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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나로 살아야 한다 - 자기실현을 위한 중년의 심리학
한성열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8월
평점 :
심리학을 안 배웠어도 '긍정 심리학'이란 용어를 여러 번 들었다. 심리학계나 정신의학계에선 자주 사용하는 단어인 듯한데 독자의 과문(寡聞) 탓에 정확한 뜻은 모르고 단어의 뜻 자체대로 '긍정적으로 마음과 감정을 움직여라'는 정도로만 알고 있다. 이 책에서 인용되는 칼 융의 정신분석학, 분석심리학에서 긍정 심리학이란 용어가 사용된 것을 본 적은 없다. 아마 번역의 차이, 혹은 칼 융의 심리학의 뜻 일부를 우리 학계가 옮겨오면서 이름 붙인 것인지도 모르겠다. 현대 심리학의 폭넓고 깊이 있는 발전으로 많은 심리학 용어도 새로 생겼을 터이니 그 중 하나라고 생각해도 틀리지는 않을 것 같다. 좀 더 많은 심리학 책을 읽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이 책 『이제는 나로 살아야 한다』는 카를 융의 심리학과 ‘전생애 발달심리학’을 바탕으로 중년 이후의 삶에서 ‘진정한 나’로 살 수 있도록 안내하는 책이라고 저자는 밝히고 있다. 저자 한성열 고려대 교수는 국내 긍정심리학계의 최고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다. 저자는 카를 융의 회고록 첫 문장 "나의 생애는 무의식의 자기실현에 대한 이야기이다."를 집어내 카를 융은 모든 사람이 중년이 넘어서야 비로소 사는 것이 무엇인지 그 깊은 맛을 알 수 있고, 비로소 자기실현을 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는 것. 그만큼 중년기가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저자는 중년의 시기에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 삶의 목표를 다시 설정하고 싶은 사람, 갱년기를 겪으며 육체적ㆍ정신적 변화를 겪고 있는 사람, 외도를 하는 배우자를 둔 사람, 이혼, 재혼한 사람 등 다양한 종류의 위기를 마주한 사람들을 오랫동안 상담하며 배운 내용 중에서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주제를 정리해 책으로 펴냈다. 저자가 전하는 핵심 메시지는 ‘이제껏 맡겨진 책무를 다하느라 소홀했던 자기실현의 과업들을, 삶을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자원이 풍부한 이 시기에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다른 사람들의 인정 때문에 뒷전으로 미뤄두었던 나의 삶을 살아가는 마음가짐에 대해서도 다양한 상담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이 책이 진정한 나의 모습을 어떻게 찾아야 할 것인지, 삶의 목적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새로운 지침서가 되어 줄 것으로 독자는 기대한다.
얼마 전 한 책에서 '100세 시대'라면 중년이란 인생 후반전의 시작일 뿐이라며 전반전이 실패라고 생각된다면 후반전인 중년부터 완전히 바뀐 삶을 살아가도록 작전 변경이 필요하다고 비유한 것을 읽었다. 매우 설득력이 높아 특별히 기억해 두었고, 이 책과 연계해보면 '긍정 심리학'의 방법과 유사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변화 준비의 시간이 많을수록, 바뀌는 정도가 클수록 삶의 만족도나 행복감이 높아질 것이라는 그의 주장과 이 책 저자의 주장은 일치한 바가 많다.
저자는 중년에 대해 저돌적으로 앞만 바라보는 청년의 시점과 과거를 반추하는 노년의 시점을 동시에 가질 수 있는 이 시기는 ‘삶의 절정’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삶의 만족도가 가장 낮아지는 시기 또한 중년기이라고 한다. 인생의 다른 시기에 비해 소득과 지위가 상대적으로 높은 시기이지만, 높아진 지위에 따른 책임감과 스트레스, 10대 자녀와의 갈등 등으로 행복도가 낮아진다는 것이다. 이 시기를 잘 넘기기 위해서는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위로와 응원을 받는 것만큼이나 나 자신에 대해 알아가고, 나를 사랑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자기실현’을 하기 가장 좋은 이 시기에 나에게 충실해지기로 결심한다면, 인생의 중간 지점에서 나만의 항로를 분명하게 정할 수 있을 것이란 점도 언급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자기실현을 위해 지금까지 설정해두었던 자신의 한계를 깨는 방향에 대해 다각도로 조언한다. 한계를 깨려면 무엇보다도 “나를 아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나를 아끼고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밑바탕에 깔려 있어야 비로소 나의 삶을 시작할 용기와 해묵은 ‘마음의 판’을 바꿀 수 있는 용기를 가질 수 있을 거라고 말한다. 우리 모두는 나름대로 세상을 이해하는 ‘준거틀’을 가지는데 이를 기준으로 우리는 자신이나 타인의 행동의 옳고 그름을 판단한다. 이 준거틀이 유연하고 항상 새롭게 업데이트 된다면 자신과 타인에 대해 합리적인 평가를 할 수 있고, 변화하는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끊임없이 과거를 반추하고 감정의 응어리를 붙들고 있다면 미래는 과거와 현재의 연장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는 따끔한 충고를 덧붙인다.
준거틀이 한때는 세상과 효율적으로 관계를 맺게 해주는 역할을 했지만, 지나치게 오래 고정되어 있다면 새로운 환경에 효율적으로 적응하는 데 방해가 된다. 과거 감정의 응어리들과 생각의 틀이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안경도 수시로 닦아야만 대상을 또렷하게 볼 수 있는 것처럼, 변화하는 세상에서는 삶의 모든 영역에서 수시로 준거틀을 점검하고 판에 남아 있는 부스러기들을 말끔히 닦아야 한다. 그리고 필요하면 때때로 판을 바꿀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p.107)
저자에 따르면 자신의 한계를 깨는 또 다른 방법으로 “내 안의 힘을 믿고, 인생의 목적을 다시 설정하는 것”에 대해 말한다. 젊었을 때는 실패해도 쉽게 일어나던 사람들이 중년에 한 번 넘어지고 나서는 다시 일어설 힘을 잃는 경우를 보게 된다. 그들은 한결같이 “이제 더 이상 일어설 힘이 없다”고 자조적으로 이야기한다.
그 이유에 대해 여러 가지를 열거하는데, 하나같이 외부적인 요인이다.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앞으로 나아가는 힘이 있어야 한다. 목표를 향해 배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동력이 있어야 한다. 동력이 강할수록 앞으로 나가는 속도는 빠르고 목표에 다다르는 시간도 줄어든다. 그 동력의 주체는 바로 자존감과 자신감이다. ‘어떤 일도 성취할 수 있다’는 믿음, 즉 마음의 회복력이 높은 사람은 인생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간파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자원은 신분에 의해 주어진 외적인 것, 다른 사람들의 인정을 통해서만 성취되는 자신감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에서 길어 올린 자존감을 원천으로 살아간다.
이 책은 이와 함께 타인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내면의 자존감을 회복하는 방법에 대해, 감정을 솔직하게 들여다보는 새로운 창을 제공한다. 타인과 심정대화를 하는 법, 심리학자 존 가트먼이 제시한 인간관계를 망치는 파멸의 네 기수(비난, 경멸, 방어, 의사방해)를 피하는 법, ‘권위적인’ 소통이 아닌 ‘권위 있는’ 소통을 하는 법 등 여러 심리학적 소통의 관점을 제시하며, 자기실현을 위한 타인과의 현명한 관계를 돕는 다양한 도구를 일러준다. 육체적ㆍ정신적으로 다양한 변화를 경험하는 중년기는 한마디로 말하면, 현재 자신의 삶을 평가하는 시기이다. “지금 나는 젊었을 때 꿈꿨던 대로 살고 있는가?” “지금 이 모습 그대로 계속 살아갈 것인가?” 아니면 “더 늦기 전에 새로운 변화를 주어야 할 것인가?” 등의 중요한 질문에 답을 찾아야 하는 시기이다.
중년기에 평가를 하는 이유는, 평가가 효과적이려면 아직 변화할 기회가 있을 때 해야 하기 때문이다. 변화할 가능성이 없을 때 평가가 이루어지면 비관의 형태가 되기 십상이다. 따라서 정확한 평가와 그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변화에 대한 준비를 할 수 있는 중년기는 우리의 삶에서 매우 귀중한 시기이다. 이제는 삶에서 부모의 역할이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자신의 모든 잠재력이 잘 실현되도록 사는 것이 더 중요한 과제가 된다. 따라서 중년에는 지금까지 하고 싶었지만 못했던 일들을 하고 싶은 열망이 강해지는 것이다. 이제껏 맡겨진 책무와 다른 사람들의 인정 때문에 뒷전으로 미뤄두었던 나의 삶을 잘 살아가기 위한 방법을 찾는다면, 이 책이 훌륭한 참고점이 되어줄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저자 : 한성열
고려대학교 심리학부 명예교수. 미국 미드웨스턴 침례신학 대학원과 데이브레이크대학교의 특훈교수이며, 국내 긍정심리학계의 최고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다. 고려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시카고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심리학이 불안이나 우울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없애는 데 매몰되었음을 지적하고, 오히려 성숙한 사람들의 긍정적인 삶의 태도를 연구함으로써 ‘진정한 행복’을 알 수 있다고 역설한다. 그는 많은 사람들과 만나 심리학 지식을 나눠야 한다는 신념으로 수많은 기업체, 대학, 교회, 소극장, 대중매체 등에서 ‘마음 건강’에 대한 중요성을 확산시키고 있다.
한국자살예방협회 이사, 한국치유상담협회 부회장, 한국 사회 및 성격심리학회 회장, 한국 문화 및 사회문제심리학회 회장 등을 역임하였으며 현재는 상담목회아카데미 예상 원장, 만남과풀림 상담교육원장, 서울생명의전화 이사 등으로 ‘마음 건강’의 현장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심리학자의 마음을 빌려드립니다》 《문화심리학(공저)》 《신천지부터 통일교까지(공저)》 《신명의 심리학(공저)》, 역서로는 《성공적 삶의 심리학》 《카운슬링의 이론과 실제》 《노년기의 의미와 즐거움》 《남자 나이 마흔이 된다는 것》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