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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드는 게 두렵지 않습니다 - 적게 벌어도 잘사는 노후 준비의 모든 것
요코테 쇼타 지음, 윤경희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1년 8월
평점 :
독자는 얼마 전 아버지를 잃었다. 평소 지병이 있던 터라 장수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기에 가족들의 간병이나 병원에서의 길지 않은 시간은 크게 불편해 하시지는 않았다. 그러나 가족 특히 어머니 입장에서는 굉장히 힘드신 것을 표정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어머니가 간병에 직접 나선 것은 간병인의 손에 아버지의 24시간을 오롯이 맡길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특히 대소변을 제대로 가리지 못할 때의 처치는 어머니로서는 간병인에게 맡길 수 없다는 주장이셔서 간병을 자처하신 것. 거기에는 간병인의 간병비도 한몫 했다. 한 달 250만~300만 원으로 생각보다 비쌌고 막상 닥치니 생활비보다 많이 들어간 데 어머니로서는 마음이 불편하신 것 같았다.
자식된 도리로 마땅히 독자가 부담해야 하나 독자의 수입으로는 모두 부담하기가 어려웠다. 결국 이런 저런 이유로 어머니가 전담하시게 됐다. 그러나 어머니도 연로한 몸에 처음 해보시는 간병이 쉬울 리 없다. 거기에 한정된 공간에서 간병과 어머니의 식사, 수면이 모두 처리돼야 하기 때문에 힘겨운 모습이 눈에 자주 띄었다. 만류하는 독자에게 "해볼 만하다"로 일축하시고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까지 홀로 그 일을 해내셨다. 간병비 아낀 것만 해도 수천만 원에 아버지로서는 더 없이 편안해 하셨기 때문에 어머니의 간병은 돈을 떠나서라도 정말 아버지에게 필요한 일이었다는 생각이다.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누구나 나이 들고 노인이 되고, 노후에 닥칠 문제를 언젠가는 겪어야 한다. 영양 상대 양호, 의료 수준의 눈부신 발달로 '100세 시대'란 말이 나온 지도 벌써 수십 년이 됐을 정도다. 100세 시대에 알맞은 노래로 발표한 후 공전의 히트를 치며 절정의 인기를 누린 '내 나이가 어때서'도 나온 지 10년이 지났다. 노래는 지나간 유행가가 됐다. 그만큼 100세 시대는 우리 곁으로 다가온 지 오래됐다. 50세를 중년의 시작으로 본다면 100세 기준의 절반이 '노후 50년'이다. 무려 50년이나 남은 인생 후반전을 잘 살아내려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지금 사회 보장 제도나 의료 수준 등은 눈에 띄게 발전했지만 아직 100세 시대에 맞는 사회보장은 완성됐다고 볼 수 없다. 이제 시작 단계일 뿐이다. 고령화, 젊은 인구 감소, 경제적 난관, 더욱이 코로나 팬데믹으로 100세 시대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상황은 악화돼 가고 있다. 오래 사는 것을 축복하고 감사해야 할 일인데 오히려 가정에서, 사회에서 부담으로 작용한다면 100세 시대는 '사회악'이 될지도 모른다.
50세를 맞이하며 인생 후반에 들어가면서 생각해야 할 대상은 나도, 자식도 아닌, 우선 ‘부모’다. 부모의 노후생활, 특히 간병 문제가 중요해진다. 독자가 앞서 언급한 대로 한 가정의 모든 힘이 간병에 쏠리게 된다. 자식된 도리로 남편이나 아내 둘 중 한 명이 일을 그만둘 수 없는 상황이라면, 나머지 한 명은 일을 그만두고 간병에 매진할 수밖에 없다.
이런 경우, 정년이 아직 남았는데도 조기퇴직 후 부모를 간호하는 것이 과연 현명할까? 직장을 관두지 않고도 아픈 부모를 돌보는 방법은 없을까? 그뿐만이 아니다. 독자는 외아들이기 때문에 그런 일이 발생되지 않았지만 일반 가정에서는 부모가 돌아가시고 나면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문제가 바로 형제간의 다툼 즉, ‘상속 분쟁’이다. 형제자매와 별 문제 없는 사이라고 생각했겠지만, 부모가 사망하면 얘기는 완전히 달라진다는 것. 부모가 살아계실 때 했던 기여도와 수입이 각자 다르고, 오랫동안 떨어져 지낸 탓에 처한 상황과 사는 환경도 달라지는 등 이미 벌어진 격차에 따라 서로의 입장도 바뀌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를 대비해 우리 가족은 현재 어떤 상황인지, 추후 부모의 재산은 어떻게 분배하고 관리해야 할지 반드시 미리 파악해둘 필요가 있다는 것이 이 책 『나이 드는 게 두렵지 않습니다』의 저자 요코테 쇼타의 주장이다.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가 여기에 있다.
50세부터 100세까지, 각 연령마다 발생할 노후 문제와 해결책을 연표식 구성으로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이 책은 일본 중장년층으로부터 ‘초초고령화 시대에 꼭 필요한 노후 매뉴얼’이라는 극찬을, 노년층에게는 ‘자녀에게만큼은 꼭 알려주고 싶은 책’이라는 평을 받으며 일본 아마존 ‘화제의 신간’으로 주목받았다고 한다.
일본도 그렇다지만 우리 나라 역시 60세를 넘어서면 연수입은 절반으로 삭감되고, 회사에서는 신입사원보다 못한 취급을 받는 등 정년퇴직의 압박과 충격으로 정신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 책에 따르면 가정에서는 첫 손주 탄생의 기쁨도 잠시 자식 부부와 갈등이 시작되고, 이에 따라 노인성 우울증에 걸리거나 암이 발병할 가능성이 월등히 높아진다. 수입이 줄고,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커지는 시기인 만큼 자산 관리와 건강관리가 여느 때보다 중요하다. 이에 연금 수령은 몇 살 때 받는 것이 가장 이득인지 역산해보고, 그동안 꼬박꼬박 부어온 보험과 재테크, 예·적금은 어떻게 처리해야 좋을지 미리 계획을 세워본다. 뿐만 아니라 노인성 우울증을 자가 진단해보고, 세로토닌 분비 활동과 식단 등 정신적·신체적 관리법에 대해서도 알아본다.
또 70대와 80대는 의료비에 간병비까지 겹쳐 인생 최대의 경제 손실이 닥치는 시기다. 또한 힘들게 마련한 집을 급매로 처리하거나 보이스피싱, 부동산 사기에 당하는 등 잘못된 판단으로 재산을 잃기 십상이다. 가장 무서운 건 역시 치매다. 60대의 우울증이나 암과는 달리 치매는 일단 증상이 보이면 완치되지 않는 질환이다. 게다가 평생 모은 예금이나 부동산, 증여 및 상속조차 할 수 없어 금전적인 손해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를 대비해 가족과 언제, 무엇을 꼭 빼놓지 않고 상의해야 하는지 체크리스트를 통해 미리 챙길 수 있다. 정년 때까지 열심히, 성실하게 일하고 쌓아올린 인생이 노후를 맞으면서 '행복'이 아니라 '지옥'이 될 가능성도 있다.
저자는 이 문제를 미리 짚어보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의미에서 이 책을 썼다. 몇 살쯤에 어떤 문제가 일어날지 알고 사전에 대책을 세운다면, 남은 인생은 크게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살면서 난감한 상황에 부딪힐 때마다 그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도 있다. 미래는 점점 불확실해지지만 수명은 점점 길어지는 요즘 같은 때, 여유롭고 풍요로운 노년의 삶을 꿈꾼다면 이 책 한 권으로도 나만의 노후 시나리오를 작성해보면서 '행복'한 노후를 위한 첫걸음이 될 수도 있다.
책은 한국경제연구원의 발표 결과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은 43.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 중 가장 높다고 한다. OECD 평균인 14.8%의 약 3배 수준이다. 최근 10년간 우리나라의 노년층은 해마다 29만 명씩 늘어났다. 이런 추세라면 2041년에는 인구 셋 중 한 명은 노인이 되며, 2048년에는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 인구의 37.4%를 차지해 OECD 국가 중 가장 나이 든 나라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고령 인구의 비율이 급격히 늘고 있는 데 반해, 노인들의 경제적 어려움은 점점 더 극심해진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국가는 개인의 노후 사정을 하나하나 돌봐주지 않는다. 이 문제를 초초고령화 사회인 일본은 먼저 겪었다. 이 책의 저자 요코테 쇼타의 말에 따르면 일본 역시 돌봄(간병)이 필요한 고령자가 급증하면서 개인이 부담하는 간병 비용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에 부모의 간병으로 인한 조기퇴직자 수가 늘고, 연금 수령 개시 연령은 점점 높아지면서 결국 많은 사람들이 노후 파산을 겪고 있는 게 일본 사회의 현실이다.
“열심히 살았는데 이런 노후를 맞이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는 일본 고령자들의 말은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도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심지어 우리나라는 부모가 자녀의 교육비나 결혼 비용, 집 값 등 뒷바라지에 노후자금을 대느라 여유자금이 부족한 경우가 더 많다. ‘닥치면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노후를 외면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많은 사람들이 연금을 60세부터 받을 수 있다고 하면, 가능한 한 빨리 받아야 손해를 보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정말 그럴까? 국가는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60세부터 받는다면 연금 수급액이 30퍼센트나 깎인다. 20만 엔을 65세부터 받을 예정인 사람이라면 14만 엔이 되니 자그마치 6만 엔이나 줄어드는 것이다. 일찍 받을 수 있다 해서 일찍 받았는데 이런다니, 그야말로 기운 빠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살다 보면 이런 일도 생길 수 있다. 60세인데 재취업도 결정되지 않았고 아직 다 갚지 못한 대출금이 많이 남았을 경우엔 어쩔 수 없이 줄어든 수급이라도 받고 싶어질 것이다. 실제로 60세부터 받는 사람이 30퍼센트나 된다. 만약 76세까지 산다면 65세부터 받는 편이 당연히 이득이다.
- 「65세, 아무 생각 없이 받은 연금, 결국 손해를 보다」 중에서
저자 : 요코테 쇼타
1972년생으로 일본 최고의 노후설계사로 손꼽힌다. 부동산 회사인 일본재탁(日本財託)에 근무하며 연금, 상속과 같은 자산 문제를 주로 담당했고 수만 건 이상의 상담을 진행했다. 부동산, 유산, 이혼 등 법률적인 조언과 자녀 및 인간관계, 치매와 암을 비롯한 건강관리 등 복잡한 노후 문제들까지 탁월하게 해결해 주목받기 시작했다. 특히 ‘가족신탁’ 전문가로 정평이 나 있는 그는 지금껏 250세대가 넘는 가정을 전담 자문해왔으며, 총 790억 원에 이르는 고객자산을 관리하고 있다.
초초고령 국가인 일본에는 무수한 노후 전문가들이 존재하지만, 그중에서도 단연 최고로 꼽히는 1급 노후설계사답게 300억대 자산가부터 의사, 국회의원, 대학교수, 농부, 자영업자, 사업가, 기술자 등에 이르기까지 고객층이 매우 폭넓다. 고객의 자산규모나 직업, 연령, 가족의 형태와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맞춤형 노후 전략과 인생설계를 제시해온 그는 NHK 방송 프로그램 〈클로즈업 현대+〉와 〈월간문춘〉, 아사히TV 〈와이드! 스크럼블〉 등을 비롯해 일본 주요 언론 매체에 다수 출연하며 ‘국민 노후해결사’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역자 : 윤경희
한국외국어대학교 일본어과를 졸업한 후, 현재는 엔터스코리아에서 출판 기획 및 일본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역서로는 《손정의처럼 일하라》, 《일 잘하는 사람은 왜 사우나를 좋아할까》, 《뇌에 맡기는 공부법》, 《빡치는 순간 나를 지키는 법》 외 다수가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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