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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중요한 것만 남기는 힘 - 나의 우선순위가 분명해지는 최적의 삶
최다혜 지음 / 더퀘스트 / 2021년 8월
평점 :
'미니멀 라이프'가 왜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 스트레스를 덜 받게 될까? 인간은 소유욕이 강해서 좋은 것, 맛있는 것, 안락한 것에 대한 추구가 유달리 강하다. 이는 본성에 의한 것이라기보다 놀랍게 발전하는 문명의 이로움에 함몰돼 있는 인식 탓이리라. 그러나 갖고 싶은 것이 많을수록 스트레스는 크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인데도 사람들은 이 사실을 마음에 두지 않은 것처럼 살아가는 것 같다. 어쩌면 자본주의의 발전도 소유욕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자본주의 하에서는 개인이 갖고 싶을 만큼 얼마든지 가질 수 있다. 법에 저촉되는 것만 아니라면 정당하게 벌어들이는 돈뿐 아니라 각종 유형 무형의 이익에도 상관치 않는다. 보호해주는 것이 더 가깝다고 봐야 할 터다.
하루 24시간을 온 가족이 교대로 일하며 벌어들이는 돈은 분명 하루 8시간 한 사람이 벌어들이는 돈에 비해 훨씬 많을 것이다. 국가에서는 자신이 일해서 벌어들이는 돈, 재산은 보호해줄 의무도 있다. 이 시스템은 인간의 소유욕과 맞닿으면서 일에 대한 욕심을 지나치게 키운다. 이럴 때면 생각나는 사람 중에 법정 스님이 있다. 생전에 무소유의 삶을 실천하고 가르친 스님이다. 그가 말한 무소유는 우리의 가진 개념과는 약간 다르다. '아무것도 가지지 않는 삶'을 무소유의 삶으로 보지 않는다. '필요 없는 것을 가지지 않는 삶'이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삶이다. 그러나 살면서 법정 스님이 생각날 때마다 스님은 무소유의 삶으로 얼마나 평온한 마음을 지닌 채 입적하셨을까를 생각하며 성찰의 기회를 갖는다.
우리는 부지런히 일하다가도 문득 모든 일에 신경 끄고 싶은 날이 있다. 밀린 업무를 들고 집에 돌아왔을 때 보이는 어지러운 거실, 그 와중에도 끊임없이 울리는 광고와 메신저 알림, 제때 버려지지 못하고 베란다에 켜켜이 쌓여 있는 택배 박스들. 버리지 못한 것도 있고, 버리고 싶지 않은 것들도 많다. 언젠가 쓰일 것이라고 생각되어 버리지 못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을 보면 무엇부터 처리해야 할지 결정하지 못한 채 주저앉아버리고 싶다. 세상은 살기 좋아졌다고 하는데, 왜 나의 삶은 이렇게 바쁘기만 하고 부족함에 허덕일까? 도대체 나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 바쁘게 살고 있을까? 왜 이렇게 시간에 쫓겨 살면서 불안할까?
이 책 『인생에서 중요한 것만 남기는 힘』은 삶이 제어되지 않는 현대인들을 위한 책이다. 저자 최다혜는 말한다. “불필요한 것들을 덜어낼수록 인생의 의미를 높일 수 있다”라고. 실제로 저자는 인생에서 중요한 것만 남긴 이후로 시간에 쫓기면서도 미래가 불안하던 삶이 정상궤도로 돌아갔다고 한다. 이 책은 실용적인 미니멀리즘 방법을 알려주지는 않는다. 다만 집, 가족, 돈, 사람, 환경 등에 관해 무엇이 중요한지 끊임없이 되물으며 자신들이 진짜 원하는 행복에 가까이 다가가는 한 가족의 삶이 그대로 녹아 있다. '읽으면 보이는 책'인 셈이다.
우리는 이 가족이 어떻게 추가 노동 없이 경제적 자립을 이뤘으며 무엇을 덜어내고 무엇을 채웠는지를 보면서, 인생에서 중요한 것만 남기는 삶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들의 모습은 누구에게나 정답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미래를 위해 오늘을 희생하는 만족 지연의 삶이 아니라 일상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어제보다 나은 하루를 꿈꾸는 사람들에게는 권하고 싶은 삶의 모습이다. 저자는 단순하게 말한다.
"추가 노동 없이 돈 걱정을 안 하고 살다니, 너무 욕심을 부리는 걸까. 하지만 의외로 단순한 해법이 있었다. 바로 사지 않는 삶이다. 돈을 멀리 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나 역시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돈을 쓴다. 카페에서 누리는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사랑하고, 좋아하는 책방에서 꼬박꼬박 책을 구매한다. 가급적 식재료는 유기농 매장에서 마련하고, 때때로 꽃을 사서 집안을 장식한다. 세탁기의 힘을 빌려 빨래를 하고, 전기밥솥으로 밥을 지으며, 물을 끓일 때 전기포트를 쓴다. 아무것도 사지 않는 자연인으로 살아갈 수는 없다. 두 아이를 키우며 매일 손빨래를 해야 한다면 나는 주저앉아 울어버렸을지도 모른다."(p.14~15)
이 책에는 시간에 쫓겨 일하면서도 미래를 불안해했던 부부가 있다. 아내는 가능한 한 빨리 부자가 되고 싶었다. ‘당신이 사는 집이 당신을 설명합니다’라는 광고 옆에서 자신을 설명해주는 더 크고 으리으리한 집을 위해 기계적으로 돈을 안 썼다. 남편은 들어오는 강연, 원고 청탁 등의 기회를 모두 받아들였다. 그리고 두 사람은 오래가지 못하고 지쳐버렸다.
"나는 왜 이 짓을 하지? 조산 위기까지 겪으며 악착같이 돈을 벌고 있는 거지? 나도 남편도 육아휴직하기 좋은 여건인데 왜 큰 아이는 어린이집 종일반에 있어야 하지?"
부부는 스스로 되물었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부자가 되고 싶은 걸까?’ 부부에게는 시간이 필요했다. 온 가족이 핫케이크를 구워 먹고 저녁에는 같이 산책을 하며 주말에는 집 근처 바닷가에서 놀 수 있는 시간을. 하지만 정작 부부는 시간을 핑계로 시간을 버리고 있었다. 행복을 미래로 미루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은 달라졌다. 경험에서 얻은 삶의 지혜, 이성적 판단과 합리적 결정, 그리고 절약이 실천이 저자의 '미니멀리즘'의 핵심 개념이다. 아무것도 안 가지는 게 아니라 필요한 것만 가지는 것이고, 마음이 어지러운 것보다 일상을 단순하게 살며, 당장 필요없는 것을 사다 놓지 않는다. 매우 간결하다. 법정 스님의 삶과 다를 바 없다는 게 독자의 이 책을 읽고 난 소감이다. 저자는 끊임 없이 생각하고 지혜롭게 실천하며 삶을 열심히 비워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책에 따르면 부부는 먼저 편하게 살고 싶어서 집밥을 하기로 결심했다. 집밥은 삶에 여유가 있는지를 확인해주는 리트머스지다. 하루를 점검해보면 힘든 날에는 이유가 있었다. 대부분 아이들과 지나치게 열심히 논 날, 남편이 외부 강의 다녀오느라 독박육아한 날 진이 빠졌다. 외식하고 싶은 날은 어떤 이유에서건 힘든 날이다. 그럴 때는 외식을 할 게 아니다. 외식을 하게 만든 원인을 손봐야 한다.(p.54, 「요리를 못할 정도로 피곤한 하루는 피하고 싶습니다」 중에서)
집은 적당히 깨끗하게 유지하고, 집밥은 가짓수가 많지 않아도 영양을 채울 수 있을 정도로만 준비했다. 육아에 진이 빠지면 아이들과의 놀이에서 한 발 빠졌다. 그렇게 집밥을 기준으로 다른 노동을 줄였다. 이 밖에도 고작 하루 5분 앉아 있는 화장대, 양말 세탁기로 전락한 아기 세탁기, 아이들이 찾지 않는 장난감 등 집에서 안 쓰는 물건을 중고장터에 모두 팔았다. 4인 가족 하루 식비 1만 5,000원에 맞춰 필요한 것만 장을 봤다. 할인 유혹에 넘어가 더 사지 않기 위해 신용카드도 잘라버렸다.
부부는 필요한 것만 남긴 이후로 시간이 생겼다고 말한다. 때문에 무급휴직을 택해야 했을 정도로 바빴던 삶의 속도를 그제야 늦출 수 있었다. 그리고 자립했다. 당당히 본인들의 의지로 휴직을 연장하고 삶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최적의 삶을 연습한 덕분에 세상에 대한 무한한 용기와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무엇보다 일상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행복에 가까이 다가갔다. 오늘을 위해 미래를, 미래를 위해 오늘을 희생하지 않길 원하는 사람들에게 이 삶을 권한다. 만족 지연의 ‘열심히 일해서 많이 버는’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도, 내일도 행복한 ‘최적의 삶’을.
이 책 『인생에서 중요한 것만 남기는 힘』에 담긴 저자의 미니멀리즘 실천 영역은 다양하다. 단순히 필요 없는 물건을 없애는 것을 넘어서 집안일, 돈, 꾸밈, 환경, 타인의 시선 등에 관한 다채롭고도 깊이 있는 고민을 담고 있다.
① 하루 5분 앉아 있는 화장대를 버렸다. 나에게 화장은 감정 소모가 심한 노동이었다. 하고 싶어서 했던 일이 아니라 안 하면 안 될 것 같아서 했던 일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출근길이든 카페든 대형마트든 어디로 가더라도 화장을 선택한다. 그렇게 가진 것이 줄어들고 하지 않을 자유가 생겼다.
② 나에게 주식은 노동이다. 사고파는 방법이나 그래프 해석 등에 대해 공부해야 할 뿐더러 주식 현황판에 환호와 실망을 반복하게 되는 노동이다. 어린 두 아이를 양육하는 나에게는 내 시간이 목마르다. 여기에 주식 노동까지 이어진다면 고되고 지쳐서 주저앉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돈 걱정은 되지만 시간을 선택했다. 필요 이상의 노동을 하지 않음으로써 책도 푸지게 읽고 새벽에는 글도 쓰며 산다.
③ 쇼핑은 투표다. 자본주의 시대에 가장 확실한 목소리를 내는 방법이 ‘내가 오늘 산 물건’이다. 그래서 우리들은 기후위기 시대에 ‘쇼핑하지 않음’으로써 기업들에게 투표한다. 소비자인 우리가 기후위기가 신경 쓰여 더 이상 욕망대로 사지 않고 있으니, 우리가 죄책감을 느끼지 않을 착한 상품들을 생산해달라는 목소리다.
미니멀리즘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 관한 생활철학이다. 자신에게 그동안 피로감을 주던 생활 방식을 바꿔주고 소비주의, 기후위기 등의 현실을 직시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온전히 나답게 살아갈 자유를 준다. 공간의 여유를 늘려주고, 통장의 잔고가 늘어나는 것은 덤이다.
저자 최다혜는 말한다. “하지 말지 선택하려면 안 해도 괜찮은 상태를 경험해봐야 한다”라고. 이 책을 통해 삶이 바뀐 한 가족의 이야기를 바라보면서 미니멀리즘을 한번 경험해보길. 특히 점점 사라져만 가는 공간의 여유, 재택근무를 하는 와중에 눈에 계속 보이는 집안일, 점점 버거워져만 가는 인간관계 등이 고민이라면, 무엇보다 삶의 방식을 바꿔보고 싶다면 이 책을 펼쳐보면 어떨까.
저자 : 최다혜
사지 않는 삶을 자랑하고 있다. 필요한 것만 남기는 연습을 한 이후로, 시간에 쫓기면서도 미래가 불안하던 삶이 정상궤도로 돌아갔다. 왕년에 계좌를 탈탈 털어 소비 요정으로 살 때는 누리지 못한 행복이었다. <오마이뉴스>와 <브런치북>에 자신의 이야기를 연재한다. 2,000명이 댓글을 달면 그중 1,000명은 궁상이라고 하지만, 2019 <브런치북 대상> 후보작에 오르고 2020 <오마이뉴스 2월 22일상>을 수상했다. 이 밖에도 <연합뉴스 TV 스페셜> <MBC 생방송 오늘의 아침> <MBC 표창원의 뉴스 하이킥> <CBS 서연미의 주말 뉴스쇼> <JTBC 체인지> 등에 출연해 많은 사람의 응원을 받으며 ‘어떻게 살 것인지’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말한다. 보통의 우리 삶에 날 선 자학을 하지 않는 날을 꿈꾼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