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진짜 나를 알아가기 시작했다 - 지독했던 서른앓이를 치유해준 문장들
김현중 지음 / 더퀘스트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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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0년 전 공자는 30세를 이립(而立, 확고한 마음이 섬)이라 하여 배움에 성과를 이루는 나이라고 했다. 물론 그때와 지금은 학교에서 공부하는 나이라든지 결혼, 관직에 나가는 나이 등이 달라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일생을 70세에 두든 80세이 두든, 젊을 때 이루는 일은 같다고 보아도 무방할 터다. 따라서 15세 지학(志學, 학문에 뜻을 두는 나이)부터 60세 이순(耳順, 객관적으로 듣고 이해함)까지 대체로 우리의 삶의 방식과 살면서 성숙해가는 정도의 표현이라고 봐도 좋을 듯하다.

인구에 가장 많이 회자되어 대부분 알고 있는 40세 불혹(不惑, 세상일에 정신이 흔들리지 않음)과 50세 지천명(知天命, 하늘의 명을 깨달음)도 공자가 함께 한 말이다. 이는 논어 위정편에 나와 있다. 당시에는 학문을 하고 관직에 나아가 배운 바를 실천하는 사회 시스템이었기 때문에 공자의 나이에 대한 분류는 많은 걸 생각해 나온 말일 것이다. 그러나 현대 사회를 사는 오늘날의 우리 30세는 다소 차이를 보인다. 이립보다는 많은 유혹에 시달리는 나이로 생각된다. 학교를 마친 성인으로 직업 전선에 뛰어들어가 자신의 가정을 이루고 자신의 뜻을 이루기 위해 본격적으로 나설 나이다. 확고한 뜻이 섰다기보다 제대로 확립되지 않은 채 이리저리 '흔들리는 나이'로 봐야 할 것 같다. 거기에 많은 유혹들이 기다리고 있어 자칫 유혹에 휩쓸리면 자신의 삶을 제대로 살 수 없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나이다. 돈과 명예, 사랑과 권력 등 모든 것이 열려 있는 나이임에는 분명하지만 실제 이루기에는 어느 것 하나 만만한 것이 없는 나이이다. 더욱이 경제적으로는 생계나 주거가 안정되지 않은 '백수'로 내팽겨쳐질 위험이 크다.



이처럼 불안정하고 흔들리는 나이에 '오포세대'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일반적인 삶을 포기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나이가 '서른'이다. 고 김광석 가수는 그의 노래 '서른 즈음에'를 통해 '또 하루 멀어져 간다 / 내뿜은 담배연기처럼 / 작기만한 내 기억 속엔 / 무얼 채워 살고 있는지 / 점점 더 멀어져 간다'고 노래했다. 이렇듯 늘 청춘인 줄 알았던 나이가 서른을 고비로 앞날이 가름되는 갈림길에 들어선다. 이 책 『서른, 진짜 나를 알아가기 시작했다』의 저자 김현중은 책으로 아슬아슬한 나이 서른을 넘겼다고 말한다.

저자는 20대 때 별다른 꿈이 없었다고 한다. 그저 남들 눈을 신경 쓰며 냇물에 떠내려가는 종이배처럼 살다가 서른을 맞이하고 ‘현타’가 왔다고 했다. 성실히 지내왔기에 뭐라도 돼 있을 줄 알았는데 정작 아무것도 이룬 건 없었다고 고백한다. 그렇게 찾아온 지독한 서른앓이로부터 이 책은 시작한다. 서른앓이로 방황하던 저자는 우연히 지인에게 추천받은 책을 읽으면서 밑줄 긋고 별표 치며 책 속 문장과 교감하며 힐링을 받았다. 그리고 서른 즈음부터 책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관계, 돈, 일 등 답답하게 죄어오는 걱정들에 대한 방향, 결국 그래서 나란 사람이 누구인지에 대한 답을 책 속에서 찾아갔다. 다가올 삶에 대해 자신만의 속도와 방향을 찾은 저자는 회사를 다니고 결혼을 하고 부모가 되어 어느덧 30대 중반을 넘어선 나이가 됐다. 그렇게 자신의 지난 서른앓이를 돌아보며 그 과정을 솔직하게 기록하고 공유하는 이야기가 이 책의 주된 내용이다.



이 책은 관계, 사랑, 일, 돈 등 가장 크게 고민했던 것들에 대한 실마리를 던져준 책과 문장을 네 개의 챕터로 나누어 소개한다. 사실 이러한 방대한 양의 고민들은 ‘진짜 나는 누구인가?’라는 문장으로 압축된다. 그렇기 때문에 때로는 소설에서, 때로는 심리학책에서, 때로는 동화나 철학책에서 인간과 세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을 접하고 이를 나란 사람을 알아가는 수단으로 활용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의 메시지는 단순하다. 서른이라는 ‘어른병’ 때문에 뭐라도 이루어내려고 애쓰지 말라는 것이다. 내가 누구인지부터 알아야 나만의 속도와 방향을 알 수 있다는 것. 이 과정은 오직 서른이기에 가능한 소중한 시간이자 경험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훗날 서른을 웃으며 되돌아볼 때를 생각하며 지금의 서른앓이를 피하지 말고 부딪쳐보자는 저자의 말이 더욱 와닿는 이유다.



저자는 「프롤로그」를 통해 "이 책에서는 삶의 고구마 같은 고민에 몸부림치다 만난 책의 사이다 같은 문장을 소개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나도 그 어떤 알량한 조언이나 싸구려 위로로 청년들의 짜증을 유발하는 꼰대가 되고 싶지 않다. 어쩌다 맛집을 발견하면 친구들에게 소개하지 않고는 못 배기듯이 서른의 깊은 고민에 허기진 우리와 맛있는 문장을 함께 나누고 싶었다."(p. 7)고 말한다. 이 책은 4개의 챕터로 이루어져 있다. Part 1은 '나답게 산다는 것'과 Part 2 '급격히 높아진 삶의 난이도', Part 3 '관계를 새롭게 그려볼 때', Part 4 '나를 구조할 사람은 나뿐'으로 구성됐다. 챕터의 제목만 연결해도 이 책이 무얼 말하는지 눈치 빠른 독자들은 알 수 있으리라.

서른에 이 같은 방황은 늦은 게 아니라고 말하고 싶어한다. 다만 갑자기 높아진 삶의 난이도를 깨닫고 스스로 자신을 구하는 생각과 실천에 나서라는 것이다. 같은 경험을 한 저자로서는 '책 읽기'에 방점을 두고 있다. 챕터마다 여러개의 소제목을 두고 제목에 따른 내용을 설명하고 있는 가운데 수시로 저자는 책을 소개한다. 어떤 상황일 때 어떤 책을 읽는 것이 도움이 되었다는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다. 선택은 독자들에게 달린 것이어서 될 수 있는 한 저자가 아는 범위에서 다양하고 깊이 있는 책을 소개하기 위해 애쓴 흔적이 곳곳에 배어 있다.



저자는 소제목을 통해 '어떻게 나답게 살 수 있을까', '진짜 어른다운 어른이 되려면', 'N포세대, 사랑까지 포기할 수는 없잖아' '좋은 멘토를 만나는 방법' 등 다양하고 세밀하게 '어른다운 서른'이 되는 데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특히 노력하는 중 찾아오는 무기력을 극복하는 방법에서 공감을 하고 이제부터라도 실천의 각오를 다진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다'라는 독자의 좌우명에 의해서다. 저자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평등'이란 개념을 오해해서 생기는 무기력감이 찾아올 수 있다고 경계하고, 인식의 전환을 조언한다.

저자에 따르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왜곡된 평등의 개념을 바로 잡아야 한다. 평등의 본질은 인간 존재로서 가치가 동등하다는 것이지 소유의 수준이 똑같아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남들이 아파트에 사니까 나도 아파트에 살아야 하고, 남들이 대학을 나오니까 나도 대학에 가는 것은 평등이 아닌 집착이다. 소유에서 존재를 찾으려 하면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다. 바닷물로는 갈증을 해소할 수 없듯이 최고급 세단, 명품백 등으로 아무리 치장한들 인간 내면의 공험함은 채울 수 없다. 오직 물질만 있을 뿐이다. 소유에서 존재를 찾는 행위는 생물이 무생물로부터 생명을 공급받으려는 헛수고일 뿐이다. 이때 저자는 마음의 여유가 사라지는 사람은 에리히 프롬과 라이너 풍크의 공저 『나는 왜 무기력을 되풀이하는가』를 소개한다.



저자는 마지막으로 「에필로그」에서 지금까지의 자신의 경험이 독자들에게 전달돼 책에서 고민을 해소해주고 마음을 치유해주는 문장을 만나는 것은 행운이고 행복이라는말을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20대 때 지식으로만 알고 있던 일들이 서른이 되자 괴리감, 상실감, 불안감, 공포감이 뒤죽박죽 뒤섞여 찾아와 "이렇게 살아도 될까?"라고 고민하다 "나는 진짜 누구일까?" "나는 무엇을 원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라며 생각하고 방황하다가 결국 책에서 답을 찾았다고 밝힌다. 이 책에서 제목을 적시한 책은 대개가 저자의 나이 서른에 고민한 것을 답해주는 책들일 것이다. 나이에 상관 없이 누구든 참고할 만하다고 독자는 기대한다. 오늘 독자는 독서목록을 새로 써야겠다.

저자 : 김현중

나의 깊은 기쁨과 세상의 깊은 필요가 만나는 곳의 행복을 찾는 84년생 직장인. 대학에서 공학을 전공했으나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유통에 흥미를 느껴 온오프라인 MD로 직장 생활을 한 지 12년 차가 되었다. 이랜드에서 백화점 플로어 매니저, 리테일 MD, 그룹사 커뮤니케이션 전략기획 등 다채로운 경험을 쌓았고 현재 쿠팡에서 로켓배송 MD로 재직 중이다.

서른이 되자 나는 진짜 누구일까? 나는 무엇을 원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 살기 위해 서른에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에서 만난 문장들이 따스하게 나를 다독였다. 지독했던 서른앓이를 통해 진짜 나를 알아갔다. ‘따뜻한 말과 글로 공감하며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선한 영향력’을 꿈꾸며 글을 쓰고 있다. 사내 기자, 시민 기자를 거쳐 현재 브런치 작가로 활동 중이다. 《서른 넘어 찾아온 다섯 가지 기회》(2020)를 썼다. 브런치 brunch.co.kr/@21missionary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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