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눈치 없는 언어들 - 알쏭달쏭하다가 기분이 묘해지고 급기야 이불킥을 날리게 되는 말
안현진 지음 / 월요일의꿈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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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참 눈치 없는 언어들』에는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말과 단어 48개가 나온다. 독자도 평범한 사람이라 살면서 무심코 내뱉는 말 중에 상대에게 상처를 주는 말이 몇 개나 있을까 조심스레 목차를 살피며 헤아려 봤다. 아예 안 나오기를 기대하는 것은 욕심이라 생각하며 최소한의 숫자가 나오기를 바라며 훓어봤다. 열 개가 넘어가자 뒷쪽에 있는 말들이 얼마나 더 쏟아져 나올까 두려워질 정도로 첫 장부터 여러 개가 체크된다. 반대로 독자 입장에서 들어도 상처가 될 만한 말을 먼저 세어보기로 바꿔 찾아본다. 역시 비슷한 수치가 나온다. 물론 이 수치의 말들은 바로 수긍되는 것도 있지만, 어떤 경우에는 도저히 납득되지 않는 것도 있다.

어떤 상황에서 그 말을 했느냐, 들었느냐가 관건인 것 같다. 같은 말도 듣는 사람, 듣는 상황에 따라 의미가 다르게 들릴 수 있는 법이다. 저자 안현진은 '눈치 없는 언어'를 분류하고 분석했다. ‘그 사람은 왜 나에게 그런 말을 했을까?’ 풀리지 않는 상대의 의도는 알쏭달쏭한 채 남아 있다가 기분을 묘하게 만들고 급기야는 한밤에 이불킥을 날리게도 한단다. 독자는 그런 정도는 아니었지만 두고두고 변명이나 반론하지 못하고 끙끙 앓은 적이 있음을 고백한다.



저자는 이렇게 일상에서 오가는 아리송한 말들이 궁금해서 이 책을 쓰게 됐다고 밝힌다. 그런 알쏭달쏭한 말들 중 하나로 ‘고집이 세다’를 언급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누군가가 자신의 의견을 쉽게 바꾸지 않을 때 ‘고집이 세다’고 말한다. 그러나 작가가 보기에는 이 ‘고집이 세다’는 말은 그 안에 내포한 여러 가지 상황적 가능성을 퉁쳐 버린 ‘게으른 언어’였다. ‘고집이 세다’는 말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최소한 다음 세 가지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우선, 말하는 사람의 설득력이 부족한 경우이다. 설득력이 부족하기에 상대가 의견을 쉽게 바꿀 수 없다. 두 번째는 말을 듣는 이의 이해력이 부족한 경우이다. 그런데 말하는 사람에게는 상대방의 부족한 이해력을 너그러이 받아주고 차근차근 설명해줄 친절함이 없는 것이다. 세 번째는 말하는 사람의 설득력과 듣는 이의 이해력이 둘 다 충분하지만, 감정적인 이유로 그냥 상대가 싫어서 의견을 바꾸지 않는 경우이다. 이런 경우는, 말하는 사람이 눈치가 없다고 할 수 있다.

이렇듯 ‘고집이 세다’는 다섯 글자 안에는 여러 경우의 수가 숨어 있다. 이런 경우의 수를 들추어 보면 이유를 알기 어려웠던 찝찝함의 정체를 밝혀낼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이렇게 말의 이면에 숨은 뜻과 의도를 파악하고 해석하기 위해 메시지 발신자와 메시지 그리고 메시지 수신자 간의 관계를 저자 자신이 직접 모은 48가지의 말 사례를 통해 들여다본다.




발신자의 의도가 100% 전달된다면 이 세상에 오해는 존재하지 않겠지만, 발신자와 수신자의 상하관계, 입장 차이, 발신자의 무의식 등 다양한 맥락에 의해 메시지가 왜곡되는 오해 현상은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 오해를 수신자의 잘못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으라’는 말이 그런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하지만 메시지 왜곡이 꼭 수신자만의 잘못일까? 메시지 발신자가 발화를 잘못 했을 수도, 메시지가 모호할 수도, 발신자 스스로도 깨닫지 못한 무의식적 실수가 있을 수도 있다.

“나는 이런 말들의 실체를 오래도록 고민해 왔다. 메시지 발신자의 입장에서 그 의도를 가늠해 보기도 했고, 메시지 수신자로서 발신자와의 관계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는 말들의 차이를 비교해 보기도 했고, 시대적 환경이랄지 시기적 유행이랄지 조금 더 거시적인 관점에서 말들의 진의를 파악해 보려고 노력하기도 했다. 이렇게 모아온 말의 조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내가 모은 말들은 모두 내가 몸소 경험한 바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도대체 그 실체를 알 수가 없고 알쏭달쏭하여 밤에 잠 못 들게 했던 말들을 모아둔 《참 눈치 없는 언어들》을 읽으며 우리가 하고 듣는 말에 대해 함께 생각을 나눠 보고자 한다.”(저자, ‘프롤로그’ 중에서)



'아' 다르고 '어' 다른 게 말이라는 점은 우리 흔히 쓰는 말이기도 하고 실제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때문에 저자는 할 때도 들을 때도 말에 인격을 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똑같은 말을 하더라도 왠지 모르게 날이 돋친 말을 뱉어낸 다음 크게 후회하는 사람이 많다. 독자도 가까운 사이일수록 쉽게 말을 하는 경향이 있음을 고백한다. 본의 아니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생각 없이 그냥 버릇처럼 내뱉는 것이다. 부모님에게도, 와이프에게도 가끔 그런 실수를 한다. 당장 잘못을 깨닫고 사과를 하면 아무것도 아닐 텐데 말을 해놓고 바로 사과한다는 것은 '자존심'에 관한 생각이라며 사과의 말을 꿀꺽 삼켜버린다. 항상 '사실은 그렇게 이야기할 것이 아니었다'라고 변명 아닌 변명을 하면 큰 문제가 없을 일을 알량한 자존심이 화를 키울 때가 많다.

이미 뱉어낸 말을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다. 어느 말이나 같은 말을 하더라도 뉘앙스에 따라 큰 차이가 있는 법이다. 그러니 늘 '예의' 있고 '품격' 있는 말을 가려 사용해야 할 터다. 그런 말들은 수련을 통해야 한다. 수련이란 게 다른 게 아니라 습관일 터다. 언어는 습관이기 때문이다. 늘 품격 있는 말을 사용하기를 습관화하면 쉽게 상대에게 상처 줄 말은 잘 하지 않게 된다.



앞서 언급한 '고집이 세다'는 표현 외에 독자가 잘 쓰는 말 중에 '입장 바꿔 생각해 봐?'도 있다. 대체로 상대를 설득하면서 사용하는 말이다. 한자어로 역지사지(易地思之)이다. 토론이나 말 다툼이 나서 독자의 뜻을 상대에게 설득시키려 할 때 자주 사용한다. 조금만 상대 입장에서 생각하면 내 말이 옳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란 뜻으로 사용한다. 책에서는 여자와 남자의 정장에 대해서 나왔다. 독자 역시 남자이기 때문에 여자들의 정장이 치마, 바지뿐만 아니라 굉장히 다양하게 적용될 수 있는 것에 대해서 '편리하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와이프에게 그런 의미로 말을 했다가 무안당한 경험이 있다. 상대적으로 신경을 많이 써야 함을 전혀 생각지 못한 '나만의 생각'이라는 점을 와이프가 차분하게 얘기하니 그때서야 옷에 대해 신경 쓰는 것이 모두 고민하고 있다는 반증일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 인정하지 않고 우기다가 그 얘기를 다시 꺼내지 않고 슬며시 꼬리를 내려 없던 일로 하고 넘어가버렸다. 와이프가 '옷이 없다'고 궁시렁거리는 소리가 듣기 싫어 한마디 했다가 오히려 되치기 당한 꼴만 우습게 되어 버리고 말았다. 그때 여성들은 옷이 많아도 옷이 없다고 한다는데 왜 그런가 식으로 질문하는 형식의 말을 건넸어야 하고 후회한 적이 있다. 이 책을 읽다 조금 부끄러웠던 기억이 되살아나 얼굴이 붉어진다.

말은 주관적 생각에 의해 자신의 뜻을 상대에게 전하는 소통의 방식이다. 그렇다면 상대에 대한 배려가 앞선다면 상대가 들어서 기분 나쁠 말은 물론, 자신의 생각이 절대적으로 옳다는 전제는 터무니없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상황에 닥치면 자신의 생각이 옳다는 것을 꼭 상대에게 인식시키려 한다.



이 책에 나오는 48개의 언어 대부분은 적절한 상황에서 정확하게 사용하면 상대의 기분을 해치지 않을 말이 대부분이다. 저자 역시 말의 뉘앙스는 언제 어떤 상황에서 사용하느냐에 따라 상대가 다르게 들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 같은 말도 억양이나 표정으로 상대의 기분을 해치지 않게 쓰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역시 평소 언어 습관을 제대로 들여야 한다는 게 독자의 생각이다. 대화를 할 때는 중의적 표현을 피하고 경망스러운 단어 사용도 억제해야 한다. 언어는 그 사람의 인격을 나타내기도 하기 때문이다. 중의적 표현은 상대에게 모호한 느낌을 줄 때가 있어 이중적 인격으로 보일 수도 있다. 중의적 언어 사용은 문학적으로는 훌륭한 비유가 될 수 있지만 소통하는 상대에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정확한 단어 사용은 아니다. 심지어 논쟁할 때도 가능한 한 중의적 표현을 피해야 시빗거리를 주지 않는다.

대화는 절대적으로 신중하되 정확한 표현을 해서 상대가 오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습관화하지 않으면 언제 어디서 '설화(舌禍)'를 당할지 모른다. 동서양 모두 '침묵이 금이다'라는 격언이 통용되고 있다. 품격 있는 언어를 사용하면 소통하는 사람들의 격을 높일 수 있고 훌륭한 소통의 밑거름이 된다.



"나는 여러 조직을 거치며, 많은 말에 부딪혀 왔다. 몇몇 말은 비수처럼 날아와 내 마음에 생채기를 내기도 했고, 또 어떤 것은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우울감이나 분노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반면, 무심코 스쳐 지나갔지만 돌아보니 삶의 따뜻함을 다시금 느끼게 해 준 말들도 있었다. 나는 이런 말들의 실체를 오래도록 고민해 왔다. 메시지 발신자의 입장에서 그 의도를 가늠해 보기도 했고, 메시지 수신자로서 발신자와의 관계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는 말들의 차이를 비교해 보기도 했고, 시대적 환경이랄지 시기적 유행이랄지 조금 더 거시적인 관점에서 말들의 진의를 파악해 보려고 노력하기도 했다. 이렇게 모아온 말의 조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내가 모은 말들은 모두 내가 몸소 경험한 바에서 비롯된 것들이다."(p.13)

저자 : 안현진

여전히 밤하늘에 별이 맑게 보이는 곳에서 나고 자랐다.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교에서 노동고용관계학을 전공했고, 현재는 서울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과 정신건강에 대해 연구하며 인사조직 석사 과정을 밟고 있다. 스타트업으로 조직 생활을 시작했으며, 건설사와 글로벌 외국계 대기업을 거쳐 전략 컨설팅펌에 재직했다. 요가를 즐기며, 글을 쓴다. 마인드풀니스를 재해석한 ‘마음을 단단하게 만드는 글쓰기 클래스’를 운영하며, 글쓰기와 인센스, 차 등을 결합한 저널링 툴킷 박스를 만들고 있다. 눈치가 빠른 편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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