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기술 - 마음을 챙기는
앰버 해치 지음, 부희령 옮김 / 책세상 / 2021년 7월
평점 :
절판



 

독자가 어렸을 때 책이나 교과서에서 가르치는 것은 말이 많은 웅변보다는 '침묵이 금'이다고 가르치고 배웠다. 말보다는 행동으로 실천하는 것이 미덕으로 생각했다. 말을 앞세우는 사람은 실천하지 않은 사람들의 '핑계'로 여겼다. 교육도 주입식 암기식이다. 교사에게 질문을 많이 하는 것은 오히려 수업 방해나 교과 내용과 다른 '놀이'를 위해서라고 매도됐다. 지금 가르치고 있는 내용 이외의 것에서 질문하지 말라고 가르쳤다. 수업 시간에는 다른 사람의 수업을 방해한다며 일체의 소리를 못 내게 했다.

교실 안에는 늘 침묵이 흘렀다. 다만 교사의 말소리와 칠판에 쓰는 소리, 가끔 한눈 파는 학생에게 주의를 환기시키는 교사의 꾸중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그렇게 수업을 마치면 '수업 태도 좋다', '열심히 하는 태도다'며 추켜세우기도 했다. 즉 침묵을 강요하던 시절이었다. 대학을 거쳐 직장 다닐 때 조금 다른 분위기가 일기 시작했다. 침묵은 무식한 사람들의 '자기 증명'이라고 매도한 사람들도 있었다. 뭐든지 자신의 의사를 분명이 밝힐지 알아야 한다며 '잘난 척하기'가 대세일 때도 있었다. 특히 자기 PR은 남이 해주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빈수레가 요란하다'는 일부 힐난도 있었지만 자기 PR을 아랑곳하지 않고 스스로를 평가절상하기 급급했다.

 


 

세기가 바뀌고 21세기 오늘날에는 다시 옛날로 돌아가는 듯한 느낌이다. 여전히 잘난 척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침묵'이 제대로 대우받는 듯하다. 대신 침묵의 정의(定義)가 다소 바뀌는 듯하다. 잘난 척하며 떠드는 행위의 반대 개념이 아니라 소음의 반대 개념을 의미한다. 적막한 느낌, 고요한 상태, 정적 등의 의미로 사용하는 빈도가 높다. 때문에 종교에서 말한는 묵언수행, 명상 등과 쉽게 연결되는 뜻으로 사용한다. 이 책 『침묵의 기술』의 저자 앰버 해치는 침묵을 실천하는 것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일이라고 말한다.

저자에 따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늘 남의 눈치를 보며 혹은 보여주기 위해 안 사도 될 물건으로 집을 채우고 자신을 과하게 꾸미지만, 마음은 늘 텅 비어 있다. 정작 자신의 내면은 돌보지 않은 채 주위 환경에만 신경쓰고 집중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기를 이해하고 알게 되면 자신감을 가지게 돼 일상을 긍정적으로 살게 된다. 빈틈을 채우려고 뛰어다니지 않으면 더 신중하게 생각하며 활발하게 움직일 수 있다. 침묵을 경험하면 굳이 다른 사람처럼 행동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깨달을 것이다. 침묵은 순간에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고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과 연결시켜준다. 또한 자신의 본질이 겉으로 드러나는 것을 허용한다고 침묵이 우리에게 깨닫게 해주는 것들을 말한다.

 


 

전철역이나 대학 캠퍼스, 공원 같은 공공장소를 지날 때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사람을 보는 것은 매우 흔한 일이다. 대부분 휴대폰을 손에 든 채 이어폰을 꽂고 있다. 버스 좌석에 앉아 승객들을 둘러보라. 모두 고개를 숙인 채 휴대폰을 사용하고 있다. 신문이나 책을 읽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앞을 보거나 창밖을 내다보는 사람조차 없다. 20년 전쯤엔 신문 보는 사람이 가장 많았던 것 같다. 더욱이 그때는 무료신문도 있었다. 좁은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옆 사람에게 피해 주지 말라고 타블로이드판 신문이었다.

불과 20년만에 인터넷과 휴대전화가 우리의 일상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저자는 직접 대화를 나누거나 책을 읽는 것이 기술을 이용하는 소통보다 본질적으로 더 낫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물론 다른 사람과 돈독한 관계를 맺는 능력으로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경우가 많기는 하다. 그러나 문제는 요즘 사람들은 혼자 있거나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불편해 한다는 것이다. 오롯이 혼자 있는 사람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언제나 무슨 일을 하느라 바쁘거나 다른 사람과 연락을 취하려 한다. 자신이 정말 바쁘다고 생각하며 ‘혹시나 낭비해버릴지도 모를’ 짧은 시간을 이용해 메시지를 확인하는 등 무언가를 부지런히 한다. 그러나 사실은 아무것도 안 하는 게 두려운지도 모른다.

 


 

『침묵의 기술』은 마음챙김 수행을 꾸준히 해온 저자가 터득한, ‘침묵’으로 내면을 들여다보고 챙기는 방법을 소개하는 책이다. 그로 인해 일상의 고요함과 평온함을 찾는 방법을 제시한다. 저자는 침묵을 추구하려면 단순히 주위 소음을 낮추기만 해서 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침묵을 향해 다가가는 여정은 삶을 어지럽히는 잡동사니를 치우는 일이기도 하다. 여기서 잡동사니란 스트레스와 과부하를 일으키는 소유물이나 인간관계,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일 등이다. 저자는 생활의 소음과 잡동사니를 줄이는 방법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이 책은 다음 3개의 장으로 구성됐다. 각 장은 서로 연관 관계를 갖고 있지만 독자들의 이해를 위해 저자가 편의상 구분한 것으로 보인다. 독자도 쉽게 기억되도록 번호를 붙여 소개한다.

① 주위 환경 고요하게 만들기 : 전보다 좀 더 조용한 장소에서 시간을 보내고 마음을 차분하게 안정시키는 활동을 하는 것으로 내 주위를 둘러싼 세상을 바꾸는 것이 가능하다. 이런 일들을 침묵하기 위한 ‘여건을 조성하는 작업’으로 생각하자. 침묵을 하려면 그러기 위한 시간을 마련하고 침묵할 수 있는 공간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당연히 하던 일들에 의문을 갖고 하나하나 체크해보자. ‘반드시 해야 하는 중요한 일인가?’ ‘이 일을 하면 행복한가?’

 


 

② 평화로운 인간관계 맺기 : 주위 사람과의 상호작용 방식은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친다. 온화한 대화를 나누며 타인과 평화롭게 어울려 사는 것이 좋다. 이것이 침묵을 ‘실천하는 방법’이다. 침묵을 추구하며 말과 대화 방식을 고민한다는 것은 직관적으로 납득하기 힘들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화는 인간관계를 만들어내고 규정하는 것이며 관계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대화의 품질 그리고 말을 경청하고 말이 경청되는 방식은 침묵을 경험하는 방식과도 밀접하다. 만약 우리가 평화로운 인간관계를 쌓지 못한다면 내면의 평화도 찾기 어려울 것이다. 이 장에서는 언어를 사용할 때와 사용하지 않을 때 모두 평화로운 인간관계를 어떻게 함양할 수 있는지 살펴보았다.

③ 내면의 침묵 키우기 : 마음공부를 하다 보면 내면의 침묵을 느끼는 힘을 계발하게 된다. 그래서 어떤 상황에 처하더라도 침묵할 수 있게 된다. 앞에서는 삶에 침묵이 더 많이 스며들게 하려면 어떤 장소에서 시간을 주로 보내야 하는지, 어떤 일을 선택해서 지속적으로 해야 하는지를 살펴봤다. 그리고 서로 소통하는 상황에서 침묵을 어떻게 전략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 사람들이 다양한 환경에서 침묵할 때 그것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는지 탐구했다. 이 장에서는 내면에 있는 침묵을 확고하게 키우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자 한다. 내면의 침묵은 거주 환경이나 어울리는 동료처럼 외적인 조건에 좌우되지 않는다. 이것이 ‘침묵의 기술’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이 책은 침묵이 무엇이며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침묵을 접할 수 있는지 탐구한다. 침묵이라는 개념은 매력적이다. 저자에 따르면 침묵의 진정한 의미를 생각해보기 전에도 우리에게 침묵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었다. 우리는 소통, 자극, 소비의 끝나지 않는 악순환 속에 갇혀버렸음을 알고 있다. 그러한 순환을 계속 끌고 가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도 직관으로 감지하고 있다. 우리에게는 근본적 치유가 필요하다. 정말로 필요한 것은 '무(nothing)'일 것이다.

저자는 책 뒷부분에 「나가며」 글에서 이 책의 핵심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평화와 고요를 찾기 위해 우리는 얼마나 멀리 가야 하는가?" 마지막 장에서는 내면에 깃든 고요와 침묵의 감각이 무엇인지를 탐구했다. 그리고 어떻게 마음챙김의 힘을 키워서 그러한 감각을 계발할 수 있는지, 어떻게 마음이 중심을 잡아가는지 살펴봤다. 궁극적으로는 바로 우리 손 안에 있음을, 그래서 그저 그것을 향해 손을 뻗기만 하면 된다는 사실을 깨우칠 수 있었다. 침묵은 스스로 찾아나서야 할 장소도 영원히 다가오지 않을 시간도 아니다. 어떤 순간에도 스스로 선택하기만 하면 가능한 것임을 확인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마지막 말은 독자의 머릿속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지적이고 사려 깉은 말로 표현하려 애를 썼어도 언어는 궁극적으로 침묵을 표현할 수 없다. 침묵은 스스로 경험하는 것이다."

 


 

자연에서 아무 소리도 안 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자연은 침묵하지 않는다. 집이 밖보다 더 조용할 때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자연의 ‘소음’은 일반적으로 주의를 끌지 않는다. 바람 소리, 새소리, 물 흐르는 소리 등은 이미 세상과 잘 어우러진 소음이다. 그런 소리는 듣고 무슨 조치를 취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거나 시끄럽다는 불평이 나오지 않는다. 마음이 바르게 안정돼 있으면 공사장 기계 소음이나 자동차와 비행기 소음처럼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소리더라도 침묵을 방해하고 흩뜨리진 않는다.

- p.44 「첫 번째 침묵」중에서

 

마음챙김이 일어나지 않을 때는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감지하지 못하거나 성찰하지 못한다. 고요한 순간을 알아차려 침묵하지 못한다. 그 대신 시끄러운 잡념에 빠져들게 된다. 사람들은 마음속 환상에 몰두하는 경우가 잦은데, 이때 주로 미래 일을 걱정하거나 과거에 일어났던 사건을 곱씹는다. 자기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아차리지 못하고 생각이나 감정에 휘둘리게 된다. 그래서 결국 냉정함을 잃고 현명하지 못한 행동을 하게 되고 내면에 존재하는 침묵의 본질을 확장할 수 없게 된다.

- p.127 「세 번째 침묵」중에서

 


 

저자 : 앰버 해치(AMBER HATCH)

 

마음챙김 수행을 꾸준히 해온 작가이자 교사다. 10년이 넘도록 매일 불교 명상 수행을 해왔으며, 웨일스에 있는 사마타 센터에서 가족 피정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옥스포드에 부모들을 위한 마음챙김 지원 그룹을 설립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세 자녀를 둔 엄마로, 《부모들을 위한 마음챙김MINDFULNESS FOR PARENTS》을 포함해 양육법에 대한 다수의 책을 썼다. 또한 배우자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알렉스 오그와 공동집필한 마음챙김을 위한 컬러링 책들을 펴냈다.

 

역자 : 부희령

 

서울대학교에서 심리학을 공부했다. 2001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이 당선되어 소설가가 되었다. 2004년부터 영어로 된 좋은 책들을 우리말로 옮기는 일을 하고 있다. 《살아 있는 모든 것들》, 《버리기 전에는 깨달을 수 없는 것들》, 《아미쿠스 모르티스》, 《타자기가 들려주는 이야기》, 《아무것도 사라지지 않는다》 등 80여 권의 책을 우리말로 옮겼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