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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면 몽냥처럼 - 웹툰보다 더 내밀하고 사랑스러운 몽냥 에세이
몽냥 이수경 지음 / 꿈의지도 / 2021년 9월
평점 :
이 책 『사랑한다면 몽냥처럼』은 이른바 '닭살 돋는' 표현이 많다. 그러나 신조어라 할지라도 정확하게 쓰였거나 진정성이 충분히 드러나기 때문에 독자들은 미소 지으며 읽기를 멈출 수 없다. 표제어에 쓰인 '몽냥'은 저자가 만든 신조어이다. 아마 강아지(보통 멍멍이에서 따온 듯)와 고양이(최근 '냥이'로 통칭함)를 합친 단어인 것 같다. 남편을 멍멍이의 '멍', 아내인 저자 자신을 '냥'으로 지칭한다. '몽냥부부'란다. 결혼 10년이 넘었는데도 꽁냥꽁냥 산다(꽁냥꽁냥은 국어대사전에 등재된 표준어다)고 자랑스럽게 말한다.
예스럽게(?) 표현하면 '알콩달콩' 산다는 의미다. 알콩달콩은 '연인끼리 가볍게 스킨십을 하거나 장난을 치며 정답게 구는 모양'을 나타내는 부사어로 우리 고유어이다. 저자는 인스타그램에서 10만 팔로워가 사랑하는 '몽냥툰'의 이수경 작가다. 에세이도 카툰 못지 않은 내공을 보여준다. 읽기 편안하고 읽으면서 미소를 짓게 되는 독자들의 마음을 잘 알아주는 적가다. 첫 에세이라는데 글쓰기에 겁이 없는 듯하다. 글의 흐름이 극히 자연스럽고 과감한 포인트에 힘을 준다. 독자들에게 리듬을 타며 읽히기에 좋다. 그래서 글쓰기에도 고수의 냄새가 풍긴다. 힐링 도서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해낼 듯하다. '인스타툰'에서는 다 보여주지 못한 ‘더 내밀하고 더 사랑스럽고 더 보들보들한’ 이야기를 담았다고 말한다. 외롭고 서툴고 우울했던 시간을 지나 운명 같은 사랑에 빠진 몽이와 냥이다.
그들의 알콩달콩한 모습이 눈에 보일 듯 글 여기저기에서 보인다. 무뚝뚝한 듯 냥이는 몽이 온도니(엉덩이를 혀 약간 짧은 발음으로 말하면 '온도니'라고 발음된단다)를 톡톡 치는 것이 예사다. 남편 몽이 앞에만 서면 '변태냥이', '애교냥이'로 변한다고. 서로를 탐하고 만지고 알아가며 비로소 단단한 어른으로 성장해가는 꽁냥꽁냥 몽냥의 웃음과 눈물과 폭풍 공감의 사랑일기다.
저자는 자신이 그렇게 사랑스럽고 애교 많은 여자로 바뀔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과거를 숨김 없이 고백한다. "8평도 안 되는 오피스텔 내 방으로 돌아오면 나는 세상과 단절된 것만 같았다. 깜깜한 그곳에서 자주 혼자였다. 얇은 유리창 하나 겨우 나 있는 상자 속에 갇힌 것만 같았다. 차가운 형광등 불빛 아래 홀로 미동도 없이, 아무런 소리도 없이 시간이 멈춘 듯 오래 앉아 있을 뿐이었다. 아무것도 할 게 없었다. 무서움, 쓸쓸함, 심심함, 무료함. 온갖 단어들을 반죽해서 집안 곳곳에 덕지덕지 붙여놓은 것 같은 기분. 하루의 끝에는 언제나 조금 취한 채였고, 혼자 아무렇게나 침대에 몸을 뉘었다. 해일처럼 밀려오는 외로움에 몸서리치는 것 말고는 지루한 시간을 보낼 다른 방법을 알지 못했다."
학교를 마치고 대기업 디자이너로 취직했다.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직장이다. 그러나 내적으로는 많은 상처가 있었다. 남편 몽이도 그렇지만 저자도 이혼 가정에서 자랐다고 한다. 마음의 그늘이 있을 것으로 충분히 이해되는 대목이다. 저자는 애써 명랑한 듯(진짜 명랑한 성격은 아닌 듯하다) "까칠한 냥이와 순딩순딩한 몽이는 둘 다 이혼가정에서 자랐다. (이혼가정에서 자랐다고 다 그렇진 않겠지만) 행복한 부부, 닮고 싶은 어른을 보지 못하고 자란 둘은 결혼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특히 예민했던 냥이는 오랫동안 비혼주의였다. 늘 조금 우울했고 막연히 27살 전에 죽을 거라는 생각도 했다." 마음의 그늘 치고는 매우 깊은 그늘이다.
그랬던 냥이가 몽이를 만나면서 변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몽이는 처음 만난 것은 아니라고 하는데 알고 보니 대학 동기란다. 그때는 친한 사이가 아니었던 듯하다. 굳이 독자는 알 필요 없지만. 아무튼 다시 만난 둘은 서로의 상처를 껴안듯 감싸주며 사랑을 키웠나 보다.
"그러던 어느 날 운명처럼 몽이와 냥이가 만나 사랑에 빠졌다. 두 사람은 이미 스무 살 때 만났었지만 서로를 기억하지 못한 채 살다가 우연히 재회했다. 이번에는 서로가 서로를 알아보았고, 어린 시절의 상처까지 보듬고 돌보는 사이가 됐다. 자존감이 낮았던 냥이었지만 "냥이는 이 세상에서 최고얌!" 늘 칭찬해주는 몽이 덕분에 한 단계 한 단계 더 성장해갈 수 있었다."
두 사람의 꽁냥꽁냥 사랑 이야기를 그린 인스타 웹툰은 1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을 울리고 웃기고 감동시키는 중이라고 한다. 독자는 처음 접하지만 대단한 인기를 누린다고 하니 저자는 인기를 실감할까 문득 궁금하다. 지금도 몽냥툰 대문에는 '결혼과 삶의 밝은 면을 그립니다.'라는 글귀가 쓰여있다고 말한다. "어두운 시간을 지나온 냥이의 소망과 지향이 담겨 있는 말이란다. 하루하루 지내다 보면 별일을 다 겪게 되고, 세상살이는 만만치 않다. 하지만 걱정할 게 없다. 주차장에서 몽이의 차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린 후 띠띠띠띠 현관 도어록 버튼 누르는 소리가 들렸으니까. 오늘도 무사히 몽이가 나에게로 왔다."
냥이는 어른다워졌다. 생활인으로서, 직장인으로서, 사회인으로서 자신의 자리를 잡은 듯하다. 조금 더 괜찮은 어른으로 성숙하려면 사랑도 해봐야 하고, 이별도 해봐야 하고, 그 과정에서 관계에 대한 노력도 배워야 한다고 말할 정도로 성숙해진 것이다. "어른들의 사랑은 사탕 바구니 주면서 생색내는 게 아니라 상대가 싫어하는 것을 안 하는 약속이고, 생활비와 미래까지도 나눠서 짊어져야 하는 책임이다."는 말에는 제법 어른스러운 모습이 보인다. 몽이와 냥이 두 사람은 ‘만약에 우리가 만나지 못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이야기를 자주 나눈다고 언급한다. 몽이를 만나지 못했다면 냥이는 다니기 싫은 회사를 꾸역꾸역 다니면서 미래를 꿈꾸지 않는 비혼주의자로 살았을지 모른다고 밝힌다. 냥이를 만나지 못했다면 몽이는 사당역에서 술이나 마시며 흥청망청 인생을 낭비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냥이는 몽이를 만난 덕분에 오랫동안 꿈꾸던 작가가 되었고 ‘몽냥툰’을 그렸다. 몽이는 냥이를 만난 덕분에 투자를 공부하고 재태크를 고민하는 알뜰한 사람이 되었다. 서로는 만남을 우연이 아닌 필연이라고 말하고 싶은 듯하다. 우연이든 필연이든 잘살면 되지 굳이 두 사람의 만남을 우연인가 필연인가로 나눌 필요가 있을까. 인연으로 생각하면 그만이다.
두 사람은 이제 어엿한 사회에 봉사하고 이웃을 돕고, 힘든 사람을 위로할 정도로 어른이 됐다. 어른이 별 건가? 자신의 한 일에 책임을 지고, 할 일을 스스로 해나가면 어른이지. 자존감이 낮았던 냥이는 늘 칭찬을 아끼지 않는 몽이 덕분에 ‘내가 진짜 괜찮은 사람인가?’ 생각하게 되었고, 자신을 사랑하게 되었다. 몽이가 아버지를 잃고 몸도 마음도 아팠을 때, 냥이는 몽이 곁에서 성심성의껏 몽이와 가족들을 돌봤다.
덕분에 몽이는 슬픔의 터널을 잘 지날 수 있었다고 한다. 냥이 덕분에 일주일에 한 번은 열심히 청소하는 남자가 되었고, ‘내 돈 주고 기꺼이 꽃을 사는 남자’가 되었다고 자랑하는 냥이를 보니 영락 없이 인연이다. 이젠 몽이는 아침마다 과일주스를 만들고 차곡차곡 빨래도 개키는 남자가 되었다. 현실 부부의 사랑은 특별하거나 요란하지 않지만, 파스텔화처럼 뿌옇지만 안락하게 섞여 스며 있다. 나란히 앉아 밥을 먹고, 늘어난 서로의 뱃살을 놀리고, 각자의 방에서 각자의 일을 하지만 한 집안에 있는 것만으로도 안심이 되고 편안하다. 부부란 그런 것.
이 부부라고 '부부싸움'이 없을까? 냥이의 고백이 계속된다. "물론 살다 보면 싸울 일도 많고, 화낼 일도 많지만 몽냥은 넘어서는 안 되는 경계를 잘 지킨다"고 추켜세운다. 부부란 치약 짜는 일, 양말 뒤집어서 내놓는 일 같은 사소한 일로 사소하게 싸운다. 크게 번지지 않도록 조심만 하며 말 그대로 '칼로 물베기'다. 또 무턱대고 화내지 않도록 노력한다. 정치 사회적인 이슈에서 서로의 차이를 발견할 때는 너무 깊이 들어가서 감정이 상하지 않도록 애쓰며 생각의 차이를 인정해준다. 서로가 좋아하는 것을 해주려고 신경 쓰고, 눈에 보이지 않을 때도 옆에 있을 때처럼 마음을 표현한다. 몽냥의 사랑을 통해 사랑을 대하는 태도와 자세, 애교와 배려를 배운다.
불같은 사랑은 쉽게 사그라들지만, 관계는 노력을 통해 유지된다는 것을 잊지 않으려고 한다. 너는 왜 그 모양이냐고 탓하지 않고 화내지 않고 먼저 마음을 보여준다. 완전한 부부가 되어가는 중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약점을 내보일 순서만 남았다. 서로의 약점마저 스스럼없이 받아들이고 감싸주려 한다면 이젠 '완전 부부'로 충분하다. 저자는 좋은 일에는 ‘좋다 좋다’ 돌고래 소리를 내며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박수 친다고 자랑스럽게 말한다. 무뚝뚝한 고양이 냥이와 사랑스런 강아지 몽이는 오늘도 꽁냥꽁냥 몽글몽냥 서로의 언어를 배우며 진화 중이다.
자기는 이상형을 만났고 자기의 이상형은 똑똑한 여자이므로 내가 똑똑한 여자임에 틀림없다는 몽이의 삼단논법이 논리적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내 마음을 흔든 건 분명하다. 나조차 무시하고 사랑하지 않던 나를, 그래서 늘 구석에 웅크리고 있던 나를 몽이는 일으켜세우고 안아주었다.
너는, 내가 사랑하는 너는, 세상에서 가장 똑똑하고 가장 멋진 사람이라고. 몽이의 그 한마디로 인해 나는 비로소 알게 되었다. 나도 소중한 사람이라는 단순한 진실을. 그걸 깨닫는 데 참 오랜 시간이 걸렸다. 스스로를 칭찬하고 아끼는 법을 알지 못했던 나는 몽이 덕분에 나 자신이 소중한 사람이라는 걸 배웠고, 다른 누구보다 내가 나를 사랑해야 한다는 걸 알게 됐다.(p.208)
저자 : 몽냥 이수경
디자인을 전공하고 디자이너로 일하다 결혼 후 인스타그램 웹툰 #몽냥툰을 그리며 전업 작가가 되었다. 남편 몽이로 모든 창작활동을 이어가는 이 시대의 진정한 남편덕후.‘결혼과 삶의 밝은 면을 그립니다.’ 강아지 몽이와 고양이 냥이의 몽글몽냥 신혼 일상 웹툰은 인스타그램에서 만날 수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