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맛 모모푸쿠 - 뉴욕을 사로잡은 스타 셰프 데이비드 장이 들려주는 성공하는 문화와 놀랍도록 솔직한 행운의 뒷이야기
데이비드 장 지음, 이용재 옮김 / 푸른숲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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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서전이라 하면 흔히 한 사람이 자신의 일생을 되돌아보는 것을 말한다. 보통은 미화시키거나 과장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성공한 사람들의 자서전은 대부분 그렇다. 그래도 과장이나 미화 정도면 괜찮다. 자신의 일생을 자신의 손으로 직접 쓰니 약간의 과장은 이해 가능한 수준일 경우 누구든 시비 걸지 않는다. 또 다른 사람에게 해가 되지 않는 왜곡도 굳이 밝히려 하지 않는다. 정치인이라면 자칫 과장이나 왜곡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갈 수 있어 그런 일을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독자들이 이미 겪고 알고 있는 사실이다. 때문에 독자도 거짓을 쓰라는 말이 아니라 드러낼 필요가 없다면 안 써도 된다는 의미에서 한 말이다. 일반 사람들이 자신의 일생을 되돌아볼 때 한해 그렇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 책은 좀 다르다. 자서전이라기보다 참회록에 가깝게 읽힌다. 자신의 어두운 과거를 숨김 없이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성공한 사람이 쓴 자서전보다는 열심히 했으나 실패한 사람들이 후세를 위해 타산지석으로 삼으라는 교훈적인 의미에서 쓴 것처럼 자신의 과거 잘못된 행동들을 거침없이 드러낸다.


위 사진은 저작권법 위배 없이 사용 가능한 사진을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네이버에서 가져왔습니다. 사진은 토론토 모모푸쿠.


이 책 『인생의 맛 모모푸쿠』의 저자 데이비드 장은 지난 2010년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예술가 부문 수상자로 뽑혔다. 이 분야 25명 중 19번째라고 한다. 그는 2004년 뉴욕에 일본식 라멘을 재해석한 ‘모모푸쿠 누들 바’를 여는 것을 시작으로 ‘쌈 바’, ‘코’ 등을 잇달아 성공시키며 평단과 미식가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한다.

책에 따르면 그는 한인 2세대 교포로 미국에서 수십 년간 이방인처럼 살아왔다. 그런 그를 지탱해온 것은 우울증, 마약, 술과 같은 중독된 삶이었다. 어떻게든 버텨내기 위해 요식업계에 뛰어들었지만, 녹록지 않은 이 세계에서 그는 자주 좌절했고 방황하면서 아주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이 책은 성공한 셰프, 사업가, 방송인이라는 찬란한 겉모습 뒤에 감춰진 데이비드 장의 솔직한 자기 고백으로 자서전 성격의 책이다. 저자 역시 자서전임을 굳이 반대하지 않는다고 한다.




저자인 데이비드 장은 지난 2004년 뉴욕 이스트 빌리지 1번가 163번지에 색다른 스타일의 레스토랑을 차렸다. ‘모모푸쿠 누들 바’라는 이름을 가진 신이 식당의 주인인 데이비드 장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한국계 미국인이다. 그는 뉴욕 요리학교 프렌치 컬리너리 인스티튜트(The French Culinary Institute)를 졸업하고, 유명 레스토랑인 크래프트와 카페 불뤼에서 경력을 쌓은 후 이곳에 개업했다. 그때 그는 ‘족보도 실력도 없고, 존중할 줄도 모르는 애송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경험이 미천한 초보 셰프였다.

그리고 10년 후 그는 미쉐린 별 두 개를 받은 ‘모모푸쿠 코’를 비롯해 20여 개의 유명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모모푸쿠 레스토랑 그룹을 이끄는 기업주이자 성공한 셰프가 됐다. 저자는 이후 넷플릭스 [어글리 딜리셔스], [데이비드 장의 맛있는 하루] 등에도 출연하며 미국에서 손꼽히는 셰프이자 사업가가 된 것이다. 그 10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는 한인 2세대 교포로 사업을 하는 가부장적인 아버지와 가정적인 어머니 밑에서 전형적인 한국인으로 자라났다. 어려서는 골프 신동으로 잠깐 성공의 맛을 보기도 했지만, 슬럼프를 겪으며 프로 무대는 밟아보지도 못한 채 금세 그만두게 되었다. 결국 그는 20대 초반 이런저런 일을 전전하다 주방에서 칼을 잡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그는 이미 조울증을 앓고 있을 정도로 힘든 상태였으나 오히려 미친 듯이 요리에 매달리며 ‘죽지 않기 위해’ 모모푸쿠 누들 바의 문을 열었다고 한다. 다행히 사업은 승승장구하는 듯했지만, 사실 그의 속을 들여다보면 온갖 감정이 복잡하게 얽힌 소용돌이와 다르지 않았다. 저자에 책을 통해 밝혔듯 주방에서는 늘 감정을 조절하는 데 실패했고, 밖에서는 경제적으로 궁지에 몰릴까 불안에 떨어야 했다. 게다가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데도 미숙해서 정신과 약과 상담으로 연명하지 않으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조차 없었다.

그럼에도 그는 늘 막다른 골목에서 답을 찾아냈다. 만족시키기 어려운 고객과 꼬장꼬장한 음식 평론가와 답답한 행정 부서와 늘 옥죄는 은행과 온갖 문제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며 사업을 확장해나갔다. 그리고 마침내 평단과 미식가들 모두에게 찬사를 받으며 요식업계의 아카데미상이라고 불리는 제임스 비어드상을 거머쥐었다. 그래서 그는 이 책을 시작하며 이렇게 말한다. “여기까지 올 거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독자들은 이 책을 읽으며 그의 삶을 통해 성공에 대한 열망과 달콤한 복숭아 같은 희망을 발견하게 될 것으로 독자는 기대한다.

 


 

이 책은 데이비드 장의 어린 시절과 모모푸쿠의 성장을 담은 1부, 사업이 무르익으면서 겪은 부침과 요식업계 전반에 대한 그의 견해를 담은 2부로 구성되어 있다. 2부에서 저자는 그간 거의 아무도 말하지 않았던 요식업계의 성 불평등 문제, 주방의 폭력적인 문화 등을 이야기하며 자신도 그에 일조했음을 반성한다. 솔직하고 용기 있는 결정이다. 2017년 할리우드에서 성추행 문제가 터지면서 미투 운동이 시작되었을 때, 요식업계 역시 이 문제를 비껴가지 못했다고 한다. 존 베시 레스토랑 그룹을 운영하는 미국의 유명 셰프 존 베시가 수십 명의 부하 직원을 성추행하고 다른 남자 셰프의 성추행도 방임한 일이 드러난 것이다. 데이비드 장은 이 문제를 언급하며 레스토랑 업계에 만연한 성차별과 폭력적인 분위기를 언급했다. 남성 요리사이자 권력을 쥔 사람으로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 애써야 할지 끊임없이 고민해 왔다고 밝힌다.

그 연장선으로 그는 모모푸쿠 그룹에서 인턴으로 일을 시작한 여성을 CEO 자리에 앉히고, 그룹 내에 문제가 발생할 때를 대비해 시스템을 개선해나갔다. 아울러 전통적인 주방의 군대 문화가 조직 운영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해 회사 내에서 자유롭게 의사소통할 수 있는 창구도 마련했다. 그는 여전히 “요식업계 종사자들이 주방을 떠나지 않고도 성장의 기회를 잡기를 희망한다.” 자신을 살렸지만, 다른 많은 이에게 상처를 입히고 배신한 이 업계가 변화하길 바란다. 물론 이 일은 그의 바람대로 모두가 함께 “그렇게 만들려고 애써야만 가능”하다고 기꺼이 밝히고 있다.

 


 

이 책의 마지막에 ‘좋은 셰프가 되기 위한 서른세 가지 규칙’을 실었다. 이것으로 주방에서의 삶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절대 녹록지 않은 현실을 알려주는 동시에 기꺼이 함께하자는 마음으로 손을 내민 것이다. 이제 데이비드 장을 단순히 셰프라고 부르는 사람은 없다. 그는 이제 공적으로는 사업을 운영하고, 책을 쓰고, 방송에 출연하며, 개인적으로는 한 가족의 가장으로서 온갖 일을 저글링하고 있다. 그의 이야기는 여러 문화와 사건이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보듯 복잡하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다 보면 결국 그의 메시지는 삶에 대한 집념과 요리에 대한 애정이라는 중심으로 모임을 발견하게 된다. 치열한 자기만의 철학으로 온갖 난관 속에서도 끝끝내 희망을 놓지 않는 그의 삶을 통해 우리는 다시 한번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되새겨볼 수 있다.

 

저자 : 데이비드 장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스타 셰프. 한인 2세대 교포로 대학 졸업 후 여러 나라와 직업을 전전했다. 자신이 책상에 앉아 일하는 타입이 아니라는 걸 깨닫고 뉴욕 명문 요리학교 프렌치 컬리너리 인스티튜트(The French Culinary Institute)에 들어갔다. 이후 그저 그런 요리사였지만 2004년 ‘언더그라운드 음식이 오버그라운드로 올라올 수 있다’는 자신만의 신념을 행동으로 옮겨 맨해튼의 좁고 구석진 공간에 모모푸쿠라는 이름의 작은 누들 바를 차렸다. 주변에서 다들 뜯어말린 이 ‘멍청한 선택’ 덕분에 2010년과 2012년 《타임》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에 이름을 올리며 요식업계 트렌드를 이끄는 전 세계적인 셰프가 됐다.

그는 ‘누들 바’를 연 이래 평단과 마사 스튜어트 등의 미식가들에게 찬사를 받으며 나날이 성장했다. ‘쌈 바’, ‘코’, ‘푸쿠’, ‘메이저도모’, ‘밀크 바’ 등 거의 매년 새로운 레스토랑을 개업했고, 현재 뉴욕, LA, 라스베이거스, 워싱턴 DC, 시드니, 토론토 등의 도시에 20개가 넘는 레스토랑·카페·바 등을 거느린 ‘모모푸쿠 레스토랑 그룹’을 운영 중이다. 요식업계의 아카데미상이라 불리는 제임스 비어드상을 최고 영예인 ‘최우수 요리사’를 포함해 네 차례나 수상했고, 2008년 ‘코’로 미쉐린 가이드 별 두 개를 받은 이래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넷플릭스 <셰프의 정신> <어글리 딜리셔스> <데이비드 장의 맛있는 하루> 등을 제작하고 출연하는 등 각종 방송 활동, 잡지 발간, 칼럼, 팟캐스트 진행 등 다양한 매체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 지은 책으로 『뉴욕의 맛 모모푸쿠』가 있다. 솔직함과 치열함, 유머로 가득한 『인생의 맛 모모푸쿠』는 데이비드 장의 굴곡진 연대기인 동시에 같은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고통스러운 일상에서도 맛있게 인생을 요리하는 노하우를 전수해줄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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