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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개의 시간이 흐르는 나라가 있다고? - 세계 지리 문화 이야기 ㅣ 파랑새 영어덜트 3
서해경 지음, 비올라 그림, 류재명 감수 / 파랑새 / 2021년 7월
평점 :
비록 청소년도서이지만 어른인 독자가 읽어도 배울 점이 많다. 이 책 『아홉 개의 시간이 흐르는 나라가 있다고?』는 청소년 교양도서로 제작됐지만 어른이라도 배운 지 오래 됐거나 이후 변화한 내용은 새로 배우는 셈이어서 읽을 가치가 충분하다. 특히 코로나로 해외여행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에서 세계의 지리를 한눈에 궤뚫을 수 있어 흥미롭고 지식도 크게 늘리는 계기가 됐다. 고등학교 다닐 때 배운 교과서 이외에 지리책이라고는 사실상 수십 년 동안 못 봐온 터라 무척 흥미를 갖고 이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제목에 나와 있는 나라는 당연히 러시아일 것이라고 짐작할 정도의 기본 지리 실력(?)을 갖추었지만 세부적인 것은 처음 보는 내용도 있었다. 다음 해외여행 기회가 있으면 참고할 사항이 여러 개 있어 만족할 만한 독서가 되었다.
싱가포르에 대해서는 국민소득이 높고 적은 인구로 깨끗하고 선진적인 사회 시스템을 잘 알고 있지만 벌금이나 과태료 등에 관한 사항을 이 책처럼 구체적으로 알게 된 것은 처음이다. 또 스페인 여행을 다녀온 적은 있지만 하루에 다섯 번 밥을 먹는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고, 독서광이 많은 나라가 일본이 아닌 독일이라는 사실도 처음 접했다. 무척 흥미롭고 세상의 사람들이 사는 모습이 각양각색 독창적이고 환경에 많이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도 깨우칠 수 있었다. 핀란드에 사우나 시설이 인구 2명당 1개라니 거의 전국민 사우나 소유라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이 책은 ‘지리는 지루하다’는 편견을 보기 좋게 타파한다. 스페인, 볼리비아, 러시아, 칠레, 베트남 등 ‘25년 동안의 세계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전문 여행자이자, 작가이며 지리학자인 허풍선 선생(작중 화자)이 들려주는 흥미진진한 지리 강의이다. 예를 들어 싱가포르의 껌 금지 등 벌금 제도가 발달한 이유를 지리적 위치 때문에 다양한 민족이 모여 사는 싱가포르에서 사회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스위스에서 초콜릿이 유명한 이유를 알프스 목동과 관련지어 이야기한다.
국가별 특색으로 중국 차 문화, 베트남 대나무, 칠레 포도, 핀란드 사우나, 독일 숲,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 호수 등을 꼽았다. 『아홉 개의 시간이 흐르는 나라가 있다고?』를 읽으며 세계의 재밌고 독특한 문화에 대해 들으면 저절로 세계 문화와 지리의 관계에 대해 알게 된다. 도담, 하은, 주영과 함께 〈지리와 문화〉 강의를 들으며 한바탕 웃다 보면 어느새 지리가 꽤 재밌는 과목이라 생각하게 된다.
전국지리교사모임에서 이 책의 추천평을 내놓았다. “이 책은 무엇보다 재밌다. 작가의 이야기 만드는 솜씨가 대단하다. 그리고 지리교육 전문가가 놀랄 정도로 작가는 지리에 대해 매우 해박하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각 나라의 음식, 옷, 사회 현상 가운데 대표적인 것 한 가지를 가지고 그 나라의 지리와 문화를 전체적으로 폭넓게 이해할 수 있다.”
다음은 세로로 길쭉하고 긴 해안선을 갖고 있는 나라 칠레의 특색을 소개하는 내용이다.
“그런데요. 두툼한 점퍼랑 털모자는 겨울옷이고, 반팔 티셔츠랑 수영복은 여름옷이잖아요. 왜 겨울옷, 여름옷을 다 가져가요?”
“칠레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다 있는 나라거든.”
“우리나라도 사계절이잖아요. 그렇다고 겨울옷과 여름옷을 같이 입진 않는다고요.”
“칠레는 남북으로 긴 나라야. 칠레 북부는 아타카마 사막이 있는 아열대 기후, 중부는 온대 기후에 속하는 지중해성 기후, 남부는 빙하와 펭귄을 볼 수 있는 한랭 기후야.
원한다면 하루에 사계절을 다 겪을 수 있지.”
허풍선이 설명했다.(p. 24)
볼리비아에 대한 설명도 이채롭다. 고산지대에 자리잡은 나라라고는 알고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배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늘이 마지막 수업이지? 오늘은 볼리비아에 갔던 얘기를 해 볼까? 아직도 열차에 올라타서 고생했던 기억이 생생하군.”
“왜요?”
도담이가 물었다.
“국제공항이 있는 볼리비아의 수도 라파스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도시야. 해발 3,250~4,100m 사이에 있지.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산이 한라산이지?
한라산의 높이는 1,947m야. 라파스는 한라산의 2배 정도 높은 곳에 있는 거지.”
“라파스가 높은 곳에 있어서 싫은 거예요?”
주영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p. 139)
저자 : 서해경
어렸을 적에는 친구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지금은 이야기를 글로 쓰고 있습니다. 글을 쓸수록, 신기하고 궁금한 것들이 많아집니다. 이런 호기심을 글로 풀어내려고 합니다. 《통신문》 시리즈, 《꼬불꼬불 나라의 이야기》 시리즈, 《행복한 사회공동체 학교》, 《더불어 사는 행복한 정치》 등을 썼고, 초등 국어 교과서에 《들썩들썩 우리놀이 한마당》이 실렸습니다.
그림 : 비올라
현대 예술을 너무너무 사랑하며 호기심이 많아 여러 예술 매체에 관심이 많습니다. 작은 그림 스튜디오의 리더로 일러스트레이션, 그림책, 디자인, 파인아트의 경계 없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림 작가 혹은 작가 지망생들과 함께 소통하고 공부하는 시각 예술 학교 엠비주얼 스쿨의 대표로 강의하면서 여러 그림 작가, 그림책 작가 등을 배출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시각적으로 재미있는 작업을 하기 위해 항상 무언가 남다른 작업 구상을 하고 있습니다.
감수 : 류재명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지리교육과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으며, 환경교육협동과정 겸임 교수로도 활동했습니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자료를 활용하여 정보를 디자인하는 일에 관심이 많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종이 한 장의 마법, 지도》가 있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