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물어도, 예스
메리 베스 킨 지음, 조은아 옮김 / 황금시간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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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미국은 세계 최고의 부자 나라, 세계 최강의 지배 국가의 자리에 우뚝 서 있다. 그런데도 미국은 차별 의식, 부익부빈익빈의 심화, 개인주의의 발달, 총기 허용 등으로 많은 사회적 문제를 내포하고 한 번씩 분출하듯 폭발하고 있다. 사회 조직의 근간인 가족과 이웃 공동체의 붕괴 등도 사회 문제로 부각되고 있어 '살기 좋은 나라'로 꼽히지 뭇한 실정이다. 많은 사회학자들은 이런 상태로 지속된다면 미국은 세계 으뜸국가의 위치를 잃을 뿐 아니라 사회 붕괴마저 우려된다고 경고하는 등 안정된 느낌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이런 미국 사회에 경종과 희망을 주는 아주 잘 만들어진 소설 한 편이 화제가 되고 있다. 원작은 지난해 나왔지만 우리나라 출간은 올해 이루어졌다. 소설 『다시 물어도, 예스』가 그것이다. 이 소설은 1970년대 미국 뉴욕의 교외에 사는 평범한 두 가족에게 일어나는 비극과 용서, 희망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 소설은 40년에 걸친 두 이웃의 비극과 처절한 사랑,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묻는 감동의 드라마다. 세계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인 스티븐 킹이 '아름다운 소설'이라고 극찬했을 정도로 우아한 문체가 돋보인다. 인간 내면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 삶에 관한 통찰력이 돋보이는 이 소설은 미국 사회를 사로잡았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피플〉 〈보그〉 〈엘르〉가 2020 ‘올해의 책’으로 각각 선정했다. 오늘날 세상에서 가장 부유하고 지배력 있는 미국이 사회의 가장 기본적 구성체인 가족, 이웃 간의 해체를 인식하고 있는 시점이어서 이 소설의 가치는 더욱 두드러져 보인다. 이 소설은 미국 사회뿐만 아니라 풍요로운 물질 문명을 누리는 모든 국가들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가족과 이웃의 해체라는 물질만능 자본주의 사회의 속성이 드러나는 시대라서 우리나라 독자들에게도 공통의 문제의식을 던져주고 있다. 독자 역시 같은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대한민국 사회에 대한 애정을 듬뿍 담아 이 소설을 읽었다.



"살다 보면 힘들게 얻은 것을 잃을 위기에 처할 수 있고, 견고해 보이던 부부나 부모 자식 사이가 멀어질 수 있다. 누군가가 나쁘거나 일방적인 가해자라서가 아니라, 가족 중 누구도 잘못하지 않았는데 일상의 물결이 잘못된 방향으로 흐르고 말 때가 있다. 그래서 공동운명체인 가정에는 언제나 위기가 도사리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가족이라는 사실이 희망의 실마리가 되곤 한다." 이 소설의 주제를 담은 이 소설의 짤막한 소개 문장이 독자들의 공감을 얻는 데 기폭제 역할을 했다. 이 소설은 독자들에게 '위기'에는 늘 그 위기 안에 '희망'과 '기회'가 있다는 메시지를 줌으로써 용기를 되찾고 삶을 더욱 아름답게 가꿔갈 힘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경찰학교 동기이자 동료 경찰인 프랜시스 글리슨과 브라이언 스탠호프는 뉴욕 교외에 사는 이웃이다. 두 가정은 각자 말 못할 속사정을 가지고 있다. 프랜시스의 아내 레나는 외로움을 안고 있으며, 브라이언의 아내 앤은 정신적으로 불안정하다. 이로 인한 비극적인 사건은 두 가족을 뒤흔들지만 프랜시스의 딸 케이트와 브라이언의 아들 피터 사이에 사랑이 피어나, 두 가족의 끈질긴 인연이 이어진다. 케이트와 피터의 사랑, 가족 간의 연대는 과거의 상처로 인해 끊임없이 시험대에 오르지만 다정함과 관대함 그리고 품위가 마침내 모든 것을 품는다.



때로 인생은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사람들은 육체적으로 혹은 감정적으로 상처를 주고받게 된다. 가족과 용서라는 중요한 가치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이 소설은 그래서 가슴 깊은 울림을 준다. 우리는 다른 누군가를 얼마나 견딜 수 있을까? 그리고 가족이라는 이유로 얼마나 용서할 수 있을까? 용서란 약함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강함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그리고 우리는 모두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하다는 것을 이 책을 덮을 때쯤이면 가슴 깊이 느낄 것이다. 용서는 남을 위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해 필요한 것이라는 어는 철학자의 말이 가슴 깊이 새겨지는 대목이다.

『다시 물어도, 예스』는 뉴욕 경찰국의 신입 경찰인 프랜시스 글리슨과 브라이언 스탠호프는 비슷한 시기에 결혼을 하고, 뉴욕 외곽에 위치한 작은 마을의 이웃이 된다. 프랜시스의 아내 레나가 세 딸을 낳는 동안 브라이언의 아내 앤은 첫아이를 유산한 후 아들을 낳는다. 프랜시스의 막내딸 케이트와 브라이언의 외동아들 피터는 둘도 없는 친구로 자란다. 케이트와 피터가 10대가 되어 서로에게 사랑을 느낄 즈음, 평화롭게만 보이는 두 가정에 불안하게 가려져 있던 불행의 씨앗이 싹을 트기 시작한다. 앤의 정신이 온전치 못하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었지만 가족은 물론 이웃들도 쉬쉬하며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피터가 밤늦게 케이트를 불러 결혼을 약속한 날, 앤의 불안정과 폭력성이 극한으로 치닫고, 프랜시스의 가족까지 휘말리는 비극적인 사건이 터지고 만다. 이 일로 두 가족의 일상과 미래는 예측할 수 없었던 방향으로 뒤틀린다. 그러나 서로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은 케이트와 피터가 재회하며, 두 가족의 끈질긴 인연이 이어지고, 케이트와 피터가 다시 아이를 낳으면서 두 가족은 끊으려야 끊을 수 없는 운명의 끈으로 묶이게 된다. 이들은 서로를 어디까지 용서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



‘미래의 고전’이라는 평을 듣고 있는 『다시 물어도, 예스』는 다양한 시각과 이슈의 스펙트럼으로 인간과 삶에 관해 말하는 소설이다. 이 소설은 가정 내의 문제를 다룬 가족 드라마인 동시에 사랑의 힘으로 난관을 극복하는 로맨스 소설이며, 인간의 내밀한 동기와 감정을 그려내는 심리 소설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규정하기 힘든 것처럼 보이지만 그 자체가 바로 우리 삶의 모습이기도 하다. 등장인물들은 우리가 삶에서 겪을 수 있는 수많은 문제를 겪는다. 정신질환과 알코올중독,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 부부 사이의 신뢰와 배신, 불륜, 신체의 병과 부모의 죽음, 해고와 퇴직 등. 실제 삶에서 그렇듯 누구 하나 문제없는 사람은 없다.

피터와 케이트의 사랑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두 가족의 인물들 모두가 주인공이다. 장(章)이 바뀔 때마다 한 인물에서 다른 인물의 시점으로 매끄럽게 옮겨 가며 40여 년간의 서사가 이어진다. 저마다의 역사와 아픔, 복잡한 내면을 지닌 인물들은 날실과 씨실처럼 교차하며 인생이라는 직물을 짜낸다. 또한 인물들은 선과 악의 틀에 갇히지 않는 입체성을 보인다. 완전한 악도 순전 무결한 선도 없다. 가해자가 다른 누군가에게 피해자가 되고, 피해자는 또 다른 누군가에게 가해자가 되기도 한다. 모든 인물이 잔인한 구석을 가지고 있으며 동시에 영웅적이고 인내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하는 편이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비틀거릴지언정 방향을 잃지 않는 이들의 삶의 여정은 깊고 겸허하다. 이것이야말로 모순적이지만 현실적이고 다층적인 관계와 인생을 보여주는 것이다. 오늘날 미국이 지향해야 할 공동체 사회의 기본이다.




저자 메리 베스 킨은 가족이나 친구 등 주변인들이 일상의 여러 문제를 겪는 것을 보고 해답을 찾고 싶어 이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고 밝힌다. 그래서인지 평범한 가정의 일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정밀하게 뜯어 묘사해낸다. 공감과 통찰 그리고 인간 본성을 포착하는 능력은 날카롭고 문체는 우아하다. 저자는 다양한 배경과 성향을 가진 인물들의 정신세계를 무척이나 세심하게 그려내, 독자는 인물들에게 쉽게 몰입하며 이야기를 더욱 풍부하게 받아 안을 수 있다. 그러나 이 모든 사건이 너무 우울하거나 자극적으로 그려지지는 않는다. 미국 사회가 그렇듯이. 두 가족, 두 세대의 일상에 나타나는 다양한 문제들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삶에 끼어들어 일상을 흔들어놓는다. 하지만 지지와 사랑의 토양에 깊이 뿌리박은 가족은 흔들려도 뿌리 뽑히지 않는다. 그래서 그 많은 고통스러운 일을 겪은 후에도 우리는 삶을 긍정하며 “예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소설을 긍정적으로 끝내고 싶었어요. 이야기 속 인물들이 가슴 아픈 세상을 잘 헤쳐 나갈 거라는 걸 알아요. 삶이든 사랑이든, 무엇이든 간에 어떤 시점에 이르면 모두 견딘 가치가 있죠.”

메리 베스 킨은 두 가정 내의 문제를 밀착해서 그리지만, 이것은 특정 가정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아주 깊으면서도 보편적인 우리 삶의 문제다. 그리고 이 소설이 말하는 가족의 연대와 지지, 타인에 대한 용서와 수용은 빤한 말처럼 들릴지 몰라도 요즘 우리 삶에서 쉽게 보기 힘든 가치다.



피터가 프랜시스를 똑바로 쳐다보면서 전화기에 대고 말했다. “네, 안녕하세요. 제퍼슨가 1711번지로 사람 좀 보내주실래요? 네, 서둘러주세요. 엄마가 아빠 총을 가지고 있어요.”

레나는 찰싹 소리가 날 정도로 세게 입을 막았고 사라와 내털리는 창문으로 내달렸으며 케이트는 피터만 바라보았다. 프랜시스는 고개를 저었다. 불가능한 일이다. 저 아이가 오해한 것이다. 목격자들이 엉터리 증언을 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예전에 엄마가 아빠의 총을 가져간 적이 있기 때문에 또 그랬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프랜시스와 브라이언은 길럼의 어른들에게 그랬던 것처럼 아이들에게도 한 가지 사실쯤은 숨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아이들은 다 알고 있었다. 그들은 너무 많은 것을 보고 듣고 알았다.(p.112)

이제 모든 게 괜찮아질 것이다. 두 가족 모두 힘든 시간을 겪었지만 지금부터 그들의 인생은 얼마든지 즐겁게 흘러갈 수 있다. 케이트는 추수감사절이나 크리스마스 같은 명절 때마다 제퍼슨가에 와서 언니들과 소파에 앉거나 커피를 만들어주거나 나무 밑에서 선물을 꺼내 이름을 부르는 피터의 모습을 떠올렸다. 조지와 로잘린이 함께해도 좋을 것이다. 아무리 끔찍한 일도 행복한 결말로 마무리할 수 있다. 그들의 불운한 이야기는 오랫동안 기억에 남겠지만 비극적 결말이나 목숨을 잃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p.304)



“지금은 전보다 상황이 나아졌지. 나아지고 있는 것 같은데, 아닌가? 하지만 어려움이 더 많이 찾아올 수 있잖아. 어쩌면 이제 시작인지도 몰라. 그런 생각 해본 적 있어? 우리는 어른이 되고 파트너가 되고 부모가 되는 것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거야. 정말 아무것도. 어쩌면 여전히 모를 수도 있어. 이런 걸 그때 알았더라도 당신이 승낙했을까?”

“지금은 다 알잖아. 그러니까 물어봐.”

하지만 그는 적절한 말을 찾을 수 없었다.

“내가 힌트를 줄게.” 그녀가 그의 손을 꽉 잡았다. 그가 고개를 들어 눈을 맞추자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그때도 지금도, 내 대답은 예스야.”(p.441)

저자 : 메리 베스 킨

버나드칼리지를 졸업하고 버지니아대학교에서 순수미술 석사학위를 받았다. 국립도서재단의 ‘35세 이하 5인’에 선정되었고 소설 부문에서 존 시몬 구겐하임 펠로우십을 수상했다. 현재는 뉴욕의 펄 리버에서 남편과 두 아들과 함께 살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걷는 사람들THE WALKING PEOPLE》, 《열기FEVER》가 있으며, 최신작 《다시 물어도, 예스》는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8주간 머무르며 주목을 받았다.

역자 : 조은아

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어학과를 졸업했다. 현재는 글밥 아카데미 수료 후 바른번역 소속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살인 카드 게임》, 《암, 더 이상 감출 수 없는 진실》, 《구아파》, 《체육관으로 간 뇌과학자》, 《돌팔이 의사》, 《루머》 등이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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