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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슨서클 살인사건 ㅣ 에드거 월리스 미스터리 걸작선 5
에드거 월리스 지음, 양희경 옮김 / 양파(도서출판) / 2021년 6월
평점 :
절판

영국 런던에 크림슨 서클이란 이름의 신출귀몰한 범죄집단이 나타나 시민들을 불안에 떨게 한다. 특히 이들은 런던의 자산가들에게 큰돈을 내놓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공공연하게 살해협박 편지를 보내는 등 런던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는다. 런던경시청 파르 경감은 베일에 쌓인 크림슨 서클의 추적에 나서지만 번번이 실패하여 살인사건을 막지 못한다. 파르 경감은 사이코메트리* 능력을 지닌 유명 사립탐정 데릭 예일과 공조수사를 벌이지만, 데릭 예일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감으로 파르 경감의 입지는 오히려 좁아져만 간다. 크림슨 서클은 과연 누구일까? 파르 경감과 데릭 예일 탐정은 크림슨 서클을 체포할 수 있을까? 데릭 예일 탐정이 크림슨 서클의 배후로 지목한 탈리아 드러먼드의 실체는 누구인가? 이 소설이 전개돼 나가면서 궁금증은 더해만 간다.
* 사이코메트리(psychometry)
시계나 사진 등 특정인의 소유물에 손을 대어, 소유자에 관한 정보를 읽어내는 심령적(心靈的)인 행위. 미국의 과학자 J.R.버캐넌이 제창한 용어이다. 한 실험 결과에 의하면 남성은 10명 중 1명, 여성은 4명 중 1명이 이 능력을 가졌다고 한다. 이 능력은 투시(透視)의 일종인데, 이전에 존재했던 인간의 기억이 냄새처럼 주위의 사물에 남는다는 초심리학적 가설(假說)에 의거한다. 이에스피(ESP) 카드에 의한 투시능력실험 등은 이것을 응용한 것이다. 근년에 영국 · 미국에서는 사이코메트리를 채택하여 범죄현장의 유류품(遺留品)에서 범인이나 피해자의 행방을 추적하는 실험을 한다. 네덜란드의 투시능력자 G.크로아젯은 이 분야의 경찰협력자로서 유명하다.(두산백과)

크림슨 서클로 인해 공포감에 휩싸인 사람들은 그들이 원하는 대로 값을 치르고 위험한 상황을 피하게 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가혹하고 잔인한 일들이 벌어진다. 어느 날 런던의 자산가 제임스 비어드모어에게 날아든 크림슨 서클의 협박편지에는 10만 파운드의 돈을 요구한다. 이를 보고 놀란 아들 잭의 모습을 보고 제임스는 사립 탐정 예일을 초대한다. 예일은 제임스가 매우 심각한 위험이 생길 거라고 생각하는데 결국 숲 쪽에서 들리는 총성과 사망한 채로 발견된 제임스, 그리고 나무 뒤에서 의문의 행동을 하는 여자는 몸을 숨기며 도망친다. 탐정 예일과 파르 경감은 벌어진 살인사건을 추적한다.
그 소리를 오인할 수는 없었다. 가까이에서 뚜렷하게 들린 총성으로 분명 숲 쪽에서 소리가 났다. 잭은 순식간에 테라스 난간을 뛰어넘어 평원을 가로질러 내달렸다. 그리고 그 뒤를 예일이 따랐다. 숲으로 난 길을 따라 스무 걸음 정도 들어갔을까, 비어드모어가 쓰러져 있는 게 보였다.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잭은 소름 끼치는 눈으로 아버지를 내려다보았다.
한편 저 멀리 나무 뒤에 한 여자가 있었다. 여자는 손에서 붉은 무언가를 한 줌 풀로 닦아내자마자 프로이언트 저택 울타리의 그림자를 따라 몸을 숨기며 도망쳤다.(p.42)

아들 잭 비어드모어는 하비 프로이언트의 비서로 있는 탈리아 드러먼드란 여자에게 호감을 갖지만 무심하게만 대하는 탈리아가 하비의 부처상 장식품을 훔치게 된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러나 전혀 사실을 믿으려 하지 않고 그녀를 사랑한다는 순정파 잭은 그녀를 보호하고 감싸려 한다. 탈리아는 이 일로 인해 묵고 있는 곳에서도 나가야 하는 상황인데 탈리아 앞에 하나의 봉투가 전해진다. 그들이 자신을 소환할 거라 예상은 했지만 예상보다 훨씬 더 빨랐다. 펠릭스와 데이트를 즐기게 된 탈리아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냉정하게 일처리하는 모습에서 더욱 더 그녀의 정체가 궁금해진다.
탈리아는 봉투를 램프 가까이 가져가며 미소 지었다. 봉투의 한 면에는 인쇄 활자로 주소가, 다른 한 면에는 우체국 소인이 찍혀 있었다. 탈리아는 봉투를 열어 하얀색의 두꺼운 카드를 꺼냈다. 카드에 적힌 메시지를 확인하는 순간 탈리아의 표정이 변했다. 네모난 카드 한가운데 커다랗게 크림슨 서클을 뜻하는 진홍색 원이 그려져 있었고, 원 안에는 다음의 내용이 활자로 인쇄되어 있었다.
「당신의 도움이 필요하오. 내일 밤 10시, 스테인 광장 모퉁이에 대기하고 있을 차를 타시오.」
탈리아는 카드를 탁자에 내려놓고 한참을 바라보았다. 크림슨 서클이 그녀를 찾고 있다! 그들이 자신을 소환할 거라 예상은 했지만 예상보다 훨씬 더 빨랐다.(p.74)

경찰이 찾으려고 하면 할수록 크림슨 서클의 정체는 쉽사리 드러나지 않는다. 오히려 연이어 이어지는 죽음과 사건들은 크림슨 서클이란 단체를 찾지 말라는 경고와도 같은 것인가. 범죄조직과 맞닥뜨린 수사는 어디로 흘러갈 것인가. 과연 모든 인력들이 동원되어 쫒고 쫒기는 레이스를 즐기는 듯한 이들의 대결은 언제쯤 끝날까.
이 소설은 경찰과 사립탐정이 공조하며 거대 범죄조직을 조사하면서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 나간다. 그리고 독자들은 예상하지 못한 반전과 마주하게 된다. 미스터리 추리소설의 백미는 역시 반전이다. 극적 긴장감과 제한적인 등장인물,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사건, 수사진의 예리한 사건 분석과 놀라운 육감, 등장인물의 신비스러움...
이 모든 것을 갖춘 추리소설을 올 여름에 원한다면 우선 이 소설부터 찾아 읽기를 권한다. 고전이라 할 수 있는 잘 짜여진 작품이다. 이 소설의 저자 애드거 윌리스는 「킹콩」의 원작자이기도 하다.

이 소설은 「프롤로그 : 단두대의 못」에 나와 있는 장면과 마지막 장면의 이야기가 흡사해 모두 저자의 치밀한 구성력으로 유기적인 구성 관계에 있음을 입증하고 있다.
팔리온이 단두대의 손잡이를 당기자 칼은 아까 못을 박은 자리에까지 떨어졌다. 세 번 시도했으나 세 번 다 실패했다. 화가 난 구경꾼들은 군인들이 쳐놓은 경계를 넘어 앞으로 돌진했고, 난장판 속에서 죄수는 다시 교도소 안으로 끌려갔다. 그리고 그로부터 11년 후, 그 못은 많은 사람을 죽였다.(p.12)
"팔리온이라고 들어보셨습니까? 그도 당신과 같은 일을 하지요."
사형집행인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예법에 따라 죄수의 범죄행위에 대한 용서 외에는 죄수와 대화 나누는 것이 금지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선생께서는 팔리온에 대해 아셔야 합니다." 예일이 행렬을 지으며 말했다. "그를 거울로 삼아 얻을 이익에 관해서도 말입니다. 절대로 술을 마시지 마세요. 술이 나를 파멸로 이끌었으니까요! 그놈의 망할 술이 아니었다면, 나는 이곳에 있지도 않았을 겁니다!" (중략) "이번에는 밧줄이 끊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예일이 말했다.
그것이 크림슨 서클이 남긴 마지막 메시지다.(PP. 359~360)

저자 : 에드거 월리스(Edgar Wallace)
에드거 월리스(1875-1932)는 영국의 소설가 겸 극작가이다. 런던에서 넉넉지 못한 집안의 양아들로 자라나 어려서부터 신문 배달 일을 하고 인쇄공장에 다니는 등 다양한 직업을 경험했다. 제대 후 로이터통신과 〈데일리 메일〉지에서 기자로 근무했으며,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특파원으로 활동하다가 귀국 후 스릴러 작가로 데뷔, 1916년 「트위스티드 캔들The Clue of the Twisted Candle」, 1925년 「겁쟁이 신사 J. G. 리더씨(가제, J. G. Reeder)」 등 수많은 작품을 탄생시켰다. 1931년 총선에 출마했으나 패배 후 미국으로 건너가 할리우드 영화의 각본을 집필하기 시작하였다. 작품은 5,000만 부 이상 판매되었다. 월리스는 다작하는 작가였다. 저널리즘뿐만 아니라 영화 시나리오, 시, 역사소설 등 아주 폭넓게 집필했다. 17편의 희곡과 957편의 단편, 그리고 170여 편의 소설을 남겼을 뿐 아니라, 160여 편은 영화로 제작되어 〈에드거 월리스 미스터리 극장(TV 시리즈 1960~1965)〉이 방영되기도 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킹콩의 원작자로도 유명한 에드거 월리스를 20세기 스릴러물 작가 중 가장 다작한 작가 중 한 명이라고 평한다.
역자 : 양희경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식품 전문 취재 기자로 활동했다. 방송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바른번역 글밥 아카데미를 수료 후 소속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역서로 〈누구나 쉽게 30분 만에 읽는 인스타리드〉 시리즈(공역), 〈셀프헬프: 자조의 기술〉, 〈미라클 핏〉, 〈기적의 리미널 씽킹〉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