이 되지 않는다면 놓는다. 수련 노트에 반복해서 적어놓은 말씀을 다시 읽어본다. 그리고 독자들에게 전한다.
저자 : 김정묘
1989년 『문학과 비평』에 「화개잎차를 마시며」 외 시를 발표하며 등단, 2000년 『한국소설』에 단편 「이구아나의 겨울」을 발표,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현재 〈한국소설가협회〉, 〈한국미니픽션작가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집 『그리움은 약도 없다』, 『태극무극』, 『하늘연꽃』, 짧은소설집 『지금산에 사는 벽려씨]』, 동화집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산문집 『부처님 공부』, 교재형 한뼘자전소설 『내 이야기 어떻게 쓸까?』(공저)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