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람이 싫다 - 손수호 변호사의 '진짜' 변호사 이야기
손수호 지음 / 브레인스토어 / 2021년 10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1/1031/pimg_7284201763175046.jpg)
'사람이 싫다'와 '사람이 무섭다'는 얼핏 비슷하게 들리기도 하지만 큰 차이가 있다. 후자는 사람에 대한 두려움을 나타내지만 전자는 혐오감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혐오감과 두려움움 부정적인 감정임은 같지만 쓰임새나 내포하고 있는 뜻이 크게 다를 수 있다. 특히 혐오감은 사람에 대한 차별 의식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심각한 감정이다. 혐오감은 국어사전에서도병적으로 싫어하고 미워하는 감정'으로 풀이하고 있다. 법적 용어는 아니지만 현직 변호사이면서 셀럽 변호사로 알려진 손수호 변호사가 이런 제목으로 책을 썼다니 사건 관련 사람에게 호되게 당한 감정이 있어서인가? 하는 의구심을 가졌다.
직업이 변호사이다 보니 별의 별 사람을 다 만날 것이다. 대부분 범죄자나 범죄 피의자, 법정 피고인일 것이다. 범죄와 관련된 사람을 주로 만나다 보니 트라우마가 남을 정도로 '싫은 감정'이 앙금처럼 감정의 찌꺼기가 남아 지워지지 않을 정도의 상처가 되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 싫다』의 저자 손수호는 현직 변호사다. 그는 말끔한 용모에 급하지 않은 말투, 조리 있는 말솜씨, 설득력 있는 논리적인 말로 독자의 뇌리에 인식돼온 건강한 변호사이다. 왜 그가 '사람이 싫다'는 책을 썼을까.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1/1031/pimg_7284201763175047.jpg)
친구나 가까운 사람 중에 법조게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 없는 독자로서는 변호사를 가장 가까이 대하는 곳이 TV다. 드라마 혹은 시사예능 프로그램에 변호사가 자주 등장한다. 드라마에선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경우도 많다. 재미 있게 봤던 〈리갈 하이〉(일본 원작이라고 한다), 〈동네 변호사 조들호〉, 영화 〈변호인〉 등 주연으로 등장하는 것 외에도 사건을 풀어가는 데 주변 인물로도 많이 등장한다. 일부는 정계로 진출하기도 하고, 또 일부는 정반대의 입장에서 대정부 투쟁을 벌이는 변호사도 있다.
지금 대한민국 변호사는 3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이 정도의 숫자면 법조계를 모르는 독자로서는 너무 많은 숫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인지 사법고시(이젠 없어진 제도이고 로스쿨 제도로 바뀌었다고 한다) 출신 실업자도 있다니 격세지감이다. 불과 수십 년 전만 하더라도 대한민국 3대 사기꾼으로 변호사 목사 의사를 들었다. 지나치게 수임료가 비싸 서민들은 억울한 일을 당해도 변호사에게 소송을 의뢰하는 일은 엄두도 못낼 때였다. 지금처럼 의료보험 제도가 정착되지 않았을 때의 의사도 서민들에게는 사기꾼으로 비춰졌다. 의료보험 적용이 안 되는 질병이 많은 데다 치료비도 너무 비싸 돈 없는 사람은 치료도 못 받고 사망하는 사례도 있었을 시기였니까 의사들을 비아냥거리는 의미의 루머처럼 나돌던 시기였다. 목사도 의지할 데 없는 사람들이 하느님이나 예수님을 믿고 의지하려 교회를 다니는데 헌금 액수에 따라 교회에서의 대우가 달라진다고 해서 돈 없으면 차별대우 받는 교회를 비꼬는 의미에서 수십 년 전 서민들 사이에 회자되던 유머였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1/1031/pimg_7284201763175052.jpg)
잘 알려진 대로 저자는 〈무한도전〉, 〈김현정의 뉴스쇼〉, 〈사건반장〉, 〈역사저널 그날〉 등의 방송, 〈이스타 TV〉 등의 유튜브 채널 등 다수의 매체를 통해 대중에게 잘 알려진 ‘셀럽 변호사’이다. 그가 자신의 10여 년 변호사 생활 중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일들을 솔직하게 풀어놓은 법률 에세이 『사람이 싫다』를 펴냈다. 그러나 무겁고 진지한 ‘법학서적’으로 독자들에게 두터운 벽이 생기는 것을 경계라도 한 듯 술술 읽히는 흥미로운 에피소드들이 가득하다. 최근 몇 년 사이 출판계에서 큰 반향을 얻으며 하나의 장르로 자리매김한 ‘직업 에세이’적인 성격도 갖고 있어 눈길을 끈다. 변호사라는 직업을 가진 한 사회인이 맞닥뜨려야 하는 애환을 비롯해 삶의 희로애락이 다양하게 담겨, 변호사를 동경, 선망하는 이들에게 그들의 삶과 생활을 가까이서 엿볼 수 있게 해주는 매력이 있다.
또한 우리가 영화나 드라마 속 캐릭터로 만났던 변호사들의 모습이 실제의 그것과 얼마나 접점이 있는지, 혹은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도 매우 사실적인 묘사로 잘 그려내고 있다. 손수호 변호사가 말하는 법정 안과 밖 인생 이야기 『사람이 싫다』를 통해 그간 픽션 속 허구의 인물 또는 뉴스나 시사 프로그램 패널로 만나왔던 변호사들의 일과 일상, 그 삶 속으로 좀더 깊이 들어가볼 수 있게 됐다. 그리고 미디어가 보여주는 피상적인 단면만을 제한적으로 접해야 했던 각종 사건, 사고, 범죄, 재판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게 만드는 것도 이 책이 갖고 있는 특별한 가치와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1/1031/pimg_7284201763175059.jpg)
(국어사전을 들먹여서 안 됐지만) 국어사전은 변호사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법률에 규정된 자격을 가지고 소송 당사자나 관계인의 의뢰 또는 법원의 명령에 따라 피고나 원고를 변론하며 그 밖의 법률에 관한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 사전에 쓰인 정의조차 어렵다. 오히려 한자어를 그대로 직역해 풀어 쓰는 것이 훨씬 더 쉽게 다가온다. ‘말씀 변(辯)’, ‘도울 호(護)’에 ‘선비 사(士)’ 자로 이뤄져 있으니, ‘말로 돕는 선비’인 셈이다. 그렇다. 선에서 출발했든 악에서 출발했든 선과 악 어떤 쪽으로도 뜻이 없었든 송사에 휘말린 사람들을, 말과 글로써 돕는 일을 하는 이들이 변호사다. 이렇게 보면 그리 어렵지 않다. 제법 친숙하게도 느껴진다.
그렇지만 변호사를 잘 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사실 얼마나 될까? 법조계에 종사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변호사가 어떤 일을 하는지, 그들의 일과와 일상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자세히 알고 있는 사람은 흔치 않을 것이다. 우리가 접하는 변호사의 모습은 드라마나 영화, 그 속에서도 법정 안에서의 모습에 국한되기 일쑤다. 극화된 작품 속에서도 가장 극적으로 각색되고 연출되는 씬을 통해서만 일면을 접할 뿐이다.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직접 들은 것보다 전해 들은 것이 훨씬 더 많다. 우리는 변호사가 직접 말해주는 ‘진짜 변호사 이야기’를 제대로 들어보기는 쉽지 않다. 『사람이 싫다』가 더 궁금해지는 이유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1/1031/pimg_7284201763175061.jpg)
우리도 미국 사회처럼 '소송 천국'의 사회로 가는가? 변호사도 나름대로의 고충이 많겠지만 사람들이 생각하는 변호사의 이미지는 아직도 천편일률적이고 부정적 이미지가 더 강하게 각인돼 있다. 좋은 차, 말끔하고 단정한 외모에 포멀한 수트, 그리고 각진 서류가방으로 대변된다. 하지만 몇 가지 외양만으로 그들의 일과 삶을 가늠할 수는 없다. 변호사들이 사람들의 생각만큼 그렇게 번듯하고 폼 나는 인생을 누리는 것은 아니며, 정의감에 물불 가리지 않고 제 한 몸 내던지는 열혈 투사보다는 비즈니스맨, 직업인, 생활인으로서의 무게를 하루하루 감내하는 이들이 훨씬 더 많음을 이 책은 담백하고 건조하게 전달한다. 그리고 직업 고유의, 특유의 괴로움 속에서 사람이 싫어질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마음을 처절히 고백하는 책이기도 하다. 독자에게는 오히려 이 부분이 더 끌린다.
대중의 이미지처럼 변호사의 인생이 매끄럽기만 하다면, 그가 이런 책을 쓰지도 않았을 것이고, 열심히 써서 펴낸 자신의 첫 책에 『사람이 싫다』라는 부정적인 제목을 달지도 않았을 것이다. 손수호 변호사는 오래전부터 이 제목 하나만을 떠올렸다고 한다. 이유 역시 단 하나. 변호사로 사는 동안 정말 ‘아~ 사람이 싫다’라고 혼잣말을 내뱉을 만큼 씁쓸한 일들이 많았기 때문이란다. 변호사로 일하면 평범한 사람들이 직장생활에서 만날 일이 결코 없을 듯한 특이한 이들을 매우 자주 그리고 밀접히 만나게 된다. 대부분 문제에 휘말려 어려움에 빠진 사람이거나 직접 문제를 일으켜 어지러운 상황을 만들었지만 혼자 힘으로 해결할 수 없어 변호사를 찾아온 이들이다. 이들이 주는 스트레스, 압박, 폭언과 욕설, 협박, 앙갚음은 상상을 초월한다니 스트레스는 짐작할 수 있다. 저자의 표현대로 가히 ‘테러’라고 부르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다. 상상 이상의 감정 노동이며, 물리적인 위협마저 가해진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1/1031/pimg_7284201763175063.jpg)
하지만 이 책이 결코 세상을, 사회를, 사람을 부정하고, 비관하며, 염세적인 시선으로 묘사하지만은 않는다. 변호사는 생각 이상으로 많은 위험과 어려움에 노출되는 직업이며, 아무래도 ‘좋은 사람’보다는 ‘싫은 사람’을 좀더 많이, 가까이서 만나야 하는 극한 업무 환경에 처해 있다는 점을 토로하지만, 변호사의 업 그 자체를 불만족스럽게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그저 사람이 싫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 일종의 직업병이자 숙명임을 관조하는 것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려움에 놓인 사람들에게 크고 작은 도움을 줄 수 있는 변호사 직무를 지속해 나가겠다는 책임감과 직업 윤리는 책 곳곳에서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다. 변호사들의 모든 활동이 정의와 대의를 위한 것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옳지 않다고,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비양심적인 일들과는 선명하게 거리를 두면서 의뢰인을 돕겠다는 확고한 가치관, 자신감, 자부심도 느껴진다.
저자는 한 법무법인의 대표 변호사로서 일하며 경영자의 역할도 겸하기에 현실적인 선택도 고려해야 하지만, 영리만을 생각하는 잘못된 ‘변호 기술자’의 길로 빠져들지 않도록 늘 경계하고 주의한다. 입버릇처럼 ‘사람이 싫다’고 말하는 그는 그 ‘싫은 사람’들과 자신의 삶이 비슷해지지 않도록 부단히 노력한다. 변호사의 일은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돕기 위해 말과 글로 변론하고 보호하는 것임을 잊지 않으려고 한다. 이 책은 자신의 지나온 변호사 인생을 돌아보며 스스로 건네는 당근인 동시에 채찍이다. 그리고 변호사에 대해, 법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알고 싶었던 독자들에게도 충분히 의미 있는 보상과 질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1/1031/pimg_7284201763175065.jpg)
변호사란 직업이 힘들고 괴로운 일이 많지만 해볼 만한 직업이긴 하다. 자유업 전문직이고, 제대로 하면 충분한 수입과 명예, 보람 등 많은 것에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낼 수 있다. 변호사가 되기까지 힘든 여정을 넘어서면 최소한의 영향력 있는 인물이 이미 되어 있으면 각 목적에 따라 돈을 많이 벌 수도 있고, 돈보다 명예를 얻을 수 있는 길도 열려 있으며, 일을 맡아 끝나게 될 때 보람을 찾을 수 있는 직업이니 그야말로 '괜찮은 직업'임에 틀림없다.
저자는 변호사에 대해 자평한다. "매사 부정적인 사람으로 보일 수 있다. 냉소적, 염세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책 한 권에 걸쳐 하소연하고 있으니 이왕 하는 김에 제대로 변명 한 번 해보겠다. 애초에 그렇게 태어났을 수도 있지만, 직업적 특성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이 직업은 모든 걸 의심해야 한다. 보이는 걸 그대로 믿으면 안 된다. 꼼꼼히 따지고 뜯어봐야 한다. 그냥 포기하면 안 된다. 뭐라도 찾아내야 한다. 그러니 이건 비관이 아니라 꼼꼼함이다. 냉소가 아니라 책임감이다. 염세가 아니라 내정한 현실 인식이다. 모든 일을 낙관하는 변호사는 자격 미달이다." 충분히 해명을 했다고 생각됐는지 저자는 다음과 같은 말로 책을 끝낸다. "솔직히 사람이 싫다. 하지만 언젠가는 또 좋아질지도 모른다. 세상일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니까."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1/1031/pimg_7284201763175066.jpg)
변호사는 까칠해야 한다. 사람에게 예의없이 까다롭게 굴라는 게 아니다. 사건을 대할 때 까다롭고 꼼꼼해야 한다는 말이다. 매사 의심해야 한다. 편하게 생각하고 대충 넘어가면 안 된다. 다양한 각도로 접근하면서 끊임없이 이런저런 가정과 상상을 해야 한다. 모든 가능성과 변수를 꼼꼼히 챙겨야 한다. 허황한 망상을 하라는 말이 아니다. 불필요한 일에 시간 쓰면 안 된다. 의뢰인에 대한 배임이다. 사건을 처리하면서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다양하게 준비해야 한다. 두뇌를 알뜰하게 활용해야 한다. 무조건 한 번 더 확인해야 한다. 별 걸 다 따진다는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항상 넘치게 준비해야 한다. 가끔은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쓸 필요가 있다. 닭 잡는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잡고 보니 소였던 경우도 더러 있다. 생각을 귀찮아 하면 안 된다. 게으른 천재는 필요 없다. 두뇌가 부지런하다면 변호사 해라.
- 「이런 사람 꼭 변호사 돼라」 중에서
저자 : 손수호
1978년 인천 출생. 서울 역삼동에 있는 법무법인 지혁 대표 변호사. 로펌 대표로 정신없이 일하면서도, 늘 세상과 사람을 주의 깊게 들여다보고 그 속에서 무언가 찾아내기 위해 노력한다. 그래서 사회에 큰 충격을 준 강력사건과 미제사건을 대중에게 쉽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절대로 정치권에 가지 않겠다고 여러 차례 확언했고, 오히려 문학, 문화, 예체능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특히 프로축구 K리그 인천 유나이티드의 열성 팬이자 구단 고문변호사이며, 구단 자체 방송의 경기 해설자이기도 하다. 이세돌 9단, SK텔레콤 등 여러 기업체와 기관의 고문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일과 취미 모두를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인천 바닷가에 작은 서점을 여는 평생의 꿈을 이루기 위해 오늘도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눈코 뜰 새 없이 일한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1/1031/pimg_7284201763175067.jpg)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