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쉬운 철학책
사와베 유지 지음, 김소영 옮김 / 아름다운날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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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을 좀 더 쉽게 배울 수 없을까? 독자는 학교에서 철학을 따로 배운 적이 없다. 대학 1학년 때 교양과목으로 선택과목에서 철학개론을 한 한기 들었을 뿐이다. 전공도 아니더라도 살아가는 데 알아두어야 할 학문이라는 선배들의 조언 때문이었다. 그러나 철학개론 한 학기를 수강한 것으로는 철학의 근처도 못 간 것을 나중에 알게 됐다. 철학 관련 책을 읽으면서다. 기초도 안 된 상태에서 책을 읽고 철학을 배운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깊이 생각하는 것'만 알아도 절반은 배웠다고 하는 말의 뜻도 어설프게나마 책을 통해 깨달았다. 모든 근원적인 의문의 답을 찾아가는 학문이라는 철학이 궁극적으로 목적하는 것은 삶의 의미나 존재의 이유 같은 것이었다는 점도 깨달았다.

그러나 각종 철학 책을 이것 저것 닥치는 대로 읽어서인지 머릿속은 읽을수록 오히려 더 복잡해져 갔다. 어쩌면 철학을 하는 진짜 목적에는 다가가지도 못한 채 '철학이 무엇인가'를 아는 데 매몰된 느낌이었다. 철학이 지향하는 바를 맛도 못 본 채 철학이란 무엇인가만 알려다 말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때 철학을 쉽게 배울 수 있다는 이 책 『세상에서 가장 쉬운 철학책』의 만남은 우연이지만 결과적으로 철학을 통해 우리가 알아야 하는 것을 향해 가는 길에 양탄자를 깔아주었다.

 


 

이 두껍지 않은 책 한 권이 얽히고설킨 독자의 철학 지식을 일목요연하게 머릿속에 장착할 수 있게 해준 셈이다. 저자 사와베 유지는 우리가 한 번쯤 고민해보고 답을 알기를 원했던 존재와 의미에 대한 소박한 질문에 대해 진실을 탐구하는 마음에서 철학은 시작된다고 말한다.

저자에 따르면 철학은 지혜와 진실을 파헤치는 학문이다. '나의 존재는 무엇인가?'란 질문에 대한 많은 철학자들의 오랜 고민 끝에 얻은 지혜들이 딱 떨어지는 한 가지 답으로 결론지어지지는 않는다. 수많은 생각과 다양한 명제로 진실을 찾게 되는데 철학자들은 자신만의 명제로 그런 고민들에 대한 답을 추구한다.

철학자들이 추구한 지혜와 진실은 어느 순간 뚝딱 하고 나오는 것이 아니다. 즉 전조(前兆)도 없이 불쑥 생겨난 것이 아니다. 철학이 지금에 다다르기까지는 '흐름'이 존재한다.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란 데카르트의 명제에 이르기까지 어떤 흐름이 있었는지를 알고 나면 철학에 대해 조금은 친숙하게 느껴질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철학자의 사상을 이해하려면 그 철학자의 명제 하나만을 보고 이해하는 것보다 그 철학자가 영향을 받은 이전의 철학자들의 사상과 명제를 함께 살펴보는 것이 해당 철학자의 사상과 명제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저자의 지적은, 독자에게는 철학 공부의 방법을 제시해 주었다. 철학에는 최소한 '진실'이라 생각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진실'이 보이면 사고 의식이 바뀐다. 나아가 세상을 보는 관점도 달라진다.

저자가 「머리말」을 통해 미리 언급한 철학을 대하는 태도부터 개선하게 해준다. 철학의 역사는 길고 그 내용이 방대하다. 독자는 초심자로서 철학의 태동부터 내용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것이 아니라 이름 난 철학자들을 중심으로 철학 공부를 이것 저것 체계 없이 했던 점을 되돌아보게 한다. 아무 체계 없이 유명한 철학자들의 사상만을 본 것이다. 때문에 흐름을 가진 철학자들의 사상 사이에 놓여 있는 상호 연관 관계라든가 인과관계를 알 수 없이 무조건 이해하려는 우를 범한 셈이다. 뒤죽박죽 섞인 것이다. 이 책은 이에 따라 어려운 철학의 역사를 연대기적으로 따라가며 한 철학자의 명제에 이르기까지 어떤 흐름이 있었는지를 파악하고, 철학자들 사이의 관계나 역사적 배경까지 함께 고려하며 철학의 흐름을 알아가도록 해준다.

 


 

이 책은 모두 4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태동기의 철학을 만들 초기 그리스 시대의 철학자, 근대 사상을 만든 철학자, 근대 철학이 발전하며 그것을 뒤집은 철학자, 마지막으로 현대의 철학자로 나뉜다. 책에 따르면 최초의 철학은 "이 세계는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이것이 모든 철학의 시발점인 셈이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모든 게 신화로 설명되고 있었다. 그런데 신화에 의존하지 말고 세상을 설명해보자는 생각에서 그렇다면 세계는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가라는 질문을 하게 된 것이다.

이런 철학은 당시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인 아테네를 중심으로 발전했는데 아테네의 광장인 아고라에서 지식인들이 모여 이 문제에 대해 토론을 벌이며 진리를 탐구한다. 이때 가장 처음으로 나오는 결론은 사물을 보는 사고나 견해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는 상대주의였다. 즉, 사람에 따라 진리라는 것도 달라지기 때문에 하나로 수렴될 수 없다는 결론인 것이다. 진리는 하나가 아니므로 보편적 진리를 찾으려는 철학적 노력은 무의미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철학은 처음으로 막다른 길에 몰렸고 그때 등장한 소크라테스는 '무지의 지'를 주장했다. 우리 누구나 아는 '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은 너 스스로 얼마나 무식한지 알라는 뜻이다. 이는 단순히 모른다는 것을 인정하라는 게 아니고 모르기 때문에 대상을 탐구하여 진리를 찾아내는 노력을 하라는 의미이다.

 


 

이처럼 철학자가 말한 사상이나 이론만을 보는 것보다 철학의 태동부터 이전까지의 흐름을 통해 소크라테스가 등장하게 된 배경이나 소크라테스의 명제가 어떤 흐름 속에서 만들어졌고, 정확히 어떤 뉘앙스를 갖고 있는지를 알아보는 것이 좀 더 정확하게 소크라테스의 철학적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물론 철학의 흐름을 알기 위해 고대 그리스 때부터 시작하여 모든 철학자나 사상을 전부 이해하고 공부하는 것은 힘들겠지만 이 책에서는 철학의 줄기를 설명할 수 있는 32명의 주요 철학자를 뽑아서초기, 근대, 현대의 철학의 움직임을 큰 흐름으로 이해시키고 있다. 줄기에서 개인적으로 더 관심이 가는 철학자나 명제가 나오면 그쪽에 대한 공부를 더하면 조금 더 깊이 있는 철학 공부가 될 것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요즘 가장 조명 받는 니체의 경우 근대 철학을 전복하고 기독교 이후의 서양 사상을 통렬히 비판한 철학자다. 즉, 니체에 대해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이전의 근대 철학에 대해 알고 있어야만 한다. 그것에 대한 인식이 없이 니체의 명제만을 아무리 읽어본들 니체의 명제를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니체의 철학은 어렵다는 말을 하게 된다고 저자는 보고 있다. 니체의 명제가 나오기 전, 근대 철학에서 먼저 결론은 낸 사람은 헤겔이다. 헤겔의 명제는 마르크스에 의해 발전되었고, 19~20세기 서양 사상의 주류가 되었다. 이런 흐름에 속해 있는 사상을 헤겔주의라고 하는데 근대 철학을 대표하는 사상이다.

니체는 망치를 들고 이것을 깨부수는 반(反)헤겔주의 사상가의 한 사람이다. 반헤겔주의라고 해서 뭉뚱그려서 어느 하나의 사상을 뜻하는 것도 아니다. 니체는 근대 철학뿐만 아니라 기독교 이후의 서양 사상을 전부 다시 해석했고, 통렬히 비판한 철학자다. 니체의 사상에서 핵심이 되는 말이 '약자'와 '강자'이다. 니체가 내린 정의에 따르면 강자는 자신의 행위를 반드시 좋게 생각하며 자신의 욕망대로 적극적으로 살며 즐길 수 있다. 이와 반대로 약자는 자신의 행위를 좋게 생각하지 못하고 강자에 대한 '르상티망(원한)'을 가지고 있다.

 


 

니체는 이 원리를 기독교 사상에 대입했다. 기독교는 로마인에게 지배당한 유대인들에게서 태어났다. 로마인에 대한 르상티망을 안고 있던 유대인이 강자인 로마인은 나쁘고 약자인 유대인은 착하다는 가정을 하여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을 애써 지우려고 하면서 발상했다고 추측된다. 다시 말해 신(神)이란 르상티망을 안고 있던 사람들이 만들었다는 뜻이다. 또 '신은 죽었다'는 니체의 유명한 말이 있는데 이는 기독교적인 도덕을 비판한 말이 아니다. 신이 인간을 만든 것이 아니라 인간이 신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밝히면서 그것을 단적으로 나타낸 말이다.

이제 기독교가 주는 교양은 약자를 위한 것이 되었다. 예컨대 가난한 자야말로 행복하다는 말처럼 기독교는 약자, 빈곤한 자, 고뇌가 클수록 신에게 가까워지고 행복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곰곰이 되짚어보면 이는 굴절된 생각이다. 넉넉해야 좋은 것은 당연하고 누구든 그렇게 되고 싶어할 것이다. 결국 기독교는 약자의 발상을 고정시켰다. 이 세상에서는 눈앞의 질서를 받아들여 현실적인 가능성을 빼앗고 저 세상(신의 심판 후)에서는 구원을 받을 수 있고 행복한 삶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이렇게 철학의 흐름 속에서 하나의 명제를 살펴봤을 때 비로소 그 철학자와 명제가 가지는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수가 있다. 그런 측면에서 이 책은 철학의 줄기를 잡아가며 철학의 발전과 명제의 전환에 대한 틀을 잡을 수 있게 해준다. 철학이 어려웠던 이유를 깨닫게 해주는 데 결정적 도움을 주었다. 어렵게만 느껴지던 철학자의 사상과 명제를 파악하고 배우는 데 한줄기 빛을 본 느낌이다. 독자처럼 철학 하면 안갯속처럼 머릿속이 뿌연 분들에게 추천할 만한 책이다.

 

저자 : 사와베 유지

 

프리 라이터. 요코하마국립대학 교육학부 종합 예술학과 졸업. 재학 중에 예술과 영화에 대한 철학·사상적인 접근을 배웠다. 편집 프로덕션 근무를 거쳐 프랑스로 건너갔다. 파리에서 사색에 잠기는 한편, 예술, 여행, 역사, 어학을 중심으로 서적, 잡지 집필·편집에 몸을 담았다. 현재는 도쿄에서 살고 있다. 파리의 까르띠에 산책 매거진 을 주재했다.

일본에서 출간된 저서로는 《사이고 다카모리에게 배우는 최강의 조직을 만드는 100가지 법칙》, 《도해 가장 쉬운 3대 종교책》, 《도해 가장 쉬운 고사기(古事記) 책》, 《도해 가장 쉬운 지정학 책》, 《사연 있는 명화》, 《사연 있는 책》, 《음악가 100의 말》, 《처음 시작하는 프랑스어》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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