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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클래식 - 은밀하고 유쾌한 음악 속 이야기
문하연 지음 / 알파미디어 / 2021년 7월
평점 :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독자는 클래식을 접한 지 2년쯤 됐다. 학교 다닐 때는 물론 지금까지 클래식을 배운 적이 없어서 그냥 곡의 흐름, 분위기에 이끌려 듣기 시작했다. 때문에 작곡가와 성악가 이름은 학교 교과서에서 배운 것 이외에는 잘 모른다. 그러나 누구의 곡이든 상관 없이 클래식 방송에서 흘러나오는 곡들의 느낌에 이끌려 방송을 틀어놓고 일할거나 쉴 때도 많았다. 방송은 DJ들이 중간중간 곡의 성격이나 작곡가, 작곡 배경에 대한 설명이 있지만 귀에 담아두지 않았다. 곡만 들으면 된다는 생각에서였다.
체계적으로 배우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독자가 클래식 지식을 외면한 탓인지 아주 익숙한 곳이 아니면 작곡자도 모르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책을 몇 권 읽은 적이 있다. 주로 서양음악사가 풍부한 클래식 지식을 전해줄 것 같아 열심히 읽었다. 그러나 곡과 작곡가가 매치가 안 되서인지 지금도 음악이 흘러 나올 때 누구의 곡인지 잘 모른다. 그래도 책을 읽은 탓인지 작곡가의 이름은 익숙한 게 많다.
이 책 『다락방 클래식』은 베토벤, 슈만, 쇼팽, 슈베르트, 리스트, 멘델스존 등 한 시대를 풍미한 천재 작곡가들의 삶과 음악에 대한 아름답고 환상적인 이야기들을 엮었다.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고, ‘뻔’한 이야기가 아닌 음악 속에 숨어 있는 은밀한 에피소드를 게재했다고 저자는 밝히고 있다. 독자 같은 클래식 문외한이 클래식에 취미를 붙이기에 적합한 책으로 보인다.
이 책은 음악에 관한 전문 용어나 곡의 대한 장대한 해석을 하지 않는다. 다만, 클래식에 이제 막 발을 들인 사람들 혹은 클래식이 어려워 발도 못 들인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는 충분하다고 저자는 밝힌다. 잘 알려지지 않은 에피소드를 통해 세계적인 예술가들의 진솔한 면모를 짐작하고, 당시 만들어졌던 음악 속 은밀한 이야기들을 훔쳐보는 재미까지 느낄 수 있도록 독자들의 심중을 정확히 꿰뚫어본 것 같다. 저자에 따르면 예술을 이해하는 데는 그 시대의 사조를 이해하거나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면밀히 작품을 분석하는 등 여러 가지 방식이 있다. 이 책의 저자인 문하연은 그중 예술가의 인생을 들여다보는 방식을 택했다. 그 어떤 방식보다 이 방식을 통해 음악이 주는 감동을 훨씬 크게 받았기 때문이라고 경험을 말한다. ‘그림의 말들’이라는 에세이와 〈오마이뉴스〉, 〈인천투데이〉에 연재한 이력이 있는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재미있고, 술술 읽히는 한 편의 휴먼드라마처럼 예술가들의 삶과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독자가 이 책에 흥미를 느끼고 열심히 읽은 이유이다.
세계적인 예술가들의 작품 속에는 많은 이야기가 있다. 이야기 속에는 그들의 삶이 있고, 사람이 있다. 음악은 삶과 밀접하다. 때문에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 음악으로부터 감동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그가 어떤 환경에서 태어났고 어떤 시련을 겪었고 어떻게 곡으로 탄생했는지를 보는 것은 현재 우리의 삶과도 연결되어 있기에 공감하기가 쉽다. 그리고 이 공감은 그 예술가의 음악을 감상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그림만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 아니다. 음악 역시 아는 만큼 들리는 것이다. 저자의 말에 독자 역시 공감한다.
독자도 그렇지만 ‘클래식’이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떠올린다. 그리고 세계적인 거장인 모차르트, 베토벤, 쇼팽, 슈베르트 등의 예술가들을 연상한다. 저자의 말대로 실제로 클래식이라는 분야는 그 자체가 주는 무게감이 크다고 한다. 때문에 대중적이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 책은 클래식과의 거리감을 가깝게 앞당긴다. 세계적인 음악가들의 삶과 사랑, 예술과 평가 등을 소개해주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거장들의 비하인드 스토리는 여느 사람들의 이야기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게 독자의 소감이다. ‘어디서 들어봤을 법한 이야기, 상상만 했던 이야기, 생각지도 못했던 이야기 등…….’ 또는 평소 클래식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내가 알고 있던 예술가의 또 다른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클래식과 가까워지는 중요한 요건이 되는 것 같다.
그럼에도 책으로 내기에는 밋밋한 이야기, 너무 알려진 이야기나 ‘뻔’한 이야기가 아닌 좀 더 고급 정보와 세부 사항을 위해 오랜 시간 작업을 해왔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런 노력으로 탄생한 책이 바로 이 책이다. 팬데믹 이후 더 클래식과 가까워진 독자의 경우 새로운 취미 생활을 하나 마련했다는 만족감보다 예술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혔다. 팬데믹이 일상을 앗아가는 대신 새로운 접근을 하게 해준 역할을 한 셈이다.
클래식은 들으면 들을수록 어려워지는 느낌이 있다. 곡에 대한 인지, 멜로디 지식, 작곡의 비하인드 스토리, 작곡가의 삶까지 모조리 뒤져 찾아낸 다음 곡을 쓴 동기까지 합치면 가장 어렵다는 '곡의 해석'의 경지에도 오를 수 있다는 막연한 자신감도 생길 것으로 기대한다. 팬데믹이 닥치면서 독자는 '음악의 힘'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했다. 물론 라디오나 TV 등 소리를 전달하는 매체가 발달하고 각종 소리 전달 기기들의 발달로 원음에 가깝게 들을 수 있는 행운은 오늘을 사는 모든 사람들이 누리는 행복이다. 작곡가들이 살았을 당시에는 일반인들이 클래식 음악을 접하기가 무척 어려웠을 것을 생각하면 행복감도 든다.
이 책은 31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31개의 에피소드 형식으로 구성됐다. 여기에는 음악가뿐만 아니라 음악가와 관련 있는 많은 예술인들도 등장한다. 심지어는 당대의 정치가나 영웅들도 등장한다. 서양 음악사를 통해 서양의 역사를 살펴볼 수도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셈이다.
"그가 어떤 환경에서 태어났고 어떤 시련을 겪었으며 누구를 사랑했으며 어떤 사람과 어울렸고 어떤 작품에 감명 받았는지, 그리고 그런 일들이 어떻게 곡으로 탄생했는지를 보는 것은 어떤 영화를 보는 것보다 흥미로웠고 감동적이었다. 게다가 이런 지점은 현재 우리의 삶과도 연결되어 있기에 공감하기가 쉬웠다. 사랑에 빠진 베토밴이 그 여인에게 구애하기 위해서 쓴 곡이라면? 실연의 슬픔에 빠진 쇼팽이 그 슬픔을 고스란히 옮겨 놓은 곡이라면? 쇼팽의 유작으로 알려진 왈츠 A단조는 그래서 들을 때마다 눈물이 난다."
저자가 「서문」을 통해 독자를 위한 초대문에서 밝힌 내용이다. 다만 아쉬운 점은 여성이 음악가가 되기 힘들었던 사회적인 배경 탓에 여성 음악가를 싣지 못한 점이라고 저자는 언급한다. 자료가 일부 있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의 경우 자료가 너무 단편적이어서 깊이 있게 다루기 힘들어서 기술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들에 관한 연구가 진전돼 많은 번역본이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그의 나이 24세였고 그녀의 나이 41세였으니, 열일곱 살 연상연하 커플이 탄생했다. 떠돌이 연주자였던 그는 당시 그녀를 최고의 삶의 동반자로 느꼈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세기의 천재 브람스가 태어났다.(p.43)
섬세한 쇼팽과 마초 기질이 강한 상드는 서로에게 점점 빠져들었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커플이 탄생했다.(p.202)
상드와 쇼팽이 뜨거운 시절이었다면 이 정도 갈등은 아무것도 아니었을 수도 있었겠지만, 상드는 아픈 쇼팽을 돌보는 데 지쳐 있었다. 게다가 이미 다른 사람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p.226)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4번은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의 작곡 시기인 1786년 작품이다. 모차르트는 당대 유럽 최고의 피아니스트였고 모차르트의 기악곡은 자신이 연주하기 위한 작품이었다. 그리고 이 곡을 모차르트보다 더 모차르트답게 연주한 이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클라라 하스킬이다.(p.255)
그의 연주를 듣다가 기절하는 여성은 일상이었고, 어떤 날에는 연주하던 그마저 쇼인지, 진짠지 모르게 연주 도중 기절해 버려 악보를 넘겨주는 이의 품으로 쓰러진 적도 있었다.(p.283)
저자 : 문하연
평범한 주부이자 두 아들의 엄마로 살다가 사십 대 후반에 〈오마이뉴스〉와 〈인천 투데이〉 등에 예술 분야 글을 기고하기 시작했다. 그림 속 숨어있는 이야기와 화가의 일생을 다룬 ‘그림의 말들’, 클래식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풀어내는 ‘사연이 있는 클래식’, 사십 대 여인의 엉뚱 발랄하고 때로는 뭉클한 삶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 ‘명랑한 중년’을 연재했다. 독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에 힘입어 2018년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대상에 해당하는 ‘올해의 뉴스게릴라상’을 수상했으며, 이에 탄력을 받아 그간 혼자 공부하며 쌓아온 예술 분야의 내공을 문학, 미술, 음악, 영화, 드라마 등의 여러 장르로 쏟아내고 있다. 미술 비전공자이자 평범한 생활인으로서 미술 감상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호평을 받은 《다락방 미술관》에 이어, 유독 많은 조회수를 기록하며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은 ‘명랑한 중년’의 연재글 중 일부를 모아 이 책 《명랑한 중년, 웃긴데 왜 찡하지?》를 내놓게 되었다. 너나 할 것 없이 어려운 이때, 엉뚱발랄한 작가의 글들이 큰 웃음과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 현재는 드라마 대본과 시나리오를 쓰면서 방송 편성과 영화에 도전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