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러프 - 불확실성 속에서 한 수 앞을 내다보는 힘
마리아 코니코바 지음, 김태훈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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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뇌는 내재적 불확실성을 이해하도록 진화하지 않았다.” 이 책 『블러프』의 저자 마리아 코니코바의 말이다. 도박판에서는 운칠기삼(運七技三)이란 용어가 자주 쓰인다. 이길(돈을 딸) 확률 얘기다. 어떤 일이든 선택의 결과가 결국 운에 달려 있다면 인생은 결국 '주사위 던지기'와 다름없는 것인가? 그렇다면 혹시 기술이 차지하는 비중을 3에서 4나 5로 늘릴 있는 방법은 없을까?

우리가 겪게 되는 대부분의 문제는 알 수 없는 것을 알고 있다고 믿는 착각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신인 선수를 선발할 때, 투자할 주식을 고를 때, 선거 결과를 예측할 때, 진로를 결정할 때 그리고 포커 경기에서 베팅을 더 해야 할지 말지 결정해야 하는 순간까지. 상황을 둘러싼 정보와 변수를 모두 고려하지 못했음에도 섣부른 결정을 내리고 손해를 반복한다. 인간의 한계이고 인생은 그렇게 사는 것인가. 이같은 의문이 미국의 저명한 심리학자이자 저널리스트인 저자를 포커판으로 끌어들인 이유다.



저자는 포커를 통해서 제한된 정보 속에서도 올바르게 판단하는 방법, 운이 따를 때도, 따르지 않을 때도 좋은 결과를 이끌어내는 방법을 비롯해 삶 전체에서 보다 더 나은 의사 결정을 내리는 방법을 배우고자 했다. 『블러프』에서 포커 판에서 얻은 통찰과 심리학ㆍ행동경제학을 넘나드는 풍부한 사례로 운과 실력의 경계, 우리가 알 수 있는 것과 알 수 없는 것을 구분하는 일, 확률적 사고에서 인간이 가진 한계, 감정을 통제하고 자신에게 몰입하는 기술 등을 짚어가며 우리가 사고하고 의사 결정을 내리는 방식에 대한 비밀을 풀어간다.

왜 하필 포커였을까? 포커 경기는 내가 확실히 알 수 있는 영역(내가 가진 카드와 테이블에 놓인 카드)과 내가 알 수 없는 영역(상대방이 가진 카드)으로 구성되어 있다. 운이 개입할 틈이 없는 체스와 순수하게 운에 좌우되는 룰렛과 달리 불확실한 정보와 확실한 정보가 공존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처럼 운과 실력 사이의 설명하기 힘든 결합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삶을 반영’하는 게임이다. 저자가 포커판으로 달려간 이유다.



앞서 말했듯이 마리아 코니코바에게 포커는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었다. 포커를 잘하는 방법이 아니라 ‘삶을 플레이하는 법’을 배우는 게 목표였다. 생전 포커를 한 번도 해본 적 없다던 그는 이 책의 출간으로 1차 목적을 달성한 것은 물론 1년 만에 포커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여기에는 그가 하버드대학교를 나오고 5개 언어를 구사할 만큼 뛰어난 지적 능력을 가졌다는 사실이 큰 영향을 미쳤겠지만, 포커 역사상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인 에릭 사이델의 가르침을 받은 것을 빼놓을 수 없다고 한다.

하버드 출신 심리학자와 세계 최고 포커 선수가 함께 펼치는 모험담은 마리아 코니코바가 에릭 사이델에게 포커를 가르쳐달라며 무턱대고 찾아간 일로 시작된다. 돈이 아니라 인생과 세상의 법칙을 배우고 싶다는 얘기에 함께하기로 결정한다. 이렇게 시작된 두 사람의 여정은 라스베이거스부터 시작해 마카오, 몬테카를로, 바하마 등 전 세계를 배경으로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그는 포커를 통해 알고 싶었던 것을 배우는 데 성공했을까? 인생과 세상을 법칙을 이해하게 되었을까? 불확실한 것을 확실하다고 느끼게 하는 것이 인간의 뇌에서 나오는 최고의 속임수다. 이는 미국의 유명한 저술가 마이클 루이스의 말이다. 이 책에서도 역시 이를 최고의 ‘블러핑(속임수 혹은 착각)’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의미는 조금 다르다. 바로 이 착각 또는 속임수가 우리를 한 발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힘이라는 것이다. 자신의 기술, 능력, 노력으로 불확실성을 극복할 수 있으리라는 착각 말이다. 믿음 또는 희망이라고 할 수도 있다. “이것이 가장 불운할 때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만들며, 우리를 포기하지 않고 계속 노력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어떤 일에서 불확실성과 위험의 정도, 성공과 실패의 가능성, 운과 실력의 비중을 알고 있다 해도 마찬가지다. 성공 가능성이 70퍼센트인 문제를 앞두고 있다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내려야 할까? 확률은 장기적 차원에서는 일관성을 보이지만, 단기적 차원에는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내가 30퍼센트에 포함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성공 확률이 99퍼센트라면? 주사위를 여섯 번 던졌는데, 모두 1이 나오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물론 1만 번 정도 던지면 여섯 개의 숫자가 비슷한 비율로 나오겠지만 말이다). 결국 우리는 자신의 노력과 기술로 성공할 수 있다고 믿어야 하며, 실패하더라도 더 노력한다면 다음에 성공할 수 있다고 스스로를 설득해야 한다.



이 책은 소제목을 보면 저자의 포커 수업(?)과 하나씩 정복(?)해가는 과정이 그대로 나타난다. 소제목만 열거해도 어떤 점이 중요한 지 독자들은 판단할 수 있다. 저자의 저술 능력과 함께 편집자의 능력도 돋보이는 대목이다.

1. 인간은 계획하고, 신은 웃는다

2. 심리학자, 포커 판에 뛰어들다

3. 삶의 불확실성에 베팅하기

4. 실패로부터 배우는 법

5. 최고의 사냥꾼은 최고의 관찰자다

6. 초심자의 행운이란 없다

7. 당신은 운의 희생자인가, 승리자인가

8. 몰입의 기술

9. 스토리텔러의 게임

10. 우리의 선택은 룰렛보다 복잡하다

11. 마음을 읽는 법

12. 가장 먼저 알아야 할 건 나 자신

13. 두려움과 절망의 판에서 벗어나는 법

14. 운은 이긴 자의 손을 들어준다

15. 잘못된 믿음이 부르는 비극

16. 불확실성의 게임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저자가 포커 얘기를 꺼내면서 이 책에서 강조하고자 하는 부분을 독자는 대략 세 가지로 정리한다. "내가 할 이야기는 사실 포커와 거리가 먼 결정들에 대한 통찰이다. 카지노에서 배운 교훈을 해석해서 일상적으로 내리는 결정들과 드물게 내리지만 특별한 의미를 지닌 결정들에 적용한 것이다. 비단 감정을 다스리는 일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고, 손실을 줄이는 한편 이익을 극대화하고, 최선을 다해 사람들의 블러핑을 잡아내고 자신마저 성공적으로 블러핑하는 일에 이르기까지 포커의 활용도는 무한하다. 포커 테이블에서 이뤄지는 운과 기술의 혼합은 우리의 일상에서 이뤄지는 혼합과 다르지 않다. 그렇기에 우리는 주어진 조건 안에서 우월하게 플레이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첫째, 운이 아니라 과정에 주목하라. 결과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타당한 사고를 했는지가 중요하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최대한 정보를 모으고 최선의 판단을 하는 것이다. 그러면 실패해도 상관없다. 기회는 반드시 찾아오고 결국 우리는 성공할 수 있다.

둘째, 실패로부터 배워라. 이때 비판적 사고와 자기 평가 능력을 개발해야 한다. 이 부분은 메타인지를 향상시키는 것과 동일한 것으로 보인다. 내가 모르는 것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문제점을 찾아내고 분석해서 해결해 나가는 것이다.

셋째, 스토리텔러가 되어라. 인과 관계로 엮인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야 한다. 이야기를 일관되게 만드는 동기를 파악해야 한다. 항상 '왜?'라고 물어야 한다. 이 사람은 왜 이렇게 행동하지? 나는 왜 이렇게 했을까? 항상 물어야 한다. 이렇게 제대로 생각하면 제대로 행동할 수 있고 승리할 수 있다. 결론은 자신의 기술과 노력으로 불확실성을 극복할 수 있다고 믿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해서 포기하지 않고 계속 노력하게 만든다.




저자 : 마리아 코니코바

사회 심리학 분야의 광범위한 연구를 다루는 통찰력 있는 분석가이자 떠오르는 차세대 저술가로, 세심한 연구와 뛰어난 서사방식을 통해 주제를 흥미롭게 전달한다. 현재 컬럼비아 대학 동기과학센터(Motivation Science Center)의 샤흐터 라이팅 펠로(Schachter Writing Fellow)로 근무하고 있으며 <뉴요커>에 심리학과 문화를 주제로 하는 칼럼을 쓰고 있다. 이외에도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빅씽크>, <애틀랜틱>, <뉴욕타임스>, <슬레이트>, <파리 리뷰>, <월스트리트 저널>, <보스턴 글로브>, <옵저버> 등 다양한 언론 매체에 칼럼을 기고했다. 하버드대학교에서 심리학과 창작, 행정을 전공하고 차석으로 졸업했으며, 재학 당시 세계적인 심리학자 스티븐 핑커(Steven Pinker) 박사의 지도 아래 완성한 학위 논문으로 하버드대학교 최고 논문상(Hoopes Prize)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후 컬럼비아대학교에서 정치학 문학 석사, 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박사 과정 전에는 광고회사의 카피라이터로 일했으며, PBS의 Charlie Rose Show 프로듀서로 활약했다. 최근에는 팟캐스트 The Gist와 The Grift에 출연하기도 하였다.

그녀의 첫 번째 책 《Mastermind: How to Think Like Sherlock Holmes》는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며, 17개국의 언어로 번역되어 많은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그녀의 두 번째 책인 이 책 《뒤통수의 심리학》은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캐나다 논픽션 부문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며, 2016년 과학적 회의주의 탐구위원회(Committee for Skeptical Inquiry)에서 수여하는 Robert P. Balles 상을 수상하였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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