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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우면 비로소 깨닫는 것들 - 발상의 전환으로 독특한 사고를 하는 장자
천인츠 지음, 문현선 옮김 / 미래문화사 / 2021년 7월
평점 :
장자는 '비움'을 말했다. 후세에 평가한 것이지만 그는 비움의 철학을 우리에게 가르쳤다. 처음 이 책을 봤을 때 '~하면 비로소 깨닫는 것들'을 쓴 한 스님의 '멈춤 철학'의 아류인가 하고 의심했었다. 그러나 장자의 비움이란 것을 알고 이 책에 큰 관심을 갖고 읽었다. 오늘날 물질적으로 풍요롭고 편리한 시대에 살면서 비움을 알린다는 것은 '소 귀에 경 읽기'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러나 장자의 비움은 단순히 비운다는 의미도 포함하지만 더 궁극의 목표는 이 세상에는 쓸모 없는 것, 쓰임이 없는 것은 없다는 가르침이다. 또한 인간의 흥망성쇠는 온 지구적으로 보았을 때 아주 사소하고 작은 것이기 때문에 너무 집착해서는 안 된다고 설파했다. 무엇보다도 장자는 덜어냄으로써 비워내는 것을 강조했다.
2300년 전의 사상임에도 불구하고 장자는 인류의 평화와 삶의 행복에 맞닿아 있다. 자연으로 돌아가 인위를 버리고 자연의 본성에 순응할 때 진정한 도를 배울 수 있다는 장자의 가르침은 오늘날 부와 편리함만을 좇는 우리들에게 많은 교훈을 시사한다. 이 때문에 우리들은 장자의 가르침을 현대의 창작으로 재해석하여 활용하고 있다. 장자가 21세기를 사는 우리에게 많은 통찰과 교훈을 줄 것으로 기대하는 이유다. 그래서 장자의 철학은 한마디로 말하면 '비움'이 되는 것이다. 독자도 학교 다닐 때 그렇게 배웠다. 다만 더 깊이 들어갈 기회는 없어서 그 정도로만 알고 지내왔다.
일상에 지치고 힘든 생활 속 내 마음 같지 않은 현실에서 자신이 가고 있는 길이 맞는지 고민하고 있다면, 인생을 새롭게 바라보는 관점이 필요합니다.하루하루 바쁘게 사느라 자신을 돌아볼 여유가 없으면서도 무엇인가 해야만 비로소 마음이 편해지나요? 그런 당신에게 비우고 내려놓으라고, 그래도 절대 큰일 나지 않는다고 용기를 준다. 이 책은 에 수록된 이야기 가운데 88개의 핵심적인 이야기를 제시한 후 그에 대해 현대적인 해설을 담은 친절한 책이다. 자칫 무겁고 어려울 수 있는 이야기에 재미있는 일화를 곁들여 누구나 부담 없이 쉽게 읽을 수 있다. 비움을 강조하는 장자의 가르침은 오늘도 힘겨운 하루를 버티고 있는 우리들에게 마음의 안식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흔히 마음을 비우면 모든 것이 편해진다고 한다. 독자도 그 말을 많이 들었고, 또 누군가에게 그 말을 한 경험이 있다. 독자도 살아오면서 마음을 비우면 편해진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마음을 비운다는 것은 '욕망을 비운다', '욕심을 없앤다'와 동의어나 다름없다. 그러나 왠지 나만 뒤처지는 것 같아 불안하고 우울해지는 감정이 섞이며 혼란스러웠던 경험들이 여러 번 있었지만 나이가 중년으로 들어서면서 뒤늦게 깨달았던 것이다. 물론 깨달았다고 해서 마음을 완전히 비웠다고는 말하지 못하지만.공허한 마음을 달래려 책을 뒤적여 보기도 하고, 어디선가 들어본 인생 명언도 찾아보지만 책과 꿈에서 밖으로 나오면 현실은 언제나 제자리이다. 그러나 이 책 『비우면 비로소 깨닫는 것들』은 최소한 세상과 적당한 거리를 두고 자기 삶을 관찰할 수 있는 친절한 인생 안내서가 되어줄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비우면 비로소 깨닫는 것들』은 단순히 장자가 전하는 이야기를 해석하는 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살고 우리에게 그 이야기들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알려준다. 이 책을 통해 창조적 사고법을 배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물과 현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그동안 우리는 너무 형식에 얽매여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볼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장자의 말을 이해함으로써 삶의 지혜를 배우고 사회가 만들어놓은 틀에 갇혀 답답했던 마음이 뚫리는 시원함을 느낄 수도 있다.
책의 저자 천인츠는 「들어가는 말」에서 다음과 같이 이 책을 쓴 이유와 쓰임새에 대해 명확히 밝힌다. 한번은 장자가 길을 가다가 외치는 소리를 듣고 돌아보니 붕어 한 마리가 수레바퀴 자국 속에 있기에 어찌된 일이냐고 물었다. 붕어는 장자에게 물을 구해다가 자기를 살려 달라고 하자 장자가 말했다. “좋다. 내가 지금 남쪽으로 가는데, 거기는 물이 많으니 끌어다가 널 구해 주마.” 붕어는 화를 냈다. “나는 그저 한 줌의 물만 있어도 살아날 텐데 그런 말을 하다니 차라리 건어물 파는 시장에 가서 나를 찾으시오.” 장자가 정말 물고기와 대화를 나누었을까요? 아마도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장자』에 실려 있는 장자의 삶에 대한 수십 편의 일화들을 곱씹어 보건대, 그 속에 실제로 장자 자신의 삶의 그림자가 깃들어 있을지라도 그 글의 대부분은 이른바 ‘알레고리’에 불과하다고 말이다.
인물 장자는 중국 전국 시대를 살았던 역사적 인물로서 장자의 참모습은 사실 모호한 측면이 있다. 중국 고대의 첫 번째 장자 전기는 그가 살았던 시대로부터 200년이나 뒤인 한나라의 역사가 사마천에 의해 쓰였다. 『사기』에 실린 글에서 장자의 생애와 관련된 자료로 볼 수 있는 내용은 초나라 왕이 그를 초빙해 관료로 삼으려 했다는 것뿐이다. 책 『장자』에 실린 두 편의 글 「열어구」와 「추수」에 그 일화가 나온다. 사마천이 장자의 삶에 대한 일화를 더 많이 제공하지 않았으니, 오늘날 사람들이 즐겨 떠드는 모든 이야기는 결국 『장자』라는 책에 나오는 것뿐이다.
그러나 『장자』에 실린 그의 사적이 과연 실록일까? 저자는 의문을 제기한다. 적어도 전부는 아닐 것이다. 결국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핵심은 『장자』라는 책이지 '장자'라는 사람이 아니다. 장자의 삶에 대해 보다 많은 것을 이해하고자 하더라도,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이 그 책보다 많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상가의 전기는 그의 사상의 역정이고, 문학가의 삶은 그의 문학 속에서 드러나는 법이다.
이 책은 앞서 언급한 대로 『장자』에 나오는 가르침(사상?)을 저자가 88개의 소제목에 담아 구체적 사례로 풀이하고 현대적의 해석했다. 독자들에게 장자와 『장자』를 알고, 『장자』를 제대로 읽음으로써 그의 사상이나 가르침에 접근해 배우려는 독자들에게 안내하기 위해서다. 예컨대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고'란 소제목에서 저자는 『장자』 「소요유」에 나오는 문구를 싣는다. 그리고 현대적 해석을 곁들여 궁극적으로 『장자』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책을 통해 자세하게 쓰고 있다.
"장님은 옥돌의 아름다운 무늬를 볼 수 없고, 귀머거리는 종과 북 울리는 소리를 들을 수 없다. 육신의 감각 기관이란 장님과 귀머거리가 있을까? 마음의 지혜에서도 장님과 귀머거리가 있다."
더욱 두렵고 동정받기 어려운 일은 육체적인 측면의 결함이 아니라 정신적인 것입니다. 정신적인 폐쇄 상태 또는 제한적인 견문이나 편협한 경험만으로 광활하고 복잡하고 풍요로운 세계를 대면하는 것은 일종의 아집이거나 퇴행이거나 수축이고 또한 자기 고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니면 오만함으로 인해 자신을 과대평가하고 그 정당성을 과신하면서 자신과는 다른 모든 것을 배척하고 부정하는 태도를 꼽을 수도 있겠습니다.(p.34~35)
『장자』 「거협」에 '큰 도둑의 두 손'이란 제목의 글이 나온다. 글의 내용은 우리가 자주 들어본 말이기도 하다.
“고리 하나만 훔치는 사람은 죽임을 당하지만, 나라를 훔치는 사람은 제후가 된다. 제후 가문이 바로 인의가 존재하는 곳이다.”
작은 도둑은 허리띠의 고리 따위의 사소한 물건을 훔치지만, 큰 도둑은 나라 전체를 훔치기도 하지요. 제나라는 종묘와 사직, 갖가지 행정 단위와 조직들이 질서정연했지요. 그러나 제나라 대부였던 전씨는 전제적인 권력을 행사하며 제후의 지위를 찬탈했습니다. 이야말로 제나라 전체를 자물쇠로 꽁꽁 잠근 채 통째로 훔친 것이라 하겠습니다. 장자는 이러한 상황에 일침을 놓습니다. 이야말로 제나라와 그 ‘성인이 아는 법’을 동시에 훔쳐 낸 것이라고 말이지요. 권력이 도의를 장악하고, 도의와 권력이 일체를 이루는 것이지요.(p.138~140)
저자는 책의 마지막 부분 「나오는 말」 '마음 가는 대로 장자의 말을 음미해 보라'에서 "언어와 문자를 통해 끊임없이 재잘재잘 자신의 생각을 떠드는 일에 대해서, 장자는 그의 선배인 노자와 마찬가지로 아주 뿌리 깊은 회의의 태도를 견지했다. 그는 더할 나위 없이 명확하게 지적했다. 기록되어 후대에 전해지는 것들은 기본적으로 '쭉정이'일 따름이라고 말이다."고 전해지는 내용 이외의 자신의 생각을 덧대 왈가왈부하지 말 것을 지적한다.
저자에 따르면 장자와 노자는 확실히 한 가지 다른 점을 지니고 있다. 노자는 격언과 잠언의 고수라고 할 수 있다. 오천 자가 거의 다 격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장자는 한 단락의 이야기를 던지는 실천가라고 얘기할 수 있다. 각각의 우언(寓言, 인격화한 동식물이나 기타 사물을 주인공으로 하여 그들의 행동 속에 풍자와 교훈의 뜻을 나타내는 말)이 모두 쉽게 접할 수 없는 내용으로 가득하다. 그 내용 속에는 교묘하게 숨겨진 격언들이 존재하기도 한다. 아무래도 감식안이 필요하기는 하다. 어쨌거나 자신의 마음이 가는 대로, 가는 길에 눈에 띄는 대로 선택하면 된다.
저자 : 천인츠(陳引馳)
문학박사, 푸단대학교 중문과 교수, 학과장. 도가, 불교와 중국 고전문학 전문가. 『무위와 소요 : 『장자』 여섯 챕터』, 『불교문학』, 『문학 전통, 그리고 중고 시기의 도가와 불교』 등 여러 종류의 학술 저작이 있다.
역자 : 문현선
이화여대 사학과와 중문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중문과에서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세종대학교에 재직 중이다. 인문연구모임 문이원에서 고전 재해석과 다시 쓰기 작업을 진행 중이며, 중한 번역자로서 주로 문학 작품과 인문서를 번역하였다. 『삶에서 앎으로 앎에서 삶으로』, 『무협』, 『삼자경: 배움이란 무엇인가』(공저), 『거스르지 않는다』(공저), 『신화, 영화와 만나다』(공저), 『중화미각』(공저) 등 다수 저작이 있다. 옮긴 책에는 문학 작품으로 『암시』, 『거싸얼 왕』,
『나는 남편을 죽이지 않았다』, 『나 제왕의 생애』, 『끝에서 두 번째 여자친구』, 『투표 합시다』, 『모모의 동전』, 『정말 좋은 걸까?』, 『빨간 물고기를 따라간 날』 등이 있고, 인문서로 『장자를 읽다』, 『꿈의 해석을 읽다』, 『반경: 전략이란 무엇인가』, 『삼국지 교양 강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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