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 미제라블 - 인간의 잔혹함으로 지옥을 만든 소설
빅토르 위고 지음, 서상원 옮김 / 스타북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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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렇게 방대한 작품은 간략한 줄거리를 말하기에 적합지 않다. 다만 많은 사람들이 『레 미제라블』의 줄거리를 알고 있다. 읽은 지 오래됐거나 얼마 되지 않은 사람이거나 이 소설을 접하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정도다.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었다는 작품이다. 또 오페라, 뮤지컬, 영화, 애니메이션 등 수많은 장르로 리바이벌되고 진화(?)되기도 했다. 독자 역시 어렸을 때부터 영화로, 소설로, 만화로 여러 번 읽었다. 다만 방대한 소설의 완역본을 읽은 기억은 없다. 이번에 읽는 이 책은 완역판인지 발췌번역판인지 밝히고 있지 않아 알 수 없지만 완역판이거나 최소한 거의 완역본일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번역가의 명성에 기대서이다.

소설에 등장하는 미리엘 주교는 오직 온화와 자비의 힘만으로, 방면된 죄수 장 발장을 다시 선(善)으로 돌아오게 했다. 그런데 실은 하나의 불행한 몸짓(장 발장은 자기를 귀찮게 구는 어린이 하나를 쫓았는데, 어린이는 은전 한 잎을 버린 채 달아나 버렸던 것이다)을 한 탓으로, 이 전과자는 그 후 거의 즉시 종신 징역형을 받을 만한 누범자가 된다. 그는 마들레느 씨라는 가명 아래, 명예 회복에 힘쓰고, 공장들을 세우고, 모든 불행한 사람들, 특히 남성의 이기심의 희생이 된, 불쌍한 여자 팡틴에게 관심을 갖는다. 오직 한 사람, 광신적인 경찰관인 자베르 형사만이 의심을 품고 그를 지켜보고 있다. 갑자기 마들레느 씨는, 8년 전부터 찾고 있었던 전과자 장 발장이, 본인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최근에 잡혔다는 소문을 듣는다. 무서운 갈등이 그의 마음 속에 벌어지고, 그런 끝에 그는 그 무고한 사나이를 구하기 위해 자수하고 또다시 징역살이에 보내진다. 그는 탈주한다.



탈주한 후 장 발장은 팡틴의 어린 딸 코제트를 데리고, 둘이서 파리로 온다. 거의 곧 뒤에 자베르가 나타난다. 그들은 간신히 그의 눈을 피하여 어느 수도원 안에서 은신처를 찾아 낸다. 이러구러 어린 코제트는 자랐고, 양갓집 아들로서 서민 속에 들어온 마리우스가 그 여자에 반한다. 그는 장 발장 몰래 그 여자를 만난다. 파리가 바리케이드로 뒤덮여 있었던 어느 날 장 발장은, 가로챈 한 장의 쪽지로 두 젊은이들의 사랑을 알아 낸다. 그는 마리우스가 비밀 결사의 모든 동지들과 함께 싸우고 있는 바리케이드로 가서, 이 청년이 부상하여 실신하고 있는 것을 보고, 그를 어깨에 메고, 하수도를 통해 '레비아(〔Léviathan, 성서에 나오는 바다의 괴물)의 창자 속으로' 운반하여 구조한다. 마리우스는 쾌유하고, 결혼식이 거행된다. 장 발장은 코제트에게 듬뿍 지참금을 준다. 그런 뒤에 그는 마리우스에게 자기의 진짜 신원을 밝히고, 차후로는 따로 떨어져서 살겠다는 결심을 말한다. 그리고 더 이상 코제트가 자기 곁에 있지 않으므로 그는 서서히 죽어 간다.

'세기의 소설'로 일컬어지는 이 작품은 세계적 대문호 빅토르 위고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쓰인 것으로 보인다. 그의 생애를 살펴보면 어느 정도 추측이 가능한 일이다. 저자 빅토르 위고는 "인간의 불행을 없애고 빈곤을 추방하고 무지한 사람들을 교육시키기 위해 이 소설을 썼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소설 안에 개인적 서정시 외에 자유와 평등을 갈망한 프랑스 정세를 반영한 서사시를 중요한 빈도로 담은 이유도 그 때문일 것으로 쉽게 추정된다. 위고가 의원 활동을 할 만큼 현실 정치에 관심이 컸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소설의 전개는 당시 프랑스 정국을 이해하는 데 훨씬 쉽게 이해하게 해준다.



이 책은 배고픈 조카들을 위해 빵 한 덩이를 훔친 죄로 무려 19년간 감옥살이를 한 장 발장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다시 세상으로 나온 장 발장은 은 식기를 훔치려다 미리엘 주교로부터 한없는 자비를 배우게 되고, 거기서 얻은 깨달음으로 사랑과 선의를 베풀며 진정한 인간으로서의 길을 보여 주는 19세기의 가장 위대한 소설이다. 또한 ‘삶이라는 이야기’를 통해서 나를, 인간을, 세상을 알고 이해하게 만든다. 사회적 상황이 작가의 직접적인 말을 통해 장황하게 기술된 부분을 제외하고 인물들이 겪는 사건과 그들의 이야기에 집중하여 몰입할 수 있도록 번역되었다고 출판사 측은 밝히고 있다.

이 소설은 고난을 극복해 내는 한 인간의 이야기에서 그치지 않고, 장 발장의 인생 곡절 뒤에 거대한 팔을 펼치고 있는 사회적 배경을 참으로 세세히 그려내고 있다. 사회의 울타리에서 소외당한 한 불쌍한 청년이 극단적 상황에서 저지른 단 한 번의 실수로 사회에서 추방당하고 세상은 그 한 번의 낙인을 영원한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 여기에 당시 혼란했던 프랑스의 정치 사회적 모습을 등장인물들의 삶과 연결하고 교차하면서 예리하게 파헤쳐 놓았다.



『레 미제라블』은 150년의 시간 동안 원작 외에 어린이를 위한 동화, 영화, 뮤지컬 등으로도 변함없는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 빅토르 위고의 작가로서의 재능에 기인한다. 17년에 걸쳐 완성해 낸 이 대작은 1862년 발간 당시 일주일도 안 되어 1쇄가 매진될 정도로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장 발장, 팡틴, 코제트, 마리우스, 미리엘 등의 캐릭터와 그들의 이야기가 주는 흡입력 그리고 현실을 직시하게 하는 역사적 사건이 결합된 이 소설은 그 자체로 인간 세상을 드러내 주는 세계이다. 빅토르 위고는 짧게 등장했다 사라지는 캐릭터들도 밋밋하게 놔두지 않고, 우리네 인간 군상을 또렷이 느끼게끔 입체성을 부여해 놓아 작가의 열정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한다.

또한 이 소설은 고난을 극복해 내는 한 인간의 이야기에서 그치지 않고, 장 발장의 인생 곡절 뒤에 거대한 팔을 펼치고 있는 사회적 배경을 참으로 세세히 그려내고 있다. 제목 '레 미제라블'은 영어 '비참한 인간들'이란 제목으로 번역되기도 하고, 주인공의 이름인 '장 발장'으로 번역되기도 했다. 처절하게 외롭고 극단적인 상황에 처한 한 인간이 결정적인 순간 어떤 선택을 하는가? 실수라는 말이 허용되지 않는 반복적인 잘못을 저지르는 인간이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한 인간이 저지른 과거의 실수에 낙인을 찍고 영원히 단죄하려는 편협한 인간의 일상적 모순은 무엇인가? 그런 자신을 깨닫고 우리들은 진정 변화할 수 있는가? 등 인간으로서의 삶에 많은 사색이 필요하게 한 이 소설은 사색의 필요성을 남긴 것에 진정한 가치가 있는지도 모른다.



장 발장의 대척점에 소설의 끝까지 팽팽한 긴장감을 놓지 못하게 하는 인물 자베르 경감이 있다. 사회적 잘못을 단 한 번도 저지른 적이 없는 인물로 그려지는 그는 법과 질서의 수호가 최우선이며 감시와 의무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행동했다. 그랬던 인간이 세상을 흑과 백으로 단정하고 고정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의 충격. 인간적으로 되는 것이나 위대해지는 것 또는 숭고해지는 것을 원하던 것이 아니라 비난을 받지 않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던 자베르에게 닥친 혼란. 그동안 자신이 가졌던 생각과 그 생각으로 행했던 무수한 일들. 그 사실을 알게 된 이상 더는 세상에서 살아갈 수가 없다. 자신의 신념을 저버릴 수도, 자신이 의무로써 감시하고 처단했던 일이 완전히 허물어지는 상황도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 법 자체로 상징되는 자베르를 통해 독자들은 선악의 이분법으로 나눌 수 없는 인간의 삶과 선악은 고정되어 변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여러 차례 생각하게 된다. 또한 얽히고설킨 등장인물들의 연결 고리를 통해 우리의 삶은 서로 연결되어 있음도 깨닫게 한다.


미리엘 주교의 용서에서 얻은 장 발장의 신념은 자신의 목숨 이상의 의미로 코제트가 있다는 점에 주의해 본다. 코제트를 세상의 위험으로부터 절대적으로 보호하고자 하는 마음, 코제트가 사랑하게 된 마리우스를 혁명의 소용돌이에서 구해내는 것,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을 다치게 하지 않는 신조 등. 미리엘 주교의 단 한 번의 손길이 없었다면 장 발장은 설 곳을 찾지 못하고 자기가 받은 부당한 대가에 분노하며 떠돌다가 파국을 맞았을 것이고 세상의 편견은 더욱 굳어 갔을 것이다. 속죄와 자기희생을 통해 새로운 삶으로 거듭난 장 발장이 없었다면 팡틴과 코제트는 사랑의 구원을 받지 못하였을 것이고, 또 다른 아픈 이야기들이 탄생했을 것이다.

인간을 통해 현실의 변화와 구원을 그려 낸 이 소설은 인도주의를 지향했던 빅토르 위고의 가치관이 고스란히 살아 있는 작품임을 이번 이 소설 다시 읽기를 통해 절감했다. 이 소설은 독자들을 감동받게 하고, 위로를 주고, 서늘하게 자기반성하게 만들고, 불의를 고발하고, 변화하게 만든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완성도 높은 짜임새 안에 흥미진진하게 담김으로써 고전이 된 걸작 『레 미제라블』 안에는 '삶' 자체가 들어 있다. 독자들은 '삶이라는 이야기'를 통해서 나를, 인간을, 세상을 알고 이해하게 된다. 이 소설이 다른 어떤 작품보다 널리 읽히고, 세기의 명작이 된 이유다.



저자 : 빅토르 위고

프랑스 낭만주의 시인이자 극작가, 소설가, 정치가. 1802년 프랑스의 브장송에 태어났다. 군인이었던 아버지의 바람대로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했지만, 일찍이 문학적 재능을 보이며 시작(詩作)에 몰두했다. 위고는 첫 시집 『오데와 잡영집』(1822)으로 주목을 받은 이래, 희곡 [크롬웰](1827), 시집 『동방시집』(1829), 소설 『어느 사형수의 마지막 날』(1829) 등을 발표하며 문단의 총아로 떠올랐다. 특히 [크롬웰]에 부친 서문은 고전주의 극 이론에 대항한 낭만주의 극 이론의 선언서로서, 위고가 낭만주의 운동의 지도자로서 나아가는 계기를 마련했다.

7월 혁명의 해인 1830년에는 희극 [에르나니](1830)의 초연이 낭만파와 고전파 사이의 ‘에르나니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이 논쟁에서 낭만주의는 고전주의로부터 완전히 승리를 거두었고, 이후 1850년경까지 문단의 주류가 되었다. 그 후에도 위고는 왕성한 문학 활동을 펼치며, 시집 『가을 낙엽』(1831), 『내면의 음성』(1837), 『햇살과 그늘(1840)』, 희곡 [마리용 드 로름](1831), [힐 블라스](1838) 등을 발표했다. 소설 『노트르담 드 파리』(1831)는 위고에게 민중소설가로서의 지위를 굳혀 주었으며, 1841년에는 프랑스 학술원 의원으로 선출됐다. 그 뒤 위고는 10여 년간 거의 작품을 발표하지 않고 정치 활동에 전념했고, 1848년 2월 혁명 등을 계기로 인도주의적 정치 성향을 굳혔다.



1851년에는 루이 나폴레옹(나폴레옹 3세)의 쿠데타에 반대하다가 국외로 추방을 당하여, 벨기에를 거쳐 영국 해협의 저지 섬과 건지 섬 등에서 거의 19년에 걸쳐 망명 생활을 했다. 이 시기에 시집 『징벌』(1852), 『정관』(1856), 『여러 세기의 전설』(1부, 1859), 소설 『레 미제라블』(1862), 『바다의 노동자들』(1867) 등 대표작의 대부분이 출간되었다. 특히, 『레 미제라블』은 프랑스 문학사상 가장 유명한 대하 역사소설로서, ‘인간의 양심을 노래한 거대한 시편’이자 ‘역사적, 사회적, 인간적 벽화’로 평가받는 위고 필생의 걸작이다.

1870년 보불 전쟁으로 나폴레옹 3세가 몰락하자, 위고는 공화주의의 옹호자로서 파리 시민의 열렬한 환호 속에 프랑스로 돌아왔다. 1874년에는 『93년Quatrevingt-treize』을 출간했다. 대하소설 『레 미제라블』에 여담 형태로 삽입된 ‘워털루 전투’ 이야기는 위고가 벨기에 전적지에서 두 달간 머무르며 곳곳을 답사하는 노력 끝에 집필한 것이다.

위고 특유의 비장미 넘치는 문체가 돋보이는 이 글은 일세를 풍미한 영웅 나폴레옹의 패배 과정을 극적이고도 박진감 넘치게 그려내는 동시에 전투의 역사적 의미를 일깨우며 여운을 남긴다.

1876년에는 상원의원으로 당선됐으나, 1878년에 뇌출혈을 일으켜 정계에서 은퇴했다. 국민 시인으로서 영예로운 대접을 받았고, 비교적 평온한 만년을 보내며, 『웃는 남자』(1869), 『끔찍한 해』(1872), 『93년』(1874), 『여러 세기의 전설』(2부, 1877; 3부, 1883) 등을 발표했다. 1885년 5월 폐렴으로 파리에서 숨을 거두었다. 장례식은 국장으로 치러졌고, 200만 명의 인파가 애도하는 가운데 그의 유해가 판테온에 안장되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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