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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개인적인 질문은 사양하겠습니다 - 당신에게는 아무것도 해줄 말이 없습니다
홍지원 지음 / 센세이션 / 2021년 10월
평점 :
신세대, Y세대, Z세대 등 세대를 가름하고, 지칭하는 단어들이다. 이들 세대는 젊은이를 가리키는 용어로 사용돼 왔다. 지금은 'MZ 세대'가 가장 젊은 세대로 표현되고 있다. MZ 세대는 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말이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MZ세대는 모바일을 우선적으로 사용하고, 최신 트렌드와 남과 다른 이색적인 경험을 추구하는 특징을 보인다. 특히 MZ세대는 SNS를 기반으로 유통시장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소비 주체로 부상했다. MZ세대는 집단보다는 개인의 행복을, 소유보다는 공유(렌털이나 중고시장 이용)를 선호한다. 상품보다는 경험을 중시하는 소비 특징을 보이며, 단순히 물건을 구매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사회적 가치나 특별한 메세지를 담은 물건을 구매함으로써 자신의 신념을 표출하는 '미닝아웃' 소비를 하기도 한다. 또한 이들 세대는 미래보다는 현재를, 가격보다는 취향을 중시하는 성향을 가진 이들이 많아 '플렉스' 문화와 명품 소비가 여느 세대보다 익숙하다는 특징도 있다.
이들은 연애 방식도 기존 세대와 많은 차이를 보인다. 이들은 이른바 ‘꼰대’들의 연애 조언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경험을 중시한다. 자신의 신념을 굳건히 다지면서 표현에 있어서도 거침이 없다. 그 모습이 당당하다 못해 위험해 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그들이 절대 귀를 닫고, 눈을 가린 상태로 앞을 나아가는 것은 아니다.
이 책 『지극히 개인적인 질문은 사양하겠습니다』는 MZ 세대의 특징을 고스란히 담아 그들의 사랑법에 대해 접근한다. 장(章)의 구성도 ‘나랑’, ‘너랑’, ‘사랑’이다. 각운도 맞추고 두 사람 사이의 개별적 존재와 함께함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개인적인 선을 지켜가며 자신의 세계를 구축해 나아가는 MZ 세대의 당당함과 굳은 신념, 그리고 그 안에서 이뤄지는 그들만의 사랑, 이별, 자아실현이 엿보인다. 특히, 페이지를 넘길수록 ‘나’라는 사람의 경험을 공유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는 ‘소유보다는 공유’를 택하는 MZ 세대의 특징과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더 이상의 인생 조언은 사절하겠습니다’라는 책의 문장처럼, 조언보다는 경험을 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 사람들, 아날로그 세대가 읽어봐야 할 책이다. 담담하지만 깊이가 있는 것은 저자의 글솜씨 덕분이겠지만 MZ세대의 특징과 맥을 같이한다.
2018년 1월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이란 책이 출간돼 큰 인기를 받은 적 있다. 정문정 작가가 펴냈다. 이 책은 출간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전국 서점 에세이 베스트셀러’를 기록하며 수많은 독자의 가슴을 시원하게 만들어주었다. 일본을 비롯하여 대만,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에까지 수출되어 아시아 전역에서 인기를 끌었다.
이 책 출간에 힘입어 갑질이나 권력관계에서 좋게좋게 넘어가는 게 미덕이라 여겼던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야 바꿀 수 있다’로 생각이 바뀌어 가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은 사회적 시선이나 남의 눈치를 보기보다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솔직하게 표현하려는 사람들에게 큰 공감을 안겨주는 책으로 평가받는다. 그 중심에 MZ 세대가 있다. 이들에 의해 상명하복(上命下服)이 아니라, 이제는 서로 대화와 합의를 하는 문화가 점차 형성되고 있다고 문화비평가들은 목소리를 모은다. 특히 MZ 세대가 사회의 주역이 되면서 이러한 경향은 더해가고 있다. 같은 해에 출간된 『90년생이 온다』도 같은 이유에서 공전의 히트를 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선을 넘어오는’ 무례한 사람들이 있다. 그 때문에 우리는 종종 당황하고 상처받는다. 그동안 한국 사람들은 “참을 인(忍) 세 개면 살인을 면한다”라는 말을 따르면서 참고 또 참았다. 누군가 자신의 영역을 침범하고, 무리한 것을 요구하고, 상처를 주더라도 참았다. 특히 아날로그 세대는 그렇게 배워 그렇게 실천했다. 자연스럽게 직장이나 사회 분위기도 그런 식으로 굳어져 갔다. 그러나 그때 사회의 주역들은 지금은 '꼰대' 세대가 됐다. 사회 주류의 자리를 MZ 세대에게 물려줬다. 아니, 물려줬다기보다 MZ 세대가 꿰찼다고 하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 같다.
이 책은 전문가의 딱딱한 책이 아니고, 이웃집 누나, 언니의 편한 충고처럼 읽힌다. 누구나 편하게 읽고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다. PART.1 ~ PART.3은 ‘나와 너’의 인간관계를 주로 다뤘다면, PART.4와 PART.5는 연인과의 관계를 이야기한다. 인간관계에 대한 저자의 대답은 바로 첫 장에 있다. ‘다만, 침묵하지는 말고’가 바로 그것이다. 앞서 언급한 참는다는 것은 ‘침묵’이다. 침묵하다 보면 서로 이해할 수 없는 거리가 생긴다. 저자가 강조한 바와 같이 서운함과 오해는 눈덩이처럼 쌓이면서,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나의 마음을 표현해야 한다.조바심보다는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넉넉한 마음의 여유도 필요하다. 저자는 그것을 ‘안단테’와 같은 걸음걸이라고 표현했다. 우선 나의 감정이 어떤지 살펴보고, 상대방의 마음과 상태도 어떤지 느껴야 한다는 것이다. 나 혼자 빠르게 달리면서, 천천히 걸어오는 상대방을 재촉하다 보면 그 관계는 오래 지속될 수 없다. 느긋하게 마음을 먹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조용히 주문한다.
보통 잘 참는 사람을 ‘착하다’라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착한 사람들은 상처를 많이 받는다. 참고 인내하고, 침묵을 지키고, 불평불만을 이야기하지 않기 때문에 ‘착하다’라는 메달을 받지만, 그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보통 이렇게 겉으로 멀쩡하고, 친절하고, 착한 사람이 더 상처를 많이 받고, 어느 순간 돌이킬 수 없는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저자는 마냥 착하기보다는 자신의 주장을 뚜렷하게 말하고, 적극적이고, 씩씩하고 밝은 사람을 세상에서 요구한다고 말한다. 착함이라는 두루뭉술함보다는 조금 모나더라도 자신의 의견을 제대로 밝히라고 말한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서 많은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자존감이 떨어졌다. 내가 이 세상에서 쓸모없는 존재라고 여기기도 한다. 사람 간의 대화도 없고,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온갖 잡념이 스스로를 괴롭힌다. 하지만 저자가 말한 바대로 ‘나는 가치 있는 사람이다’라고 되뇔 필요가 있다. 이 세상에서 쓸모없는 사람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누구나 자신만의 가치(Value)가 있다. 소중한 보석을 가슴에 품고 산다. 그 보석을 발견해 나가는 것이 바로 인생이다. 매일 틈날 때마다 거울을 보면서 웃고, 나 자신을 믿는다고 속삭인다면 나의 생각과 의식이 바뀌게 된다. 주변의 수군거림, 나보다 더 잘난 사람에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지금의 나를 소중히 여기고 천천히 나아가면 된다. 주눅들 필요 없다. 어깨를 펴고 당당하게 걸으면 된다.
저자의 진심 어린 말이다. 그동안 사회생활을 하며 느꼈던 경험을 통해서다. 회사 면접을 볼 때, ‘왜 결혼을 안 했는지’라고 ‘선을 넘는’ 질문을 받았을 때 대처했던 경험, 주변에서 나를 위한다고 말하는 잔소리들, 극도로 무기력함을 느꼈을 때 나만의 해결 방법 등. 저자만의 ‘처방전’을 내놓는다. 힘들 때마다 이 책을 아무 책장이나 펼쳐보면 된다. 거기에는 나의 마음, 그리고 저자의 마음이 오롯이 담겨있다. “이렇게 살아도 괜찮아, 지금 이대로도 충분해, 약해도 괜찮아”라는 메시지 말이다. 마냥 강할 것 같은 작가도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는다. 밝고 설레던 사랑의 이야기는 점차 산산조각이 나고 부서져갔다. 하지만 힘들던 그 순간이 지나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작가의 이야기는 우리의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저자 : 홍지원
‘슬로스타터(SLOW STARTER), 더디지만 꾸준히 성장하는 사람’, 사람들은 그녀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 흐름 속에서 자신만의 속도를 지키는 ‘고집’을 준수하며 살아가는 그녀. 남들과는 조금 느린 시간의 흐름 속에 사는 그녀만의 시간과 시선에서 보고 느끼고 경험한 것들을 꾸준히 기록한 삶의 조각들을 담아 책이라는 퍼즐로 완성하였다.
“다른 사람들을 평가한다면 그들을 사랑할 시간이 없다.”는 마더테레사의 말처럼 그 누구도 평가할 생각은 물론, 자신 또한 누군가에게 평가받기를 사양한다고 말하는 그녀는, 사랑과 이별, 삶을 평가 당했던 사람들에게 커다란 위로와 호흡이 되길 바란다고 말한다. 『가장 위대한 메신저』(2019년, 세종도서 선정) 집필에 참여했으며, 『지극히 개인적인 질문은 사양하겠습니다』를 통해 만난 많은 사람과 글로 고민을 나누며, 작가로서 새로운 시간을 살아가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