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다시 강에서 만난다 1 - 나의 친구 두우쟁이에게
이상복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간은 누구나 사는 동안 많은 사람을 만난다. 그리고 세 번의 중요한 만남을 가진다. 첫 번째 부모(가족)와의 만남이고, 두 번째 친구와의 만남, 그리고 마지막으로 배우자와의 만남이다. 이 가운데 이 책 『우리는 다시 강에서 만난다』는 친구와의 만남이 주제가 된 소설이다. 물론 평생 함께 지낼 친구와의 만남은 대부분 아무 이해 관계가 없는 어린 시절에 그 관계가 시작된다. 또 그런 사이여야 평생 어떤 곡절이 있어도 관계가 지속될 수 있다. 사회에서 만나 친구 관계를 맺는 경우도 좋은 우정이 오래 지속되기도 하지만 대부분 어린 시절의 '죽마고우', 'OO친구'를 가장 친한 친구도 꼽는다. "술과 친구는 오래될수록 좋다.'는 속담도 괜히 나온 말이 아닐 터다.

친구는 오래 될수록 정도 쌓이고 우정이 굳세어져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고사(故事)에서도 친구의 관계를 찬양하는 글이 많다. 동서고금에 모두 친구와의 만남은 개인의 가장 중요한 인간 관계의 하나로 친다. 사실 '좋은 친구 한 명만 있어도 성공한 삶'이라는 말도 친구의 중요성을 말한 것이다. 우정이 깊은 친구 사이는 세상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다. 우정(친구)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버리는 일도 심심찮게 듣는 미담이다. 이 소설은 친구에 대한 헌사로도 읽힌다.



이 소설은 우리 나라 산업화 시대를 배경으로 쓰인 저자의 자서전적 작품이다. 가난으로 얼룩진 세상에서 내일에 대한 기대를 잃지 않으려 성실하게 몸부림치는 소년 이칠복의 먹먹하면서도 따뜻한 성장 이야기다. 이 작품은 여덟 살 칠복이의 세 동생 중 첫째 동생인 숙이가 폐렴으로 세상과 작별하는 작은 단칸방에서 시작된다. 병원은커녕 물에 소금만 넣어 끓인 소금국으로 끼니를 때울 정도로 지독히도 가난했기에 아무런 손도 쓰지 못하고 무력하게 숙이를 떠나보낸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서러운 눈물 냄새를 맡으며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날, 칠복이의 그림자에 문신처럼 결코 지울 수 없는 짙은 우울이 드리운다. 한 달 뒤 둘째 동생 순이마저 허망하게 세상을 떠나자 부모님은세상과의 이별을 마음 먹는다.

"아부지, 죽지 마요. 내가 있잖아요. 아부지하고 엄마가 죽으면 나하고 철이는 어떻게 살아요."

칠복은 눈물로 호소하고 남은 식구 4명은 하염없이 부둥켜안고 눈물만 흘린다. 암담한 심정을 생각하면 독자의 코끝이 찡하다. 다시 마음을 고쳐 먹는다. 지난하고 지난한 시절, 갈등과 방황의 수렁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허무와 염세에 빠진다.



어려운 때를 생각하고 지금을 견뎌내는 지혜를 전해주려 하면 '꼰대' 소리나 들을 그 말이 같은 세대의 사람들에게는 가슴 먹먹한 감동과 공감을 준다. 가난으로 얼룩진 세상에서 내일에 대한 기대를 잃지 않으려 소년 이칠복은 성실하게 몸부림친다. 지난하고 지난한 시절, 갈등과 방황의 수렁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허무와 염세에 빠져 있던 칠복이 앞에 동급생 명훈이가 나타난다. 마치 농사에 있어 중요한 절기인 4월 곡우 때 비와 함께 나타난다는 귀하디귀한 물고기 두우쟁이처럼. 저자는 친구 명훈을 '두우쟁이'로 표현한다.

세상살이에 들볶이고 가난에 허우적대는 나날에도 생의 끈을 놓치지 않기 위해 악착같이 달려온 칠복이. 중학교 3학년 때까지 봄여름가을겨울 하루도 빠짐없이 새벽 4시만 되면 어둠을 뚫고 나가 숨이 차도록 달리며 신문을 배달하던 소년 이칠복의 성실한 생명력과 즐거운 날에도, 친구들과 노는 날에도, 비가 내리는 날에도 왈칵 느닷없이 떠오르는 수많은 죽음과 이별의 파편에 잠식되는 소년 이칠복의 예민한 감정선은 누구나 마음 깊은 곳에 꼭꼭 숨겨두고 자신에게조차 들키지 않으려 초조해하던 산업화 세대들의 힘들고 어려웠던 시절, 그리고 어느 사람을 불현듯 떠오르게 한다. 지금의 젊은 세대에겐 말로 표현해봐야 알아주지도, 알아듣지도 못할지도 모른다.



“아부지, 죽지 마요. 내가 있잖아요. 아부지하고 엄마가 죽으면 나하고 철이는 어떻게 살아요.”

나는 눈물을 훔치고 있는 아버지 팔에 매달렸다. 서러움에 복받친 아버지는 갑자기 나를 와락 껴안았다. 그리고 내 얼굴에 자기 얼굴을 비비면서 서러운 울음을 토해 냈다.

내 볼을 타고 아버지의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어머니도 몸을 떨며 하염없이 흐느끼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이 지난 후 우리는 울음을 멈췄고 방 안에는 쉽게 깨어지지 않을 정적만이 감돌았다. 누구도 먼저 말을 꺼내지 않았다. 나는 배가 너무 고팠다. 하지만 차마 어머니에게 밥을 차려 달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밖에서는 여전히 윙윙거리는 찬 바람이 거세게 불며 방문과 창문을 뒤흔들고 있었다. 춥고 긴 이 밤이 지나면 그 무엇으로도 충족시킬 수 없는 텅 빈 내일이 오리라. 차라리 내일이 없었으면 좋겠다.(1권, pp.21~22)

아직 분을 삭이지 못한 아버지는 연거푸 담배를 빨아대면서 호통을 쳤다. 아버지가 따뜻한 시선으로 지켜준다면 나는 얼마든지 착하게 행동할 수 있다. 그러나 아버지는 그럴 마음이 전혀 없는 것 같았다. 그에게 본보기를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나는 무슨 일이고 저질러놓고야 말테다. 너무나도 억울하고 분했던 나는 속으로 결코 아버지가 들어줄리 만무한 억지를 부리고 있었다. 그날 나는 동철이와 싸우면서 굳게 결심했었다.

‘나에게 이유 없이 시비를 걸면 어느 누구라도 가만두지 않겠다. 나를 죽이겠다고 달려드는 놈이 있으면 기꺼이 죽어 주겠다.’(1권, pp.61~62)



반 아이들 중 누구에게도 내가 신문 배달하는 것을 밝히고 싶지는 않았다. 아니 신문 배달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는 것조차 두려웠다. 신문 배달을 한다는 것은 가난하게 산다는 것을 의미하고, 또 가난한 집 아이들은 사고뭉치가 흔하다고 여길 것이라는 게 내 생각이었다. 내가 가난한 집 아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 반 아이 중 어떤 놈도 나와 사귀려 들지 않을 거라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나는 철저하게 혼자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나는 마음속으로 항상 집 근처까지라도 동행할 만한 친구를 아쉬워했다.(2권, pp.30~31)

그때 나는 몹시 외로움을 탔고, 인생살이에 힘겨워했고, 사람이 몹시도 그리웠고, 누군가로부터 위안을 받고 싶던 때였다. 나는 유년 시절의 어둡고 막막한 통로를 지나면서 나에게 따뜻하게 대해 줄 누군가를 애타게 기다렸다. 신문을 돌리고부터는 고달픈 세상살이가 싫어지기 시작했다. 나를 포함한 모든 사람에 대한 미움과 증오, 학교에 대한 싫증과 짜증으로 거의 쓰러져가고 있었다.

이때 명훈이가 나타났고 나는 변하기 시작했다. 농사에 있어 중요한 절기인 4월 곡우 때 나타난다는 두우쟁이는 내게 있어서 명훈을 두고 한 말 같았다. 때를 맞추어 내게 나타났던 두우쟁이는 내게 물보라를 치고는 어디론가 사라져갔다. 두우쟁이의 죽음으로 내겐 또 하나의 외로움이 오한처럼 엄습하고 있었다.(2권, pp.96~97)



이러한 기적은 내 뒤에 명훈이가 있었기에 일어난 것이었다. 명훈이가 내 친구라는 것이 너무나 좋았다. 나는 내 석차를 확인한 후 명훈이에게 달려갔다. 명훈이네 반 교실에 가서 명훈을 불러냈다.

“명훈아, 내가 우리 반에서 6등을 했대. 담임한테 지금 확인한 거야. 완전 기적이야. 기적!”

이때 명훈이가 좋아하면서 기뻐했던 그 표정이 내 뇌리에 완전히 박혀 있다.

“그래, 칠복아. 정말 잘했다! 내가 뭐라고 했어.”(2권, p.138)

저자 : 이상복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서울고등학교와 연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에서 법학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에서 전문분야 법학연구과정(금융거래법)을 이수했다. 사법연수원 28기로 변호사 일을 하기도 했다. 미국 스탠퍼드 로스쿨 방문학자, 숭실대학교 법과대학 교수를 거쳐 서강대학교 금융법센터장 및 법학부 학장, 법학전문대학원장을 역임했다. 현재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비상임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외부감사법》, 《외국환거래법》, 《금융소비자보호법》, 《자본시장법》, 《금융법강의 1~4》 등 법학 관련 20여 종이 있다. 철학과 문학에도 관심이 많아 《행복을 지키는 法》, 《자유·평등·정의》, 에세이 《방황도 힘이 된다》를 썼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