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부터 준비하는 우아한 엔딩 - 오래 사는 것이 행복할까? 가치 있는 죽음을 위한 에세이
마츠바라 준코 지음, 신찬 옮김 / 동아엠앤비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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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불과 10년 전에 '100세 시대'란 말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평균 수명이 85세에 이르렀다는 언론 보도가 있고부터서였다. 물론 여기서 85세는 여성들의 수명을 말한다. 남성은 대략 5~6년 앞당겨지는 것으로 독자는 알고 있다. 이때를 즈음해 〈100세 인생〉이란 노래가 대히트를 치면서 단박에 국민가요로 떠올라 국민의 최애창곡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원인으로는 현대의학의 놀랄 만한 발전에 기인한 것으로 당시 언론과 전문가들은 추정했다.

당시 가수 이애란이 불러 공전의 히트를 친 〈100세 인생〉은 흥겨운 가락에 우리에게 익숙한 민요풍의 노래여서 더 쉽고 신나게 불리웠을 것이다. 이 노래 가사도 제목답게 60세 이하의 나이는 등장하지도 못한다. 이 노래는 지금도 노래방 등에서 애창곡이라고 한다. 코로나 팬데믹이 아니었으면 더 오래 인기 가요의 영예를 누렸을지도 모르겠다. 이 노래 1절 가사를 띄어쓰기 무시하고 여기에 적어본다.



육십세에 저세상에서 날데리러 오거든

아직은 젊어서 못간다고 전해라

칠십세에 저세상에서 날데리러 오거든

할일이 아직남아 못간다고 전해라

팔십세에 저세상에서 날데리러 오거든

아직은 쓸만해서 못간다고 전해라

구십세에 저세상에서 날데리러 오거든

알아서 갈테니 재촉말라 전해라

백세에 저세상에서 날데리러 오거든

좋은날 좋은시에 간다고 전해라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또 넘어간다



이 책 『50부터 준비하는 우아한 엔딩』은 일본의 얘기다. 저자 마쓰바라 준코는 일본인으로서 '크로와상 증후군'이라는 일본 유행어를 만들어 낼 만큼 영향력 있는 저술가다. 1970년대 후반 일본에서 창간된 크로와상(クロワッサン)이라는 잡지가 당당하게 미혼모를 선언한 여배우와 작가들에 대한 인터뷰 기사를 많이 실었다고 한다. 남자 없이 혼자서 아이 키우는 것을 당당한 자립 여성의 표상처럼 잡지가 지향한 것이다. 10여년이 지나자 당사자 여성들이 정말 살아가기 힘들다고 고백하기 시작했다. 매스컴의 선동에 의해 미혼모가 된 것을 후회하는 것이 크로와상 쇼오코오군(クロワッサン しょうこうぐん. クロワッサン 症候群)이다. 일본은 세계 최장수국으로 꼽힌다. 일부 연구자들은 일본의 장수 이유가 소식(小食, 적게 먹음)에서 비롯된 것이란 주장도 내놓았다. 그러나 고령화사회에 따른 혼자 사는 노인들의 문제가 사회적으로 큰 문제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지금 일본은 초고령화 사회에 접어든지 오래됐다. 총인구 대비 65세 이상 고령자 인구의 점유 비율을 고령화율이라고 하는데 세계보건기구나 유엔은 고령화율이 7%가 넘는 사회를 ‘고령화사회’라고 정의한다. 14%가 넘으면 ‘고령사회’, 21%가 넘으면 ‘초고령사회’다. 일본은 1970년에 고령화사회로 진입했으며, 1994년 고령사회가 되었다. 그리고 2007년에는 고령화율이 21.5%가 되면서 초고령사회로 돌입했다. 한국도 2017년에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전체의 14.8%로 ‘고령사회’에 진입했으며, 고령화 속도가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빠르다고 한다. 이대로라면 한국 역시 초고령사회가 될 날이 머지않았다. 장수가 행복이었던 시대는 어느새 저물고 장수가 두려운 시대가 된 것이다. 우리 대한민국도 일본과 같은 길을 걸을까 두려운 마음도 든다.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면서, ‘노후 준비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어떻게 생을 마무리해야 하는가 등을 고민하고 걱정하는 고령자 인구도 그만큼 많아졌다. 저자는 ‘오래 살고 싶지 않다’는 사람을 자주 만나면서, 60대뿐만 아니라 20대도 오래 살까 봐 두려워한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한다. 요즘 젊은이들은 일자리도 부족하고 결혼 후 생활이나 연금에 대한 불안감도 크다. 그래서 오래 사는 것이 결코 행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만연한 듯하다. 장수가 '미덕'인 시대는 지났다고 일본 사회에서는 말한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당연히 '연명 치료'도 반대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환자 본인의 희망에 따라 '존엄사'를 하는 것이 좋다는 취재 결론을 이끌어내고 있다.

'장수 지옥'이라는 말이 많은 것을 대변해준다. 장수는 일본 사회에서 이미 대우받지 못한 노인으로 취급되는 형국이다. 노인을 공경하는 동양 사회에서 장수가 사회의 문젯거리로 등장한다는 것은 정부나 사회의 잘못일 터 일본 정부도 노인 문제를 제때 해결하지 못하고 누적시키는 바람에 지금은 손 대기도 힘들 정도로 사회 문제로 부상했다는 것이 저자의 취재 결과다. 이들 연명하는 노인들에게는 정신이 정상일 때 '장기 기증'처럼 사전 허락을 받아 '안락사' 등으로 문제 해결을 주장한다. 결론적으로 웰 다잉을 위해 웰 리빙을 실천해야 함을 알려주는 것이 이 책을 쓴 저자의 목적이다. ‘크로와상 증후군’이라는 유행어를 만들어냈을 만큼, 여성 및 사회에 대한 진지한 고찰을 담은 책을 발표해온 마쓰바라 준코가, 일본의 초고령사회를 ‘장수 지옥’에 비유하면서, 연명치료의 양면성 및 재택 의료, 유료노인홈, 특별양호노인홈, 일본존엄사협회, 네덜란드 안락사협회 등 복지 현실 및 장수의 실상을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장수의 현실과 죽음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 진지하게 이 책에 담아냈다.



책에는 회복이 불가능하고 음식 섭취가 불가능할 때 생명을 조금이라도 연장하기 위해 연명치료를 받을 것인가 말 것인가를 미리 결정하는 리빙 윌, 더 이상 희망이 없는 환자를 본인의 희망에 따라 고통이 적은 인위적인 방법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안락사, 과도한 연명치료를 하지 않고 인간의 존엄을 유지하며 목숨을 끊는 존엄사까지 죽음을 선택하는 여러 가지 방법에 대한 저자의 솔직한 생각이 담겨 있다.

저자는 독거노인이 증가하는 일본에서 끝을 알 수 없는 장수 인생은 그야말로 지옥이라고 한다. 초고령사회로 돌입한 지금이야말로 무엇이 중요한지 깨닫고 겸허하게 죽음에 대한 공부를 해야 할 때라고 말한다. 자신의 좋은 죽음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가족을 따뜻하게 배웅하기 위해서라도 삶의 끝을 병원이나 의사에게 맡기지 말고 자기 스스로 결정하기를 바라는 저자의 현실적인 조언을 만나볼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오래 산다는 게 멋지고 기쁜 일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특히 복지 문제 등 새로운 문제들이 드러나면서 후손들을 당황스럽게 할 수도 있다. 실제로 많은 예산을 노령인구에 맞춰 집행하기는 어느 정부나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저자는 ‘좋은 죽음’을 맞기 위한 10가지 지침을 책 뒷부분에서 제시한다. 관심 있는 분은 꼭 익혀둬야 할 내용이라고 독자는 생각한다.



책에 따르면 일본인의 수명이 계속 늘고 있다. 의학이 발전하고, 영양 상태, 위생, 생활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삶의 질이 향상되었으니 당연한 결과이다. 한국에서도 2018년 2월 4일부터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되었다. 일명 존엄사법으로 불린다. 회생 가능성이 없고, 치료해도 회복되지 않으며, 급속도로 증상이 악화되어 사망에 임박해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가 자기의 결정이나 가족의 동의로 연명치료를 받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법이다. 연명의료를 중단하여 존엄하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정식 명칭은 ‘호스피스ㆍ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이다. 보건복지부가 지정하는 등록기관에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할 수 있다고 한다. 더 이상 희망이 없는 환자를 본인의 희망에 따라 고통이 적은 인위적인 방법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안락사나 과도한 연명치료를 하지 않고 인간의 존엄을 유지하며 목숨을 끊는 존엄사 역시 우리가 다시 생각해 봐야 할 문제일 것이다. 그리고 이것 역시 환자 본인이 결정한다는 전제하에 말이다.

‘사람이 입으로 음식을 먹지 못하면 죽을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여 자연스럽게 죽게 해주는 것이 서구의 문화이다. 이 점이 자신만의 생사관이 명확한 서구와 생사관이 없어 의사에게 살려달라고 매달리는 일본 등 동양과 크게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저자는 본인이 건강할 때 확실히 결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회복이 불가능하고 음식 섭취가 불가능할 때 생명을 조금이라도 연장하기 위한 연명치료를 받을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해 자신의 생각을 서면으로 작성해두는 것이다. 존엄사 관련 협회 등에 가입하고‘리빙 윌’을 작성해두면 된다고 강조한다.





저자 : 마쓰바라 준코

1947년 일본 사이타마埼玉현에서 태어나 쇼와昭和여자대학을 졸업하고 뉴욕시립 퀸즈칼리지 대학원에서 카운셀러링으로 석학과정을 수료했다. 39세 때 《여자가 집을 살 때女が家を買うとき》라는 책으로 작가로 데뷔한 후, 세 번째 작품인 《크로와상 증후군クロワッサン症候群》이 베스트셀러가 되어 유행어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일관되게 ‘독신여성의 삶’을 테마로 집필활동을 이어오면서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NPO법인 SSS(쓰리에스)네트워크의 대표이사이며, 싱어송 라이터, 영화 제작 등 뭐든 관심을 보이는 타입이다. 저서로는 《혼자인 노후는 두렵지 않다ひとりの老後はこわくない》, 《혼자인 노후老後ひとりぼっち》 등 다수가 있다.

역자 : 신찬

인제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한림대 국제대학원 지역연구학과에서 일본학을 전공하며 일본 가나자와대 법학연구과 대학원에서 교환학생으로 유학했다. 현재 번역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출판기획 및 일본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역서로는 《생명의 신비를 푸는 게놈》, 《예민한 게 아니라 섬세한 겁니다》,《자동차 운전 교과서》,《읽지 않으면 후회하는 성공을 부르는 5가지 작은 습관》,《어라 수학이 이렇게 재미있었나》,《일도 연애도 잘하는 사람들의 68가지 습관》,《성공을 부르는 1%의 기적》,《무인양품은 왜 싸지도 않은데 잘 팔리는가》등 다수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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