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정신병원에 놀러간다 - 편견을 깨고 문턱은 낮추는 원무과 직원의 단단한 목소리
원광훈 지음 / 이담북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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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나는 정신병원에 놀러간다』는 자칫 잘못 쓰면 비난의 대상이 될 범주의 책을 무난히 펴낸 것으로 보인다. 정신병원은 교도소만큼, 사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소외된 곳이다. 우리가 TV로 보는 정신병원은 일부 병원의 정상 시스템 아래에서의 모습이기에 자칫 빈껍데기만 보여주는 우(愚)를 범하기 쉽다. 물론 원무과에 근무한다는 것은 책의 진정성이나 사실을 나타내는 데 조금은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원칙적으로 치료와 진료를 담당하지 않은 지원 부서이기 때문에 자칫 미화될 우려가 있어 독자들의 신뢰감이 제대로 반영되게 쓰기 어렵다는 뜻이다.

원무과는 병원 운영에 관한 각종 행정사무를 보는 의료 지원 부서이기 때문에 환자에 대한 신상 정보를 알기 어렵고, 또 밖으로 유출되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개인 정보여서 자신이 직접 진료한 의사나 환자의 보호자가 아니고서는 알기 어려운 것들을 함부로 쓸 수도 없다. 또 병원 안에서의 일체의 진료ㆍ치료에 대한 사항은 의사나 간호사가 기록하지, 원무과는 전혀 관여하지 않기 때문에 환자 개개인의 병동 생활이나 치료의 세부적인 내용을 알 수 없다는 단점이 있어서다.






물론 책을 쓰려고 필요한 재료를 얻기 위한 취재는 다른 사람에 비해 훨씬 유리한 점이 많을 것으로 짐작이 된다. 그를 기초로 저자 원광훈은 사회 관심 사각지역의 정신병원에 관한 책을 쓴 것으로 풀이된다. 이 책은 이에 따라 정신병원 원무과 직원이 말하는 정신병원 '이용 안내서'이다. 보호자 동의가 필요한 입원과 자의 입원이 가능한 기준, 대표적인 정신병 증상과 종류, 입원 시 서류가 꼭 필요한 이유, 폐쇄 병동의 풍경 등 정신병원을 움직이는 형편과 까닭을 말한다. 감기에 걸렸거나 이에 문제가 생겼을 때, 혹은 사고로 우리는 일반적으로 외상을 입었다면 병원에 가야 한다. 어렸을 때부터 가는 소아과나 치과는 물론 내과나 이비인후과 등 아플 때면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는 게 특별한 일은 아니다. 이런 병원은 길을 걷기만 해도 쉽게 눈에 띈다. 정신병원은 다르다. 평균적으로 다른 병원에 비해 방문해본 사람이 적고, 어디에 있는지 찾기도 쉽지 않다. 정신병원이 주는 특유의 이미지 때문에 가기 주저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마음이 아파 진단과 치료를 받고 싶다면 정신과 진료를 받아야 한다.

이 책은 정신과를 필요로 하지만 편견이나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망설이는 사람들을 위해 쓰였다. 병동 내 환자의 진료 과정이나 치료 방법보다는 보호자가 알아야 할 기본 사안들이 훨씬 많다. 보호자들을 직접 만나 상황을 설명 들을 수 있는(치료진을 제외하고) 유일한 부서가 원무과다. 저자는 정신병원 원무과 직원으로 근무하며 얻은 지식과 경험을 기반으로 정신과 의원과 정신병원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 정신병원에는 어떤 사람들이 입원하는지, 입원비는 얼마나 나오고 면회는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살펴본다. 강제 입원과 약물 치료에 대한 이야기도 외면하지 않고 객관적으로 설명하고자 했다.



정신병원에 입원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느끼는 벽은 엄격한 서류 제출이다. 법적 보호자임을 증명하는 서류가 없으면 설령 환자 본인이 입원을 희망해도 병동으로 올라갈(입원할) 수 없다. 이는 정신건강복지법에 의한 절차로, 정신병원을 움직이는 가장 큰 규범이다. 진단과 치료 입원과 퇴원까지 정신병원의 모든 절차는 법령에 의거하지만 이를 모르는 병원 방문객에게는 깐깐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이 책에서는 서류가 필요한 이유, 입원비가 산정되는 기준과 할인받을 수 있는 팁, 그리고 폐쇄병동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등 병원의 행정을 담당하는 직원의 관점에서 그동안 일일이 설명해주지 못했던 정신병원의 속 이야기를 들려준다.

특히 정신병원 운영은 대부분 폐쇄병동(일부는 개방병동을 운영하고 있음)으로 인권의 사각지대라고 알려진 곳이기도 하다. 지금은 많이 개선됐다지만 아직도 일부 정신병원에서는 환자에 대한 관리를 감시ㆍ감독으로 생각하고 함부로 대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일반인의 편견과 잘못된 인식은 과거 정신병원들이 입원 환자에 대한 부당한 대우가 부각돼 정신병원을 꺼리는 사회 분위기에 일조한 것이다. 일반인들의 편견을 자초한 것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일부 정신병원들은 인권을 무시했다는 게 과거 정신병원들의 현실이었다.



책에 따르면 미디어는 그동안 정신병원을 부정적인 이미지로 다수 소비해왔다. 멀쩡한 사람을 강제로 가두거나, 날뛰는 환자를 폭력으로 제압하는 모습을 각종 드라마나 소설 속 장면으로 사용하고, 심지어는 공포물의 핵심이 되는 배경으로까지 낙인찍었다. 현실에서도 정신병원은 이전을 요구하는 지역 주민의 요구에 시달리기도 하고, 지역의 이미지 쇄신을 위해 정신병원이라는 단어가 포함되었던 지명을 고치기도 했다. 나아가 뉴스는 중증정신질환자의 강력 범죄를 보도하고 사람들은 그 사건에 반짝 관심을 갖는다.

환자 당사자나 그 가족에게는 순간의 이슈가 아닌 여생의 일상이 된다는 점은 은연 중에 무시된다. 이렇듯 정신병원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로 인해 조기 치료로 나을 수 있는 병이, 병원 방문을 기피하다 중증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우리가 가진 ‘정신병원은 위험하다’는 편견이 사회를 위험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 책의 한 소제목인 ‘만나고 몰입하세요’는 적절한 치료를 받고 원래의 활동범위와 사회생활로 돌아가려는 환자에게 제안하는 재활의 두 가지 방향이다. 이제는 우리 사회 또한 ‘정신병원’에 대해 만나고 몰입할 때가 왔다. 편견으로 뒤틀린 이미지가 아닌, 병원으로써의 정신병원을 만나고, 그곳의 환자들이 다시 사회의 일원으로 돌아올 수 있게 흠뻑 빠져서 긍정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지 않을까?



이 책에는 원무과 직원으로서 늘 접하고 자신이 일하는 원무과가 병원에서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에 대해 정보를 주는 안내서 역할 내용이 많이 담겼다. 현대인들은 쏟아지는 각종 정보와 매스 미디어의 무분별한 정보 제공, 필요 이상의 정신적 스트레스가 가중돼 정신 이상 증세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사회 문제로 부각된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가벼운 우울증도 방치하다간 자칫 심각한 결과로 이어지는 병이 정신병이다.

현대의학이 놀랄 만큼 발달했어도 아직까지는 뇌 부분의 병에 대해서는 '신의 영역'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특효약도 없는 병이 대부분이며 그나마 의사나 전문가들이 발명해놓은 약이 증세를 악화시키거나 예상치 못한 특이한 행동을 하지 않도록 하는 정도에 머물러 있다. 거기에 세상 누구나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코로나 팬데믹으로 지난해와 올해 일상을 빼앗기고, 경제마저 악화되는 상황이 2년 가까이 지속되자 크고 작은 정신이상 증세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이른바 '코로나 블루'다. 일종의 우울증이며 이 정도의 우울증은 의사의 진료와 처방에 따라 그나마 증세를 악화시키지 않고 일상 생활을 할 수 있는 정도라 하니 다행이다. 다만 이를 치료하지 않고 더 심해질 경우 정신병으로 발전하면 훨씬 어려운 상황에 부딪칠 것을 의학계 및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코로나가 종식되고, 경제 순환도 제대로 이뤄지길 함께 바라는 수밖에 특효약은 없는 터다.


코로나 블루처럼 가벼운 정신병 증세는 통원 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 책에서 다루는 정도의 병은 아니다. 그러나 정신병원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이 '교도소'에 비견될 정도이니 가벼운 병도 병원 찾는 것 자체를 기피하다가 병울 키울 상황을 걱정하는 것이다. 이에 통원 치료는 그냥 내과 가듯이 갔다오면 될 것이고 다른 병과 마찬가지로 병력 등 모든 진료 기록은 철저히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안전하게 관리되고, 의사들도 모든 의무기록이나 개인정보에 대해 '히포크라테스 선언'에도 잘 갖춰져 있다고 한다. 즉 병원을 통해 개인 정보가 빠져나가 사회에서 개인적 불이익을 당하는 일은 없다는 것이다.

감기로 내과 치료를 받는다는 정도의 상담과 치료도 가능하다는 것이니 초기에 병원을 찾아 의사와 상담하고 진료에 임하는 환자의 인식도 개선돼야 할 부분이다. 이 책은 정신병원 선택하는 방법, 원무과에서는 무슨 일을 하고 왜 불친절한지, 입원하기 싫어하는 환자 병원에 데려오는 팁, 입원 시 필요한 서류, 입원비가 어느 정도 되는지, 병동 생활은 어떤지, 치료가 가능한지, 면회 방법, 퇴원 이후 생활, 정신병의 전조 증상, 외부 편견에 대한 답변 등 다채로운 내용이 많이 담겼다. 에세이지만 자신의 이야기의 비중보다는 궁금해할 만한 실용적인 정보가 많이 담겨 있다. 저자의 말이 가장 인상적이고 기억에 오래 남는다. "정신병원이 ‘병원’으로서 치료 받고 싶은 공간으로 탈바꿈해야 할 때다." 스스로의 마음에 이상을 느꼈다면 누구나 부담 없이 방문하고 치료받는 환경이, 정신병이 숨겨야 할 치부가 아닌 주변의 배려를 받아 치유해가는 사회 인식이 정착되어야 한다. 저자가 이 책을 낸 이유다.



저자 : 원광훈

평범한 직장인이다. 다만 병원, 그 중에서도 정신병원이 직장일 뿐이다. 정신병원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이상한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연차가 쌓여갈수록 환자들은 그저 뇌에 질환을 가진 혹은 마음에 큰 상처가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더 이상 위험하지도 무섭지도 않게 되었다. 환자가 보이기 시작하자 보호자들도 보이기 시작했다. 보호자들이 정신병원을 부정적으로 바라볼수록 환자를 치료하는데 큰 걸림돌이 되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연달이 터진 조현병 환자들의 범죄는 정신병원에 대한 편견과 불신을 더욱 깊게 만들었다. 이제는 문의 전화에서조차도 정신과가 어떤 곳인지 처음부터 끝까지 설명해야 할 정도이다. 그들의 의심은 끝이 없다.

하루는 전화만 받다가 업무가 끝난 적이 있다. 참담한 마음에 ‘이건 아니다. 어떻게 정신과에 대해 이렇게 모를 수가 있을까? 어디 안내 책자는 없나?’라고 되뇌다 문득 직접 안내서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현장에서 얻은 경험에 도움이 되는 책들을 엄선해서 고르고 읽으며 이 책을 준비했다. 막연한 두려움 대신 서로에 대한 도움으로 정신병원을 방문하게 안내하는 책이 되길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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