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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다시 보기를 권함
페터 볼레벤 지음, 박여명 옮김, 남효창 감수 / 더숲 / 2021년 6월
평점 :

이 책 『숲, 다시 보기를 권함』은 독일의 생태작가 페터 볼레벤이 썼다. 이 책의 주제는 건강한 숲을 되살리자는 것이다. 그가 이 책에서 주장하는 내용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내버려두라, 숲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숲에게 맡겨라!”이다. 간단하고 명료한 주제이다.
숲이 망가진 우리의 세상은 각종 기후 재앙의 원인이 되고 심지어는 감염병 창궐과도 무관치 않다. 뒤늦게 전문가들과 환경보호론자들이 환경보호 활동을 하며 인위적으로 많은 돈을 들여 단시간에 복원하거나 더 큰 숲으로 만들려고 빨리 자라는 수종으로 나무 심기를 서두르는 바람에 오히려 장기 안목에서 보면 숲의 보호를 해치고 있다는 점에서 지속 가능한 숲이 되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제안하기 위해서다. 저자는 자연을 진정으로 위한다면 지금까지의 환경보호 정책이나 방법 등을 다시 되돌아보고 보다 좋은 방법을 선택하자는 취지로 이 책을 썼다.

책은 감염병학과 글로벌 환경·보건 연구의 권위자 조나 마제트 교수의 말을 인용하며 말문을 연다. “지난 1년간 각국이 치른 코로나 팬데믹 비용의 단 2%만 투자하면, 전 세계 숲 황폐화 방지사업을 10년간 벌일 수 있고, 이는 감염병X 발발을 40%까지 낮출 수 있습니다.” 인간의 운명은 결국 자연에게 달려 있다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이 책 『숲, 다시 보기를 권함』은 환경이 가장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는 요즘, 우리가 ‘자연보호, 환경보호’라는 이름하에 행하고 있는 것들이 진정으로 자연을 위한 것인지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저자 페터 볼레벤은 인간 중심의 시각에서 벗어나 나무와 자연의 세계를 자신만의 독특하고 색다른 시선으로 바라본다. 정작 자연의 습성을 존중하지 않는 환경보호라는 인간의 개입이 오히려 숲을 위기로 몰아넣고 있음을 알리고 있다. 자연은 자신에게 필요한 환경을 스스로 만들 줄 알고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으며 그 능력으로 언제나 최적의 상태를 유지해 왔다는 것이다. 그러니 숲이 자연의 질서로 회귀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숲, 유일무이한 자연이 되도록 하는 길이라고 주장한다.

독자는 자연에게 맡겨라는 말이 나올 때마다 비틀즈의 노래 「Let It Be」, 노자 〈도덕경〉의 무위자연 사상이 생각난다. 독자의 지식이 짧아 더 많은 유관 사상이나 단체의 환경보호 등의 방법이 있겠지만 알지 못하고, 독자에게 우상처럼 존재했던 가수나 사상가가 생각난 것이다. '렛 잇 비(Let It Be)'는 비틀즈의 폴 매카트니가 작사, 작곡한 노래이다. 비틀즈는 1962년부터 70년까지 그룹 활동을 하며 모두 64곡의 싱글 히트를 냈는데, 이 곡은 그들이 마지막으로 만든 앨범 『Let It Be』의 타이틀곡으로서, 70년 3월 21일에 처음 차트에 진입한 뒤 1위까지 오른 넘버이다. 비틀즈는 모두 20곡의 넘버 원 곡이 있는데, 그 중 가장 마지막 넘버 원 곡이다.
내가 방황할 때나 암흑 속의 구렁텅이에 있을 때,
언제나 어머니가 내려와서 들려주는 자상한 이야기.
‘언제나 섭리에 역행치 마라.
모두에게 긍정만이 강요된 세상.
이 세상을 사는 상심한 사람들에게도 언젠가 해결책을 주리니.
혹시 헤어지더라도 다시 만날 기회는 필연코 다시 오리니.
순리를 벗어나 서둘지 마라.
칠흑같은 밤이라도 한 줄기 불빛만은 밝을 때까지 비추리니.
Let It Be.
바로 그 현명한 소리에 깨어나라’.

또 노자 〈도덕경〉 무위자연 사상 역시 페터 볼레벤 주장의 원전이라 할 수 있다. 노자가 설파했다는 무위자연설(無爲自然說)은 '사람의 힘을 더하지 않은 그대로의 자연의 경지'에 대한 주장이다. 즉 사람이 힘을 들이지 않아도 그대로 두기만 한다면 스스로 회복 회귀할 힘이 있고, 그래서 자연(自然, 스스로 그러함)이라는 노자의 주장은 자연에 대한 인간의 파괴를 멈출 것을 미리 내다본 예지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은 숲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숲을 발견하고 이해하도록 안내하며, 모든 생명 있는 존재에 대한 작가의 공감과 존중은 읽는 이의 마음에 묵직한 울림을 남긴다. 그리고 잊고 있던 자연에 대한 책임감을 다시금 상기시켜 준다. 과학 지식을 감정으로 번역해 주는 자연 통역가, 나무 통역사, 숲 생태계의 신비로움을 전하는 숲 해설가, 베스트셀러 작가 등 수많은 수식어를 갖고 있는 페터 볼레벤은 또 한 번 독자들의 책장에 숲을 불러올 것이다.

책에 따르면 숲은 지구상에 남은 마지막 비밀 장소이다. 우리는 숲이 안식처이자 휴식처이며 자연 본연의 모습을 가진 공간이라고 믿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다. 이미 수 세기 전부터 숲을 돌보아야 할 대상으로 치부하여 인간이 개입했고, 인간의 손길이 닿으면서 숲은 오히려 위기의 시대를 맞았다. 페터 볼레벤은 그 원인을 숲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찾는다. 자연의 생명체로서 나무와 숲을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숲을 보호하고 관리하는 측의 속내는 임업(독일에서는 수렵이 더해진다)을 위한 보호와 관리다.
나무는 경제성, 효율성에 부합해야 하는 자원, 즉 상품인 것이다. 이를테면 가꾸지 않거나 가꾸어야 할 시기를 놓치면 나무는 자원으로서의 가치가 낮아지고 숲은 아예 쓸모없게 되고 만다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 곁에 있는 숲은 임업의 관점에서 볼 때 그저 베어질 시기를 기다리고 있는 나무들의 집단일 뿐이다(독일처럼 수렵이 더해지면 수렵감이 있는 축사로서의 기능까지 더해진다). 결국 우리는 구미에 맞는 경제적 이득을 가져다주는 숲을 원하는 것이다. 페터 볼레벤에 따르면, 이러한 시각은 자연을 돌봄이 필요한 연약한 환자로 생각하고 어떤 나무가 어떤 곳에서 가장 잘 성장할지를 아는 것은 자연이 아니라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인간의 편협한 오만에서 비롯된 것이다.

또한 여기에는 숲에 있는 수많은 토양미생물, 야생동물, 토양 등 생명체에 대한 배려와 존중, 깊은 이해가 결여되어 있다. 이렇게 숲에 대한 배려 없이 유행에 따라 수종을 선택하고 문제가 생기면 개벌이나 간벌을 하고 그 자리에 또다시 식재를 하는 것이 오늘날의 자연보호다. 이로써 생물종의 다양성은 사라졌고 원시림은 사라졌다. 그러나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자연림보다 나은 숲은 이 세상에 없다. 숲은 자연이지 가꾸고 다듬어야 할 공원이 아니고, 진정한 자연보호는 원예 사업이 아니다.
페터 볼레벤은 이러한 무자비한 인간의 손길로부터 나무와 숲, 그 속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생명체를 지키고자 자신이 관리하는 곳에서는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물론, 숲의 토양을 훼손하는 기계 대신 말을 이용한다. 또 고령의 너도밤나무 서식구역을 지켜 내고자 99년 동안 이용할 수 있는 수목장을 운영한다. 이는 임업이라는 경제 논리에 따른 산림경영이 아닌, 자연이 자연으로 회귀할 수 있도록 하는 진정한 보호인 것이다.
나무는 감정과 감각이 없는 생명체로 여겨지지만 빛을 볼 줄 알고 동료와 의사소통을 하여 정보를 공유할 줄도 안다. 이러한 나무들을 인간이 개입하지 않고 자연 속에 내버려두면, 아주 오래전에 그랬듯이 어미나무 아래에서 어린나무가 자라고 땅속 깊은 곳에 있는 미생물들과 공동생활을 이어 가며, 어느 날 어린나무가 어미나무보다 커지면 제 임무를 다한 어미나무는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오랜 현장 경험을 가진 페터 볼레벤은 이 과정이 순리에 따라 이루어지도록 지켜보고 기다리는 것이야말로 숲과 생태계를 위한 진정한 보호라고 말한다. 본디 인간의 손에 의해 만들어지지 않은 것이 자연이라는 페터 볼레벤의 주장은 설득력을 갖는다.

책에서 저자는 대기오염 방지에 크게 보탬이 되는 녹색 에너지로 알고 있는 풍력발전과 바이오매스의 드러나지 않은 민낯을 보여 준다. 실제로는 산에 풍력발전기를 세우고 목재 펠릿을 만들기 위해 많은 나무를 베어 내는 과정에서 흙에 저장되어 있던 이산화탄소가 대규모로 배출된다. 이때 야생동물들은 서식지를 잃기도 하며, 풍력발전기의 날개에 많은 새가 희생된다고 한다. 페터 볼레벤은 이렇게 많은 나무와 다양한 생명을 죽음으로 내몰며 녹색 에너지를 생산하기보다는 에너지 절약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진정한 자연보호임을 설득력 있게 지적한다.
나무에게는 토양 깊은 곳에서 가장 높은 수관에 이르기까지 스스로 모든 것을 조절할 줄 아는 능력이 있다. 그러나 인간이 개입하면서 숲은 자신의 질서, 생명, 공동체를 빼앗기고 훼손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자연의 권한을 자연에게 돌려주어야 하며, 인간중심적인 시각의 개입이 낳은 결과가 숲과 토양의 훼손뿐 아니라 기후변화 · 대기오염 · 수질오염이라고 이야기한다. 아울러 이는 우리와 후손이 치러야 하는 대가라는 뼈아픈 경고를 한다.
이 책에는 저자의 모든 생명 있는 존재에 대한 존경심과 배려가 충만하며, 그들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시니컬하면서도 유머러스하며 때로는 곱씹어 보게 하는 아름다운 표현들을 통해 우리는 또 한 권의 재미있고 의미 있는 인문과학서를 만난 기쁨이 크다.

저자 : 페터 볼레벤(PETER WOHLLEBEN)
‘과학 지식을 감정으로 번역해 주는 자연 통역가’로 불리는 세계적 생태 작가. 300만 부 이상의 판매를 기록한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독일에서 가장 유명한 숲 해설가, 나무 통역사이다. 1964년 독일의 본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환경운동가를 꿈꾸었다. 어머니의 권유로 로텐부르트암네카르의 산림경경 전문대학에 진학했고, 졸업 후 라인트팔츠주 아이펠의 지역 산림청 소속 공무원이 되었다. 현장에서 일하며 기계로 나무들을 베어 내 비싼 값에 팔아넘기는 일을 하던 그는 기존의 산림경영에 회의를 느끼던 중 마침 휨멜 지역의 숲이 자립을 선언하자, 안정된 공무원 자리를 박차고 휨멜 지역의 산림경영 전문가가 되어 숲을 자연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리고자 노력했다.
현장에서의 경험과 사유를 글로 써서 발표하기 시작한 그는 2007년 첫 번째 책 《보호자 없는 숲》 이후 쉼 없이 저작 활동을 하고 있다. 국내에 페터 볼레벤이라는 이름을 처음 알린 책 《나무 수업》을 비롯하여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움을 향한 새로운 시선을 담은 《나무 다시 보기를 권함》, 인간 또한 생태계의 일부이며 자연 속에서 그들과 연대해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운 《인간과 자연의 비밀 연대》 등을 내놓으며 ‘독일에서 가장 성공한 논픽션 작가’가 되었다.
현재 아이펠에서 숲아카데미를 운영하며 원시림의 복구, 자연보호의 중요성을 대중에게 널리 알리고자 집필 활동 외에 텔레비전 프로그램 출연, 강연과 세미나 개최 등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2019년 열정적이고 인습에서 벗어난 그만의 지식 전달 방식을 인정받아 ‘바이에른 자연보호상’을 수상했다.
역자 : 박여명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일어과를 졸업하고 독일에서 김나지움 과정을 수료했으며,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에 재학 중이다. 현재 C채널방송 아나운서로, 번역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새로운 하늘의 발견》 《존엄하게 산다는 것》 《데미안》 《개 같은 시절》 《모나리자 바이러스》 《나를 일깨우는 글쓰기》 《파나마 페이퍼스》 《푸마 리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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