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무 7조 - 정치 격동의 시대, 조은산이 국민 앞에 바치는 충직한 격서
조은산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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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정치에 큰 관심이 없었다. 어떤 일을 계기로 정치에 관심을 두지 않은 게 아니라 살아오면서 정치에 크게 관심을 갖지 않았다고 고백하는 것이 정직한 표현이다. 그러다 정치에 조금씩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무렵부터이다. 나라를 어떻게 운영했기에 정식 직책이 없는 사적 친분으로 후견인으로 인해 나라꼴이 이 지경이 되었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정치는 비정하고, 승자 독식 무대의 전형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정치계를 별로 좋아하지도 선망하지도 않았다. 정치와 멀어진 이유였을 것이다. 신문을 볼 때도 대략 정치면은 제목 이외에는 잘 읽지 않았다. 국민을 상대로 설득하려는 논조가 싫었고, 그들끼리 야합하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런 후에 "정치가 원래 그런 것이다." "명분 앞세우고 실리는 막후 협상으로 챙긴다."는 정치에 도대체 정이 가지 않은 것이다. 대학 때 운동권에 휩쓸리기도 했지만 일부 학생들의 정치화 되어 가는 모습을 본 후부터는 운동권과도 멀리 했다. 나라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위도 하고, 집회도 열어 규탄도 하는 것이라 생각했지만 일부 학생들은 자신 잘 됙기 위해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물론 운동권에 깊숙이 관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독자가 그들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고 지적하면 감수할 뿐이다. 그들에 맞서 반대론을 펼 마음도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후 새로 들어선 정부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엄청난 국민들의 참여 속에 태어난 정부라 위정자들이 잘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렇게 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정치가 마음 먹은 대로 되지 않는 속성을 독자는 모르고 있었다. 아니 그런 말을 들었어도 간과했을 가능성이 높다. 원래 정치에 뜻도, 관심도 없는 사람이 자신이 정치에 나서지 않는 한 갑자기 관심이 생길 리 없다. 그리고 대북 문제나 외교, 복지, 보건 등에서 눈에 띌 만한 업적을 쌓아온 것으로 알고 있다.

현 정부가 덜컹거리기 시작한 것은 '소득주도 성장'과 부동산 정책 때문으로 독자는 알고 있다. 그 문제들이 불거져 나오면서 이 책에 나오는 「시무 7조」가 어느 날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올라왔다는 것도 TV뉴스를 통해 들은 기억이 있다. 이 책에 쓰여 있는 것으로 봐서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인 작년 8월이었나 보다. 그리고 43만 명의 동의를 얻어 다시 또 TV 뉴스는 보도하고 있었다. 내용에 대한 설명은 별로 듣고 싶지 않아 애써 들으려 하지도 외우지도 않았다. 이 책을 보고서야 어떤 내용인지 정확하게 알게 됐다. 독자가 정치 문외한인지를 왜 이렇게 긴 글을 통해 밝히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독자들도 많으리라고 생각한다. 국민청원 내용이 「시무 7조」라고 옛날 최승로라는 뛰어난 학자가 고려 성종이 즉위하면서 해야 할 일들을 조목조목 적어 상소했다고 알려진 내용이다. 최승로는 28개 조문을 올렸고 지금 전해진 것은 22개조항 뿐이라고 한다.



​「시무 OO조」, 즉 시무책(時務策)은 통일신라 때 최치원이 먼저 썼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현재 전하지 않으므로 확실한 것은 알 수 없으나 최치원의 이같은 시무책은 통일신라의 집권체제가 극도로 해이해지고 골품제사회(骨品制社會)의 누적된 모순이 심화됨에 따라 야기된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해결해보고자 한 노력이었다. 국정(國政)을 비방하는 벽서가 나붙고, 지방에서 조세와 공부(貢賦)가 걷히지 않으며, 각지에서 도적이 봉기하여 마침내 견훤(甄萱)과 궁예(弓裔)가 각기 세력을 굳혀가는 위급한 상황에 처하여 당나라에 유학하였던 최치원으로서는 나라의 위급을 그대로 방치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시무책의 내용을 확실히 알 길은 없으나 전후의 사정을 고려해볼 때 중앙집권적인 귀족정치를 지향하는 내용이었을 것임이 분명하다. 다만, 귀족개념에는 진골 독점의 귀족개념이 아니라 육두품과 여타의 대호족까지를 포함하는 새로운 신분의 귀족개념이었을 것이다.

또 『고려사』 최승로전에 수록되어 있는 시무28조(時務二十八條)가 있다. 시무이십팔조는 982년 최승로가 성종대에 이루어져야 할 정치개혁을 모두 28개 조목으로 나누어 견해를 솔직하게 피력한 것인데 28조 중 현재 알 수 있는 내용은 22조뿐이며, 나머지 6조의 내용은 전하지 않는다고 한다. 「시무28조」는 성종이 친히 개봉(開封)하도록 별도로 밀봉해서 올린 것으로, 성종대에 이루어져야 할 정치개혁을 모두 28개 조목으로 나누어 최승로 자신의 견해를 솔직하게 피력한 것이다. 오늘날 전하지 않은 6개 조의 내용에 대한 복원작업이 시도되기는 하였으나 확실한 내용은 알 수 없다. 최승로는 당시 고려왕조가 당면한 문제에 관해서 대내외적으로 광범위하게 자신의 견해를 제시하고 있다. 그 가운데에서도 불교의 폐단과 사회문제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이 시무 28조는 ① 불교 비판, ② 민생 문제, ③사회 제도, ④ 대외 관계, ⑤ 군주관 등 5개 분야로 묶어 전해진다.



​문장 하나하나 표현 하나하나에 예리한 풍자를 담아 '뼈를 때리는' 그의 글들을 한데 모은 『시무 7조』는 총 세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에서는 저자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시대 단상, 2장에서는 정치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에 해학적인 요소가 가미된 단편 글, 3장에서는 「시무 7조」의 연장선 겪인 상소문으로 우리나라가 직면한 문제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하고 나아가 어떤 변화를 가져와야 하는지 정부에 건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의 이런 직언에 "국민들의 마음을 잘 읽고 지금 정부가 바꿔야 할 많은 정책들을 잘 짚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반면 "자신의 의견에 반하는 정부 정책을 헐뜯고 실패한 정책으로 몰고 가려는 정치적 냄새가 짙은 글이다"고 무시하려는 사람도 있다. 통쾌함과 위로를 선사해줄 것이라 기대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한 번쯤 귀 기울여 들어볼 만한 내용이라는 것이 개인적인 이익을 챙기는 것도 아니고, 정치 평론 쓰는 논객으로 명예를 드높이려는 것도 아닌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다. 글은 자신을 떠나면 그때부터는 자신의 것이 아니다. 글을 읽은 독자의 것이고, 대중의 것이다. 그러나 뒷 얘기를 굳이 책을 내서 밝히려는 것은 정치적 의도를 떠나서 굳이 필요하지 않은 일을 한 것이라고 독자는 생각한다. 정치 평론을 했으면 그것으로 그만이고, 제시한 주장 등이 반영되지 않았으면 그 점에 대해서 또 쓰면 된다. 애써 글을 써 뒷얘기를 하는 것은 독자의 의견으로는 마땅한 일이 아니다.



​책에 따르면 「시무 7조에 관하여」라는 제목의 글에서 "돈이 흘러가는 방향을 종잡을 수 없었다. 아이들은 언제나 이곳에서 죽었고 저곳에서도 죽었다. 부모가 있는 곳에서 죽었고 없는 곳에서도 죽었다. 수백조의 예산이 비처럼 쏟아져 내렸지만 작은 마당 한 켠에도 고이지 못하고 증발하거나 흡수됐다. 더 낮은 곳에, 더 메마른 곳으로 집중된 비를 나는 바란다. 세상의 모든 정의는 사라지고 없어도 단 하나의 정의는 존재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아이들의 몫이다."라고 했다. 저자는 이어 "다시 「시무 7조」로 되돌아온 나는 생경함으로 지난 글을 다시 들여다본다. 좋은 글이 아니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중언부언했고 비난은 했으나 적절한 대안을 내놓지 않았다. 문체에 특이점을 실었을 뿐 시대의 정치에 맞서는 현대인의 고뇌를 진솔하게 담지 못했다. 글의 힘이란 무엇인가 다시 생각한다. 한때 세상을 떠돌며 사람들에게서 주목을 받을 수 있었던 건 글의 힘이 아닌 사람의 힘이었다. 나는 잠시 불어온 바람에 가벼운 말들을 실어보냈을 뿐이다."고 썼다.

독자는 그의 글의 힘을 떠나서 정부에 대한 고언을 할 수 있다는 그의 열정에 대해 응원을 보낸다. 뒤늦게 좋은 글이어서가 아니라 바람에 의한 일시적 힘이 작용했다고 깨닫는 점도 인상적이다. 시무잭이니만큼 글의 영향력이 일시적일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정치라는 것은 언제나 급부의 형태로 다가오지만 본질은 있는 그대로의 삶을 지켜주는 데에 있다. 그러나 그러지 못했다. 섣부른 자비와 설익은 정책이 나와 주위의 삶을 얼마나 잔인하게 망가트렸는지를 나는 알고 있다."고 언급한다. 저자의 성찰과 그 용기에 독자는 힘껏 응원을 보낸다.



나의 글은 결국 어디론가 향하게 될 것이다. 그에 따른 업보가 있다면, 내가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것이기를 바란다. 아들에게는 햇살을 머금은 빗방울이 다시 하늘로 올라가 구름과 만났다고 전해줬다. 그날, 아들은 눈부시게 웃었다.(p.227)

사라지는 것들에게서 연민을 느꼈고 맹렬히 솟아나는 것들에게서 알 수 없는 두려움을 느꼈다. 그리고 정치라는 것이, 나에게 허용된 영역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나와 내 이웃들의 삶을 철저히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던 그 날 밤, 하필이면 술에 젖어 있던 게 죄라면 죄였을까. 단 한 편의 글로 인해 나는 지금 알 수 없는 곳에 홀로 서 있는 듯하다.(p.228)

저자 : 조은산

1982년생, 한 여인의 남편이자 두 아이의 아빠 그리고 당신의 이웃이다. 낮에는 월급쟁이로, 밤에는 글쟁이로 산다. 진정한 나는 잊힌 지 오래다. 산 사람을 만나는 일에 종사한다. 종종 죽음을 본다. 그래서 사람을 사랑하고 또한 두려워한다. 듣는 것에 익숙한 삶을 살아왔다. 이제 나의 말을 들려주고 싶다. ‘시무 7조 신드롬’을 일으킨 장본인. 국민청원 이후에도 블로그에 예리한 비유와 풍자를 담은 ‘정부에 뼈 때리는 글’을 계속해서 올리고 있다. 블로그에 올린 글은 한 사람의 비판이 아닌 국민적 분노의 표출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언론과 정치인의 발언에 인용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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