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일간의 교양 미술 - 그림 보는 의사가 들려주는
박광혁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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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그림 감상을 한다는 것을 의아해 하거나 '이상한 의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독자는 이해할 수 없다. 의사는 과학자니까 예술과는 거리가 먼 직업이라는 판단에서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독자는 의사가 예술 특히 그림에 관심을 갖거나 취미 생활을 즐긴다는 것은 극히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잘 아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해부학을 공부했다고 한다. 인간의 몸(골격과 근육) 등을 제대로 관찰하기 위해서다. 인간의 몸을 느낌이나 감정으로 표현하려 한 게 아니라 세밀한 관찰에서 오는 느낌이나 감정을 그림에 표현하려 했기 때문으로 알고 있다. 예술과 과학은 동떨어진 개념의 학문이 아니라 과학은 예술을, 예술은 과학과 밀접한 관계에 있다고 생각한다. 몰론 모든 학문이 서로간 유기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긴 하지만 특히 예술과 과학은 더욱 가까운 분야라고 독자는 믿고 있다.

그렇다고 독자는 의사도, 예술가도 아니다. 두 분야에 모두 일반 사람들이 갖는 정도의 관심일 뿐이다. 예술은 우리의 감성과 감정을 다스리기 위해 좋고, 우리의 몸과 정신을 정확하고 세밀하게 이해하기 위해 과학(의학)이 좋다.

 


 

이 책 『60일간의 교양 미술』의 저자는 현직 의사이다. 그가 의학이나 과학적 지식을 담아낸 책을 낸 것이 아니라 예술, 그림에 관한 책을 냈다고 해서 특별히 화제가 되진 않을 터 다만 시간이 많지 않은 직업인으로서 책을 낼 정도로 그림 감상을 많이 했고 전문가 못지 않은 그림 감상 능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부러울 뿐이다. 그림의 매력에 눈뜬 저자는 의학에 종사하면서도 꾸준히 세계 곳곳의 미술관을 찾아가고 그림 해설한 수많은 책들을 탐독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20여 년 미술 교양 강연을 펼치기도 하고, 그림을 공부하는 모임들에도 지속적으로 몸담게 되었다고. 저자의 그림에 대한 애정 어린 노력의 일환으로 그가 연재해온 수백 편의 글들에서 선별해 60일간의 여정으로 새롭게 구성한 책을 썼다.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독일, 네덜란드, 아일랜드, 벨기에, 덴마크, 핀란드, 노르웨이, 스페인, 스위스, 오스트리아, 러시아, 미국 등 다양한 국적의 작가 60인을 매일 한 명씩 만나는 즐거움을 이 책을 통해 선물받는 느낌이다. 독자는 60이라는 숫자 맞춤이 오히려 불만이다. 그러나 써온 글 중 골라서 책을 구성했다고 하니 이해가 쉽다.

 


 

이 책은 요즘 나오는 다른 미술 관련 서적과 조금 결이 다르다. 코로나 이후 쏟아져 나온 힐링 도서로 미술이나 그림 관련 서적을 빼놓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만큼 많은 책이 출간된 것으로 독자는 알고 있다. 실제 대형 서점에 한 번씩 가봐도 신간 코너에 미술 관련 책이 빠질 때가 거의 없었다. 특히 코로나 이후엔 대형 서점 방문이 많지 않았지만 갈 때마다 미술 관련 책을 발견했을 정도로 늘 신간코너에는 새로운 '그림 책'이 있었다. 그림은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주고 예술적 영감이나 창의성을 키울 때 큰 도움을 준다.

팬데믹 상황에서 불안한 독자들이 마음 안정을 위해 많이 찾았을 것 같다. 대형 서점 측도 독자들이 인쇄된 출판물로 그림을 직접 보면서 저자의 설명을 읽어나가면 아마 실제 전시회를 찾는 느낌으로 집에서 즐길 수 있기 때문에 많이 팔리는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한다. 화가들은 작품을 그릴 때 열정이나 영감, 영혼까지 모두 그림 그리기에 바친다. 다른 예술가들도 마찬가지이고. 그런 느낌을 받을 때 예술을 대하는 사람들의 마음에 얼마나 삶에 대한 의지가 솟아오르겠는가. 예술을 좋아하고 즐기는 사람들은 모두 그런 느낌 때문에 다른 일 제쳐두고 예술 감상을 위해 시간과 돈과 에너지를 아끼지 않는 것이다.

 


 

독자도 예술을 좋아하고 많이 즐기지만 정식으로 배운 것이 없기 때문에 늘 '수박 겉핥기식'이란 불만이 있다. 전시회의 경우 미리 공부해 가기도 하고, 전시회장에서 설명을 해주는 해설사들의 말을 귀 기울여 듣는 편이다. 그래도 어렵기는 하다. 그러나 한 번, 두 번 거듭되면서 책에 등장하는 그림은 이제 거의 외울 정도는 됐다. 정확하게 맞힐 자신은 없지만 저 그림은 누구의 무엇(제목) 정도는 금세 머리에 떠오른다. 반복 학습의 결과다. 그러나 아직도 머릿속에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지 않은 채 뒤죽박죽인 점은 인정한다. 체계적으로 배운 것이 아니라 그때 그때 보고 습득한 지식이라 더욱 그럴 것이다. 지식만으로 그림 감상이 잘 될 리 없다. 한때 미리 많은 것을 알아야만 그림을 즐길 수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의심을 품을 때가 있었다. 여러 작품 앞에서 알 수 없이 위축되어 온 독자들 축에 나 자신도 낀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그랬다.

눈길을 먼저 사로잡는 그림들을 보면서 간단한 해설로 부담 없이 그림에 담긴 이야기와 작가의 삶을 알게 된 후로 그림 대하기가 조금 수월해졌다. 그림이 담아내려고 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봐라. 그리고 감상이 끝나면 나라면 어떻게 표현했을까도 고민해보면 좋을 듯하다. 화가는 아니지만 감상하는 사람으로서 그 정도의 혼자만의 재미는 누릴 수 있는 일 아닉겠는가.

 


 

다시 [잠자는 큐피드]를 살펴볼까요? 누워 있는 자세가 전체적으로 어딘가 부자연스럽지요. 팔꿈치에 변형이 온 듯하고 얼굴도 아이의 모습치고는 병적으로 부어 있습니다. 이는 아마도 어떤 질병에 의한 부종으로 보입니다. 왼쪽 귀에는 청색증이 보입니다. 이런 근거로 볼 때 큐피드의 모델이 된 아이는 선천성 유전 질환을 앓으며 힘들게 살아가지 않았을까 짐작됩니다. 어쩌면 병으로 힘들어하는 아이를 화가가 그림 속에서 새로운 캐릭터로 탄생시킨 것은 아닐까요? 날개를 달고 화살을 쏘는 변덕스러운 사랑의 신 큐피드로 말이지요. 카라바조의 예술 세계에 또 한 번 감탄하게 되는 작품입니다.

- 「Day 19_시선을 사로잡는 빛과 그림자: 카라바조(1571-1610)」 중에서

 

클림트는 화가가 된 후 늘 죽음을 두려워했다고 합니다. 1892년 클림트가 가장 사랑했던 예술적 동반자이자 지지자였던 두 살 아래의 동생 에른스트 클림트가 뇌졸중으로 사망했기 때문입니다. 연이어 아버지 또한 뇌출혈로 사망했는데, 이는 그에게 큰 상처로 남습니다. 그 후로 항상 죽음의 공포를 안고 살았고 상당수의 작품 속에서 죽음과 관련된 이미지가 공존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클림트 역시 아버지와 동생의 생명을 앗아갔던 유전 질환인 뇌졸중을 피해갈 수는 없었습니다.

- 「Day 48_이토록 찬란하고 관능적인 황금빛: 구스타프 클림트(1862-1918)」 중에서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와 같이 이미 수많은 미술서에서 다뤄온 유명 명화뿐 아니라, 1913년도에 우리나라를 방문했던 독일 화가 에밀 놀데의 장승 그림을 볼 수 있는 〈선교사〉처럼 참신한 작가의 새로운 작품까지 다수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더불어 베르트 모리조, 마리 로랑생, 테레즈 슈바르체, 헬레네 셰르프백 등 여러 여성 작가들을 포함함으로써, 화가가 될 기회가 남성 위주로 주어졌던 안타까운 시대에도 눈부시게 본인만의 영역을 개척하며 작품 활동을 이어간 소수 예술가들의 삶과 작품도 조명하고 있다. 서유럽, 남유럽, 북유럽, 동유럽 각국의 여러 작가들과 더불어 데이비드 호퍼와 조지아 오키프, 로이 리히텐슈타인, 앤디 워홀 등 현대적인 감각의 미국 작가 작품까지 다채롭게 즐길 수 있다.

 

저자 : 박광혁

 

진료실과 미술관을 오가며 의학과 미술의 경이로운 만남을 글과 강의로 풀어내는 내과 전문의다. 그는 청진기를 대고 환자 몸이 내는 소리뿐 아니라 캔버스 속 인물의 생로병사에 귀 기울인다. 미술과 만난 의학은 생명을 다루는 본령에 걸맞게 차가운 이성과 뜨거운 감성이 교류하는 학문이 된다. 의학자의 시선에서 그림은 새롭게 해석되고, 그림을 통해 의학의 높은 문턱은 허물어진다. 저자는 지난 20여 년 동안 프랑스, 영국,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네덜란드, 러시아, 스위스, 오스트리아, 미국, 일본 등 전 세계 미술관을 순례하며 그림에 담긴 의학과 인문학적 코드를 찾아 관찰하고 기록하고 책으로 남겼다. 한양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한림대학교 성심병원 소화기내과 전임의를 거쳐, 내과 전문의 및 소화기내과 분과 전문의로 환자와 만나고 있다. 네이버 지식인 소화기내과 자문 의사로 활동했고, 현재 대한위대장내시경학회 간행이사를 맡고 있다. 지은 책으로 『미술관에 간 의학자』, 『히포크라테스 미술관』, 『뜻밖의 화가들이 주는 위안』(공저), 『과학자의 미술관』(공저)와 『퍼펙트 내과』(1-7권), 『소화기 내시경 검사 테크닉』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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